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7.4%. 두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은 헤어진다. ‘성격 차이’가 가장 큰 이유다. 부부클리닉 가트맨 인스티튜트(Gottman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는 가트맨 부부는 단호히 말한다. 행복한 결혼과 불행한 결혼은 ‘성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배우자의 성격을 고치려고 하면 관계는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러나 다가가는 방식을 바꾸면 관계는 회복되지요.”_줄리 가트맨
세계적인 부부치료사인 가트맨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가정이 무너지고, 공동체가 흔들리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하는 관계회복의 처방은 동일하다. ‘다가가는 방식을 바꾸라.’ 부부는 싸우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싸우는 방식 때문에 헤어진다. 이는 화술이나 언어의 문제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존 가트맨과 줄리 가트맨은 직접 시범을 보였다. 먼저, 나쁜 예다.
줄리 : 여보, 창밖을 봐요. 날씨가 정말 좋아요.
존 : (모르는 척).....
줄리 : 여보, 내 말 듣고 있어요? 여보?
이런 경우 대화는 유지되기 힘들다. 줄리는 많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든 단 둘이 있을 때든,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상대의 주목을 끌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시도가 좌절되면 무안함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다음은 두 사람이 보여준 좋은 예다.
줄리 : 여보, 창밖을 봐요. 날씨가 정말 좋아요.
존 : (창밖을 보며) 오, 정말 그러네.
줄리 : (웃음) 우리 같이 밖에 나갈까요?
▲ 한국에 처음 방문한 줄리 슈워츠 가트맨 박사와 존 가트맨 박사. 시애틀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공동집필했다.
조금씩 자주 표현하라
관계가 친밀해지는 비결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즉각적인 대답’과 ‘따뜻한 반응’ 같은 작은 일을 자주 표현하는데(small things often)에 있다. 가트맨 박사 부부는 작은 일의 효과를 양과 질, 시간과 횟수, 내용과 형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일상에서 나누는 따뜻한 키스 한 번의 효과는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 것과 비슷’했다.
두 사람은 15분만 부부를 지켜보면, 이들이 헤어질 것인지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94% 정도는 알 수 있다고 했다. 헤어질 부부는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갈등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고,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둘은 더 이상 서로를 모릅니다. 갈라진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죠. 서로를 낯선 사람으로 봅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반드시 물어보세요.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지, 지금 당신의 꿈은 뭔지.”
_존 가트맨
관계의 달인이 되는 법
사실 존 가트맨 박사가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인 스스로 겪은 ‘관계의 실패’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연애와 결혼의 실패를 겪은 후 ‘어떻게 하면 이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1970년대부터 워싱턴 대학의 러브랩(Love Lab)에서 부부들의 상호작용을 비디오로 촬영, 관찰하고 심박측정기, 바이오피드백 장비 등을 이용해 분석했다.
줄리와 함께 ‘가트맨 연구소’를 설립(1996)한 후로는 ‘주말 커플 워크숍’을 열어 부부의 우호감을 높여 갈등을 치유하고 건강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 커플당 6개월씩 꾸준히 상담했고, 20년 동안 계속된 관계 연구도 있었다. 그 결과 가트맨 연구소의 클리닉에 참여한 부부의 85%가 관계를 회복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우리 부부와의 저녁식사를 피합니다(웃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 부부의 관계가 어떤지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이죠.”
tip 다가가는 대화의 예
1 공감하고 들어주기
수용과 경청 | “그랬겠네.”(끄덕끄덕)
공감 | “정말 힘들었겠다.” “화났겠다.” “슬펐겠다.” “억울했겠다.” “창피했겠다.”
두둔 | “그 사람 정말 고약하네.”
2 관심과 열의 보이기
관심 |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하고 싶어?”
열의 | “와, 정말 멋진 일이네.”
_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danmee.chosun.com/renew/js/credit.js"></script> 행복한 두 사람이 행복한 세 사람을 만든다
결혼 이후 출산은 자연스러운 단계다. 그러나 결혼에도 준비가 필요하듯, 출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가트맨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출산 후 67%의 부부가 관계에 위기를 맞는다.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 가사 분담, 비용 지출 등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다. 출산 후 3년간은 부부간의 적대감이 극에 달하기도 한다. 가트맨 부부는 이때 아빠의 역할(Father’s role)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출산 이후 여성은 매우 예민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 남편이 무심한 반응을 보이면 부인은 자기존중감이 떨어져 공격적으로 변하죠. 남편은 이때 부인이 이해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아니면 부인은 아이에게만 더 집중하거나 집착하기 때문에, 남편은 부인과 아이에게서 동시에 멀어집니다.”_존 가트맨
부부의 관계는 아이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빠의 정서 기능이 높고, 엄마가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는 생후 3개월에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고, 더 잘 반응하며, 덜 운다. 어린 시절에 부모의 싸움을 경험한 아이는 뇌 속의 해마에 공포와 불안이 저장된다. 부부는 지난 60년간 미국의 공동체가 해체된 것이 가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50%의 미국인이 일생 중 심리장애를 겪는다. 25%의 미국인은 일생 중 약물중독에 빠진다. 가트맨 부부는 부부간 유대감이 강할수록 아이도 정서적, 지적으로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는 부부에게 가장 큰 선물이지요. 행복한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부간의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입니다.”_존 가트맨
가트맨 부부는 누구?
가트맨 부부는 미국에서 ‘우리의 미래가 가트맨의 손 안에 있다’ 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연구하는 ‘부부치료’가 결국은 공동체의 회복에 구심점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이 부부가 초청을 받게 된 건 OECD 국가 중 이혼율 최고, 출산율 꼴찌, 위기아동 증가 등 대한민국의 가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36년간 약 3천 쌍의 부부를 과학적인 방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추적 연구해 ‘가트맨 테라피(Gottman Therapy)’를 체계화했다. 감정코칭을 통한 관계방식의 개선에 초점을 두는 이 치료법은 기존의 결혼생활 연구 및 부부치료에 혁신을 일으켰고, ‘결혼을 과학의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들의 연구는 인종, 국가, 연령, 문화를 넘어선다. 가트맨 부부가 발견한 행복한 부부의 두 가지 비밀은 한국의 부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1 긍정의 말을 부정의 말보다 5배 많이 한다.
행복한 부부에게는 기본적으로 존경과 사랑, 그리고 공감이 있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가트맨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커플의 부정적인 언어 대비 긍정적인 언어의 비율은 1:5다 (긍정의 말이 부정의 말보다 5배 많다). 반면, 불화를 겪고 있는 커플은 1:0.8이었다.
2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행복한 커플에게도 갈등은 있다. 이들은 갈등이 피할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어떤 갈등은 결코 해결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1% 정도는 풀리는 문제다. 그러나 나머지 69%는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문제다. 이는 행복한 부부든 불행한 부부든 동일하다. 다만 행복한 부부는 견해 차이가 있을 때,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tip 부부싸움 후의 감정 정리법
1 싸울 때 자신의 기분을 느낀다.
2 자신의 기분을 상대에게 이야기한다.
3 상대의 말 속에서 내가 이해한 부분을 확인한다.
4 감정의 홍수 상태를 점검한다.
5 싸움에 자신이 기여한 바를 인정한다. 6 다음에는 어떻게 개선할지 이야기를
나눈다.
<가트맨식 부부 감정코칭, 행복 수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