안녕하세요
톡이란건 애기로만 듣다가 제게도 톡같은 일이 벌어져서
이렇게 판을 쓰게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따지고 보면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학원수업을 들으러 신촌에서 지하철을 타고 방배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아무자리나 앉아 새로산 아이폰을 두들기고 있었습니다.
제 맞은편 의자 왼쪽 구석자리에 한 여성분이 앉아있었는데
후드집업에 청바지에 화장기없는 얼굴인듯한 수수한 차림으로 기억됩니다.
마침 제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 여성분의 빨간 운동화가 눈에 자꾸 띠는겁니다.
그렇게 한두정거장을 힐끔힐끔보는데 얼굴을 보니 꽤나 이쁜겁니다.
눈에 라인만 살짝그린듯햇지만 화장은 안하고 꽤나 졸려운 표정이었음에도
왠지 마음에 확 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도도하게 반대방향만 주시하더군요
그녀의 옆모습을 몰래보며 두세정거장을 지났을때 문득
핸드폰번호를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일단은 왼손약지에 반지가 있는지 확인하려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과 MP3를 꼭 쥐고있는통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쯤됫을까
신도림역이었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겁니다.
덕분에 그녀는 거대한 벽들에 의해 보이지않게 되었고
소심한 마음에 그녀가 내리면 어쩌나, 발만 동동 구르다가
실패의 두려움을 안고 에잇! 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자리를 꿰차시더군요..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녀 바로 옆 문가에 섰습니다.
괜히 아이폰 만지작거리다가.. 노선표보는척하다가..
그렇게 덜덜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작전을 구상했습니다.
어떻게 말하지
뭐라 말하지
언제 말하지..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정말이지 매력적인 얼굴이었습니다.
'화장기없는 얼굴에서 이렇게 매력을 느끼면 담에 이쁘게 꾸미고 만나면 어떨까?'
이딴 망상-_ 도 하면서 지하철은 달리고있었는데
아뿔싸..
그만 그녀가 졸고있는겁니다.
졸고있는걸 깨워야하나, 초면에 실례가 아닌가
과연 내가 해낼수있을까. 손은 이렇게 떨려만 가는데..
이런저런 생각중에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타는겁니다.
그녀주위로 거대한 벽이 생기고 그녀의 얼굴도 반밖에 안보입니다.
이 사람들을 비집고들어가 말을 걸어야하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번호달라고 말해야하나
아 어떡하지
또 이렇게 소심한 고민들을 하고있었는데
어느새 서울대입구역이란 방송이 나왔습니다.
큰일났다.
사당역에서 승부를 내자!
별거 아냐 그냥 번호만 물어보면 되는거자나
남들 다 하는거자나
이런것도 못하면 나중에 큰일은 어떻게 할려고-_
이런저런 자기암시를 걸면서 마음을 다잡고있는데
어느새 사당
아직도 그 거대한 벽은 틈조차 보이지않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2분여..
전 다급해졌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중에 한명일뿐인데
이 지하철안에서도 그녀보다 이쁜사람 분명 많을텐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그냥 돌아설까?
....
순간 자존심이란 녀석이 생각났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움직여서 시작한건데
여기까지왔는데
싸나이가 쪽팔리게..
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사람들을 비집고들어갔습니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졸고있었습니다.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깜짝놀란 그녀를 토끼눈을 하고는 이어폰을 빼면서
예? 라고했습니다.
그 목소리에 당황해서 그동안 생각했던 말들이 뒤섞이면서 어버버했습니다..-_ㄹ다ㅣ흄로ㅓㅏ마러
저기, 그 쪽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번호좀...
라고 말하는데 대뜸.
저 남자친구있는데요...
아놔
끝이었습니다.
그 모든게 물거품처럼 사르르르
저는 당황함을 감추려 서둘러 예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고
다행히도 방배역을 알리는 방송이 때마침 나와
내리는 반대쪽 문쪽으로 사람들을 비집고 내렸습니다.
와 정말 그렇게 추웠는데 목뒤로 땀이 주르르 흐르고 손은 벌벌벌 떨리고
아 좋은 경험했다.
남자친구있다는데 어쩔수없지뭐
하며 가고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겁니다.
저기요 라는말에 두리번거리다 뒤를봤는데
아악ㅏㅏㅏㅏㅏㅏㅏ
그녀가 제게 오고있는겁니다.
저기요 번호 알려드릴께요~
저기요 번호 알려드릴께요~
저기요 번호 알려드릴께요~
순간 어떤표정이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서 해벌쭉 웃었을지
놀라서 멍때렸는지
아무튼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넘겨드렸고
그녀가 번호를 누르고있는데 지하철 문이 닫히고있는겁니다
그래서
저 지하철 타야하는거 아니예요?
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했고...
그녀는
아, 아니예요 저도 여기서 내리려했어요.
라며 이상하게 허둥지둥얘기를 했고
저는
이쪽 방배동에 사시나 봐요
했더니
아뇨 신촌에서 살아요
아싸 신촌 자주 가는데 알바도 거기서 하는데 잘됫다!
라며 혼자 아침부터 김칫국마시는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번호찍힌 폰을 건내주며
먼저 가세요
라며 또 허둥지둥하길래
연락할께요
하고 말하며 저는 신나서 뛰어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그녀는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지 의자에 앉더군요
뭐암튼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친듯이 뛰어갔습니다
그날 수업은 엄청 즐겁게 마치고
그녀에게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아니, 그 전에 수업내내 의문이 드는게
왜 남자친구 있댔으면서 지하철에서 나오면서까지 번호를 알려줬을까.
혹시 남자친구있단말은 그냥 귀차나서 한말이구
날 보고 아차, 해서 놓치고싶지않아하면서 지하철을 내린걸까??-_ (죄송합니다..)
아니면 소위말하는 보험인건가..
이런저런 고민들속에
일단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전화를 걸면 부담스러워할꺼야
란 생각에 카톡에 그녀가 뜬걸 보고 카톡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 번호물어본 사람입니다.
몇살이구요 이름은 뭐뭐뭐입니다.
라고 보냈는데
답장이 늦네..
그러는데 다시 보니 제 글을 확인한겁니다.
어,뭐지
확인만하고 답장은 없네.
뭐지..
좀 시간이 흐른뒤
저기요
라고 또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누구세요?
라는 답장이 왔고
저는 바로
저 오늘아침에 방배역에서 번호 물어본사람인데요
기억하시죠??ㅎ
...
또 답장이 없는겁니다...
같이알바하는 형은 그냥 번호지워버리라고
일부터 씹는거 맞다고..
뭐죠뭐죠뭐죠-_
정말 전화라도 해서
이럴꺼면 왜 지하철에서 나오면서까지 번호 알려준거냐고
물어보고싶었습니다.
알바하면서도 계속 그 생각만 나고
왜 그런걸까?
왜 그런거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저는 어떡해야할까요
정말이지 너무 생각나고 너무 궁금하고 이상해서
제가 톡이란것도 써보네요
그냥 제가 살면서 이런 반전은 처음겪어보는지라
조금 소란좀 부려봤습니다.
그녀가 조금은 특(이)별 한건가요??
이런 일 저한테만 특별한건가요??
다른분들한테는
뭐 그럴수도있지
하는 일인가요??
저는 잘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자꾸 생각난단겁니다.
그저 몇분보았을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