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연달아 세개의 이별 소식을 듣는다.
진작부터 조짐이 보이던 것도 있고, 서로 다른 걸 더는 참지 못 해서 스스로 매듭지은 것도 있다.
어떤 경우건 이별은 힘들다.
얼빠지고 넋이 나가는 데 다가
누구 얘기처럼 '자아가 자꾸 분열되서 2개, 3개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잘해주지 못 한 일들이나,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다.
나는 애인과 헤어진 친구를 만나서,
함께 그 여자를 뇌 없는 여자 애 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헤어지길 백 번 잘했다고 부추기지 않는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치료된다'며 다른 여자를 소개하지도 않는다.
'잠이 안온다'는 문자를 받으면 전화를 건다.
이런 저런 이야기 를 조용히 들어주기만 한다.
헤어지고 나면 세상에 내 편은 없다고 느낀다.
갑자기 슬프고 갑자기 눈물이나고 갑자기 우습다.
혼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무서워진다.
그걸 아니까 온다면 오라고 하고, 부르면 간다.
너무 신경을 쓰면 자주 못 오고 만나잔 얘기도 망설이게 된다.
미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눈치 보게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널 위해 모든 걸 제치고 여기 왔잖아' 같은 태도로 안 보이게 한다.
다른 친구들과 술 먹고 널부러져 있는 테이블에 나중에 가서
쌈장속에 들어 가 있는 핸드폰을 꺼내 닦아주고,
취해서 헛소리 하면 옆에서 주인 아주머니와 심야토론 보면서 남은 안주 먹다가,
술 좀 깨고 나면 택시 태워서 집에 보낸다.
이 정도는 별 폐가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만 돌본다.
대부분 이별하고 난 후엔 화가 너무 나서 온갖 욕을 다 해댄다.
애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그런 이상한 사람이 없어서,
어느새 그녀는 전형적인 된장녀에 조울증 증세도 있고,
음식물 쓰레기 보다도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럴 땐 맞장구를 치지 않는다.
저주의 말을 모은 문자를 보내려고 할 때도,
전화해서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퍼 붓겠다고 할 때도 말린다.
왜냐면, 분명히 후회할 테니까.
이별 후에 한 마음에 없는 못된 말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와 꽂힌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냄새나 말투, 걸음걸이나 표정보다 더 오래동안 마음에 남는다.
모두 이별을 하고, 헤어지고 나면 누구나 힘들다.
함께 자주 가던 곳을 지나만 가도 눈물이 나고
껌종이 뒤에 그녀가 써 놓은 중국집 전화 번호 하나도 버리지 못한다.
신촌 한복판에서 핫도그를 든 채로 울기도 하고,
걷다 보면 어느 새 다리가 없어진 것같은 기분도 든다.
'노래 가사가 완전 내 이야기다ㅠㅠ', 같은 문자를 누군가에게 보내고 그게 슬퍼서 또 운다.
다 안다, 다 겪었으니까.
그러나, 헤어진 후의 친구들에게 정작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다.
헤어진 건, 헤어질 수 있어서다.
헤어질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한 거고,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