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나는 지방의 작은 회사에서 생산관리직으로 일을 했었다.
08년 10월에 터진 리먼 사태는 우리공장에도 영향을 미쳤고
생산직의 한국인 직원들을 일부분 내보내고
상대적을 임금이 저렴한 조선족과 한족 사람들을 용역사무실을 통해
구해다가 생산직에 투입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 본,
한족아가씨. 왕옌..
25살.. 부모님을 따라서 한국에 온지 2개월 됐다고..
한국어는 간단한 인사정도만 하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가
그녀의 긴생머리와 함께 매력적으로 보였다.
당시에 나는 사귀는 사람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관심이 생겼다... 쉬는 시간에.. 왕옌에게 음료수를 건네면...
왕옌은 서너 번 사양하다가 ...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내 음료수를 받았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그녀..
수줍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아주머니에게 퇴근후 왕옌과 저녁을 먹고 싶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왕옌의 대답.. NO !
나중에 알았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한국인 남자를 조심하라고..
퇴근하면 칼같이 집으로 귀가하라고 교육시켰다고 한다.
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퇴근 후.. 중국인들이 좋아한다는 인삼주와 양고기 육포를 사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중국인들이 모여사는 원룸촌....
초인종을 누루니.. 문이 열리고.. 날보며 놀라는 왕옌이 보인다...
다행이 그녀의 아버지는 약간의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셨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명함을 드리고
현재하는 일과 고향, 학력등.. 내 모든 것을 말씀 드리고..
왕옌과 정식으로 교제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왕옌은 돈 많은 한국남자와 결혼시킬 계획이고.
나같은 월급쟁이는 사위로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날은 왕옌에게 눈 인사만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왕옌은 우리공장에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아버지가 다른 공장으로 보낸 듯...
용역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그녀가 일하는 공장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대로.,..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일찍 조퇴를 하고.. 차를 몰아.. 그녀가 일하는 공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퇴근시간이 되자.. 여러 중국인 아가씨들과 떠들며 나오는 왕옌.
나를 보고 흠칫,, 놀라는 왕옌...그녀의 손목을 잡아.. 내 차에 태웠다.
말없이 차에 타는 왕옌.
차를 몰아.. 미리 봐둔.. 카페로 갔다..
조용히 나를 따라오는 그녀.
카페에 앉아 미리 적어놓은 메모를 건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왕옌..쪽지를 보고 부끄러운 듯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르킨다..
집에 가야 한다는 신호.
그리고 한국말로 나에게 묻는다.
“오빠...전...화.,번호..뭐..야..?”
음..반말...
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고, 나도 그녀의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시작된 우리의 폭탄 문자메세지...
중국인들은 발음을 알파벳으로 입력해 의사를 전달한다..
일명 ..PIN YIN ,
나는 노트북에 중국어 사전을 설치해 그녀와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퇴근하면 집에 가는 길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며
그렇게.. 그녀 아버지의 눈을 피해 데이트를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이면 왕옌에게서 문자가 온다,
어제도 아버지가 소개해 준 한국남자와 선을 봤다. 오빠 보고싶어..
그녀는 주말이면 아버지가 소개하는 한국인 남자와 하기 싫은 선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난 그것을 막을 수 없었고...
그런 날이면.. 항상 내게 투정을 부리는 그녀..
어떤 날은 선 본 남자가 핸드백을 선물했단다., 하지만 내가 사준
작은 곰인형이 더 사랑스럽다고..
25살의 어리고 순진하고 이쁜.. 중국아가씨는 왜.. 나이 많은 아저씨들을
만나야 하는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왜... 돈을.. .. 돈많은 한국 남자를 원하는지...
왕옌의 말로는
왕옌이 일하는 공장의 사장도 왕옌에게 추파를 던지고..
심지어는 일요일에도 왕옌 혼자 출근시켜 개인심부름을 시키며
차에 태워 여기 저기 드라이브를 했다고 한다..
나와 통화를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를 하며
울먹이는 그녀..
문자가 온다.. 야속하다고. 왜 자기를 방치하냐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게 우리가 서로..지쳐갈때쯤.
왕옌은 비자 연장을 못해서..갑자기 중국으로 갔다.
그때가 2009년 4월.
나와 5개월을.. 만나고 그녀는 떠났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의 집으로 와서
그녀를 잊고.. 살았다.
아니, 잊으듯 살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우연히 그녀를 보았다.
3년 전..내가 일했던 그곳의 친구들을 만나러
그곳에 갔다가 그녀를 보았다,
왕옌.
왕옌에겐 한 아이가 있었다.
왕옌,
우리는 서로를 봤지만.. 그냥 모른척..
서로의 시선을 외면하고
그렇게..스치며 지나갔다...
3년 전.
내사랑이 그곳.
옛날 그곳에서 살고있었다.
왕옌,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