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26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3살된 아들과 한살 어린 와이프를 위해
열심히 앞만보고 달리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있네요
제가 중학교 2학년때까지
저희 아버지는 무역회사 사장이셨습니다
도곡동에 본가가 있고 대치동과 서초동 동작구에 빌딩 5체를 보유할 정도로
잘나가는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서고 만기어음을 막지못해 회사가 부도가 난뒤
매일 술로 사시는 아버지께 질려 어머니와 누나는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단연코 술은 드셨지만 어머니와 누나한테 해코지 하시는일은 없었습니다
부자가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는 말? 다 헛소리 입니다..
그것도 정도에 따라 틀리겠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공부도 안되고 집에 오면 아버지 술상 치우는게 일이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고..
고1말..학교에서 공부하다 전해들은 비보...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돌연사..
급작 스러운것도 아니었습니다
유서에는 딱 한마디만 적혀있었습니다
'어머니랑 누나를 너무 원망하지말거라 다 못난 애비탓이다'
평소 간경화가 있으셨는데도 꾸준히 약주를 드셨기 때문에 그리 된거죠
17살이란 나이에 정말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pc방,dvd방,노래방 이런곳은 어리다고 아르바이트 시켜줄 생각을 안하니
해봐야 편의점 주간알바 전단지 뿌리는 알바등..
6-7평 남짓한 반지하 단칸방이 제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지방에 모 산업체에서 달 180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가 정말 죽을만큼 일했습니다
그렇게 돈도 모으고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습니다
서울에선 어림도 없는 생활을 접고 지방쪽으로 내려가 17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얻고
죽을동 살동 일만했습니다
그러던 한달전...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 바다 낚시를 가서 손맛을 보고있는데
와이프 한테 전화가 오는겁니다
무슨 일이냐니까 어머님이랑 형님한테 전화가 왔답니다..
제 연락처를 어찌 알고 전화를 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나기 싫었습니다
증오했습니다 10년간 제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지냈는지
그 두 여자는 모를겁니다..
와이프 성화에 못이겨 그 두여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저를 보며 하염없이 우는 53세의 여자분과
28살의 여자분..
정말 가식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없고 제 걱정만 하는 이 여자둘...
제가 자식이어서?
내가 동생이어서 지금 이 여자 두명이 제 앞에서 울고있는건지
불쌍하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뭐가 되는건지
아버지가 얼마나 이 두사람을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했는지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술한잔 먹고 들어와서 괜히 이 사이트에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오늘같은날 왜 이렇게 아버지가 보고싶은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