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그녀에게 말을 건네며 조금씩 다가가던 그 순간, 별안간 그 여자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히이익..!!!! 죽어!!!!죽어!!!!!!!죽어버려!!!!!!”
그 여자가 손에 들려진 식칼이 창문 밖 달빛에 반사되어 소름 끼치게 번뜩거렸다.
그 순간에도 무언가가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아대였다…….그 여자 팔목에 아대가 있었다....검은색이다.. 그랬다, 이 여자는 지금 게임을 하려고 하는것이다.....!!!
그 여자는 웃고 있었다……. 눈은 이미 완전히 뒤집혀버렸고,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두 눈을 희번덕대며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 댔고, 무기가 없는 나는 공격을 피하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반쯤 미쳐버린 그녀는 이미 여자의 힘이 아니었다..,
그 여자의 무작위한 공격에 휘청 중심을 잃은 순간, 그 여자가 또 한 번 달려들었다.
그녀의 식칼 끝이 내 목에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러다 진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지고 있을 무렵,
별안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나에게로 고꾸라졌다.
‘헉…….허억..헉’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위로 쓰러진 그 여자를 밀쳐 냈다.
그 앞엔 누군가 서 있었다. 희미한 달빛에 비쳐 보이는 그 사람은.. 아저씨였다.
나와 같은 팀이던 중년의 아저씨……. 나와 같은 팀인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아저씨, 고맙습니다..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아저씨가 굵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쓰러져 있는 그 여자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이 여자는 완전히 돌아버렸어요!!!!!! 다른 팀인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게임을 하려고 했다고요!!!!”
아저씨의 눈이 번뜩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뭘 그렇게 생각 하세요……?”
“모두가 위험하네..”
“..네..?..무슨 말씀을…….?”
“사람들이 미쳐 가고 있네, 이 빌어먹을 현실에 하나둘씩 미쳐가고 있단 말일세..!
바로 방금 자네가 직접 경험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냐는 말일세..!!!”
머리가 아찔했다…….그렇다..!! 이 빌어먹을 상황에 모두가 미쳐가고 있었다....!!!
이 학교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 나와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빠르게 일어나 곤경에 처했을지 모를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뛰어 나갔다.
교실 문을 막 박차고 나선 순간,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 한 여자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머릿속이 한순간에 복잡해졌다.
‘누구야...어디야... 어디에 있는 거야...?????????’
복도를 가득 울리는 비명소리에 대체 어디로 발길을 향해야 할지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때, 마침내 방향을 찾은 듯 아저씨가 먼저 윗 층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나 역시 아저씨를 따라 비명의 근원지를 찾아 계단을 숨 가쁘게 뛰어올랐다.
소리를 찾아 따라온 위층 가장 구석진 교실에선 여전히 쉴 새 없이 고함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슴을 가득 채우는 불안함에 아저씨와 나는 무작정 교실 안으로 달려들었다.
우리가 교실 안으로 달려들자 이상하게도 비명소리가 뚝 끊겼다.
달빛에 비춰 희미한 교실 한구석엔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여자다.
금방이라도 다가가 뭔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바로 방금 전 그런 일은 겪은 나로서는
그게 누구든 쉽사리 믿기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나의 눈길이 그녀의 팔목으로 향했다.
젠장, 검은색이다…….
그녀의 아대를 확인하자마자 마음속에선 나도 모를 불안감이 샘솟았다.
하지만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닌 아저씨도 함께 있었고, 그녀는 혼자다. 게다가 어떤 무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채 가시시 않는 불안감에 그녀를 잔뜩 경계하며 한 발짝씩 다가가는 그 순간,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던 그녀가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 한껏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보였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치워지며 보이는 그녀 얼굴은…….
웃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채 이해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재빠르게 몸을 돌려 마주한 장면은 나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곳엔,
나와 아저씨의 등 뒤엔 사람들이 있었다.
위험에 처해있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들어온 교실엔 우리 외에도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둘…….셋. 그녀를 포함해 넷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띄는 것이라곤 그들 팔목에 끼워져 있는 검은색 아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