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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시체싸이트 34

농구왕김타자 |2011.03.18 15:00
조회 1,263 |추천 4

김형사는 조금은 육중하게 느껴지는 수술실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수술실문은 큰 양쪽 여닫이문이었다. 그리고 그 안
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미 늦은 것이 아닐까? 갑자기 골치가 지끈 거리
는 것이 느껴졌다. 김형사는 머리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는 것을 떨칠수가 없었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
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젊은 형사들의 혈기와 그들
의 새로운 시대에대한 적응능력이 부러울 뿐이었다.

[벌컥~~~~]

김형사는 거의 돌진하듯 안으로 수술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
다.

"꼼짝마~~~"

입은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안으로 뛰어 들어간 김형사는
자신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그의 눈에는
신화석과 수술대위에서 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오지혁이 눈에 들어왔다. 신화석의 총구는 오지혁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푸른 수술복을 입은 세명이 널부
러져 있었다. 모두 죽은 것 같아 보였다. 오늘 이 병원에서
몇명이 죽었는지 세기도 힘들어 질 것 같았다. 기자들만 신
났군이라 생각한 김형사는 총을 다시 신화석에게 겨냥했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엇.. 형사님의 등장이군.."

신화석은 여전히 오지혁을 향한 자세에게 곁눈질로 김형사
를 힐끗 바라보았다.

'헉~~~'

김형사는 살인사건만 20년이 넘도록 다루었다.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우발적이다. 그들 중에는 14살 먹은 여자아이도
있었다. 김형사는 살인자들의 눈을 수없이 많이 봐 왔었다.
그리고 그 눈에서 공통점을 찾아 낼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신화석의 눈에는 전혀 그런 것을 찾아
볼수 없었다. 차리리 그의 눈을 바라본 김형사의 눈에 두려
움이 나타나고 있었다. 잠시지만 김형사는 수술실은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멈추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호흡마저도 그에 따라 멈추는 것 같았다.

"멍청한 경찰들 같으니라구.. 안그래? 지혁??"

"화화석..."

지혁은 총을 맞은 가슴부분을 두손으로 감싸쥐며 힘겹게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지만 아주 힘겹게 수술
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멍청한 경찰들 때문에 지혁이 무척이나 고생을 했지.. 죽
을뻔도 하고.. 제길.. 계획대로였다면 벌써 경찰이 지혁을
죽였어야 하는데..

씨팔.. 완전히 틀려버렸어.. 역시 경찰이란 무능력하고 무
기력한 쓰레기집단이야.. 제길...
내말이 무엇인지 알아듣겠냐구? 이 경찰양반아!!

후후.. 하긴 그것까지 고려하지 못한 내가 멍청했어.. 제
길.. 이렇게 될줄은..."

김형사는 섣불리 움직일수 없었다. 화석의 총구는 정확하게
지혁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지혁의 머리는 날
아갈것이 틀림없었다. 한시간전에만 해도 지혁은 사살명령
까지 내려졌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백팔십도 바뀌었다. 여전
히 뭐가 어떡게 돌아가고 있는것인지 헤깔린 상태였지만 분
명한 것은 지금 오지혁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섣불리 방아쇠를 당길수가 없었다. 손가락고 무척이나 심하
게 떨려왔다. 그것을 감추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
다.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는데.. 형사님.. 도데체 어떡게 눈치
챈거지?"

"...."

"말 안할겁니까? 안 그럼 이 방아쇠를 당길거야.."

"녹음기야.."

"녹음기??"

"병실에서 너를 보호하고 있던 형사에게 녹음기가 있었어.
우연이지만 모든 것이 녹음되었지.. 너와 지혁의 대화와
너가 서형사를 쏘아 죽인것.. 그 모든것이.."

화석의 얼굴은 잠시지만 매우 심하게 일그러졌다.

"지혁! 지금 저 형사님 말 들었어? 녹음기래.. 하하.. 아주
웃기는군.. 제길.. 씨팔.. 빌어먹을.."

지혁은 힘겹게 처진 고개를 들어 자신의 이마를 향하고 있
는 총구의 너머의 화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석.."

"비웃지마.. 지혁!! 그렇다고 아주 끝난건 아니니깐.. 인정
하지.. 내 시나리오는 완전히 망쳤어. 내가 쓴 글의 대부분
처럼 마지막에서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지..
아주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후후.."

"화석.. 어쩌다.. 너가?"

화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혁.. 너 군대에 있을때 내가 보내준 편지에 쓰인 소설을
본 적 있어? 내가 직접 쓴 소설말야.. 후후.. 읽어 보았을
리가 없겠지.. 그랬다면 진작에 알아차렸을테니깐..."

"그게 무슨..."

"후후.. 내가 저지른 모든 내용은 내가 쓴 소설 내용 그대
로야..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지만.. 너도.. 그 누구도 관심
을 가져주지 않았지만 말이야..
완벽했어.. 모든 것이.. 내 소설은 말이야.. 인정하지??
그렇지??"

"...."

지혁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화석이 군에 있는 자신에게
편지로 소설을 붙여준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 소설
을 읽지는 않았었다. 같은 내무반의 몇몇 이들이 읽어보긴
했었던 기억이었다.

"대답을 해... 지혁!! 완벽하다고 해줘.. 그렇지 않으면 은
식과 주완은 도데체 뭐가 되는거냐? 어서 대답해.."

김형사는 화석이 자신을 보지 않고 지혁에게 대화하는 틈을
타 조금더 가까이 접근했다. 둘은 너무나 조용히 대화하고
있었기때문에 내용을 알아들을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석이
무척이나 흥분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듯 했
다.

그와 화석을 가로 막고 있던 장애물은 더이상 아무것도 없
었다. 총을 사람에게 쏘아 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한번도
빠짐없이 연습을 해 왔었다.

"소설이 이유야?"

지혁이 힘들게 내뱉었다. 지혁의 목소리는 김형사까지 들렸
다. 김형사는 갑자기 소설이라는 단어가 지혁의 입에서 튀
어나오자 당황했다. 도데체 무슨 대화가 오가는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는 총구를 정확하게 총을 들고 있는 화석의
오른손을 겨누었다. 숨을 멈추었다. 하지만 손의 떨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닥치고 대답해.."

화석이 지혁의 물음에 외쳤다. 지혁은 그런 화석의 눈을 매
섭게 쏘아 보았다. 순간적으로 화석의 눈이 차가워 보이지
않았다.

"윤미는? 윤미는 도데체 어디에 있는거야?"

"닥쳐.. 그년이 끼어든 다음부터 모든것이 틀어지기 시작
한거야.. 찢어 죽여버릴거야.."

화석은 거의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윤미 어디있어?"

지혁도 지지않고 소리를 높혔다.

"화석. 이제 모든것은 끝났어.. 니가 말한 완벽한 시나리오
라는 것은 없어.. 완전히 끝났어.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고.. 끝난거야..."

쿨럭.. 지혁은 말을 힘겹게 마치고 숨이 넘어갈듯 기침을
해댔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얼굴이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기절할것 같았다.

"아니야. 내 시나리오는 완벽했어..."

"으으... 미친놈.. 으으.."

지혁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내뱉었다.

"흐흐. 그래.. 난 미친놈이야. 미친놈... 그리고 내 소설은
완벽해. 그리고 그 결말을 보여주지.. 지금 여기서... 이렇
게 말이야..."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 사람 모두 심장박동이 최고점을 향해 달하고 있었다.

[꿀꺼~~거덕]

김형사는 입안에 고인 자신의 침을 삼켰다. 총구는 정확하
게 화석의 오른팔목을 겨누었다. 그리고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고 그 힘에 의해 공이가 총알을 때려
화약을 폭발시켜 총탄이 총구를 빠져나가는 순간까지의 짧
은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타아앙~~~~]

김형사의 총에서 울려퍼진 총성이 수술실을 가득 매웠고,
지혁과 화석 동시에 그 소리를 따라 김형사쪽을 바라 보았다.

[와장창~~~]

총알은 화석의 눈 앞을 스치듯 지나가 뒤쪽에 있는 고가 수
술기구를 박살내버렸다. 김형사의 월급을 꼬박 10년가량 모
아야하는 것인지 김형사가 알리가 없었다.

'제길~~~'

총의 반동은 무척이나 컸다. 총알이 화석을 맞추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박힌 것을 알아챘지만 다시 쏠수는 없었다.

이제 끝이구나.. 김형사는 눈을 감았다. 20년이 넘는 베테
랑 형사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지혁의 머리가 날아가는 모
습을 쳐다볼수는 없을 것 같았다. 거의 반사적으로 눈이 감
켰다.

"역시 소설은 권선징악인거야.. 완벽한거지.."

화석이 말했다. 그와 동시에 지혁을 향하고 있던 총구는 지
혁의 머리에서 화석의 머리쪽으로 이동했다. 지혁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윤미는 영성아파트 2동 지하에 있어..."

영성아파트? 지혁이 영성아파트를 기억에서 뒤지기 시작했
다. 제개발 중단으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였다.
그곳에 윤미가..

다시 기억을 뒤지던 지혁이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 순간. 지
혁은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시각만이 지혁을 지배했다.

아주 천천히. 너무나 천천히 지혁의 눈을 통해 들어온 장면
들이 지혁의 뇌주름에 자리잡혔다.

화석의 오른쪽 귀 바로 위에서 올려진 총구와 방아쇠를 당
기는 화석의 집게 손가락. 그리고 화석의 차가운 미소...
불을 뿜는 총구. 그리고...

[타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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