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다보면 충분히 거친 경기도, 액션이 심한 경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기자들의 떡밥에 서로에게 불필요한 비난을 일삼는 네티즌을 보며 사람들은 역시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객관적일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에 다시금 다다르게 됩니다.
페페의 플레이는 분명 반칙입니다. 축구 규정에서는 상대를 해할 의도가 있는 행위와 상대를 실제로 해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단지 카드의 색깔에 있어서는 주심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습니다만.
무리뉴 시절의 첼시는 유난히 어필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팀이었습니다. 드록바를 필두로 테리, 애쉴리 콜 등은 종종 심판에게 달려가 위협적으로 얼굴을 들이밀곤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장면들 역시 축구의 일부라는 겁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이기 때문에. (전 격투기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제외)
레알은 상황을 감정 싸움으로, 언론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놀라운 성과를 보여 왔지만 유니세프를 물고 늘어진 건 치졸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니세프가 세상에 창출해 낸 가치는 일개 축구 감독인 무리뉴가 공적인 자리에서 근거없이 훼손시킬만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레알의 스쿼드를 감안한 세명의 볼란치를 두는 극단적인 수비전술, 거기다 그 중 한명이 거칠기로 유명한 페페. 그렇다면 무리뉴는 이미 high risk 상품에 투자한 셈입니다. 파울은 대부분 수비하는 쪽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위험을 안고 무리뉴는 배팅을 했습니다.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당연히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축구감독의 기본 아닌가요? 정치적 진흙탕 싸움이 되면서 무리뉴는 피해자의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것이 도리어 영리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양팀의 사정은 모두 이해할만한 사유가 있어 보입니다만, 결과적으로 논란속에 1차전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우리는 2차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오직 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벌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하나 뿐입니다. 이 순간을 즐기는게 어떨까요. 메시와 호날두같은 선수들은 자주 나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