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감각을 되새기다.
들어가는 글
한국인의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리만이 어려서부터 쇠젓가락으로 음식을 먹기 때문일까요?
손을 쓴다는 것은 두뇌의 개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는 세계에서 2번째라
하는데요. IQ가 140이 넘는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에 아일랜드인이 가장 많다 하더라도 한국인이 우수한 두뇌를 지니고
있음은 명백합니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뛰어난 손기술로 고려청자, 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대장경 등의 뛰어난 문화재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한국은 세계적인 각종 기능올림픽에서 수 십년동안 종합우승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1등 상품이라는
반도체와 핸드폰, LCD 제조에서도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뛰어난 손기술 덕을 보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손으로 하는 대신 도구의 힘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연필로 글씨를 쓰기 보다는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바느질로 옷을 만들기 보다는 재봉틀을 사용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배우기 힘든 젓가락 보다는 손쉬운 포크에
익숙해 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이 무뎌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저 또한 점점 손을 사용하지 않는 다는 걸 느끼고 일부로라도 손을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얼마 전까지 기억할 내용이 있으면 스마트폰에 쿼티자판으로 입력하였는데 요즘엔 노트에 연필로 직접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지언정 수동렌즈를 물려 손맛을 느끼며 사진을 찍고 있고요. 수 년전부터는 쿼츠 시계 대신 기계식
시계를 사용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노트와 연필
여러분은 초등학교 시절 연필을 깎다 깎다 몽당연필을 만들고 또 이를 볼펜심지에 끼워 사용하던 기억이 나시나요?
요즘엔 초등학생도 연필대신 편리한 샤프를 사용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이마저도 귀찮은지 노트북컴퓨터에
직접 강의 내용을 타이핑 하는게 흔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연필과 노트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글을 쓰는 문인들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입니다.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사각거리는 소리(청각)과 손에서 느껴지는 촉각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시각 등
다양한 감각이 두뇌의 감수성을 자극하여 창조성을 극대화 시켜준다고 합니다.
우리도 불편하겠지만 가끔은 연필을 사용하며 손의 감각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직장인이나 대학생처럼 바쁜 사람들은
연필 사용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꼭 연필을 사용하게 했으면 합니다. 저도 요즘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트와 연필을 꺼내어 메모를 하곤 하는데요. 손에서 느끼는 감각과 함께 숨어있던 창조성이 살아나는 것만
같습니다. 조금의 불편함만 참으면 됩니다. 대신 얻어지는 유익은 훨씬 크기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거에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초안도 종이 노트에 연필로 작성하였습니다. 종이 위로 연필이 부드럽게 지나가는 느낌이 손에 전해져
너무나도 기분이 좋더군요. 산만한 지하철 내부였는데도 집중도 잘되고 글도 술술 잘 써 졌습니다. 어쩌면 저 만의 착각에서
비롯된 "플라시보 효과" 일까요? 어찌 됐건 좋습니다. 그 동안 손의 감각이 너무나 그리웠는지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졌으
니까요.
< 사진 1. 오랜만에 써보는 연필과 연필깎기 >
수동 렌즈
저는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원래 화가 혹은 만화가가 꿈이었기 때문일까요?
사진이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 생각하고 그림 대신의 꿈으로 삼았습니다. 항상 가방 한 켠에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기억하고 싶은 것, 아름다운 것들을 찍습니다.
처음으로 사진을 작정하고 배울 때는 수동 필름카메라를 사용 했었습니다. 잘은 몰랐지만 뻥 뚫린 렌즈를 통해 들어간 빛이
화학작용을 통해 필름에 상이 맺히고 이를 현상, 인화하여 사진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신기 했었습니다. 필름 값 무서운 줄
모르고 사진모임을 정신없이 쫓아 다니기도 하고, 혼자서도 닥치는데로 사진을 찍었던 시절이었죠.
한 참을 필름과 씨름하다 필름에 조금은 익숙해지자 필름 값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Dslr의 세계에 입문하였고 한 동안 최신의 AF렌즈를 섭렵하며 불편하고 느린 수동렌즈와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다시 수동 렌즈와 사랑에 빠진 건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인 소니 NEX 때문입니다. NEX용으로 밝은 렌즈가 없기도
하거니와 수동 렌즈 특유의 손 맛을 다시금 맛보고 싶었습니다. 더구나 가격까지 착하니 NEX같은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
에게는 수동 렌즈가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무엇보다도 카메라가 아닌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 들기에 사람들이
수동 렌즈 예찬론자가 되는 듯 합니다.
최근에 라이카나 후지필름에서 출시한 디지털 카메라 중 일부는 수동렌즈를 달고 나오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던 아저씨 사진가들이 저처럼 추억의 손 맛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젊은 여성 사진가 중에서도 감성을
추구하는 분들은 수동렌즈를 곧잘 쓰곤 합니다. 이래저래 오래된 수동렌즈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인기가 올라간
만큼 중고 수동 렌즈의 가격 또한 비싸진다는 단점이 생기더군요. (경제학에서 배우는 수요 공급의 법칙이지요.)
< 사진 2. 오래된 수동렌즈도 어댑터로 연결하면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이 가능하다. >
기계식 시계
남자들은 날 때부터 장난감을 좋아합니다. 커 가면서 장난감의 대상이 바뀔 뿐이지요.
남자들의 장난감 중 시계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그 중에서도 기계식 시계는 남자의 로망이라 불립니다.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계는 수은전지가 들어가는 "쿼츠 시계" 입니다. 수정판의 진동을 통해 시간을 재는 방식인데요.
쿼츠시계는 작고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여 손목시계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는
무겁고 관리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며 심지어는 시간도 조금씩 틀립니다. 한마디로 불편함 그 자체이지요.
기계식 시계는 크게 수동 시계와 오토매틱 시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태엽을 감아야
시계가 움직입니다. 흔히 시계밥을 준다고 하지요. 후자는 시계를 차고 움직이기만 해도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기에
오토매틱 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수 년전에 시계를 공부하면서 오토매틱 시계를 하나 구입하여 여태껏 사용 중입니다. 오토매틱 시계는 팔만 흔들어
주어도 전지가 필요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대신 시계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이틀 가량 지나면 시계바늘이
멈추어 버립니다. 때문에 오토매틱 시계는 계속해서 차고 다녀야 시간이 맞습니다. 또 내내 차고 다녀도 한달에 수십 초
이상의 시간 오차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일자 표시가 있는 오토매틱 시계는 그 달의 일수가 31일이 아니면 그때 그때 조정
해 주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합니다. (오토매틱 시계라도 퍼페츄얼 기능이 있으면 이 또한 자동이지만 가격이 천문학적입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한 일부 성인남성들이 기계식 시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움직이면 시계도 같이 움직이는 동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의 분신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침 출근할 때 정신이 없어 손목시계를 안 차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챙기 느라고 지각한 적도 있습니다.)
또 기계식 시계는 쿼츠 시계와 달리 초침이 딱딱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가며, 수 많은 톱니가 움직여 시간이 가기에
"째각째각" 들리는 특유의 소리가 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장 소리"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진짜로 기계식 시계는 남자들의
마음을 뛰게 합니다.
기계식 시계는 세밀한 부품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마치 살아 움직이듯 나와 함께 하기에
여성들이 명품가방에 열광하는 그 이상으로 남성의 마음을 뒤흔들곤 합니다.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수동식 시계는 날마다
손으로 시계밥을 줘야 하기에 충실히 따르는 애완동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 사진 3. 쿼츠시계에 비해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정감이 가는 기계식 시계 >
마치는 글
요즘들어 인간적인 감성과 느리게 사는 삶의 방식이 다시금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손을 직접 써서 하는 수작업이 있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손수 옷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고, 글을 쓰는 등 예전 삶의 방식 그대로를 따르는 거지요.
기계처럼 정확하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고 불편한 것 투성이 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 와서 그 가치를 다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드시 빠르고 정확한 것만이 정답일까요?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래로 기계의 정교함과 속도를 찬양해 왔다면 이제는 손의 감각을 찬양할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옷과 음식이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보다 유익하고 더 가치가 높기에 명품으로 인정
받는 거겠지요.
본디 한국의 전통문화도 느림의 철학과 뛰어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무조건적인 빠른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우리고유의 느림의 문화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부터라도 과거 잃어버렸던 유산을 복구해야 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뛰어난 장인들의 손기술이 나라의 부가가치를 키워 줄지도요.
아니 그렇게 될거라 확신 합니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과거에서 정답을 찾는게 현명할 것 입니다. 이미 우리에겐 훌륭한
유산이 있으니 이를 되찾아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손으로 일궈낸 소중한 유산을 복원하고
지켜나가야 겠지요~
< 사진 4.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하다. >
이 포스팅은
소셜라이프 매거진 "KOREA CODE" 6월호의 기획에 맞추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