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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살인자, 베아트리체 첸치

시대의우울 |2011.05.24 02:36
조회 26,477 |추천 152

1599년 5월 11일

 

<산 탄젤로 거리>

 

로마의 산 탄젤로 거리에는 절세미녀의 죽음을 즐기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 여인이 긴 머리를 감추는 흰 두건을 쓰고 단두대에 오른다.

 

슬프고도 청초한 눈, 곱게 다문 입술을 가진 단아한 미모의 여인.

 

“아, 주님! 성모마리아님!”

 

외마디 비명과 같은 한마디...

 

그것이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 1577-1599]의 마지막이었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림 속 신비한 눈빛의 베아트리체는 귀족이었던 첸치 가문의 딸이었다.

그에게는 프란체스코 첸치라는 이름의 아버지가 있었지만,

그는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상습적으로 베아트리체를 윤간하기 일쑤였다.

이런 몹쓸 짓은 그녀의 나이 14살 때부터였다고 한다.

 

 

더불어 아내와 아들도 학대했고,

몇 번이나 베아트리체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신고당했지만

귀족이라는 명목으로 금새 풀려났다.

 

 

프란체스코는 그들이 자꾸 신고를 거듭하자

자신의 둘째부인인 루크레치아와 딸인 베아트리체를 감금했다.

 

 

성에 갇힌 베아트리체는 참다 못해 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계모인 루크레치아를 비롯한 오빠, 이복남동생이 그녀의 계획에 동의했고,

두 명의 하인도 참여했다.

두 명중 한 명은 베아트리체의 숨겨진 연인이었다.

 

 

 

1598년 9월 9일

베아트리체는 드디어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프란체스코 첸치를 죽이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약간의 서술적 차이를 보이는데,

그에게 독약을 먹였다는 설이 있는 반면,

아편에 취하게 한 뒤 눈과 목구멍에 긴 바늘을 찔러 죽였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그가 죽고난 뒤, 일행은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발코니에서 떨어뜨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프란체스코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프란체스코를 수상히 여겨 당국이 수사에 나선다.

 

베아트리체의 연인이었던 하인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사건의 전말을 발설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 역시 고통 속에서도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문을 견디지 못한 다른 이들의 입에서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났고,

결국 이들 모두 처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당시 프란체스코의 극악무도한 행실을 소문으로 전해 듣던 로마 사람들은

베아트리체의 무죄를 청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일을 보고받은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생각이 달랐다.

귀족이었던 첸치 가문의 재산이 탐났던 것이다.

 

 

 

<교황 클레멘트 8세가 새겨진 동전/ 출처 구글 이미지>

 

 

교황은 첸치 가문의 재산을 몰수할 작정으로, 이들 모두에게 처형을 명령한다.

 

 

결국, 베아트리체와 계모 루크레치아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고,

베아트리체의 오빠는 사지를 찢어 죽인 뒤 그 시신조각들을 거리에 매달았다.

유일하게 나이가 어려 살아남은 이복동생 베르나르도는

처형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이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했다.

 

그리고 교황이 원했던 대로, 첸치 가문의 재산은 모두 몰수 당했다.

 

 

아버지, 내 아름다움을 마셔요.

피를 흘리는 잔혹이 있을지라도 나의 백치를 호흡해요.

내 몸을 유린할때 마다 할딱거리던 당신의 숨결이 단두대 칼날에 빛나네요.

 

몸은 죽어 묻히겠지요.

당신도 죽어 갔어요. 내 손에 죽어갔어요.

조금씩 숨이 끊어졌어요.

 

보이시나요?

저 들끓는 사람들의 함성이

나에게 동정의 눈을 보내면서도 아름다움에 빠져 눈을 흘겨요.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그 곳은 어떤가요? 춥지는 않나요?

곧 제가 가요. 기다리세요.

거기서도 우리는 사랑 할 수 없어요.

당신은 내 얼굴에 피 흘리고 나는 줄곧 울거에요. 아버지....

 

베아트리체 첸치를 보고

- 귀도 레니

 

 

베아트리체의 시신은 몬토리오의 산 피에트로 성당에 안장되었다.

 

<San Pietro 성당>

 

그녀의 이야기는 오만한 귀족에게 저항한 상징으로 남았고,

산 탄젤로 다리에는 사형 집행 날 즈음에

잘린 머리를 든 베아트리체의 유령이 나타난다고도 한다.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1.4-1642.8.18.]는

<귀도 레니>

 

처형 두 시간 전, 베아트리체를 보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귀도 레니의 작품>

 

 

<처형 직전의 베아트리체. 귀도 레니>

 

 

그러나 이 부분은 논란이 많다.

 

공포와 고통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초상화 속 모습,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사실상 어려웠을, 수많은 인파가 모인 당시의 산 탄젤로 거리.

그리고 사형 집행 직전의 상황에서 초상화를 그릴 정도로

일개 화가에게 개인적 시간을 주었겠는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처형 직전 그녀는 차분히 기도를 하고 죽음을 맞았다고 하니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닐 듯 싶다.

 

 

위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많은 사람들은 명화로 일컬어지는 이 그림이 귀도 레니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은

원본인 귀도 레니의 그림을 모사한

그의 문하생 엘리자베타 시라니[Elisabetta Sirani. 1638-1665]의 작품이다.

 

 <엘리자베타 시라니>

 

기묘한 것은,

베아트리체 첸치가 아버지를 독살한 죄로 처형당했다면,

엘리자베타 시라니는 반대로,

같은 화가였던 아버지가 그녀의 재능을 질투하는 바람에 그에게 독살당해 죽었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스탕달[Stendhal. 1783-1842]은

 

그녀의 그림과 사연을 알고 영감을 받아,

 베아트리체 첸치를 주인공으로 한 “첸치 일가” 라는 작품을 썼다.

 

<스탕달의 "첸치 일가" 표지>

 

영국 시인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년~1822] 역시

 

스탕달과 마찬가지로 1819년에 "첸치 일가" 라는 희곡을 썼다.

 

 

 

:: 여담 ::

 

베아트리체 첸치에 관한 일화는 여러 사람에 의해 구전되고 씌어져 왔기 때문에

어느 중심 틀은 맥락이 같지만, 세세한 묘사 혹은 설정은 약간씩 다르다.

 

예를 들면,

프란체스코 첸치의 시신을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발코니에서 던졌다는 게 중론이나

나무 밑에 묻어버렸다는 설도 전해내려오는 식이다.

 

그녀의 계획에 가담한 공모자가 누구였는지도 서술이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림으로 남아 후세에 감동을 줄 정도로 절세미녀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안녕하세요. 시대의우울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저번주엔 좀 바뻐서 글을 못올렸네요.ㅠㅠ

 

<내용출처>

 

http://blog.naver.com/millan28?Redirect=Log&logNo=110107970489

 

http://jkjk8787.blog.me/120106164474

 

http://blog.naver.com/camuspark?Redirect=Log&logNo=50037805378&topReferer=http://cafeblog.search.naver.com&imgsrc=data44/2008/11/19/182/%C0%CC%C1%D6%C7%E5_1-2_camuspark.jpg

 

http://blog.naver.com/kmr3849?Redirect=Log&logNo=100110926931&topReferer=http://cafeblog.search.naver.com&imgsrc=20100811_150/kmr3849_1281507058872aqalR_jpg/bdbac5c1b4de_kmr3849.jpg

 

http://blog.naver.com/ahin7777?Redirect=Log&logNo=70033036532

 

http://www.nemopan.com/1633256

 

베아트리체 첸치와 스탕달 신드롬은 떼놓을 수 없는 주제라서

이 판을 쓰고 바로 스탕달 신드롬까지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걸 판 하나에 다 쓰기엔 너무 길더라구요;;

 

혹시나,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 계시면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이번 판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구요,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늘 아낌없는 추천 감사합니다!

 

 

추천수152
반대수4
베플헐...|2011.05.25 12:39
정말 이런거 추천때려야지 하도 울궈먹어서 이젠 우러나지도 않은 녹차같은 글들만 공포톡이라고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 언니 잘부탁해요~!!! 추천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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