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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서운 세상◆ 답십리역 고마운 전철남

답십리역女 |2011.03.14 02:14
조회 12,999 |추천 91

항상 눈팅만 했었는데 제가 이런 걸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보면 오래 전부터 대세는 음씀체 였고, 재밌게 잘 쓰시던데 전 영 어색해서...

 

그냥 편한대로 쓸게요.

 

뭐... 깔깔대며 쓸 만큼 재미있었던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전철남 운운 하는 류의 글을 보면 대부분은 과장이 더해졌거나

 

혹은 뻥이라고 생각했는데... 괜한 의심병이었나봐요.

 

세상엔 [별 놈]도 있고, [별 님]도 있더군요.

 

살다보니 참 별 일이 다 일어나긴 합디다만, 별 일은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답십리역.

 

12일 토요일 오후 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이라 올림픽공원에 사진찍으러 가려던 중이었어요.

 

아는 분과 2시 반에 몽촌토성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검색해 보니 천호역에서 갈아타고 가도 17분 거리.

 

볼 일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더라구요.

 

답십리역은 계단이 가운데에 있어요.

 

평소 출퇴근 할 때 전철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낮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몰라도 꽤나 한적한 편이더라구요.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와 무심결에 직진해서 오른쪽 끝으로 가다가

 

왠지 그쪽에 있기 싫어서 반대쪽으로 돌아서 걸어갔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감이라는 게 참 묘한 것 같아요.

 

그땐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는데 왜 괜히 기분이 이상해서 반대쪽으로 갔는지...

 

마침 전철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어차피 시간이 너무 많이 남고 하니 그냥 보내버렸요.

 

답십리에 들어오는 천호방향  5호선은 상일동행과 마천행 두가지 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 몇몇 사람들이 남았죠.

 

아마도 그때 들어온 열차가 마천행 이었을 거에요.

 

천천히 왼쪽 끝으로 걷다보니 왼쪽 끝에서 두번째 벤치가 비어있기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더워서 벗은 재킷을 오른쪽에 두고 책을 봤어요.

 

약속시간보다 너무 일찍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렇게 조금 시간을 떼우다 시간 맞춰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상일동행 열차가 도착하자 옆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떠났습니다.

 

검정색 패딩 조끼를 입은 누군가 서성이긴 했지만 별 생각 없었어요.

 

열차가 떠난 뒤 잠시후 어떤 남자분이 와서 제 왼편 벤치(전철역 왼쪽 가장 끝자리)에 앉았어요.

 

편의상 이 분은 '남학생'이라 하고, 서성이는 남자는 '조끼남'이라고 할게요.

 

남학생은 여자친구랑 통화하는지 다정다감....

 

뭐,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구요;; 워낙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다 보니 울려서...

 

그 와중에 조끼남은 왔다리 갔다리...

 

책보는데 자꾸 앞에서 서성이니까 좀 산만해서 신경쓰인다고만 생각했지

 

조끼남이 전철을 타지 않은 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천행 상일동행 둘 다 지나쳤....

 

그건 뭐, 나처럼 시간이 남는다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사실은 이렇거나 저렇겠지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의식하지 못했다랄까...

 

조끼남이 왼쪽 끝까지 갔다가 돌아서 내앞까지 왔다가 다시 왼쪽으로 걷다가를

 

몇번 반복하더니 내 앞에서 움찔움찔 하다 제 옆에 앉았어요.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느라 왔다갔다 한 줄 알았지

 

그때까진 설마 날 따라왔으리라곤 전혀 생각치도 못했어요.

 

누군가 따라올 만큼 예쁜 것도 아니고, 변태를 유혹할만한 야한 차림도 아니었거든요.

 

평소 전 겁이 없는 편이라 가끔 변태나 성추행범을 만난 이야기를 보면

 

왜 그렇게 나약한가...라고 생각했어요.

 

도움을 요청하거나 소리를 질러버리던지, 힘껏 킥을 날려버리거나...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누군가 날 터치하면 멱살을 잡고 흔들어 버리고,

 

찐득한 시선을 보내면 자신있게 "뭘 봐?" 라고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아무튼.................... 그렇다 치고

 

난 옆에 사람이 앉기에 별 생각 없이 오른쪽에 벗어 두었던 재킷을 치워주었습니다.

 

전철역 벤치는 넉넉~~~하게 띄엄띄엄 앉아도 세명은 앉잖아요?

 

꼭 자리가 좁아서가 아니라 예의상 옆에 둔 짐을 치워준 것 뿐인데

 

치우자 마자 이사람, 재킷을 두었던 가운데로 훅 다가오는 겁니다.

 

그땐 겁먹었다기 보다, 그냥 헐. 하는 정도?

 

그런가 보다 하고 책을 보려는데 자꾸 곁눈질하는 것 같아 기분나빠서

 

학생이 앉아있는 왼쪽 벤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때만 해도 제가 오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마자 또 제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앉는 거에요.

 

대략 이런 ... -_-'' (발그림 미안요;;)

 

 

 

 

내가 옮겨 앉은 벤치와 조끼남이 앉은 벤치 사이에 간격이 있긴 했지만

 

갑자기 확 불안해 지는 거에요.

 

옆에 사람이 있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너무 노골적으로 옆으로 붙는 것 같아서...

 

내가 뭐 이쁘고 잘나서 평소에도 어딜 가나 시선을 한몸에 받고

 

길을 걸었다 하면 너도나도 침 쥘쥘 흘리며 따라다녔다거나

 

내 번호를 따가고 그랬다면야 아... 또 언놈 하나 내게 반했나 보다 했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외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더더구나 그날 내 옷차림이 짧은 스커트나 몸매가 드러나는 스키니도 아니었고,

 

더워서 재킷은 벗어두긴 했지만 거의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에

 

가디건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변태를 부르는 차림새는 전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남자들의 패티시즘을 자극하는 스타킹이나 하이힐을 신은 것도 아니고

 

-_-... 그래서 그땐 겁이 났다기 보다 얘는 뭥미? 라는 기분이었달까...

 

왜그러냐고 따지자니 내게 뭘 어쩐 건 없어서 참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자리를 옮기고 난 뒤에도 자꾸 흘깃거리기에 왼쪽에 앉은 남학생을

 

계속 쳐다봤고, 그도 제 시선이 느껴졌던지 돌아보더라구요.

 

제가 눈짓으로 싸인을 보냈더니 말은 안하고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표 안나게 남자쪽을 가리키며 도움을 청하자 저와 자리를 바꿔 주었습니다.

 

남학생이 저를 가리는 위치에 앉자 조끼남이

 

벌떡 일어나서 왼쪽 끝 (그림의)출입구 1쪽으로 가버렸어요.

 

왜 그러냐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언제부터 쫓아왔느냐 묻더군요.

 

그건 모르겠다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꽤 오랫동안 전철도 타지 않고 서성였던 것 같았어요.

 

정말 다행히도 친절한 남학생이 어디까지 가느냐 물어서 일단 천호로 간다했는데

 

본인도 천호까지 간다며 옆에 있어 주겠다네요.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어쩌면 내 지나친 추측일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

 

곧 다음 열차가 왔고, 조끼남은 왼쪽 맨 끝 출입구 1에서,

 

나와 남학생은 가운데 출입구 2, 혹은 3으로 탔어요.

 

경황이 없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사실 조끼남이 자리를 뜨고 난 다음부터는 완전히 안심이 됬어요.

 

남자와 함께 있는데 설마 계속 쫓아오겠나 했죠.

 

출입구 바로 오른쪽에 자리 하나가 있어서 내가 앉았고,

 

학생은 다른 곳에 빈자리가 있었는데도 제 앞에 서 있어 주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조끼남을 감시해 주었습니다.

 

"계속 쳐다보는데요?"

 

학생 말에 조끼남쪽을 봤더니, 정말 내가 볼때마다 눈이 마주쳐서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그리고 처음엔 왼쪽 출입구에 있던 조끼남이 조금씩 가까워졌어요.

 

내가 예민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르기만 그때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왜 전철을 타지 않았나... 언제부터 쫓아온걸까...

 

전철역에서부터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동네에서 부터라면 집 근처를 알고 있지는 않을까...

 

이 남학생이 없었더라면 어떡했을까...

 

남학생이 같이 있어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오며 쳐다보자

 

안되겠던지 학생이 가는 곳 까지 데려다 준다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습니다.

 

약속이 있는 것 같았는데 일부러 전화로 약속까지 미루고...

 

정말 남 일에 관심 없는 요즘에도 이런 학생이 있다는 게

 

참 고맙고 다행이었어요.

 

더더구나 통화 내용으로 보아하니 천호역에서 교수님과 만나기로 했던 것 같던데...

 

교수님께 기다려 달라고까지 하곤 끝까지 같이 가 주겠다더군요.

 

학생!!!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ㅜㅜ

 

문득 내가 약속시간보다 너무 일찍 출발한 게 떠올라서 만나기로 한 분에게

 

연락을 해 봤지만 역시나 제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려야겠더라구요.

 

혹시나 집까지 따라올까봐 이대로 돌아가기도 무섭고

 

그렇다고 혼자 기다리는 것도 무섭고... 일단 빨리 와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조끼남이 안보였습니다.

 

학생에게 내렸냐고 물었더니 뒤에.... 있대요ㅜㅜ

 

내 앞에 서있는 학생에게 가려서 몰랐는데 통화하는 동안 어느새 제 앞에....

 

마침 왼쪽 다른 곳에 빈자리가 났고, 학생이 같이 앉아있자고 날 데리고 갔습니다.

 

조끼남 쪽으로 시야가 확보 된 남학생은 맞은편에 있는 조끼남을 계속 감시하며

 

조끼남에게 다 들리도록 요즘 정말 이상한 놈들 많다며

 

제 대신 버럭 해 주면서 절 안심시켜 주었어요.

 

그리고 끝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조끼남은 본인이 내릴 때가 되어서 인지

 

아니면 끝까지 데려다 준다는 남학생의 말에 포기한 건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남학생이 그 말을 한 뒤 바로 그 역에서 내려버렸습니다.

 

내 과대망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남학생도 자기가 같이 없었으면 계속 따라왔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면

 

완전히 괜한 걱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조끼남이 내리고 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나버렸습니다.

 

물론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이 학생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정말 오싹했거든요.

 

사실 전 평소에 참 겁이 없어요.

 

오히려 쓸데없이 너무 용감한 게 탈이었어요.

 

성격도 선머슴아같아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도 몰랐지만

 

이깟 일에 겁먹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느닷없이 눈물흘려서 그 남학생 당황했을텐데 미안요'';;

 

가만생각해보니 부끄럽....ㅜㅜ

 

천호역에서 같이 내렸는데 조끼남도 이미 내리고 없겠다...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곤 헤어졌습니다.

 

솔직히 맘같아서는 나 무서워서 돌아버리겠으니까

 

약속장소까지 같이 가 달라고...

 

일행 만날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까지 하고 싶었지만-_-

 

어찌 그래요ㅜㅜ 교수님 죄송하지만 조금 늦을 것 같아요~~라고

 

통화하는 걸 들어버렸는데...;;

 

그땐 정말 너무 경황이 없었는데 고맙다고 음료수라도 하나 뽑아 드릴 걸...

 

고맙다는 말 밖에 못했네요.

 

사실 그 상황에서는 그런 저런 생각할 정신도 없었지만요.

 

자기 누나가 스물 여덟인데 누나같아서 걱정되서 그런다며

 

앞으로 그런 일 있으면 당황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거나 신고하라고 했는데...

 

사실 그렇잖아요.

 

정작 그사람이 내게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했던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신고하기가 참 애매하잖아요.

 

그리고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요즘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난 내가 학생 곁에 있으면 그 조끼남이 다른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리를 피하거나 최소한 따라오는 것과 흘깃거리는 것을 멈출 줄 알았거든요.

 

끝까지 데려다 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휴........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네요.

 

그때를 떠올리자니 지금도 무서워서 자꾸 횡설수설 하게 되고 글이 두서가 없어요.

 

톡이 되고싶다거나, 관심 끌고 싶어서 쓰는 글은 아니구요.

 

혹시나 그 학생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정말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지금 내가 무사히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모두 그 학생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실 지금도 너무너무 무서워요.

 

내가 처음에 갔던 오른쪽 끝에 있었더라면 누군가 날 도와줄 사람이 있었을까...

 

그리고 전철을 두 대나 그냥 보내지 않고 탔더라면....

 

그땐 그 학생도 없었는데 그때 조끼남이 따라 붙었더라면...

 

정말 너무 끔찍해서 상상도 할 수 없네요.

 

게다가 낯선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동네에서 만난 사람이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또 마주치지는 않을까...

 

그땐 또 어떡해야하나...

 

원래 평소에도 전철 잘 타지 않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답십리역 근처에도 못 갈 것 같네요.

 

어쩌면 나의 생명의 은인이었을지도 모르는 멋진 남학생.

 

학생처럼 멋진 사람이 있어주어서 너무나 고맙고 다행이에요.

 

그땐 너무 경황이 없었는데 내가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를 거에요.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감사해 하고 있어요.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다 마주쳐도

 

얼굴은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학생의 친절과, 용기는 정말 대단했어요.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정말 고마웠어요.

추천수91
반대수1
베플|2011.03.14 23:20
아.. 훈훈하자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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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정영이|2011.03.15 00:13
제가 아는사람인것 같아서 로그인하고 답 써요 혹시 키좀크고 안경안쓰고 ..아 꼈다 벗엇다 하는데 우선 키 180정도 되고 마르지는않은 ㅎㅎㅎㅎ귀엽게 생긴 남자분맞나요..나이는 20대 중반ㅋ 아니면할수없구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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