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뼛 속 까지 군인정신
이윽고 쉬는 시간이 끝났다. 현재 시간은 3시.
지금부터는 안보교육이다.
안보교육은 북한의 정치상황과, 군대의 존재 목적 등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천안함 사건 및 북한의 NLL침범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의 의미, 유사시 미군의 역할 등에 대한 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물론, 여기에 관련한 사항들은 군복무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야기지만, 자칫 나태해지고 안보관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는 예비군들에게는 정기적으로 긴장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여기 저기서 하품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올해로 예비군 2년 차에 불과 하지만,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예비군 4~5년 차에 해당하는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중대장의 노력으로(간간히 웃음을 유발하는 멘트와 무겁지 않은 어투) 다행히 졸거나 딴 데 정신이 팔린 장병은 없었다.
4시 무렵이 되어 안보교육은 끝이 났다.
예비군 장병들은 10분 가량의 달콤한 휴식을 갖고, 단독군장에 소총을 들고 교육장 야외로 질서정연하게 집합했다.
날씨가 풀린 이 맘 때, 진지 보수 공사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다. 4월 13일 오늘은 향방작계 훈련과 춘계 진지 보수 공사가 겹쳐 진지 보수 작업에 투입된다.
다행히, 다른 지역의 예비군 부대와는 달리 가까운데 진지가 위치해 있어 오래 걸어야 하거나 산을 올라야 하는 등의 고생은 없다고 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예비군(4~5년 차)들은 기자의 걱정을 덜어주려는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필이면 이 때 예비군 훈련이 걸리나"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던 기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근 기간병들과 예비군은 각기 3 팀으로 나뉘어 연장을 들고 진지를 향해 이동을 했다. 도보로 이동해야 하지만, 진지와 교육장 과의 거리가 얼마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소풍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걸었다.
다만, 오랜만에 신은 군화가 유난히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져 그게 불만이었다.
날씨는 따뜻, 화창하고 바람도 솔솔 불어 작업하기엔 딱 좋은 날씨다.
진지에 도착하자 한숨이 폭 나왔다. 겨우내 무성하게 엉켜있는 잡초들과 쓰레기들로 진지는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낫으로 대충 덤불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건저 내자, 그제서야 "여기가 참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작업을 해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예비군들은 상근 기간병과 함께 제초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막 상병으로 진급한 기간병은 선배들에 뒤질 새라 열심히 낫질을 했고 예비군 장병들은 쉬엄 쉬엄 느긋 느긋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군생활의 노련함은 잊지 않았던 모양인 듯 겉으로는 대충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작업 능률만큼은 기간병의 노력에 못지 않았다.
어느새 참호는 덤불과 쓰레기가 걷히고 참호 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딱 10분 만에 완벽하게 진지 보수를 마친 예비군 장병들은 이제 쉬어볼까 라며 담배를 한 대씩 꺼내 물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배님들,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옆에 진지 아직 남아있습니다!"라는 기간병의 당황한 목소리에 예비군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금새 사라져버렸다.
예비군들은 입에 문 담배를 마저 피우곤 옆 진지로 이동 해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예비역이 투입되자 마자 참호는 금새 제 모습을 찾았고, 찡그렸던 그들의 얼굴 또한 미소를 찾았다.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끝났다. 하지만 일이 끝났다고 해서 빨리 보내주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기자는 실망했다. 융통성 있게 빨리 빨리 보내주고 하면 얼마나 조으련만... 예비군 부대도 규정에 철저한 군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예비군 중대로 복귀 했다.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 했다고 격려해 주는 예비군 중대장의 얼굴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지급 되었던 물품과, 총기를 절차에 따라 반납하고 맡겨놓았던 전자기기와 신분증, 차 키 등을 돌려 받았다.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을 직감한 예비군 장병들은 서로 즐거웠다, 나중에 보자며 인사를 나누었다.
훈련이 끝나자 말자 전투복을 풀어 헤치며 모자를 삐딱하게 고쳐쓰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훈련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제 예비군에서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지금은 민간인의 모습으로 배도 뽈록 나오고 수염도 거뭇거뭇 머리도 덮수룩 한 아저씨들이지만, 그들은 한 때 K2 소총을 메고 들이며 산을 뛰어다니던 군인이었다. 비와 바람 그리고 매서운 눈발에도 꿋꿋히 나라를 지키며 청춘을 나라에 바쳤던 군인이었다.
훈련을 마친 예비군들은 비록 지금 각자 자가용에 몸을 싣고 뿔뿔히 흩어지지만, 그들은 뼛 속 까지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대한의 건아 들이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용맹한 전사임에 틀림없다. 가슴이 뭉클해 졌다.
이 나라는 현역 뿐만 아니라 예비군들의 노력과 수고 덕분에 이런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모든 이가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포스팅을 마친다.
1부 향방작계훈련이란? 2부 뼛 속 까지 군인정신 끝
취재에 협조해 주신 50사단 123 보병연대 장수 예비군 중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v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