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장기간의 여행은 무리이다. 짧게나마 여행대신에 소소한 즐거움을 추천한다.
지금 연인과 함께 보기 좋은 공연들이 많이 있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성시경, 신화에서 솔로 서기에 성공한 신혜성,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나는 가수다’로 다시 한번 돌풍의 중심에 있는 김연우, 임재범까지 수 없는 가수들의 공연들이 즐비한 가운데 내가 받았던 감동을 전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모든 거리가 반짝이는 12월의 꽃,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공연을 하는 케이윌.
이번에는 싱그러운 계절인 6월에 공연을 한다. 연인과 함께 놀러가기 좋은 날씨에 공연은 어떨까?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케이윌과 함께 했다. (물론.. 남자친구도 함께 했지만 ^^;;)
남자친구의 손을 붙잡고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신촌거리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사먹고 연세대학교 대강당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케이윌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발라드 가수라 축축 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찾은 콘서트는 이게 왠걸, 싸이만큼 파격적이고 DJ DOC만큼이나 쾌활했다.
늦은 8시, 모든 사람들이 거리나와 길거리가 주차장이 되는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은 예정시간보다 15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 온 암전, 그리고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케이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전광판에 재생되었다. 턱시도에 마술사 모자를 쓰고, 손에 쥔 마술봉을 휘두르는 케이윌. 관객을 향해 사정없이 쏘아댄 환한 빛과 함께 오래도록 기다린 그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케이윌이 건네 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은 그의 데뷔 곡이자 자칭 ‘불멸의 히트 타이틀곡’인 ‘왼쪽가슴’. ‘다같이 박수!’라는 흥겨운 케이윌의 한 마디와 함께 공연장은 이미 들썩들썩. (이 공연 내내 정말 신기했던 점은 분명 슬픈 노래임에도, 가수도 관객도 방방 즐겼다는 것이다!) 분위기 살려 이어진 무대는 그야말로 불멸의 히트곡, ‘1초에 한 방울’이었다. ‘왼쪽 가슴’ 무대에서 케이윌의 감미로움이 폭발했다면, ‘1초에 한 방울’ 무대에선 그의 쇼맨십이 대폭발. 다이나믹 듀오의 피쳐링 랩을 어찌나 잘 소화하던지 발라드 가수로 명명되기엔 참으로 아까운 재능이다 싶었다. 하지만 ‘아니, 케이윌에게 이런 면이?’라고 놀라기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두 곡을 연달아 열창하고서야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와 함께 멘트를 시작한 케이윌. ‘정확히 364일 만의 콘서트’라며 섬세한 면모를 자랑함과 동시에 ‘작년에 이어 모든 표가 매진되어 흡족’하단 자랑의 말도 슬쩍 끼워 넣는다. 그리고 ‘날씨가 춥고 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늦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며 ‘늦으신 분들께 너그러운 야유를’ 부탁 드리는 입담까지. 웃느라 정신 차릴 새 없는 사이 케이윌은 세 번째 곡을 시작한다.
“자, 여러분 계속해서 달려볼까요??”
어, 이 노래, 아는데, 아는 노랜데, 뭐였지 뭐였지?? 하며 뭔 줄도 모르고 그저 신나 즐겼던 세 번째 곡은 은지원이 랩퍼로 참여했던 곡 ‘선물’. 역시나 케이윌의 랩 실력과 엄청난 폐활량이 돋보인 곡이었다. 뒤이어 던져진 재치 넘치는 한 마디, ‘제가 슬픈 노래 전문가라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곡이 몇 안돼요. 리듬 좀 있다 싶으면 바로 일어나셔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공연답게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케이윌의 멘트는 뭔가 달랐다. 커플 지향적 달달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왠 걸, ‘무적 솔로부대!!!!’를 힘차게 외치더니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홀로 영화관에 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케이윌. 역시 남다르다. 그러고는 다시 감미감미 모드로 돌아와 크리스마스에 이런 선물 어떠냐며 1집 수록곡이자 싱글로도 발매되었던 ‘하리오’를 불러주었다. 연인에겐 대리 고백이, 솔로에겐 시린 마음의 치료제가 되어준 4분 간의 ‘하리오’. 이어서 반가운 반주가 흘러나오고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대물의 O.S.T인 ‘태양’이, 그토록 좋아해 하루에 3번씩 연달아 들었던 ‘태양’이, 생음악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4번째 곡까지 열창한 뒤 힘이 들었는지 의자에 앉는 케이윌. 앉고 보니 안락의자인 것에만도 벌써 피식피식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오는데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에 밑도 끝도 없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 성대모사를 시작했다. ‘어떻게 전활.. 크리스마스에.. 뭐 노래? 어떻게 그렇게 유치한 섹션에 날 집어 넣는 건데? 내가 길라임씨한테 왜 꼭 그래야 되는데?’라며 까도남 포스 잔뜩 풍겨주시더니 이내 ‘내가 정말 열 받는 건, 당신은 아직도 나를 위해 5분조차 기다리질 않는다는 거야. 내가 먼저 전화해서 노랠 불러 줄 기회를 없애버렸으니까...’라며,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부르기 시작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오른쪽으로 45°쯤 살짝 기울인 채 헤벌쭉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던 무대. 이 무대의 포인트는, 초반 키를 너무 높게 잡은 나머지 다음 소절 ‘사랑해요’를 한 플랫 아래로 불러야 했던 케이윌이 부끄럼 가득하여 남긴 한 마디였다. ‘제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의 현장에 있다는 걸 운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진 무대는 크리스마스에 꼭 맞는 달콤한 노래 ‘사랑은 좋은 거’. 마술사 모자에 꽃 꽂은 케이윌이 객석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안아주고, 손잡아주어 뒷자리 관객들을 끝없는 부러움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무대였다. ‘커피를 마시며 크리스마스 음식을 준비하는 도시 남자’ 컨셉의 깨알 같은 동영상이 지나간 뒤, 다시 달달한 발라드 가수 모드로 돌아온 케이윌은 4Men의 ‘Baby Baby’를 열창했다. 그리고 ‘콘서트를 하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Boyz II Men의 ‘I’ll Make Love To You’와 ‘End Of The Road’를 연달아 선보였다. 가수의 꿈을 꾸기 전부터 좋아했던 노래였다는 소개에 맞게 그의 데뷔 전/초 모습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었고 간주 때는 다 같이 케이윌이 소개한 ‘굉장히 어려운 율동’을 덩실거리기도 했다.
‘지금은 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닿으면 팀으로도 활동해 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등장한 오늘의 게스트, 백지영! 차가 막혀 공연장에 겨우 도달했다는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1집 수록곡 ‘Day & Night’의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예기치 못한 반가운 손님에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내뿜은 ‘내 공연 보러 온 거 맞아?!!’라는 케이윌의 귀여운 투정을 뒤로 하고 백지영은 이어 인기리에 방송 중인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인 ‘그 여자’를 열창했다. 그 뒤 등장한 오늘의 두 번째 게스트는 씨스타. ‘Push Push’와 ‘니 까짓게’로 분위기 한껏 살리고~ 살리고~ 해주었다.
씨스타의 무대까지 끝난 뒤 시작된 낯선 기계음 반주. 또 다른 게스트의 등장을 기대하며 관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가운데 등장한 이는, 바로 올빽머리에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세븐으로 깜짝 분한 케이윌!! 세븐의 ‘Digital Bounce’를 랩부터 춤까지 어찌나 척척 잘 소화해내던지 이 노래를 몰랐던 사람들은 케이윌이 선글라스를 벗기 전까지 게스트로 나온 신인 가수인 줄 알았다는 후문. 빤딱이 의상에 자신감 한층 오른 케이윌이 선사한 또 하나의 충격과 놀라움의 무대! 바로 백지영과 함께 한 ‘내 귀에 캔디’였다. 끈적끈적 안무에 ‘워 아이니 떽끼에로’까지 완벽 소화한 케이윌 덕에 객석은 경이로움30% 귀여움30% 신선함30% 어딘가 웃기다10% 상태.
감미감미 모드에서 치명치명 도발도발 모드로 변신한 케이윌 덕에 암전될 때마다 객석은 다음 무대 기대에 두근두근. 이어진 곡은 분위기 띄우는 데 절대 빠질 수 없는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1인 3역에 춤까지, 실로 케이윌의 재발견이었던 무대였으며, DJ DOC의 노래도 얼마든지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1집 앨범 이후 최초로 이마가 공개된 기록적인 시간이 지난 뒤, 땀 뻘뻘 상태로 감미롭게 부른 Maxwell의 ‘Whenever Wherever Whatever’는 보너스!
2집의 첫 번째 트랙 ‘바람’을 담은 영상이 나온 뒤, 다시 발라드 감성으로 등장한 케이윌. ’사랑의 반댓말’을 보드랍게 선보이고 이어 ‘2AM이 리메이크해서 사랑 받은 케이윌의 데뷔 전 O.S.T’라는 ‘바보처럼’을 열창했다.
‘암전!! 영상!!’이란 주문과 함께 케이윌이 사라지고, 하하가 등장한 동영상이 다시 한 번 나오고, 이어 등장한 케이윌은 ‘이 정도 리듬감엔 일어나셔야 되요!!’란 말과 함께 ‘이별 몰랐던 날’로 흥겨움 물씬 풍기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어 ‘크리스마스, 날 위해서 즐기자’며 ‘버스가 떠나고’로 신명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든 케이윌. ‘이제부터 진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슬슬 내보겠다’며 이맘때쯤 바깥에 발 내디뎠다 하면 들리는 겨울 대표곡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루돌프 사슴코’, ‘울면 안돼’, ‘징글벨’의 캐롤 3종 세트를 선보였다. 케이윌의 구호에 맞춰 관객들도 모두 방방 뛰며 즐거워했던 무대. 이 무대가 더 즐거웠던 것은, 사슴머리띠에 루돌프 코를 낀 케이윌에 더불어 왠 꽃돌이들이 관객들에게 진짜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 선물은 아래에 공개)
열기도 잠시, 다시 케이윌의 전매 특허인 슬픈 노래로 돌아와 아쉽기 그지 없는 마지막 곡 시간. ‘제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또 대표곡과 함께 우울하게…’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케이윌의 대표곡, 그토록 기다린 이 노래,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후렴 부분에서는 객석을 향한 케이윌의 마이크에 공연장이 거대 노래방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예정된 공연이 다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이 가열찬 ‘앵콜!! 앵콜!! 앵콜!!’에 다시 나타난 케이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삽입곡 ‘지금 이 순간’을 멋지게 열창해주었다. ‘늘 준비하고 늘 기다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순간은 언제나 늘 설레고 감동적입니다. 감사합니다.’며 앵콜 무대에 선 케이윌은 ‘우울한 크리스마스의 정점을 찍는 시간, 다같이 울어보는 시간, 원해요??!!’라는 말과 함께 ‘눈물이 뚝뚝’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의 진짜 마지막 곡, ‘Love119’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축제 분위기 한껏 만들어준 케이윌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오백 번 외치고,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의 첫 날 밤을 마무리 지었다.
‘발라드 가수의 콘서트라 너무 잔잔하면 어쩌나…’하는 걱정 따윈 날려 버린 케이윌의 유쾌한 크리스마스 콘서트. 가창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 랩, 춤 실력, 그리고 깨알 같음에 홀딱 반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공연 중 나누어준 케이윌의 자칭 분신 ‘K윌’과 공연장 나서는 길에 늦은 시간이라고 챙겨준 따끈한 떡, 그리고 친필(을 복사한) 크리스마스 카드까지. 어느 아티스트의 공연에서, 이런 따스한 마음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방송의 케이윌이 그냥 커피라면, 콘서트 케이윌은 티오피’임을 절절히 느끼게 한 케이윌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그 감동을 이번에는 올림픽홀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