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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군대 2년이 편했다" 서울유학생 기숙살이 시름

ㅇㅇ |2011.06.27 19:50
조회 80 |추천 0
"차라리 군대 2년이 편했다" 서울유학생 기숙살이 시름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1-06-27 17:40 기사원문

올여름 졸업 예정인 신동훈 씨(26ㆍ가명ㆍ홍익대)는 2004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거처를 9번이나 옮겼다.

경남 밀양 출신이라 입학 첫해에는 운좋게 기숙사에 들어갔지만 1년도 안 돼 제발로 기숙사를 나왔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은 마련했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 늦은 시각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자정 통금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

신씨는 "기숙사에서 제대로 잔 날이 한 학기에 열흘이 채 안 됐다"며 "2.7도 안 되는 낮은 학점으로 어차피 2학년 합격도 불투명했다"고 전했다.

경남 출신 학생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별도 학사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규율이 심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없었다. 이후 4년간 선배집, 고시원, 반지하방 등을 전전했던 신씨는 군 복무 후 고시원 생활을 다시 시작했지만 통풍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을 못 견디고 나왔다. 대신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반 휴게실에서 6개월간 먹고 잤다.

현재 고시원에서 만난 후배와 반지하방 원룸에서 살고 있다는 신씨는 "차라리 군대에 가 있던 2년이 이사갈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치솟는 등록금과 주거 문제로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신씨처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한 달 기숙사비가 원룸 월세를 호가하는 50만원에 육박하는 호화 기숙사의 문도 두드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중하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강원학사, 남도학숙 등 이른바 'SKY 대학'(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학생들이 대부분인 지자체의 저렴한 기숙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학사는 대부분 상도동, 신림동 등 서울대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더해 이처럼 서울 유학생들 사이에 '주거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지자체까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서울시는 오는 10월 성북구 재개발지역에 38가구 190개의 방을 보증금 100만원, 월세 1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대학생들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북구 재개발지역 일대에 신축 공사 중인 주택을 매입해 설계를 바꿔 가구당 4~5명이 방을 따로 쓰고 부엌, 화장실 등을 공동 사용하는 '하우스메이트'식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가 밀집지역인 서울 서대문구도 실효성이 없는 공공건물을 임대주택으로 개조해 관내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이 같은 대책은 지방 출신 대학생들의 근본적인 주거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다. 질(質)보다 양(量)에 무게를 두는 대학 차원의 기숙사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등록금, 교육비, 주거비까지 합치면 1년에 드는 돈은 많게는 3000만원인데 이는 웬만한 중산층도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라며 "대학들이 적립금을 투자해 질 좋고 저렴한 기숙사를 많이 만들고 지방 출신 학생들의 기숙사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대는 호화 기숙사 논란을 빚은 민간투자사업(BTO) 방식 대신 자체 건립기금을 활용해 수용 인원 1500명 규모의 기숙사를 2013학년도 1학기 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대학이 직접 기숙사를 지으면 기숙사비를 저렴한 가격에서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주거 양극화 해소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는 신촌 일대 대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일명 '신촌 기숙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연세대가 기숙사 용지를 내놓고 공사비의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 공사비는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각각 부담해 가칭 '신촌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안했다"며 "연세대생뿐 아니라 서강대, 이화여대 등 신촌 일대 대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석우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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