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요즘 바쁘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위반혐의 사건을 맡아서 두주에 한번씩 언론에 오르내리더니 얼마 전부터는 한상률-에리카 김 두 사람을 맡아서 수사하면서 투잡을 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년 7월에 기소하고 12월 하순에 공판이 시작된 한명숙 총리 건은 3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한번 공판을 열때마다 밤 10시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요 새벽까지 가는 일도 수차례 있었다.
검찰은 반복적으로 증인을 신청했고 증거물을 기어코 공개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특수 1부가...
한상률-에리카 김 건을 맡고는 일사천리로 달린다. 에리카 김이 저질렀다는 횡령죄에 대해서는 한달도 안된 시점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들어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뱉어낸 처분이다.
기소유예라는 처분의 내용도 주목할만하다.
검찰이 발표한 '횡령죄는 인정하지만 기소유예'란 처분은 검찰의 입장에서 “죄는 있으나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400억원대의 횡령이 검찰이 원하면 묻지 않을 수 있는 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일부가 다른 데로 빠졌다는 게 드러난 9억원의 돈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던 그 검찰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구나 싶다.
반면에 검찰은 ‘MB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던 에리카 김의 기존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를 의식한 거짓말’이라는 지금의 주장번복을 100% 받아주고 넘어가고 있다. 한명숙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주지 않았다는 한신건영 한만호 사장의 진술번복도 그리 쉽게 받아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에리카 김 뿐이 아니다.
한상률이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대기업 몇 군데에서 받은 4억원은 그의 말을 빌면 “30-40페이지의 논문 서너 편을 작성해주고 받은 자문수수료”이다. 에리카 김에 대한 조사결과를 볼때 한상률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가 한 말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에리카 김과 한상률 두 사람의 연관성은 MB정권에 불리한 말을 할 수 있는 폭탄이라는 사실이다.
에리카 김은 BBK건의 실체를 쥐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한상률은 정권실세에 대한 로비 혐의가 있으며 노대통령의 서거를 촉발한 박연차 사건의 시발점으로 생각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국해서 같은 검찰 팀으로부터 조사받고 있다.
그 검찰 팀은 한명숙 총리 공판에서 핵심증인으로부터 ‘기획수사와 표적수사를 하는 정치검찰’로 질타당하던 바로 그 팀이며 핵심증인에 따르면 ‘아주 윗선에서 선거를 의식하고 꾸민 계획된 사건'을 맡고 있는 바로 그 팀이다.
사법부라는 이름으로 법의 잣대을 휘두르면서 하고 있는 일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닦아주고 정권이 불편해하는 인물은 가지쳐주는' 역할이 차마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