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5년 전 시화공단에서 겪었던 이야기.

26 |2011.04.14 20:42
조회 1,976 |추천 10

 

 

 

최근 로즈말이님 글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22화에서 끊겼더라구요..

아쉬운 마음에 다른 분들 글 읽다보니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벌써 5년이군요-

지금 26이니까 21살에 겪었으니 5년째이겠죠-?

 

 

 

저는 그당시 휴학하고 1년동안 잠수를 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만 받다보니 부모님 교육에도 불구하고 철딱서니없이 성장해버려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처음 고생이란걸 알게되었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저희 가족으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의 독촉도 살벌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숨어 살아야만 했습니다.

 

돌아보니 좋은 경험이었네요.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니까요-

 

 

홀홀단신으로 양 손에 옷가방과 단돈 5천원 차비만 들고 안산 큰어머니께 갔습니다.

하룻밤을 큰어머니의 식당 쪽방에서 잤습니다.

 

다음날 "많이 못도와줘서 미안하다.." 하시던 큰어머니는

시화공단의 어느 원룸촌을 알아봐주셨고,

그곳에서 보증금없이 월세 30만원을 내며 1년을 지내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돈을 벌어야 했기에 고기집에서 알바를 하며

130만원을 받아 30만원은 월세로 내고 100만원은 저금하고

운이 좋아 한달에 평균 20만원 정도 팁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그 고기집은 한우전문점으로 비지니스 영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고기를 구워드리는 서비스도 합니다. 외국분들이 오시면 영어나 일어 한마디씩만 해도

어려보이는데 딸같고 기특하다며 팁이나 명함을 주시곤 했습니다.)

 

 

문화생활이라던가 인간관계를 신경쓸 여유가 되지 않아 식당 집 식당 집 이런 식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혼자 지내는게 무서운 줄도 몰랐었지요..

그때의 현실이 더 무섭게 느껴졌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울까봐 강아지를 한마리 키웠는데 그녀석이 저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그런 심리였습니다.

 

 

 

안산,시화공단, 정왕동에 사시는 분들 잘 아시겠지만

공단지역엔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많습니다.

 

사람 사는 곳 어딘들 위험이 따르지 않겠냐마는 그때는 안산역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나서 그런지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던데다 격주로 새벽일도 하다보니

한밤중에 귀가하는게 당연했고

워낙에 제 코가 석자라 티비를 보거나 남들과 대화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것에 무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려니 하고 걸어가는데

가만 보니 한밤의 주택가라 그런가, 그 사람과 저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뒤돌아보니 그사람은 외국인이더군요..

 

 

 

 

동남아 계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종차별이나 먼 타국에서 고생하시는 외국인 노동자분들 무시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순간 안산역 토막살인 사건이 떠올랐고 무서워지기 시작해 조심해서 나쁠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따돌려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이해가 쉽도록 그림을 올려봅니다.

 

 

 

 

 

 

 

 

 

 

 

 

 

 

 

 

 

 

 

 

 

 

 

 

원래 가던 길 대신 교회를 끼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 길은 다른 주택가보다 훨씬 더 으슥하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도 잘 없고

교회 뒷골목으로 나오면 가는 방향이 여러갈래기 때문에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거라 생각했습니다.

 

교회를 끼고 들어가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나와 열걸음쯤 걸었을때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 다른 길 가던 사람이구나..' 안심하며 조금 더 걸어서 한번 더 돌아봤는데

그 사람이 저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헉! 저사람도 이방향이 집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금방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민한거라 여기기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모자를 푹 눌러쓴채 따라오는 기운이 섬짓했습니다.

 

 

바로 그때 그림에서 보이는 파란색 화살표 부근에 동네 주민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안심을 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주민들만 믿기엔 불안감이 꽤 컸습니다.

 

 

저 사람이 나와 가는 방향이 같다면 나를 지나치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멈춰서서 다리가 아픈척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치더군요..

 

 

 

이제 제가 뒤따라가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잘 걸어가다

저희 집 바로 앞에서 직각으로 꺾어 2층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습니다.

 

 

 

물론 그사람은 저희 집을 지나쳤구요.

 

 

 

 

 

이제 갔나 싶어서 2층 복도 창문에서 바깥상황을 보는데

 

 

 

 

 

 

 

 

 

 

 

 

 

 

 

 

 

 

 

그사람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 후다닥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바닥에 깔린 이불을 덮고 누웠더니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방은 복도 끝이었기 때문에 그곳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누워있는 상태에서 현관문 쪽을 보니

 

 

 

 

 

 

 

 

 

 

 

 

 

 

 

 

 

 

 

센서등이 켜졌습니다

 

 

 

 

 

 

그리고

 

 

 

 

 

 

 

 

 

 

 

 

 

 

 

 

 

 

 

 

 

 

 

쾅쾅쾅쾅쾅!!!!!!!!!!

 

 

 

 

 

 

 

 

 

 

 

 

키우던 강아지가 필사적으로 짖는 소리가 멀어져가는걸 느끼며 저는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혼자사시는, 특히나 여성분들-

세상을 너무 무섭고 안일하게만 보며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항상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믿음직한 무언가는 지닐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으니까요...

 

 

 

 

 

 

 

 

 

 

 

 

추천수1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