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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9) 시게투에서의 내 마음

조용석 |2011.03.14 20:38
조회 2,654 |추천 8

 

 올해부터 대학교 새내기가 되었습니다.

 나이 스물 일곱 먹고 어린 애들이랑 놀려니까 돈만 쓰게 되네요..

 이제 술 사먹는데 돈 다 써서 더 이상 놀지도 못 하니까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편씩이라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체화 보기 :
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 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 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 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 루마니아 여행기 (5) 부카레스트 관광 루마니아 여행기 (6) 안드레아를 만나다 루마니아 여행기 (7) 고마워요, 안드레아! 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인연 루마니아 여행기 (9) 시게투에서의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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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첫걸음 모임은 바이아 마레 시내에 있는 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점심에 식당에서 만난 사람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루마니아에서 살고 있는 변화의 첫걸음 회원들이라고 한다. 5개월 동안 세계를 돌며 리더십 프로그램을 한다고 말할 때에도 느꼈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보니 잘 조직된 단체라고 생각했다.
우선 다같이 둘러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나갔다. 베트남에서 온 냣의 진행으로 간단한 게임을 통해 소개를 했는데, 한명씩 돌아가며 이전 이름을 차례대로 말하고 자기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마지막에 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모든 이름을 말해야한다! 재미로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사람들의 이름을 쉽게 익혔다.
바이아마레 지역 신문에는 action for life를 환영하는 기사도 실렸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 시간.  ‘용석’ 이라는 이름이 외국인들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난 ‘조’라고 소개했다.
간단한 연극을 통해서 변화의 소중함을 혼신의 연기로 보여준 알렉스와 루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공유하기도 했다. 사진은 오늘 모임의 시니어 쉴라
영어가 난무하는 공간 속에서 있었기 때문인지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생각을 나누는 일은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모두가 잘 아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처음 모습을 보인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유일한 특기인 기타를 매개체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루마니아에 오면서 아무 악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후회한다. 언어의 장벽이 느껴질 때에는 음악만큼이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비록 내 짐이 늘어나서 불편해도 많은 사람과 마음 대 마음으로 친해지고 싶다면 작은 악기라도 하나 가져가는 편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다...
한창 사람들과 기타를 치면서 놀고 있었는데 문뜩 희진씨가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두 발을 다소곳이 모아두고서는 나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희진 : (자랑스럽게) 저 신발 샀어요!
갑자기 이 한밤중에 웬 신발을 샀다는 소리? 아니 그보다 중고 같은데..
용석 : (형식적으로) 와.. 신발 예쁘네요.. 근데 갑자기 웬 신발이에요? 희진 : 저 쪽에 세컨 핸드샵 물품을 갖고 온 사람이 있어요! 용석 : 세컨 핸드샵이요? 그게 뭐죠? 희진 : 일종의 중고시장이에요. 가격도 무지 싸요!! 용석 : (좋겠다) 부럽네요... (내 신발을 내밀며) 전 신발이 불편해 죽겠어요..          날씨가 추울 것 같아서 일껏 어그부츠 사서 왔는데 너무 안 편해요.. 희진 : 어? 아까 보니까 남자 신발도 몇 켤레 있던데.. 한번 보실래요?
신발을 사야해!
이거다!! 드디어 족쇄보다도 더 불편하던 부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나는 사람들에게 기타를 가려주고 있었던 사실도 잊은 채 신발을 사러 갔다. 알 수 없는 말로 떠들다가 갑자기 뛰쳐나간 내 뒷모습에 얼마나 당황했을까..
2층 로비에는 산타 할아버지 선물 꾸러미 같은 보따를 든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가 파는 물품들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중이었다. 마침 남성용 등산화가 하나 있었는데 연욱씨는 자신에게는 너무 크다고 했다.
동화 속 신데렐라가 왕자님이 들고 온 유리 구두를 신는 기분이 이랬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신발에 발을 집어넣는데 빨려가듯 쏘옥 들어가는 내 발.. 게다가 등산화라서 그런지 무지무지 편하다! 어그부츠따위하곤 비교가 안돼!
아아.. 그래, 이 기분이야...
용석 : (상기된 목소리로) 큿 코스타? [얼마에요?] 상인 : #@$%$@$#@#
아.. 맞다. 난 아직 ‘얼마에요?’ 만 물어볼줄 알지 그게 얼마인지는 모르는구나..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디애나가 친절하게 16레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16레이면 약 6,400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사 가격이기에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직 창창하게 남은 여행 일정을 생각한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액수였다.
그렇게해서 구입한 등산화! 이제 지긋지긋한 어그부츠와는 작별이다!
사람들과의 수다 시간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던 찰나 연욱씨가 다가왔다.
연욱 : 숙소는 정하셨어요?
아.. 맞다.. 이 분들이 저녁에 프로그램에 오라고 했지 재워준다고는 안 했구나..
용석 : (난감하지만) 아, 아니요..  연욱 : (헐랭) 어?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용석 : 그냥 이 주위에 호텔 많으니까 아무거나 하나 잡아서 자려고요. 연욱 :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저희는 이 학교 기숙사에서 자거든요.          여자 방에 침대가 하나 남으니까 그거 저희 방으로 옮겨서 주무실래요?
빙고!! 그래 ㅋㅋㅋ 이거다 ㅋㅋㅋ
용석 : (급화색) 아, 정말요? 그럼 저는 정말 감사하지요~           근데 굳이 침대를 옮겨올 필요는 없을 거 같고요, 저는 침낭이 있거든요..           바닥에 침낭 깔고 자면 괜찮을 거 같아요. 연욱 : 바닥이 조금 차가울 수 있는데.. 어제 자보니까 난방은 잘 되어있더라고요.          일단 한번 가보시고 춥겠다 싶으면 제 말대로 침대 옮겨서 자도록 해요.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시작되어 점심도 사주시고 이렇게 잘 곳도 마련해주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분들이 고맙게 느껴졌던 것은 이런 대접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방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닐까?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 친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실천하는 양심’이라는 문구를 걸고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상도 같지 않을까?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에게 베푸는 마음을 우리 삶에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처음에는 그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불과 그들과 몇 시간 함께 지낸 것만으로 나는 그들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노래하며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왼쪽부터 희진, 냣, 연욱, 솔로몬, 알렉스, 쉴라, 루 사진에는 없지만 디애나, 모그단, 낸돌, 라루카, 소냐, 미헬라, 산드리아, 댄.. 모두모두 좋은 친구들이었다
함께 묶을 Action for Life 분들과 함께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서 짐정리를 하고 모그단이 잘 아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다고 하여 저녁을 먹으러 그곳으로 갔다.
고급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가격이 조금 있어 보였지만 모그단은 걱정말라며 봉사활동을 하러 외국에서 온 것이기에 조금 할인해줄 거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묵고 학교 기숙사도 그런 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베풀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공인받을 수 있는 선(善)이라면 여러 곳에서부터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진심이기에!
내가 함께 묵었던 학교 기숙사. 전혀 춥지 않아서 침낭만 깔고 자도 충분했다.
저녁 식사는 다양한 빵과 화이트소스로 맛을낸 치킨 스테이크! 이것까지 대접하겠다는 action for life 분들께 너무 죄송해서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고 25레이 (약 10,000원)을 냈다.
그들은 오늘 프로그램에 대해서 평가하고 내일 일정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도  앞으로 3개월이나 남은 일정에 대해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날은 이제 열흘 정도. 나는 그 열흘을 어떻게 보내야하는 걸까?
기숙사로 돌아와서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바로 잠잘 준비를 하였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분들의 하루는 누구처럼 맥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라지에이터 바로 옆에 침낭을 깔아서 따뜻하게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그래도 치킨과 맥주가 없는 오늘밤은 싫어..
다음날 아침 8시.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라 부담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더 늦잠을 자고픈 냣을 다독이면서 우리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연욱씨는 아침에 30분 정도 Quite Time이라는 명상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어제 하루 동안 있던 일을 정리하면서 무얼 느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나로써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시간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 아직 그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겠지만 분명 옳은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의아하기만 했던 그들의 방식에 조금씩 공감해가는 나의 모습이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하고 싶은 나의 창작욕이 결국 의미하는 것이란? 사회 운동을 한답시고 제도권에 대한 저항만 하는 나에게 필요한 모습이란? 무엇보다도 알렉스와의 우연으로 시작된 이 인연이 내 삶에서 뜻하는 것은?
Quite Time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빵과 치즈 등으로 아침을 먹었다.
관공서에서 만난 이오아나의 말대로라면 11시에 시게투로 가는 버스가 있다. 이 분들에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으니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지. 모두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연욱씨는 나에게 명함 한 장과 책자 하나를 건넨다.
연욱 : 제 명함이에요. 여기 메일 주소도 있고 한국 사무실 전화도 있으니까          돌아가면 이쪽도 한번 연락해보세요. 인연이 계속 닿았으면 좋겠네요. 용석 : 네, 꼭 그럴게요. 남은 일정도 잘 보내시고요. 연욱 : (책자를 보이며) 그리고 이건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회의 팜플렛인데요,          아마 2월 1일까지 이 회의에서 일할 인턴을 모집하고 있을 거에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지원해보세요.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한국 귀국날짜가 1월 22일이니까 돌아가서 바로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채용만 되면 비행기 삯만으로 스위스에 한달 정도 머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분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아침 10시. 버스 정류장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으니 서둘러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가는 길에 우체국이 있으니 잠깐 어제 쓴 엽서를 보내야겠다. 그렇게 모두들과 이메일과 페이스북 계정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action for life 친구들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한다.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어야했지만 이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어그 부츠를 신지 않아도 되니까!! 등산화가 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나의 여행을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마음껏 루마니아를 즐겨야지!
아무도 날 막을 순 없으셈!!
우체국에 가서 엽서 3장을 9.6레이 (약 3,800원)에 한국으로 보내고는 딱 맞게 정류장에 도착하여 ‘시게투 마르마찌에’라고 적힌 버스에 올랐다. 관공서의 이오아나는 12레이라고 했지만 요금은 10레이(약 4,000원)이었다. 아마도 소형버스라고 더 싼게 아닐까 싶었는데 나로써는 어찌되든 좋은 일!
인상 좋은 기사 아저씨는 나의 큰 배낭을 보고는 트렁크를 열어 실어주었다. 시게투까지는 약 1시간 30분. 그러고보니 버스로 도시 이동을 하기는 처음! 그리고 이렇게 대낮에 움직이는 것도 처음이니 차창 밖 풍경을 맘껏 봐야지.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도 루마니아 특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건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시게투 마르마찌에로 향하는 소형 버스!
버스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정각에 출발하였다.
마치 강원도 산길 도로를 가로지르는 듯했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만 느껴졌다. 뜨문뜨문 나타나는 산속 마을은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와는 대조적으로 교요했다. 지금 내가 향하는 곳도 나름 시골이라면 시골이지만 더욱 조용한 곳도 가보고 싶다. 보다 루마니아의 심장과 가까운 곳으로 가보고 싶다, 그 고동을 느껴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27년째 도시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군대 2년 역시 도시에서 보냈으니. 더구나 내 지역 기반인 노원구 상계동은 아파트들로 가득 차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런 곳에서 자라온 나에게 자연이 주는 의미는 단순 설렘 이상의 해방이이지 않을까? 낯선 곳 중에서도 더욱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나의 마음 여기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차창 밖 풍경을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루마니아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까 지구는 하나라는 말이다.
버스 역시 히치하이킹의 대상이다! 길 가다가 손을 흔들어 세우는 사람들...
쉴 새 없이 달린 버스 덕분에 시게투 마르마찌에에 12시 30분에 도착하였다. 정류장이 아닌 일반 거리 위에서 내린 까닭에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야하는데... 근데 이제는 그런거 안 하기로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길을 잃는게 더 힘들겠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면 큰 건물 나올테고 그러면 지도랑 쉽게 비교되겠지.
처음 여행을 떠났을 떄에 비해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진게 스스로에게도 느껴졌다. 이 곳에서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길리 없다는 막연한 확신감도 한 몫한 것이겠지만, 우연한 만남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보다 더 자유롭게 여행을 하면서 내게 던져지는 일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젠 낯선 거리라고 해서 겁 먹지 않는다. 되레 그 낯선 기분을 즐길 게 되었다.
산길 끝에 있는 마을이기 때문일까? 이제껏 있었던 바이아 마레와는 공기가 다르다. 조금 습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고 확실히 이전에 있던 곳보다는 약간 쌀쌀한 것 같다. 그래도 루마니아에 있는 동안은 날씨가 워낙 좋아서 걱정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는 다른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처음 와본 이 곳을 활보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David's Pub 이라는 술집 식당이 눈에 보인다. 펍이다.. 펍.. 앞에는 한 입간판이 놓여있고 뭐라 적혀고 끝에는 10레이 (약 4,000원)이라고 쓰여있다. 그러고보니 가이드북에서 10레이 점심메뉴가 있는 가게가 있다는 걸 봤었는데, 거기가 여기인가 보지? 좋아, 들어가자! 당찬 발걸음으로 가게로 개념 입장!!
헐.. 근데 나에게로 모두 시선 집중..
작은 마을에 웬 동양인 하나가 당차게 들어오니 갑자기 가게가 조용해진다. 모두가 나만 바라본다.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오늘의 이 반응은 가장 부담스럽군. 점심시간인 탓도 있겠지만 이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에 뭐 이리 많은 사람들이 있지..
그 정적 속에서 바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건넨다.
남자 : (반갑게) 어이, 친구!! 어서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조르지
가죽 자켓에 아이폰을 들고 커피를 마시다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 사람은 조르지. 넉살 좋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반갑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용석 : 안녕! 한국에서 온 용석이야. 조르지 : 오, 한국! 남쪽이겠지? 난 조르지야. 여긴 어쩐 일이야? 용석 : 방금 바이아 마레에서 왔어. 여기서 점심이나 먹으려고. 조르지 : 아직 점심 안 먹었구나. (웨이터를 향해) 여기 메뉴 좀 갖다줘! 용석 : 나 그거 먹으려고. 점심 메뉴! 조르지 : (뭔 소리야) 응? 그래, 점심 먹어야지. 용석 : (얜 또 뭔소리야) 어, 그래. 그 점심 메뉴. 조르지 : (뭔 소리냐고) 그래, 점심 먹을건 아는데 뭘 먹을 거냐고 용석 : (어.. 어.. 뭐지..) 그러니까... 그 점심 메뉴 있잖아.. 조르지 : (메뉴판을 보이며) 뭘 먹어야할지 모르겠다는 거야? 내가 골라줘?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황급히 가이드북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David's Pub에서 파는 10레이 런치 메뉴 설명부분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그런거 없다 ㅋ
10레이 점심 메뉴를 파는 곳은 이 곳이 아니라 다른 식당이었다. 입간판에 적힌 10레이라는 것만 보고 제대로 확인 한 것인지 실수였는데,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조르지를 만난 것을 과연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조르지가 관심을 보였는데 ‘나 다른데에서 먹을래’ 할 순 없지!
용석 : (상황 접수!) 그래! 네가 골라줄래? 난 아무거나 잘 먹어. 조르지 : (메뉴판에 집중하며 웨이터와 루마니어로 상의까지 한다)              치킨이랑 감자, 샐러드 괜찮지? 맥주라도 마실래? 용석 : (그래! 맥주!) 물론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조르지 : (웃으며) 그래, 무슨 맥주 좋아해? 루마니아 맥주? 용석 : 울서스랑 츅이 맛있던데.. 오랜만에 울서스를 마셔볼까?           너도 한 잔 할래? 조르지 : (손사래치며) 나는 괜찮아
어제는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된 action for life 사람들로 즐거웠는데 오늘은 실수로 만든 우연이 즐거운 하루를 만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르지는 날 보며 계속 웃음 지었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친구, 재미있을 것 같아' 하는 기대로 가득찬 생각 말이다.
그동안 너무 츅만 축낸 것 같아서 오랜만에 울서스 한잔! 나는 절대 편애하지 않는 박애주의자임을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 그러니까 제발 카라 다섯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고 묻지 좀 마...
조르지가 골라준 나의 화려한 점심 메뉴... 녀석, 자기가 계산해줄 것도 아니면서 많이도 시켰네.. 식사 + 맥주 2병이 총 28레이 (약 9,600원) 좀 비싸다!
그래도 덕분에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었던 어제의 욕망이 사라졌다!
 조르지 : 근데 루마니아에는 어쩐 일이야?  용석 : 응? 그냥 여행 왔어. 남들이 잘 안 가는 곳에 가보고 싶었거든.  조르지 :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런 여행 좋지!                그리고 그런 여행에 이 곳 시게투 마르마찌에는 최고의 장소지.  용석 : 응, 나도 방금 왔는데 마을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  조르지 : 이전에는 어느 도시에 있다가 온건데?  용석 : 바로 이 근처, 바이아 마레에서 왔어. 그래도 여기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조르지 : 아무래도 바이아 마레는 마라무레슈주의 주도(州都)니까 그렇겠지.              그래도 마라무레슈 지방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에 어디든 좋다고 생각해.
 정말 나도 여행의 큰 거점을 마라무레슈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울 정도다.  마라무레슈 지방이 아닌 곳은 처음 도착했던 수도 부카레스트뿐이기는 하지만  이 곳에 온 이후로는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다, 단순히 내가 운이 좋아서 아니다.
 나는 밥을 먹고 맥주 몇 잔을 더 마시면서 조르지에게 여행 정보를 물었다.    용석 : (가이드 북을 펼쳐 보이며) 조르지, 혹시 이 호스텔 알아?  조르지 : (책을 한창 보더니)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잠깐 기다려봐..
 조르지는 내 가이드북을 갖고 가더니 이 자리 저 자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그 숙소의 위치를 대신 물어봐주었다. 얜 또 뭐 이리 친절해!!  옆테이블 사람이 아는지 이리 저리 손짓을 하며 조르지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 사람에게 설명을 듣고 온 조르지는 나에게 친절하고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조르지 : 여기서 가깝대. 그냥 이 길로 쭉 가면 돼. 한 5분 정도?
 일단은 짐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조르지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 방학을 맞아 고향에 와있는거라고 했다.  평소에 별 일 없으면 항상 이 술집에 있으니 자주 보자고 인사를 나누었다.  이르면 저녁에 다시 한 번 보자고 말을 꺼내고는 일단 나는 숙소로 출발!
조르지가 단골 손님, 아니 하나의 가구로써 존재하는 David's Pub
 조르지 말대로 내가 묵을 숙소는 큰 길을 따라서 조금만 가니 곧 찾을 수 있었다.  가이드 북에 의하면 이 곳 도미토리 룸은 약 20레이 (약 8,000원)로 묵을 수 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지금 손님이 있을 시즌이 아니라서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문 열어주세요 ㅠㅠ
 아무도 없는게 아닌가!! 비수기라고 아예 운영하지 않는 것인가!!  허탈한 마음에 숙소를 계속 배회하는데 옆집에서 한 할아버지가 나온다.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여기 아무도 없나요?' 묻어보았지만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그저 계속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마도 영어를 하시지 못 하는 모양인데 내 가방을 가리키시더니  잠겨있던 숙소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 이 곳 주인이셨던 거였나?  계속 웃으시면서 내 머리카락과 가방을 가리키는 주인 할아버지.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 왔수? 여기서 묵으려고?' 란 의미 아니었을까?
 말이 생판 하나도 안 통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같이 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이전에 만난 사람들은 아주 조금은 영어를 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일을 볼 수 있는 대상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도미토리룸에서 자겠다고 말을 해야하고  여기서 2박 3일동안 묵을 예정이라는 내 의견을 말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손짓 발짓을 해도 서로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아.. 어쩌란 말이냐..
 하지만 어느새 여행을 떠난지 일주일이나 된 나는 당황할줄 몰랐다.  이 아저씨 역시 항상 웃음으로써 나를 대했기 때문에 기분 나쁠 일도 없었다.  막상 '도미토리룸'과 '3일'만 전하면 말이 통할줄 알았는데 그조차도 어려웠다.    우리는 서로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의견을 잘 주고받을 수 있을까 잠시 쉬다가  주인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바꾸어줬다.  수화기 건너에는 한 여자가 할아버지의 딸이라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용석 : 도미토리 룸에서 3일 밤을 묵고 싶어요!  여자 : 미안하지만 지금은 원룸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   용석 : 네? 저는 그러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은데.. 원룸을 얼마인데요?  여자 : 하루에 40레이 (약 16,000원)이에요.  용석 : 도미토리에 비해서 너무 비싸네요.. 이틀이나 묵는데 좀 깎아주면 안 돼요?  여자 : (웃으며) 여행 다녀보셔서 아시잖아요. 하루에 40레이면 엄청 싼거에요..
 여자의 말은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곳은 도미토리만 40레이쯤이니까.  이 숙소가 아닌 곳에 도미토리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에게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그저 이 곳의 원룸에서 묵느냐 마느냐 뿐이었다.  하지만 원룸에서 1박이 40레이면 큰 부담은 없으니까 사치 좀 부려볼까?
하루에 40레이짜리 방. 그 가격에 이정도면 엄청 좋은 편이다!
화장실은 물론 샤워실까지 딸려있다. 40레이에서 깎아달라고 한 내가 미안할 지경..
손님이 없는 시기라서 그런지 주인 할아버지께서 개인적으로 쓰고 계셨던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침대 시트를 새로 갈아주고 자신이 쓰고 있던 책상을 정리해주셨다.  별 다른 말을 할수는 없었지만 항상 웃으면서 날 챙겨주는 듯한 손짓이 좋았다.  친절한 그 마음씨에 나는 벌써부터 이 곳에서 포근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간단히 짐정리를 하고 오늘의 여행 코스를 계획해보려고 했으나,  술집에서 조르지와 떠들다가 숙소 문제를 해결하느랴 생각보다 시간이 늦었다.  동절기이기 때문에 웬만한 곳들은 4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후 2시가 넘은 지금 이 시간에 많은 것을 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게투 마르마찌에서 가장 유명한 공산주의 시절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에 가는 것을 오늘의 주요 목적으로 세우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오늘 관광은 그정도로 하고 그 이후 시간에는 산책을 하든 술집을 가든가 해야지.  카우치 서핑이 아닌 숙소에서 묵는 일정은 오늘이 처음이기에 기대가 됐다.
휴대폰 루마니아 사전을 이용하여 이 쪽지를 주인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웃으면서 알겠다며 손짓하는 주인할아버지!
밖에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 좀 빌려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빌려주신 꽃무늬 우산!
숙소는 너무나 한적한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공산주의 정권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 마을이 조그마한 이유도 있겠지만 꼭 와보고 싶어서 눈여겨 보았었다.  자신의 신념을 지기키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그 사람들의 숨결을 꼭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 앞에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지 스스로를 보고 싶었다.
 다행히 다른 관광객들도 있어서 조금은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체로 비수기에 여행을 할 때에 이런 곳에 오면 관광객은 나뿐이라서  나 하나만을 위해 박물관을 열고 관리해야하는 사람들한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조금은 여유있게 이 곳을 즐기기로 했다.
교도소를 기본 컨셉으로 각 방마다 테마를 담고 있다.

공산주의 정권에 반대한 학생들의 활동 지역도 볼 수 있다.
그 시대에 저항한 여자 활동가들의 이름들로 빼곡히 채워진 방도 있었다.
또한 정치범들이 교도소 안에서 어떤 여가 활동을 했는지도 볼 수 있고
신념의 자유를 위해 끊임 없이 방송을 했던 내용도 들을 수 있다
나도 내 신념이 위협 받으며 저 옷을 입을만큼 당당해질 수 있을까?
 총 3층의 규모로 꾸며져 있는 이 곳은 각각의 테마를 잘 담아내고 있을뿐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영어 해설지도 있었기 때문에 각 방의 의미도 잘 알 수 있었다.  루마니아 공산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오지 않아서 후회했던 나에게는  조금이나마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분명히 개인은 사회에 속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의 신념과 개인의 신념이 부딪힌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모두의 생각과 선택은 존중되어야한다는 기본적인 이념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들이 끝까지 자신의 뜻을 져버리지 않고 저항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걸까.
박물관 밖에는 그들을 기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작은 무덤 안에 쏟아지는 햇살과 초를 세울 수 있다.
또한 교도소 외벽처럼 꾸며둔 울타리와 그 밑에서 자유를 향해 손짓하는 조형물은  왠지 모르게 나의 심장을 또 한 번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어느새 박물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씁쓸한 마음을 끝내 버리지 못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시게투 마르마찌에의 거리를 목적 없이 걸었다.  그 사이 조금씩 해는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거리는 한적함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시게투에도 많은 교회들이 있었다. 정치적 산물을 봤으니 이젠 종교적 유산을 볼까?  교회는 언제라도 열려 있었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찾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정치적 신념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듯 종교적 선택도 그럴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텐데..
누군가 끊임 없이 저항하면서 고통 받는 사이에 그의 벗들은 이 곳에서 끊임 없이 기도했겠지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이 곳 교회들도 전부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시게투 마르마찌에는 정말 작은 도시다. 중심지를 20분이면 한바퀴 돌 수 있을 정도.  왠지 모르게 개운해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나는 그 중심지를 몇 번이나 돌고 돌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만큼은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였기에 나는 더 이상 남이 아니게 된게 아닐까.
 어느새 많이 늦어진 시각, 일곱시가 다 되어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어그 부츠에서 벗어나니까 길을 걷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맘 같아서는 또 조르지를 만나고 싶지만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는 David's Pub에 또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들린 Pizza Max라는 식당! 피자를 먹으려고 갔으나 9.9레이 (약 4,000원) 메뉴가 있어서 시켜봤다!
제육볶음 같은 돼지고기와 감자 샐러드
이젠 이런 스프가 없으면 밥을 못 먹겠다!
물론 맥주가 없어도 밥을 못 먹는다! 아니, 살수가 없다 ㅠㅠ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주방장 아저씨는 연신 내게 와서 맛있냐고 물었다.  이제는 능숙하게 루마니아어로 부나! (Buna! 좋다!)를 외치고 있는 내 모습  그러고보니 일주일 정도 되니까 이 곳 말도 슬슬 익숙해져 있는 느낌이다. 
 인사말인 '부나 지와 (안녕하세요) 부터 시작해서 '물츄 메스크 (감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운다 에스타 토일렛 (화장실이 어디에요)' 도 말도 할 줄 안다.  조금 서툴긴 하지만 숫자도 1부터 10까지는 셀 수 있게 되었다, 굉장하잖아?
나 생각보다 굉장하잖아?
 이쯤되니까 내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가면서 숙소에서 마실 맥주를 사러 슈퍼에 들어갔다.  그리고 맥주 두 캔을 고르고 당당하게 외쳤다.
 용석 : 큿 코스타? (얼마에요?)   직원 : (웃으면서) 친치 레이!
 자, 이제 1부터 하나씩 세어보자..  떠듬거리면서 우누, 도이, 트로이, 빠뜨루, 친치...  그래!!! 5레이!! 5레이 (약 2,000원)이라는 소리구나!    그런데 그런 나의 굼뜬 행동을 옆에서 보고 있던 아저씨가 먼저 말한다.
 아저씨 : (손가락 다섯개를 펴보이며) 파이브 레이!
아저씨.. 저도 안단말이에요...
 이렇게 되면 마치 내가 아저씨 도움으로 맥주 2캔이 5레이인줄 안거 같잖아..  응..? 근데 맥주 2캔이 5레이 (약 2,000원) 밖에 안 한다고? 500ml짜리 캔인데?  술집에서 파는 것보다 슈퍼에서 파는게 쌀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엄청 싸잖아!   따봉!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새 씁쓸한 마음은 사라져있었다. 사람이 기분이 이렇게 맥주 가격에 좌지우지되는 꼴이 우습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여러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름의 성과 아닐까? 하루에 이렇게 다양한 기분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장점이기도 하고!
그런 기분에 도취하여 맥주 한 캔 두 캔을 비워내니 어느새 밤이 깊어있었다. 오늘은 이만 자야지. 자고 일어나면 이 고민들은 모두 증발되어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는 이런 복잡한 기분 속에서 내가 살아있었음을 기억해야지.
그렇게 루마니에서의 일주일 째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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