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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사랑에 외치다(12)

사바라방해배 |2011.06.12 19:55
조회 41 |추천 0

무더운 여름 날 사무실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저기서 전화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마감 시간이 다 되어 모두가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신문사는 모든 것이 마감시간을 기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때 수정이 문을 열고 카트를 들고 들어선다. 카트 안에는 냉커피가 가득하다. 수정이 들어오든 말든 모두 바쁘게 기사 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을 때 조심스레 카트를 밀고 동료들에게 다가가 커피를 전한다.

“ 선배님. 시원하게 냉커피 좀 드시면서 좋은 기사 쓰세요. ”

“ 어? 수정씨. 고마워~ ”

돌아다니며 예민해져 있는 신문사의 기자들에게 냉커피를 전달하자 조금은 긴장을 푼 표정으로 수정을 대하는 사람들. 커피 배달을 끝내고 기사내용을 편집장에게 제출하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다. 오늘 아침에는 차에 기름이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했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가지 않는다.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 벤츠에 앉아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허름한 옷차림에 한 남자 아이가 빵을 먹으며 정류장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며칠을 씻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구정물이 묻어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 수정은 가방에서 물티슈를 찾으려 뒤적거린다. 그 때 남자 아이가 손에서 빵을 놓치고 빵은 도로로 데굴데굴 굴러가 떨어진다. 남자 아이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빵을 잡기 위해 도로 위로 걸어갔고 갑자기 튀어 나오는 아이를 못 보고 달려오던 검은 색 차 한 대가 다가온다.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낸 수정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도로 위로 뛰어 들어 남자 아이들 재빠르게 낚아채 사고를 피한다. 남자 아이를 감싸 안은 해 바닥으로 구른 수정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검은 색 차를 보며 기분이 상한다. 그리고 번호판을 외운다.

“ 꼬마야. 괜찮니? 도로에 뛰어 들면 어떻해? 큰 일 날 뻔했잖니... ”

수정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남자 아이의 시선은 도로 위에 자동차 바퀴에 뭉개진 빵조각으로 향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수정이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는 남자 아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 가자! 누나가 저 빵 보다 더 맛있는 거 사줄게. 근데.. 꼬마야. 엄마는 어디 계셔? 왜 혼자 있어? ”

“ 엄마 없어요. 그런 거 없어요. ”

무뚝뚝한 말투로 툭 내뱉어 버리는 남자 아이를 보며 동병상련의 기분이다. 자신도 엄마가 없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똑같은 고아인 것 맞지만 다행이도 자신은 원장 수녀를 만나 굶고 다니지는 않았다. 좋은 옷을 입지는 못했지만 구정물을 얼굴에 묻히고 다니지는 않았다. 근처에 편의점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남자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것저것 담기 시작한다. 편의점 계단대 위에 올려진 빵, 과자, 음료수, 김밥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편의점 직원이 너무 많은 양에 놀라 수정을 바라보지만 웃어 보인다. 계산을 하고 짐을 가지고 나오는 두 사람은 편의 점 앞 의자에 앉는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남자 아이를 보면서 문득 좀 전에 검은 색 차량이 떠오른다.

‘ 무정한 사람들! 사람이 넘어졌는데 나와 보지도 않고 그냥 가고. 번호판 기억하니까. 꼭 응징 해 주겠어.’

음식을 먹고 난 후 수정은 남자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머뭇거리다가 들어온다.

“ 아참. 근데 넌 이름이 뭐야? 여태 그걸 안 물어봤네. ”

“ 민기.....고민기..요.. ”

“ 우와~ 이름 멋지다! 민기야. 욕실에 가서 좀 씻어. 너 그렇게 다니면 사람들이 까마귀인 줄 알겠다. 씻고 나와.”

민기가 욕실로 들어가고 수정은 장롱에서 쇼핑백 하나를 꺼낸다. 예쁘게 포장 되어 있는 상자를 뜯고 그 안에서 아이 옷을 꺼낸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몸에 대어보고는 미소 지으며 다시 나온다. 한참 후 수정이 노크를 하고 문 앞에서 옷을 놓고 다시 들어간다. 문이 살짝 열리고 문 앞에 있는 옷을 들고 다시 닫힌다. 욕실에서 나오는 민기를 보며 크게 호응해 준다.

“ 우와~ 민기 너 그렇게 차려 입으니까 잘생겼다~ 나중에 크면 여자들 많이 울리겠는 걸 ”

머리를 긁적거리는 민기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준다. 머리를 다 말리고 거울을 보던 수정이 그새 잠들어 버린 민기를 발견하고는 웃는다. 민기를 들고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주환에게로 전화를 건다.

[네. 정주환입니다. ]

[주환씨. 저 수정이에요.]

[네... ]

[혹시... 차량 조회 같은 거 할 수 있어요? ]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

두 사람 사이에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고 차량 번호를 조회를 한다.

[고마워요. 도와줘서]

[지금 그 쪽으로 가죠. ]

한 시간 쯤 뒤 벨소리가 울렸고 주환이 찾아왔다. 집 안으로 들어 온 주환을 침대로 데리고 가 민기를 보여준다. 차량 조회 한 자료를 수정에게 건네며 표정이 굳는 주환.

“ 이 사람들 만만하지 않아요. ”

“ 그런 게 어딨어요? 이런 건 법대로 해야 한다고요. 음.. 차 주인이... ”

“ 아마 운전한 사람은 대한호텔 회장 비서일 겁니다. 그 차량 소유주 대한호텔 회장이니까. ”

“ 대한 호텔이요? 거긴... 나도 아는 사람 있는데. 치..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니까요. 내가 이번 사건을 기사화 해서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어요.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요. ”

“ 내가.. 잘 한 건지 갑자기 의문이 드네요. ”

“ 왜요? ”

“ 또... 무슨 사고 칠까봐서요. ”

“ 뭐라고요? 치.. 내가 무슨 사고를 쳤다고 그래요? ”

자신의 농담 한마디에 반응하는 수정을 보면서 또 괜히 웃음이 나온다.

“ 저녁 먹고 가요. 도와줬으니까 내가 대접할게요. 여기 앉아 있어요. 불만 올리면 되요. ”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환은 주방에서 일하는 수정의 모습이 왠지 불안하다. 무거운 것을 한꺼번에 옮기려고 시도를 하거나 칼질을 하는데 음식을 자주 한 솜씨는 아닌 듯 서툴기만 하다. 가스 불을 켜고 화들짝 놀라자 주환이 반사적으로 다가 온다.

“ 왜 그래요? 다쳤습니까? ”

“ 아...아니요. 제가 불을 좀 무서워해서 가스 불 킬 때마다 이래요~ 하하 어렸을 때 화상 입은 적이 있어서..헤헤 ”

‘화상’이라는 말에 문득 떠오른다. 냉동 창고에 갇혔을 때 수정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긴 적이 있었다. 그 때 수정의 오른 어깨 위에 생각보다 큰 화상자국을 본 기억이 난다. 많이 아팠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주환 역시 불이라면 그 누구보다 더 싫어한다. 불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던 적이 있다. 사실 불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은 것이다. 아마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무서운 일을 겪고 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겠지. 요리가 완성되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수정의 집에서 나와 차를 운전하는 주환은 문득 자신이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에 도착해 현관에 들어서고 신발을 벗는다. 침대로 가는 도 중 서랍장 위에 올려 진 엎어진 액자를 보고 손을 뻗어 액자를 들어 본다. 미주의 사진이다. 사진 속에 미주는 행복한 듯 웃고 있다. 3년 만이다. 그 날 이후로 이 액자를 만진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액자 위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주변 역시 먼지가 가득했다. 주환은 그 주변으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이 세상을 등지게 된 가엾은 미주 때문에 웃지도 못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행복해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미주 앞에서는 죄스러워.

“ 미주야... 나.... 그 여자 때문에 웃게 됐어...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웃어서... 미안.... 미안해 미주야...”

 

 

 

“사랑한다. 사랑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 하지 않는...”

나뭇잎을 하나씩 떼며 반복하고 있는데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질 때 사랑 하지 않는다라는 게 나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정은 주환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남자는 도통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여러 사건을 겪었고 고비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 한 것 같았는데 이럴 때 보면 주환은 마음이 없는 것 같게 느껴졌기 때문에 하루 종일 심술이 나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음을 들으며 주환이 받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신호가 갔음에도 불구하고 주환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실망한 얼굴로 한 숨을 내쉬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짐을 챙겨 현관문으로 향한다. 그런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연다.

“ 누구세.. 아.. 아주머니.. ”

“ 있었네. 기자 아가씨 내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요새 자주 들렀었는데 항상 집에 없더라고. 전화도 안 받고 ”

“ 아.. 그러셨어요? 왜요? 무슨 일이세요? ”

“ 아...그게 ..저기 아가씨 방 말이야... 방을 좀 빼 줘야겠어.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며칠 뒤에 조카가 한국 들어오는데 그 방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미안한대. 이번 주까지 방 좀 빼줘. 아가씨. ”

“ 아주머니. 갑자기 이러시면 어떻해요? 전 준비가 안 됐는데 일주일은 너무 짧아요. ”

“ 어쩔 수 없어. 이번 주 까지 꼭 빼. 난 그렇게 알고 간다! ”

“ 아....아주..아주머니!! ”

매몰차게 가버리는 아주머니가 야속하기만 하다. 일주일 만에 방을 빼라니.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르는 수정은 오늘따라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휴.. 오늘 왜 이러니...’

그 때 전화벨이 울렸고 발신 번호에는 정수라고 뜬다. 의아한 표정을 하고는 받는다.

[ 네.. 형사님. 어쩐 일 이세요.]

[ 수정씨 혹시. 정 팀장님이랑 최근에 연락 언제 했어요? ]

[ 아.. 이틀 전인가... 제가 물어 볼 거 있어서 전화 한 거요.. 왜요? ]

[ 아.. 어디 가신거야... 미치겠네... ]

[ 정수씨.. 무슨 일인데요? 왜 그러세요? 주환씨한테 무슨 일 생긴 거에요? ]

 

 

전화를 끊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을 경험한다. 정수와 전화를 끊고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되면서 불안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적지도 없는 운전을 시작한다.

 

[아... 씨... 내가 말조심했어야 하는데...빨리 안 찾으면 무슨 일이 날지도 몰라요. 정팀장님.. 3년 전에 사고를 당했어요.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사고로 죽었거든요. 그 당시에 팀장님이 중대한 사건을 하나 맡고 있었는데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 범인들과 연결 된 놈들이 팀장님 약혼녀를 납치해서 차에 놔두고 불을 질렀어요. 그 때 마침 팀장님이 그 자리에 도착했었는데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불이 붙었고 차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약혼녀를 눈앞에서 잃었어요. 그리고 큰 폭발음과 함께 차는 산산조각이 났고요. 그 사건 이후로 팀장님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죠. 그 때 그 놈들 다시 잡아 직접 죽이겠다고 난리쳐서 징계도 받은 적 있어요. 그 놈들 감방에 보내고 이제 조금은 잊어가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 놈이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들었죠? 그 놈이 아마 교도소에 없다면 팀장님 지구 끝까지라도 쫒아가서 죽일지도 모른다고 모두들 출소한 거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이틀 전에 그 사실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날이... 3년 전에 죽은 약혼녀 기일이었대요. 그 사실 알자마자 뛰쳐나가서 지금까지 연락 두절이에요. 집에 가봐도 아무도 없고 아... 혹시.. 팀장님이랑 연락 되면 저희한테 연락 좀 주세요. 꼭이요. ]

 

 

운전을 해서 도착한 곳은 주환의 집 앞이다. 정수에게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뒤엉켜 두통이 온다. 그 동안 주환이 자신을 외면하려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 때문에 눈앞에서 잃었다면 그 어느 누구라도 제정신일 수는 없다. 왜 주환이 지금껏 웃음을 잃고 살아야 했는지. 왜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 제발 죽지마.. ” 라는 말을 자주 했었는지. 이제야. 그 마음이 읽어진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죽을 것 같은 아픔을 견뎌 내려고 자신에게 채찍질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 일까. 주변에 그 누구도 넘어 올 수 없는 벽을 만들고 소통하지 않으려고 했던 가엾은 그 남자. 그 아픈 사연에 눈물이 흐른다. 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 주환의 집 앞에 도착했고 초인종을 누른다. 당연히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계단 옆에 앉아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이런 힘든 시기에 주환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게 비통할 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어디서 힘들어 하고 있을 주환의 마음을 대신 말해 주듯이 하늘에서는 사정없이 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 그러나 주환은 오지 않는다. 새벽 2시가 넘어간다. 새벽 4시가 되어 간다. 체력이 고갈될 때 쯤 계단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은 그토록 기다렸던 주환이 맞다. 술에 취했는지 상당히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에 흠뻑 젖어 있다. 내려가 주환을 부축하는 수정.

“ 주환씨.. 괜찮아요.? ”

고개를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 한 순간 주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수정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아랑곳하지 않고 주환의 팔을 다시 잡는다.

“ 뭡니까! 이 거 놓죠! ”

굵은 목소리로 수정을 쏘아 보는 주환. 그러나 상관없었다. 수정에 눈에는 그저 상처받은 사람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 주환씨 지금 많이 취했어요. 들어가요.. ”

다시 손을 뿌리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수정도 그 틈을 타서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 모습을 발견한 주환은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 나가!!! 당장 여기서 나가!!!!”

그래도 나가지 않는 수정을 보자 집 안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을 던지고 부수기 시작한다. 유리병도. 거울도. 순식간에 집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수정은 주환을 막아 보려하지만 당해 낼 수 없다.

“ 당장 내 집에서 나가라고!!!!! ”

유리병을 집어 던지려고 하는 순간 두 손으로 주환의 팔을 잡는 수정. 다시 뿌리치려고 하는 주환에게서 여자의 힘으로 건장한 남자의 힘을 막아 낼 수 없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그러면서 이미 바닥에 깨쳐 있는 유리 조각들에 팔과 손을 찔려 피가 난다. 그 모습에 놀라 멈칫 한 주환.

“ 내 옆에 있으면 ... 그렇게 다치기만 하는 겁니다... 다신... 보지 맙시다...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져...”

“ 다신... 보지 말자고요? 눈앞에서 사라지라고요? 왜요? 나도 그 여자처럼 당신 떠날까봐서요? ”

수정의 말에 눈빛이 매서워지는 주환. 그 여자? 고개를 들어 수정을 바라본다.

“ 겁쟁이! 거짓말쟁이! 나한테 이렇게 모질게 대하면 당신 마음이 좀 편해요? 그래요? 그럼. 더 해요! 나한테 다 풀어요! 당신이 화풀이 하고 싶으면 나한테 하고 울고 싶으면 내 앞에서 울어요! 그렇게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

수정의 팔에는 피가 많이 흐르고 있다. 유리에 찔린 상처가 꽤 깊었고 벌서 몇 분 째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했기 때문에 더 상태가 안 좋아진다.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 해 지고 있었다.

“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해요. 그러면 당신 도와 줄 사람.. 많아..하...하... 그리고... 난... 당신 때문에 두 번이나 살아난 목숨이에요.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요. 만약...하... 만약에..내가 당신 때문에 죽는다고 해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아요...하하.. 그리고.. 난...하하.. 절대.. 죽지 않아요...당신 옆에..서... 오래..오래...같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수정. 그제 서야 정신이 든 주환은 수정에게 달려와 호흡을 확인하고는 손수건으로 팔을 지혈하고 안아 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응급실에 도착한 주환은 수정을 안아 들고 큰 소리로 간호사와 의사를 부른다. 잠시 동안 수정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 치유와 안정제를 놓는다. 피를 많이 흘려 얼굴에 핏기가 없었던 수정은 안정제가 들어가면서 다시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한 시간쯤 뒤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고 눈을 뜬다. 수정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이며 깨어나길 기도하고 있는 주환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주환이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준다. 손에 힘이 들어오자 주환이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수정을 바라본다.

“ 주환씨... 이제 괜찮아요?”

병원에 실려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수정인데 오히려 이 여자 남을 더 걱정하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수정을 껴안는다. 주환은 두렵다.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까봐.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또 닥쳤을 때 무기력하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봐 두렵다. 위험한 인물이 지금 어딘가에서 활보하고 돌아다닌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화살이 자신이 아닌 이 여자에게 향할까봐 불안하다. 그렇지만 이 여자를 외면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여자를 모른 척 할 수 없다. 주환의 마음속에 이미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포옹하는 주환의 행동에 순간 놀란 수정도 서서히 부드럽게 주환의 몸을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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