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센티 키에 서글서글한 얼굴, 스타일, 바이크, 직업, 놀기 좋아하는 성향까지 ...
어느 것 하나 나와 같은 점도 없고 마음에 드는 점도 없었어.
딱 하나 너를 좋게 보았던 건, 그런 외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4년이나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점이었지만,
그것도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였으니까.
정반대의 외모와 성격을 가졌고 아픈 짝사랑 중이었던 내게는 말이지.
3개월이 지났을까?
다시 만난 날, 나는 그 아픈 짝사랑으로 이를 악물고 마지막 전쟁을 치루고 있었고,
너는 그새 4년이라는 연애를 끝마친 탓에 너덜너덜 초라한 모습이었어.
그리고 우리는 서서히,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갔지.
가슴에는 상처만 잔뜩 남아 하루에 한 번조차 도 웃지 못하는 내게
너는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럽게 내게 많은 웃음을 줬어.
아마... 너는 너 나름대로 그렇게 오래된 연인의 빈자리를 내게서 조금은 채우려고 했던 걸까?
아침5시면 시작되는 하루, 한숨부터 새어나오는데 밤사이에 와있는 문자와 내 출근시간에
맞춰 보내진 네 예약문자에 하루 아침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졸린 오후에 겨우겨우 "졸립다" 세 글자 보내면 1초도 되지 않아 울리는 전화벨.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 자른 얘기며, 마트에서 장 본 얘기, 시시콜콜한 그 얘기들이
다시 나를 조금씩 웃게 해줬고, 그런 너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갔어.
남자, 여자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는 그렇게 그냥 너무 좋은 친구였어.
아니, 애인보다 더 좋은, 훨씬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어느 날 항상 같이 만나던 사람들에게는 몰래, 우리 둘이 영화를 보자던 너의 말.
남자랑 처음으로 본 영화라는 걸 넌 몰랐겠지?
집에 가는 길, 내 버스를 기다려주며 네 겉옷으로 나를 감싸안아주던 것도,
버스에 타기 직전 꼬옥 안아주며 이마에 뽀뽀해주던 것도 내겐 처음 있는 일이었어.
밤새 전화기를 붙들고 10시간을 넘게 통화했던 것도,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말해준 것도,
그 모든 게 네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는 그렇게 내 마음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왔어.
그래서... 그래서 욕심났나봐.
널 놓치고 싶지 않았나봐.
내 욕심이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 그동안 내게 보이지 않았던 사실들이 모습을 드러냈어.
4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고,
언젠가는 다시 그녀와 만날 거라고 너가 말했던 게 채 1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왜 너에겐 이미 반 년 넘게 만나온 9살 연하의 여자친구가 있는 거였을까?
그런데도 왜 여전히 옛 여자친구에게는 여전히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낸 거였을까?
그리고 넌 어째서... 그 시간에 내 곁에서 그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고,
나는 어째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내가,...
어두움 속에서 네 핸드폰을 몰래 훔쳐보며 초라하게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