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네.
어떻게 기억하냐고?
걔는 귀엽게 생겨서 유독 눈에 들어왔던 아이였거든.
그런데 전학갔어.
그 뒤로는 생각도 안 났어.
어렸으니깐.
그러다 중학교 와서 알게 된거야.
2학년 때였지.
명찰에 이름 써져있는 걸 보고 진짜 신기할 정도로 기억나더라.
많지 않은 특이한 성과 내 생일석과 같은 이름.
근데 웃긴 게 뭐냐면...
그것에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부여한거야.
완전 찌질하지?
그래도 티는 안냈어.
그 때는 몰랐지.
나중에 나이먹고 그랬으니깐.
진짜 웃긴게 별 거 아닌 것들 하나 하나 다 기억난다.
웃기지?
여름까지 말 한마디 안 나눴는데, 어느 날 걔 친구가 나한테 물어보더라?
걔가 머리 잘랐는데 어울리냐고 물어보더라.
그 때는 몰랐어.
걔가 날 좋아했단 걸.
아... 이거는 졸업하고 친구를 통해 들었어.
그 친구가 잘 못 들은 거였던 거일수도 있어.
근데 웃긴게 나는 그 머릴 보고 웃기다고 말했을껄?
이젠 기억도 잘 안나네.
그러다가 자리를 바꾸면서 짝이 됐어.
바뀌는 그 순간 마음 속에서 기도를 했어.
네 옆에 앉게 해 달라고.
그 때가 마지막일 거야.
누군가 내 기도에 응해줬던 게.
진짜 신기할 정도로 자리배치가 좋았어.
바로 앞자리에는 친했던 친구 2명.
맨 뒷자리에는 나와 그 아이.
처음에 하루 이틀 정도는 둘다 말 한마디 안 나눴어.
그러다 내가 지우개 빌려달라고해서 처음으로 말을 나눴지.
근데 걔가 나한테 완전 쌀쌀맞게 '지우개도 안가지고 다니냐?'라고 말했어.
그렇게 친해졌어.
이런거 기억하는게 웃기지?
머리에서 안 지워지더라.
그 뒤로는 말도 편하게 하고, 친해졌지.
아마 걔처럼 친했던 여자애도 얼마 없을거야.
짝으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
글씨가 안 보인다해서 칠판에 써져있는 글씨 물어보고, 나는 그 글씨 읽어주면 걔는 공책에 적고.
가끔은 떠들다 걸리기도 하고, 무서운 선생님 시간에 졸고 있으면 서로 깨워주기도 하고, 손금 봐준다며 만화책 손금이라고 있거든? 그거에 나오는 내용으로 손금도 봐주고...
와... 진짜 하나하나 기억이 난다.
추억을 얘기하는거 재밌다...
끝은 찾아왔어.
짝이 끝나고나서 다시 전처럼 서로 말도 안하게 됐지.
그때 왜 그랬는지 어렸나봐.
왜 먼저 말 안걸었냐고?
기회가 없었다고 말 할 수도 있겠네.
내가 말재주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고.
자존심 때문일려나?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다는게 싫었어.
그래서 그럴일이 아예 없도록 말을 안 걸었지.
어렸잖아.
그 뒤로 친해졌으면 변했을 수도 있었으려나?
그러다 학년이 끝났어.
그 뒤로도 기회는 있었어.
바로 옆반이였거든.
언제든 옆반에 놀러가면 걔 얼굴먼저 찾아보게 되더라.
근데 그 뒤로 인사도 안하게 됐지.
처음에는 했었어.
그러다 점점 서로 인사도 안하게 됐지.
그 때 인사했으면 또 달라졌을 수도 있고...
3학년 때는 그냥 끝났어.
중학생 때는 게임하는게 그렇게 재밌었거든.
공부도 못 해서 실업계 갈려고 했는데, 집에서 반대해서 인문계 갔지.
공학 인문계로 갔어.
걔? 걔는 다른 여고갔어.
동네에 있던 생긴지 얼마 안된 여고였지.
이제 그 학교도 10년 됐을려나?
그 뒤로 연락은 당연히 못했지.
안 했다고 해야하나?
마음만 먹었으면 연락했을 수도 있었겠지...
못 한게 아니라 안 한거였네...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수능 실패하고나니깐 미칠것 같더라?
그리고 그 때 처음 연애도 해봤어.
근데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설레거나 재밌진 않았어.
억지한번 부려보면
가끔 한번씩 생각나는 걔 생각 때문 이였을 수도 있어.
그러다 입대하고, 이제 슬슬 전역할 때 되서 친구들과 연락하다 우연히 만난 중학교 친구가 그러더라.
걔가 나 좋아했다고.
헛 소리였을 지도 모를 그 말에 처음으로 용기내서 전화해봤어.
그런데
왜 전화했냐고 하더라.
말 못 했어.
그 말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안부만 묻고, 전화 끊었지.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울었어.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전화를 끊고, 울었어.
군인이라는게 진짜 한탄스럽더라.
조금 더 괜찮은 모습이였다면 말 했을 수도 있을려나?
아니겠지.
그래도 말 못했을거야.
가끔씩
진짜 가끔씩 걔 꿈도 꿨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는 꿈.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는 꿈.
아무렇지 않게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꿈.
휴가나가서 만나는 꿈도 꿔봤어.
이 정도면 병일려나?
아...
이 얘기를 왜 하냐고?
이제 그만하려고.
니들이 봐도 바보같고 멍청하잖아?
그래서 그만하려고.
포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
시작도 안했는데 뭘 포기하냐고 말한다면 할 말 없어.
사실이잖아.
지겨워서 잊어보려고도 했었는데
근데 생각이랑 마음이랑 다른가봐.
이렇게 글 쓰면서도
마지막이라고 글을 쓰면서도 미칠 것 같아.
바보같네.
그리고 가끔은 혼자 있을 때 싸이로 찾아봐.
사진 한장 볼 수 없는 싸이지만, 그래도 한번씩 봐.
근데 이제 그 것도 그만하려고.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
잘 지내란 말도 못 전하겠네.
가끔씩 추억하던 이 버릇도 이제는 고쳐야겠지
추억할 거리도 없으면서 마음 속에만 담아둔 얘기네.
웃기지도 않는다.
전역도 했고 이제 새 시작해야겠지
그런데 있잖아.
만약에 다시 연락한다면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아니겠지?
걔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힘들겠지?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야.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는 커져가서 이제는 연락할 용기가 안 생겨.
이렇게 글 쓰면서도 되묻고 있어.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