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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호킹 |2011.03.28 00:11
조회 92 |추천 0

삶의 모든 부분을 긍정할 수 있게 된 건 어느 수업 중에서였다. 며칠 전 본 연극의 체홉적 성격에 대해 학생들이 과장된 희망이라며 비평할 때 그는 장례식장의 풍경을 떠올렸다. 서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망자가 불러모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만의 회동에 웃고 떠들 수 있다. 사람은 극단으로 치달을 때 오히려 과장된 연기로 현실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그는 조숙했다. 한 발짝 물러서는 자세를 남보다 일찍 익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갑작스레 짜증을 내거나 흥분을 표하는 데 있어 남들보다 무딘 것이 아니었다. 남들만큼 흥분했으며 그들만큼 평범했다. 그리고 자신이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그는 남들보다 조숙했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그는 '다름'을 목말라 했다. 일부러 남들이 듣지 않는 음악을 찾아듣고, 남다른 취미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평범한 일군의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비범해 질 수 없는 스스로의 평범함을 원망할 뿐이었다. 특기할 만한 무언가를 얻고 싶어 친구의 안구건조증을 질투했고, 무단히 노력한 끝에 척추분리증이라는 병명을 얻었지만 이는 공익요원으로 빠질 수 조차 없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병일 뿐이었다. 불행히 가리는 음식도 없었던 터라 거짓 트라우마를 만들어 '수험생 시절 지독한 식중독으로 부대찌개는 먹지 못한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깜박한 어느 오후 자의적 선택으로 부대찌개를 남들처럼 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당황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선언을 기억하고 나만큼이나 당황해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기 위해 체내의 피라도 다 빼내 RH-형으로 바꾸고 싶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노트북을 잃어버려도 주위에 이를 먼저 경험한 이들은 언제나 있었고, 전혀 내세울 만한 획기적인 일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그가 애쓰는 걸 알게 된 군대동기가 어느날 그에게 말했다.

- 니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니가 좋아하는 노래는 우리 엄마도 좋아하고, 우리 누나도 좋아해. 그리고 그들도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벼락을 맞은 순간이었다.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니, 너도 같은 생각을 했단 말이야? 이떄부터 그는 삶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다.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다고 하나 누군가는 당첨 사실을 어떻게 숨기나 고민하는 것처럼 자신이 방금 겪은 일도 세상 누군가가 함께 겪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위안을 얻었다. 동료가 많을 수록 슬픔은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억울하지 않았다. 어제 본 연극에서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과장됐던들 그 또한 과장된 연기를 하는 수많은 배우 중 하나였고, 과장된 연기에 실망할 관객 수도 배우가 할당받은 관객수에 비례해 많았다. 하지만 사실 그는 실망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해 생각할 이유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그는 '좀 특이하구나' 하는 칭찬을 받고 싶어 이렇게 펜을 놀리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 자아분열증이라는 범접할 수 있는 진단명을 내려줬으면 좋겠고, 누군가는 그에게 자의식이 약한 이의 발악이군, 하며 조소를 날려줬으면. 한다.

 

이렇게 지껄이다가도 문득 이 모든게 평범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장례식장에서의 화투판 정도가 아닐까 의심한다.

 

난 당신들이 모두 특별했으면 한다. 나 혼자만 평범해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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