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니 오빠들, 전 이제 고1이 되는 풋풋하지만, 풋풋할수가 없는 그런 여학생입니다.
다름아닌 저가 요즘 진로와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어서요..
어디 다른사람한테, 이 고민을 말할 수도 없고.. 엄마하고도 대화가 안되서.. 여기에다 한 번 써볼려고요..
전 이벤트PD가 되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진로적성검사를 했는데, 저한테 맞는 쪽은 다 예체능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가 지금까지 음악이나, 미술쪽을 꾸준히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주 쫌 하는정도? 근데 그 테스트결과에 보면 저한테 맞는 직업중에 하나가 이벤트PD가 있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벤트 PD라는 직업을 보자 저는 속으로
‘이벤트 PD는 꼭 좋은 대학에 안 나와도 되겠지?’
라는 진짜 바보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그 직업을 찾아보니 이벤트PD를 하는 사람들이 명문대를 나온 것은 아니더라구요.
저런 대학은 나도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나름대로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바보같이..
전에, 캐나다에 1년 동안 유학을 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중학교1학년을 다녔고요.
가족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애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학년말에는 반에서 2등에게 주는 메달 같은 것을 받아본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중학교 1학년을 다시 다녔습니다.(저가 초등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저가 1학년 애들보다 나이가 많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공부를 진짜 남들보다 몇 배로 공부했습니다. 진짜, 과장 안하고 엄마가 새벽에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열심히 불을 키며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공부에 미쳐있었다 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정도로.. 아무래도 외국에서 공부하고 다시 한국에 와서 공부할려니, 더 쉽고 편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에서 3등까지도 해보고.. 공부잘하는 아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부모님의 대견스러운 눈길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2때부터는 슬슬 성적이 내려가더라고요. 또, 저가 수학과 과학을 굉장히 못합니다. 수학도 점점 어려워지고 그래서인지 중3때에는 반에서 7~8등을 맴도는 그런 애가 되버렸습니다.
저가 집중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시험공부를 할 때면 딴 생각이 들어오고, 그래서 음악을 듣게되고.. 컴퓨터에 손이가고... 후회하고...
예전에는 그래도 며칠간 공부를 안 하면 불안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를 멍~하니 보내도 불안감 같은 것은 못 느낍니다.
꼭, 지금까지 저가 꽁꽁 붙잡아놨던 어떤 줄 같은 것을 놓아버렸달까요...
한동안은, 취업도 힘들고,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취급도 안 해주는 한국에서 왜 태어났을까 라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차라리, 엄마한테 다시 유학을 보내달라고 할까..
하지만, 엄마는 저한테 그런 엄청난 돈을 쏟을만큼의 경제력이 되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엄마한테 이벤트PD가 되고 싶다고 말하니 엄마는
‘이벤트PD가 되고싶으면 내신에 충실해서 좋은 대학에 가! 그럼 돼!’
라고 쐐기를 박아버리십니다.
맨날 좋은대학에 가야만 살 수 있다
라는 이 역겨운 말을 지겹도록 들어서인지
요즘은 들어도 감흥은 오지않고 계속 짜증만 내게 됩니다. 그런 말 좀 안 할수 없겠냐고.......
어제 고등학교 OT에서 받은 교과서들도 아직 펼쳐보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있습니다.
엄마는 또 그걸 한심하다는 듯한 눈길을 주고 있고요..
전 그런 눈길이 너무 싫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합니다.
사실, 저희 엄마는 서울교대를 나오셔서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계십니다. 엄마는 항상 전교권에 드는 학생이셨구요. 저가 첫째인데도 자신보다 훨씬 공부를 못하니 저희 엄마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인지, 집에 오시면 자기가 알고 있는 선생님들의 자식들이 명문대 갔다더라.. 외고 갔다더라.. 영재더라.. 라는 말을 매일 하십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저는 겉으로는 ‘
아 걔는 타고나게 뛰어난거겠지ㅡㅡ’
라며 무심한척, 안 들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난 왜 그런 장한 딸이 되지 못하는거지..ㅜㅜ’ 라는 생각을 하며 많이 웁니다. 그러면서, 엄마를 향한 열등감 같은 것이 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가 생각하기에도 하는 일들 족족 좀 많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이겠지요.
시험공부를 할 때도, ‘시험이 뭐 얼마나 나온다면 나오겠어? 걍 내가 공부한 것들이 다 나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지라 어느정도 선에서 시험공부 하는 것을 그만둡니다.
아직까지 대학입시의 쓴 맛을 못봐서인지 대학 가는 것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중간고사도 아직 안봤으니, 못봐도 2~3등급은 나오겠지 라는 생각도 하고요.. 진짜 글쓰다 보니 저가 지금까지 생각한 것도 정말 ㅈ같네요..
엄마도,
대학 가는 것을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하십니다.
엄마한테 반항심 같은 것이 들어서인지 전 또, 그걸 뒤틀려서 듣고 있고요.
방금전에, 엄마하고 얘기를 하고왔습니다.
엄마한테,
저는 공부에 그닥 흥미가 없다..
라는 말을 하니까
‘그럼 지금부터 고등학교 자퇴하고, 일해! 일해서 너 스스로 돈벌고 해. 어차피, 고등학교부터는 의무 교육이 아니야.’
정말, 저 고등학교 자퇴해야 하는 것일까요?
전 진짜 말로만 듣던 자퇴를 진짜 저가 심각하게 고려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졸로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막막하고요..
처음으로 판에 글쓰려다 보니까 저가 생각해도 너무 두서가 없고 횡설수설했네요ㅜㅡㅜ
톡커님들..
글이 길다고 그냥 스크롤 내리지 말아주세요...
저한테는 진짜 너무나 심각한 고민이거든요.. 요즘 이 문제 때문에 잠도 못자고 계속 악몽에 시달립니다.
진심어린 충고 부탁드립니다.
저한테 쓰디쓴말 다 좋구요..
제발, 생각없는 악플만은 달아주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