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1-07-02]
“백선엽 장군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항일독립운동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
<한국방송>(KBS)이 ‘친일파 찬양’ 논란을 빚고 있는 ‘백선엽 다큐멘터리’ 방송을 중단해달라는 광복회의 요구에 내놓은 반응 가운데 일부다. 한국방송의 이 답변이 광복회 등 관련단체의 반발을 더 키우고 있다.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으로 구성된 광복회(회장 박유철)에 따르면, 이 단체는 한국방송 백선엽 다큐멘터리(특집 2부작 다큐 <전쟁과 군인>) 방송이 나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한국방송에 공문을 보내 ‘백선엽-이승만 다큐멘터리’ 중단을 요구했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백선엽은 항일유격대를 소탕하는 일본군의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의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친일파”라며 “친일파 백선엽에 대한 찬양 방송은 물론,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내보내겠다는 이승만 찬양 다큐멘터리의 제작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대 독립운동가 유족 단체인 광복회가 ‘백선엽-이승만 다큐멘터리’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자 한국방송은 즉각 답변서를 내놓았다. 한국방송은 광복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백선엽 다큐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앞 세대가 북한의 6·25남침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왔는지 되짚어보는 데 있으며, 이는 구한말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한 비극의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광복회의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며, 중단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한국방송이 백선엽 다큐멘터리의 기획의도를 광복회 정신에 빗댄 주장을 내놓자 광복회 등 관련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광복군 등 항일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일본 군인 출신인 백선엽 관련 다큐멘터리를 광복회 정신으로 설명하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나중화 광복회 사무총장은 “광복회는 앞으로 ‘백선엽-이승만 다큐멘터리’에 대해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그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