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리가 단 하루라도 음악을 접하지 않는 날이 있을까. 혼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에서부터, 길거리를 걸으면 쏟아지는 대중가요, TV를 틀면 기다렸다는 듯이 흘러나오는 음악은 광고, OST, 동요, 가요, 클래식. 종류도 다양하다. MP3는 우리의 필수품이 되었고, 핸드폰에도 MP3 기능이 없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서까지 음악을 듣지 않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저마다 음악을 즐기고 감상하는 방법, 그리고 음악을 보는 시각도 사람마다 다르다. 장르에 따라, 가수에 따라, 기호를 나누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질문 몇가지를 던져보자.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아는사람?' 이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조금쯤은 할줄 안다.'고 대답할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악보(오선지) 읽을 줄 아는사람?'이라는 질문에,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아는 사람'들 전부가 손을 들까? 아마 반수 이상이 조용히 손을 내릴것이다.
'악보'란 무엇일까? 악보는 음악을 일정한 서식에 따라 기록한 것을 말한다. 이 '일정한 서식'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단순히 음표만 읽는다고 전부가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악보읽기를 '암호해독'과 동급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콩나물만 보면 머리가 어지럽고 복잡해져.'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악보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악보는 오선 악보로, 소위 '콩나물'이라 불리는 음표로 음의 높낮이와 박자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보법이다. 하지만 악보는 오선지 악보만 있는것이 아니다. 중세 유럽,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네우마 악보에서부터, 계이름이나 코드를 문자로 나열해놓은 문자악보, 관악기에서 주로 쓰이는, 운지표를 그림으로 나열해놓은 그림악보, 기타나 베이스 주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타줄을 본따 플렛 번호를 표기한 TAB악보 등, 악보는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며 앞으로도 더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료 1.

네우마 악보
중세,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 시대에 만들어진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처음 사용된 악보로, 현대에도 로마가톨릭 전통 성가의 악보로 사용되고 있다.
( 사진출처 : http://cafe.naver.com/icmacademy/22)
자료 2.

TAB악보
6개의 줄은 기타의 줄을 의미하며, 숫자는 플렛번호를 의미한다.
류트의 악보를 위해 처음 고안되었으며, Arobas Music사에서 제작한 Guitar Pro프로그램에서 TAB악보를 사용함으로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현재는 오선지만큼이나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기타 악보로서 활용되고 있다.
자료 3
오선지 악보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와 박자를 나타내는 박자표, 음표 등이 그려져있다.
악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가장 체계적인 형태의 악보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기본적으로 쓰이는 기보법이다.
이처럼, 악보의 종류는 다양하다. 굳이 오선지를 보지 않아도 대안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오선지를 배워야 하는 것일까. 단지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보법이라서?
악보는 음악세계의 문자이다. '소리'라는 언어를 '음표'라는 문자로 표기한 것. 그것이 악보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오선지에서 한글이나 영어의 자음, 모음, 띄어쓰기 등과 비슷한 점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오선지는 언어보다 더 상위의 문자를 표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하는 착각, '악보는 암호해독과 같이 어렵다.'는 생각과 달리, 악보 읽기는 일주일만 바짝 배우면 금세 할 수 있는 쉬운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소리를 알고 있고,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알고 있다.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의 글자를 배우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더군다나 글자 수가 겨우 7개뿐인데.
그렇다면 오선지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오선지가 쉬워서, 그 이유때문일까?
그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선지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부분의 곡은 작곡가가 곡을 쓸 당시, 오선지 악보를 사용하여 작곡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클래식에서는 더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중세시대의 악보 네우마 악보가 현대에 아직도 로마가톨릭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악보야말로, 그 음악에 대한 작곡가의 모든것을 담은 예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선지 사이에는 작곡가의 생애가 있고, 음표 사이에는 작곡가의 영혼이 있으며, 기호 안에는 숨소리가 배어있다. 악보를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악보안에 살아있는 작곡가를 만나는 것이다. 악보를 이해하고 악기를 잡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음악은 생명을 얻는다."
출처조차 모를 이 말은 필자가 피아노를 배울 당시 선생님께서 항상 입에 달고 다니셨던 말씀이다.
이 말처럼, 악보는 단순히 소리의 표기법이 아니다. 작곡가의 생각과, 감상과, 느낌이 그대로 들어있는. 바로 작곡가와 만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악보는 작곡가와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이것은 지휘자, 즉 마에스트로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에스트로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앞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 박자만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다. 마에스트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악보를 기반으로 곡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기반으로 한 자신이 생각한 최고의 연주를 연주자들에게서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주자들의 독자적인 해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음악은 생명을 얻는다.
물론 악보는 완벽한 것이 아니고, 작곡가의 생각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악보에 충실해 가장 정확하게 연주해야 하느냐, 음악적인 느낌을 가장 살릴 수 있는 방향에 따라 악보를 임의로 수정하느냐. 이 의견에 대해 많은 음악가들은 끊임없는 논쟁을 반복한다. 이는 연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위해 악보의 기호를 자기식대로 수정하여 치는 연주자들은 많다. 그렇기에, 아무리 같은 곡이라 할지라도 누가 연주했으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악보를 수정한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음표를 바꾸는 사람은 없고, 악보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악보를 수정하여 치는 연주자라 할지라도 악보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수정은 언제나 악보에 기반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행위, 아예 악보를 보지도 않는 행동은 얼마나 작곡가를 무시하는 행동일까. 작곡가의 생각을 담은 것, 그것이 악보인데 우리는 작곡가를 보지 않고 있다.
이것은 클래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루마, 최수민과 같은 유명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들의 음악, 대중가요들의 멜로디 등, 우리는 그것을 연주할 때 악보를 보기보다는 음표 위에 계이름을 써넣어 보고 연주한다. 혹은 코드악보에 의존하여, 세세한 연주 주법은 직접 듣는 청음을 통해 연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악보들에는 특별한 기호가 없다. 알레그로, 악센트와 같은 기호들은 일단 어려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일부러 빼버리곤 한다.(TAB악보의 경우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작곡가가 포르테(f)를 요구한 부분에 피아노(p)를 연주하고, 알레그로(Allegro)를 요구한 부분에 안단테(Andante)를 사용할수는 있다. 악보가 너무 복잡하고 음표가 많으면 세세한 음은 빼버리고 대표적인 음정만 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편의에 앞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단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외침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악보 안의 작곡가를 죽여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고 출처 :
네우마악보 : http://cafe.naver.com/icmacademy/22
내용참고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3886&path=|185|202|261|&leafId=318
참고서적 : BEETHOVEN - 해설 (태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