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님입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 하니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있던 일이 생각나네요..
지금으로 부터 10여년전
제가 중학생때 있었던 일입니다.
전에 썻던 글에서 저희 할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어렸던 탓도 있었고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얼굴은 물론 모든 것이 흐려져갔습니다.
슬쩍 공부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여전히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15살.
온 가족이 모인 추석날이였습니다.
큰집인 우리집은 추석날 밤 고모, 고모부, 사촌동생들이
모였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총대를 메고 6명의 동생들을 이끌며
동네 여기저기를 누비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도둑잡기, 깡통차기 등 시간 가는줄 모르며
해가지고 밤이 깊어져서야 다같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희는 새벽 2시까지 게임을 하다
지쳐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보다 3살 어린 사촌동생과 제 방 침대에서 잤구요.
무척이나 즐거웠고 고단했던 하루.
몸이 천근만근.
사촌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나 봅니다.
어째서인지 누군가 몸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
' 윤이(사촌동생)가 또 치대나? "
평소에 잠버릇이 고약했던 윤이라 생각하며
슬쩍 실눈을 떴습니다.
옆으로 돌아누워있는 윤이.
'누구야 그럼'
옆으로 살짝 돌아 누운 침대 곁.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나랑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침대 밑에서 무수히 뻗어져 나와 내 손을 붙자고 있는 수십개의 손들.
내 얼굴 옆에 바싹 맞대고 있는
난도질한듯 찢어질대로 찢어져 버린 눈을 가진 여인의 머리
눈물이 펑하고 터졌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몸
겨우 돌릴수 있는 얼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끊임없는 웃음소리
"이히히히히히히!! 나랑 가가가가가"
무수한 손들에 잡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던 저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윤이를 불렀습니다.
"흐어어...윤아,,윤아, 언니 좀 도와줘.....흑흑"
대꾸도 없는 윤이.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저는 이대로 있다간
정말 미쳐버릴것 같았고 어떻게 해서든 방에서 나가야 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어딜 가려고!!!!!!!!!!!!!!!!!!!!!!!!!!!!!!!!!!
못된년같으니!!!!!!!!!!!
나랑 가야돼!!!!!!!!!!!!!!!!!!!!!!!!!!!!!!!!!!!!!!!!!!!!!!!!!!!!!"
눈이 찢어진 여인은 나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미친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 거리며
침대를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흔들거리는 침대가 방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그 여인은 머리를 흔들거리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흔들거리며 빙글빙글 돌고있는 방안에서
머리가 깨어질듯 아팠고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곤히 잠든 윤이와 미친듯 웃고 있는 여인의 얼굴.
그 모습에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거 같았고 생각할 틈새도 없이
모든 손들을 발길질하고 뿌리쳐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쇼파에 쓰러지듯 엎어졌습니다.
"어디가!!!!!!!!!!!!!!!!!!!!!!!!!!!!!!!"
문사이로 데굴데굴 굴러나오는 여인의 머리통과
바닥에 슬금 슬금 기어오는 수십개의 손들..
도저히 더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툭하고 발끝에 무언가 닿은듯한 느낌
그 여인의 얼굴이 제 발끝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잡았다 잡았다!!!!!!!!!!"
희마하게 정신을 잃을려 하는데
거실 바로 옆에 있던 부엌에서 누군가
물컵을 들고 나왔습니다.
얼굴도,,모습도,,친절했던 미소마저 희미해져 버린
나의 할아버지.
꿈속에서 그렇게나 나를 데려가고 싶으셨다던 할아버지였습니다.
물을 한잔마시고는 나를 바라보시는 태연한 듯한 할아버지의 모습에
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분이라곤 인지를 못하고 원래 있던 분인냥
말을 걸었습니다.
"할아버지, 나좀 살려줘 흐어어...살려줘 할아버지 ......."
할아버지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저를 바라보시며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땀으로 범벅된 저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으시고는
여인의 얼굴 위로 마시던 물을 부어버렸습니다.
형용할수 없을 만큼 징그럽게 부식하듯 일그러지는 얼굴과
축 늘어져 말라가는 팔과 손들.
" 전엔 할비가 미안했다"
동시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언니!! 언니!!!!!"
누군가 부르는듯한 소리에 문득 눈을 떠보니
윤이가 울면서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아빠의 차안.
윤이의 말로는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 일어났더니
옆에 있던 제가 거실 쇼파에 땀 범벅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놀래서 집안 사람들을 깨워
저를 업고 응글실로 가던 중이었다고.
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그날
저는 응급실에서 링겔을 맞고 잠이 들었습니다.
추웠던 가을 날씨에 온 동네를 그렇게나
뛰어다녔던 탓이였을까요
어쨋든 저는 눈이 갈기갈기 찢어진 여인의 모습과
나즈막히 미안하다고 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