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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드 인베이젼

김동호 |2011.03.21 00:48
조회 28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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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네이버에서 펌) :

 1942년 LA UFO 대공습 사건 이래 지난 수십년간 UFO 목격 사례는 전세계 각지에서 꾸준하게 보고되어 왔다. 2011년, 거대한 유성 떼가 지구에 떨어지고, 사상 최대의 유성쇼에 들떠있던 세계 각 도시는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초토화된다. LA 주둔군 소속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금껏 싸워본 적 없는 적들에 맞서 사상 최대의 반격 임무를 맡아 전면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review :

 한국과 미국의 박스오피스를 석권 중인 <월드 인베이전>을 3월 20일 관람하고 왔다.

 

 안 봐도 비디오일 듯하고, 안 본다고 해도 전혀 후회 없을 듯한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두 가지다. CGV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이 영화를 염가로 일반 9천원, 조조 5천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내가 보유하고 있는 4천원 영화 할인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일요일 조조를 볼 경우 단돈 1천원에 아이맥스 관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싼 맛에 스펙터클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장사라고 봤다. 또 다른 이유는 주연 배우인 아론 에크하트(<다크 나이트>)와 미셸 로드리게즈(<아바타>) 때문이었다. 특히 미셸 로드리게즈의 경우 <레지던트 이블 1>에서부터 그간 영화가 필요로 하는 여전사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곤 해서 팬의 입장에서 그녀의 작품을 스크린에서 관람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나는 본 글에서 <월드 인베이전>에 대해 ‘작품’이라는 지칭어를 쓰고 싶지 않아 줄곧 ‘영화’라고만 하려고 한다. ‘작품’이라고 하기에 <월드 인베이전>은 단돈 천원으로 투자한 시간도 아까웠다. 이런 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차피 즐기자고 만든 오락 영화인데,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따지는 건 무리가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즐기자고 만든 오락 영화니까 넘어갈 수 있다. 과학적 원리로는 말이 안 된다거나, 개연성에서 어긋나거나, 정치성에서 문제가 있어도 살짝만 언급하고 ‘뭐 영화니까 그럴 수 있지’하고 용서하며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도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마지노선이 있는 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라고 만든 오락 영화일수록 무의식적으로 관객에게 주입시키는 이데올로기의 파급 효과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겠다는 관객이 있다면, 그것을 비판하면서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관객의 입장도 충분히 배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월드 인베이전>을 보니 역시나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굳이 영화광이 아니라 해도 연상할만한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는 외계인의 대규모 침공과 거대한 스케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이다. 전쟁 중 부하를 잃은 죄책감을 품고 있는 낸츠 하사(아론 에크하트 분) 캐릭터는 에드워드 즈윅의 <커리지 언더 파이어>, 구조를 위해 들어온 헬기가 격추되는 장면과 LA 시가전 시퀀스들은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을 닮았다. 외계인들의 바디 디자인 중 장기의 점액질은 <에이리언>을, 신체와 무기의 일체화는 <프레데터>가 생각났다.

 

 위에서도 말했듯 나는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저 스펙터클이라도 제대로 였기만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는 - 나에게는 익숙한 장면들의 재탕들에 불과해서 -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미 해병대와 외계인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데, 나는 자꾸만 하품이 났다. 스펙터클을 경험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PDP TV가 있는 동네 식당에서 일본 쓰나미 동영상이나 감상하는 게 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다. 등장하는 미 해병들은 모두 애국심에 투철한 위인들이며, 외계인들의 공군 통제 기지를 찾는 중요한 문제는 직관적으로 너무나 쉽게 해결됐다. 캐릭터들의 힘은 약해서 인물들 간 갈등을 별로 느낄 수 없어 긴장감이 떨어졌고, 아론 에크하트와 미셸 로드리게즈 같은 배우가 역량을 발휘하기엔 스테레오 타입의 내러티브가 방해요소였다.

 

 무엇보다 <월드 인베이전>은 롤랜드 에머리히의 나쁜 점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반성 없이 멍청하기만 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계보를 이어나가는 영화다. 스토리에는 공들인 흔적이 별로 없이 엄청난 규모의 물량 공세로 승부를 보는데, 그나마 떡칠한 CG마저 몇몇 장면에서는 부실하게 작업한 티가 나기도 한다. 제목은 <‘월드’ 인베이전>인데,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산타 모니카 해변과 LA 정도가 전부이다. 외계인의 다른 나라 침공 영상은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나타날 뿐인데, (부제가 ‘Battle Los Angeles’이니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중국어 간판 하나 세워놓고 뒤편으로 불바다가 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여기가 중국이다, 라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외계인이 전세계를 침공하고 있는 데 각 나라들의 공조체제 구축이나 UN 소식은 단 한 장면도 뉴스에서 볼 수 없으니, (현재 UN 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카다피가 웃을 일이다. WMD(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구실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으나 전쟁 승리 후 WMD를 발견하지 못한 부시 정부처럼, 나는 <월드 인베이전>을 보러 갔으나 ‘월드’를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외계인이 왜 지구를 공격하는지에 대해서는 외계인들 스스로의 발언 없이 방송에 출연한 교수의 설명으로 대체된다. 최첨단 무기의 화력으로 무장한 외계인들이 물을 약탈하러 왔다고 하는데, 이것은 단지 추측일 뿐 명확하지는 않다. (‘물’ 때문에 침공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봉준호의 <괴물>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에 온 공무원(김뢰하 분)은 괴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유족들에게 TV를 보라고 반복해 말하기만 한다. <괴물>이 권력의 정보 독점과 매스미디어의 공포 조작 방식을 꿰뚫었다면, <월드 인베이전>은 (외계인이라는) 외부인의 공격에 대한 이유와 그 실체는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교수라는 ‘권위자’가 미디어를 통해 주입하는 대로 시청자는 믿어 의심치 않으면 된다. 상명하복의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미 해병 홍보 영화답다.

 

 사실 외계인은 그냥 ‘병풍’일 뿐, <월드 인베이전>은 미국 해병대 극찬을 위한 영화라는 판단이 정확하다고 본다. 낸츠 하사가 혼자서 외계인들의 공군 통제 기지를 찾아가겠다고 헬기에서 내리자 부하 해병들이 뒤따라 내려오는 장면, 결말에서 해병들이 쉬지 않고 다시 전장으로 향하는 부분에서 여지없이 장중한 음악으로 해병들은 미화된다. (아랍권 외모의) 아버지를 잃은 아이 헥터에게 난데없이 난츠 하사가 “너는 최고의 해병이다”라고 하는 센스라니. 오 마이 갓!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와 <인디펜던스 데이>를 비교하겠지만, 미 해병 홍보의 도가 지나치다는 점에서 나는 찰리 쉰 주연의 1990년작 <네이비 씰>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 홍보 영상에 불과했던 <네이비 씰>은 그래도 베이루트 침투 장면에서의 촬영술이라도 멋졌지만 <월드 인베이전>은 당최 뭔가 뛰어나다고 할 만한 장면을 찾기가 힘들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기억에 남는 편집도, 창의적인 발상의 시퀀스도 없는 이따위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는 관객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취향도 존중되긴 해야 한다. 그러나 - 물론 당사자들이야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고 하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 대충 각본 쓰고, 현란한 CG로 땜질하고 뚝딱 연출해서 만든 이런 영화가 대박 행진을 한다면, 그 누가 새로운 스타일을 탐구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 하고,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창조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겠는가. 쉽게 이루어지는 성공은 자신을 향한 기만에 불과하다.

 

 상영관을 빠져나오면서 그리운 SF 작품 하나와 어느 감독이 촬영장에서 가끔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새삼 닐 블롬캠프의 2009년작 <디스트릭트 9>이 얼마나 괜찮은 작품이었는가가 상기됐고, 별로 말이 없다는 이창동 감독이 배우의 연기에 불만이 있을 때 짧게 한마디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게... 재밌나?

 

 그러다 한 마디 더 할 때는 조금 더 길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어처구니 없는 SF 졸작 <월드 인베이전>에 대한 내 느낌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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