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lease, Help Me! 』
"네, 후반 이제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선수들 너무너무 잘 싸워 주고 있죠!"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관중석을 꽉 메운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들이 경기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드디어 우승을 바라보는 마지막 경기였다. 지난 2002년 세계가 깜짝 놀란 만한 저력을 보였었던 한국이 가뿐하게 4강을 뛰어넘어 우승컵을 놓고 브라질과 대격돌을 벌이고 있다. 독일 최대 규모의 경기장에서 우리 대표 선수들과 브라질 선수들이 열전을 벌이는 것을 전세계가,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후반 40분.
경기는 이제 막판으로 치닫고 있었다.
현재 스코어는 1:0
세계 막강팀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한점도 내주지 않은 채 한점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 눈부신 발전을 보인 한국 축구의 눈부신 노력의 결과라고 하겠다. 이제 5분만 더 버티면 된다! 붉은 악마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첫 월드컵 우승컵을 안게 될 기쁨에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생중계로 방영되는 TV를 숨죽여 바라봤다.
"네, 이제 5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정신력 싸움입니다. 우리 선수들 조금만 더 버텼으면 하는데요."
"우리 선수들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아, 지금 막 김기하 선수가 박영호 선수에게 패스를 했는데요,"
"아, 위험합니다. 우리쪽 골대 앞에서 장거리 패스를 하다간 상대 선수에게 뺏길 위험이 있죠!"
"그렇습니다. 박영호 선수 다시 반대편으로 슛팅, 아 잠깐!!!"
중계석에서 쉴새없이 마이크로 상황을 전해주던 해설위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장내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던 선수들도, 관중석의 붉은 악마와 독일 응원단들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삐익_"
침묵을 일순간에 깨버리 듯 주심이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었다. 그제서야 천천히 독일 응원단 쪽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 판이 잠시 깜빡거리다가 1:1 이라고 크게 떠올랐다. 아직까지 골대 안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굴러다니는 공을 바라보며 골대 앞에 넘어져 있는 하시우 선수는 일어날 생각은 않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자신의 뒤에 섰던 브라질 선수와 부딪히면서 스텝이 꼬였고, 헛걸음질을 하며 앞으로 나가던 발에 정말 우연하게 박영호 선수가 슛팅하던 볼이 걸렸을 뿐이었다. 엉겁결에 발에 차인 볼은 그대로 우리쪽 골대 안으로 다이렉트로 들어갔고 자신은 앞으로 넘어지며 잔디위로 주욱 미끄러졌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정말 우연의 연속이고, 운명의 장난이라고 우겨봤자 이미 일은 저질러진 상황이었다.
명백한 자살골, 그랬다.
게다가 이미 전의를 상실한 한국팀을 상대로 브라질 팀은 2분을 남기고 한골 더 득점하는 찬스까지 잡았으며, 결국 2006년 월드컵 우승컵까지 품에 안는 행운까지 가져갔다.
동료들은 커녕, 감독조차도 그에게 말조차 한마디 걸지 않았다. 다 잡아놓은 우승컵을 놓쳤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아니 들어주지 조차 않았다. 녹화된 비디오만 돌려보면 금방 알수 있는 사실을 말이다. 침울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소지품을 챙겨 든 채 숙소로 향하는 차를 타기 위해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하시우 선수가 맨 마지막으로 대기실을 빠져나왔을 때였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엄청난 수의 붉은 악마들이 일제히 그를 가리켰다.
"야! 하시우 이새끼! 죽어버려!"
"너때문에 다잡은 우승컵까지 놓쳤잖아!"
"미친새끼, 저거 돌대가리 아냐? 자살골 넣는 놈이 어딨어!!"
"뻔뻔스럽기도 하다, 자살골 넣고도 얼굴 들고 다니니 말이다!"
응원도구로 사용했던 태극기 봉과 자잘한 쓰레기들까지 욕설과 함께 그에게 달려들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시우 선수는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참으며 그들에게 허리 굽혀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했다.
"새끼야! 죄송하면 다야? 엉? 죄송하면 다냐고!"
가장 가까이에 섰던 붉은 악마 응원단 중 한명인 듯 보이는 아저씨가 허리 굽혀 빌고있는 하시우 선수에게 욕설을 뱉아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드는 주먹을 받아낸 그가 비틀하며 휘청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주변에 있던 붉은 악마단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이새끼!!"
한참의 소동끝에 경찰들이 오고, 겨우 그가 사람들의 폭행으로부터 구해졌지만 이미 그의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벌벌 떨며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선 국민 여러분들에게 사과 드리겠습니다, 저의 불찰로 인해 많은 실망을 드린것 같습니다. 독일 월드컵 이후에 한국에 귀국한 후에도 저는 많은 생명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열다섯번의 살인 미수가 있었고, 폭행과 협박 혐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며칠 전의 권총 사고로 전 더 이상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사과 하는 뜻에서 국가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더 이상 축구를 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하시우 선수는 기자 회견 자리에서 다시 한번 꾸벅 고개 숙여 사죄했다.
"하지만, 브라질 팀과의 그 마지막 자살골은 제 잘못만은 아니었.."
"또 그 소리야? 그만해둬!"
웅성웅성, 다시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란스러운 욕설들이 튀어나왔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제 잘못만은 아니었습니다."
"시끄러, 그게 변명이지 뭐야!"
"제발, 전.."
하시우 선수는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시우씨, 지금 와요?"
" .... "
"어머, 얼굴이 그게 뭐야! 또 당했어요?"
온통 날계란 범벅이 되어 돌아온 그를 보며, 그의 와이프는 안쓰럽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목욕물 받아놨어요, 먼저 씻고 밥 먹어요."
말없이 옷을 벗는 그에게 그의 와이프가 다시 묻는다.
"오늘 기자회견은 잘 했어요?"
".. 그냥 그랬어."
"은퇴한다고 얘기했으니까, 이제는 괜찮을 거에요."
"내 직업도, 내 몸도, 내 꿈도 다 뺏아갔어, .. 게다가 내 목숨까지 요구하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절대 죽을 수 없어. 사람들이 날 그렇게 죽이려고 들기 때문에 오기로라도 살아야겠어."
와이프는 아무말 없이 싱긋 웃으며 욕실 문을 열어주었다. 날계란에 범벅인 된 머리를 감고, 간단한 샤워를 한 후에 뜨끈한 욕조안에 몸을 뉘인 그는 곧 긴장이 풀려 잠이 들었다.
위이이잉~
웬 시끄러운 소리에 그가 나른한 잠에서 깨어 살짝 눈을 떠보았다. 자신의 와이프가 눈앞에서 싱긋 웃고 있었다.
"아, 여보. … 무슨 ?"
"여보, 자살이든 타살이든 사람들은 관심 없어요. 당신이 말 그대로 '죽음'을 당하길 바라는 거죠."
" …… ?!"
"이렇게 매일매일을 불안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냥 죽는게 낫지 않겠어요? 당신은 삶의 실패자니까 죽음이라도 성공하세요."
"무슨 소리야!! 미쳤어? 으아아아악!!!"
그의 와이프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고 있던 드라이기를 그의 욕조 안으로 던져넣었다.
- 안타까운 소식을 첫소식으로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을 가지고 국가대표직을 은퇴한 하시우 전 국가대표 선수가 오늘 새벽 2시경 그의 자택에서 자살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얼마전 독일 월드컵 결승 경기에서 자살골을 넣어 많은 사람들의 원망에 따른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던 그는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신은 부인 안씨의 신고로 발견되었습니다. 욕조안에서 감전사 되어 숨진 것이라고 경찰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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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FIFA 공식 회의가 어제 영국에서 열린 가운데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 대한 한국의 자살골이 심판의 오판이었다는 소식입니다. 브라질 선수의 반칙을 보지 못한 주심이 반칙골을 자살골로 인정, 득점으로 허용시켰다는 점을 감안해 주심을 사퇴시키고 브라질에게서 월드컵 우승컵을 반환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2006년 월드컵 우승국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하시우 선수 얘기 들었어?"
"자살이라며?"
"하루만 더 살았어도, 자살골 아니었다는 거 알았을 텐데, 안됐다 그지?"
"그러게, 쯧쯧. 참 안됐네."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잊었다.
(+) 아주아주 예전에 썼던 글입니다.
홈피에 올린 줄 알았는데 없더라구요-
새 글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
곧 가지고 올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written by_赤月魅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