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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난 스페인 녀석 ㅋㅋ

까미노 |2011.02.07 10:39
조회 4,229 |추천 34
별거 아닌데 안 쓸수가 없었어요............부끄









녀석 마드리드에 있슴다.
몇시간 전에 변함없이 달타령 메일이 날아왔슴다.파안

-마드리드의 우유맛 달빛을 보내. 
.......녀석이 나의 사랑 노오란 바나나우유를 알았더라면....ㅋㅋㅋㅋㅋ



나님과 녀석의 진심은 주로 메일을 통해서 오고 감.녀석이 내성적이기도 한데보통으로 남자들은 자기 속 이야기를 직접 하는 걸 어려워하는 거 같음.맞음?녀석은 성격까지 겹쳐서 더 함.
나님도 메일을 좋아함.직접 말할 때는 생각이 잘 안나거나 문장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해도쓸 때는 차분히 생각하면서 또 생각이 안나는 단어는 찾아가면서더 표현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임.

녀석 집에 나님이 놋북들고 가서 각자 일하면서도메일 주고 받음 ㅋㅋㅋㅋㅋㅋ녀석은 자기 책상앞에서.....나님은 식탁 앞에서 ㅋㅋㅋㅋㅋㅋ
이럴 때 주고받는 메일은 
-너무 열심히 하지마. 민트티 마실래?윙크

-그러는 너는 지금 워크홀릭처럼 보여.메롱

-이런 귀절을 발견했어. 읽어봐. 스페인말이지만 넌 읽을 수 있어.만족

-나 너 방해하고 싶어. 니 수염 5분만 만져도 돼?방긋
이 마지막 메일을 보냈을 때녀석은 큰소리로 나님을 불렀음.

-물론이지, 이리와. 니꺼야.

너 공부하기 싫었지 ㅋㅋㅋㅋㅋㅋ좌우지간 이런 내용들임ㅋㅋㅋㅋㅋ





음...... 녀석이 메일을 보낸 김에나님이 빠에야 먹고 싶다고 그밤에 미친 짓 한 걸 물어보기로 함.


-나한테서 "빠에야" 메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우주의 모든 별들이 내 머리 위에서 폭발했어. 넌 왜 그 메일을 보냈어?

으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대답을 듣고
'나님이 미쳐서'라든가'미안. 제정신이 아니었어'라든가'너에게 날 맡기고 싶었어'라든가이런 평범한 대답을 할 수 있겠음?


나님도 질 수 없음.냉랭


-Era l'abbandonarmi alla luce abbagliante. 눈부신 빛을 향해 나를 내던진 거야.

-그 메일로 넌 나를 잠깐 미치게 했었어.

..........당황
나님 따라서 너도 미쳤었구나........ㅋㅋㅋㅋㅋ그러다가 둘 다 정신차린거였나 ㅋㅋㅋㅋ

녀석에게 물어볼까 말까 하다가결정적 질문을 날림...............(확실히 고백 이후 아무것도 숨길게 없어짐.....)

-왜 날 가지지 않았어?  넌 남자고 힘이 세고,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니가 아닌 거 같았어' 라든가'난 짐승이 아냐' 라든가'약속을 했잖아' 라든가'널 지켜주고 싶었어' 라든가
녀석이 이런 대답을 






.............할 리가......








없어보였음.항상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리니까 ㅋㅋㅋㅋ


답장이 왔음.









-무서움이 본능을 이겼어. 너를 잃어버릴까봐 무서웠어.



..................헐....
.....................놀람
...............................놀람
.........................................놀람


죄송. 
눈물이 찔끔 났음.........

저 대답에 황홀한게 아니고 녀석이 불쌍해서 눈물이 났음.이건 나님의 오버액션이 아님.녀석이 나님한테만 털어놓았던 녀석의 약한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거임....
뭐가 두렵다는거야 너............내가 떠나가버릴까봐?너는 진짜 니 밑바닥을 숨길 줄을 모르는구나........당황
녀석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나님은 덩치만 크고 하나도 무섭지 않은 한 마리 시커먼 늑대를 보는 느낌임......비주얼은 참 머리숱 별로 없는 늑대왕 로보인데 말이지.
애정을 다해서 쓰다듬해주면 순해지는 그런 늑대........
녀석의 감수성 때문에 나님도 마음이 막 촉촉해짐............
 예전 판을 못읽으신 님덜은 잘 모르시겠지만녀석은 마초라는 단어가 탄생한 나라 스페인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많이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탐.
그걸 숨기려고 무지 노력을 함.
겉보기에는 완전 퍼펙트 늑대냄새 폴폴~근데 속은 겉하고 딴판임.자기도 살면서 감수성 예민한거 때문에 어려워했음.
옆에서 녀석을 보아온 나님은 저 말이 얼마나 솔직하고 절박한 말인지 백퍼 이해됨.
.....................
아 너무 심장이 아프잖아, 젠장.열
옆에 있으면 목이라도 콱 끌어안고
'괜찮아요. 걱정하지마. 다 알아요. 나한테는 다 털어놔도 돼. 무서운 것도 슬픈 것도 전부.그리구 나 절대 어디 안간다니까?'
막 이러고 싶었음.........
녀석은 아직도 나님 손가락을 깨무는 걸 좋아하는데녀석 마드리드에서 돌아오면 
손가락이 아니라 팔뚝이라도 내줘야겠다....
이렇게 막 굳게 결심을 했음..........


훌쩍대면서 답장을 날렸음.


-내 아이야(mio bambino) 무서워하지마.  근데 나도 널 잃어버릴까봐 항상 무서워.


지금은 니가 없으면 나도 안돼.

-무서워하지마, 미 닌냐. 넌 천사가 지켜주잖아 :)

스마일 이모티콘 붙여 날아온 답장을 보니그렇게 안심이 될 수가 없었음.귀여운 녀석! 안심되고 기쁘다 이거지!
답장을 날림.

-니가 나의 천사잖아. 날 지켜줬으니까. 


.........녀석과 나님은 벌써 애 둘 키우는 중임ㅋㅋㅋㅋㅋㅋㅋ녀석은 나님의 애고 나님은 녀석의 애고........
더이상 필요없어 ㅋㅋㅋㅋㅋㅋㅋ 둘만으로도 벅차요 ㅋㅋㅋ
 




녀석과 발렌타인 데이를 제대로 지내본 적은 없음.초콜렛에 리본에 카드...... 막 이런 거 생각만해도 둘다 오글거려서 ㅋㅋㅋ더위작년이 그나마 제대로 만난 날임.그날 시내에서 만나서 맨날 걸어다니면서 뜯어먹는 피자 아니고 좀 더 괜찮은 리스토란테에서 안티파스토와 와인에 돈 좀 쓰고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걸로 때웠음.
그때까지만 해도 서로가사귀는 사이라는 것을 인정도 부정도 안한 상태였음 ㅋㅋㅋㅋ너무나 쿵짝이 잘맞는 이성친구 정도?막 아리까리한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음......음흉

아무튼둘 다 초콜렛 가게 쇼윈도를 보면서
-예쁘다....
-근데 저게 몇개 들었는데 21유로야........?
이러면서 사지는 않음 ㅋㅋ
이번에도 초콜렛은....... 별로임.녀석은 그 돈으로 차에 기름 넣고 나가자는 식이고나님은 그 돈으로 한끼 거하게 먹자는 식임.
이번에는 녀석이 돌아올 때스페인산 와인을 한 병 들고 오기로 했음.녀석 집에서 빠에야를 하기로 했고 (유일하게 그나마 안질리고 잘 하는 거)-빠에야는 쌀이라서 나님이 무한정 먹을 수 있음 ㅋ-나님은 불고기 양념 한 병 사서 불고기 해주기로 함.
아 떨려.....ㅋ 누구 먹이기 위해 한국 음식 만들어보는 거는 처음임.....녀석도 나도 서로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

녀석은 나님이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음.물론 녀석도 기본적인 거 외에는 별로 할 줄 모름.대충 입에 아무거나 집어넣고 보자는 식으로 오래 살아온 결과임........못먹어서 굶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걸로 충분함.






녀석 생각이 나서 듣고 있는 노래.
유튭 링크
녀석이 좋아하는 가수 중에는쿠바의 실비오 로드리게스라는 가수가 있음.
어느 날 이 노래를 메일로 받았음.처음엔 뭐 이런 노래가 있어.....? 코고는 소리로 시작하는 노래;;;
근데 한 세 번쯤 듣고 나서 완전 중독이 되어버림.
"꿈에서 시로"라는 노래인데꿈속과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꿈속의 몽환적인 광경을 묘사한 노래라고 녀석이 설명을 해 줌.
녀석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집에서 혼자 서른 번씩 들을 때도 있다고 했음.
이제는 나님도 가끔 침대에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스무 번쯤 들을 수 있음.
듣다 보면 녀석이 왜 이 노래에 취했는지 막 느껴짐.......녀석이 혼자 있을 때 녀석의 감수성으로 느끼는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짐.
이거랑 네루다의 첫 시집은 나님에게 녀석을 제일 잘 떠올리게 하는 것들임.
(유튭 링크된 노래의 배경인 그림이 노래 가사를 그대로 그린 거에요 ㅋ)
추천수34
반대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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