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쥐가 무섭다. 그러나 쥐가 나를 무서워하는 것만큼은 아닐 것이다, 라고 쓰지만... 과연 그럴까? 쥐새끼가 나를 피해 달아나지 않는 세상은 무섭다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그건 끔찍하다. 어쩌면 그런 세상이다.
나는 소심했다, 무엇보다 겁이 많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을 끓였다, 전쟁도, 사랑도 나는 무서워했으므로, 이제와서, 구더기를, 무서워하자고는.... (이장욱 詩 <어떤 공포에 대한 나의 자세>中에서-
나는 소심했으므로, 소심하게 살고 싶었으나, 세상이 도와주지 않을 때, 그럴 때, 나는 소심하게, 소심한 목소리로, 소심한 목소리라도, 그렇게..
나도 당신에게 '열이 날 때 밤이 좋니, 낮이 좋니?'라고 물었다. 당신도 걱정은 고맙지만 혼자서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듯 '싫은 표정'을 지었다. 당신 역시 '가루투성이 나방의 번데기 같은 여인'이다. 당신의 아픔인 가루는 좀체 내보이지 않는.
그래서 나는 낯선 여자를 만났던가? 술은 그대로고,안주도 그대로고,술집도 그대로인데 단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낯선 여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나는 당신에게 잔느를 만났다고 말하겠다. 그녀는 죽었다. 모딜리아니의 연인,잔느. 킥킥!
바람이 불었다. 문득 낯선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바람 때문이었을까? 나는 바람이 아니라도 익숙한 것들과 잠깐 이별하고 싶었을 것이다. 낯선 여자를 만나면 세상이 별안간 낯설어질지도 모른다고. 나는 당신에게 좀 더 긴 편지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그렇지만 너도,어쩌면 우리 모두 '완벽을 가장'(이장욱詩에서-)하면서 살아간다. 완벽한 어제를 살았고,완벽한 오늘을 살고,완벽한 내일을 살 것이라고 믿는다. 모두가 완벽하다고 믿으므로 나도 가면 하나 마련하지만 이것이 과연 의미 있는 몸짓인
가장 완벽한 것은, 가장 무의미한 것이다. / 무의미함으로써만, 완벽한 세계. 의미 이전에, 행동하고 싶은 거야 이해해? 하지만 여자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장욱詩 <聖 미아삼거리의 여름>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