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사에서 가까이 지내는 후배가 있습니다. 신참꼴을 이제 겨우 뗀 26세 남자죠.
군대 마치고 4학년에 취업한 케이스입니다.
이 친구가 인상도 험악하고...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비비원숭이처럼 생겼습니다... 정말 외모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되지만... 비비원숭이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외모에서 벌써 마이너스를 먹고 가지요.)
저도 실제로 얼굴이 못난 편인데... 친절미소...+ 절도로... 뒷소리는 안먹고 다니려고 무진 애를 쓰거든요.
즉 외모에 대한 마이너스를 늘 자각하고 있는 편이지요. (이게 자기혐오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 친구는 성격도 특이한데에다 (아래 몇몇 사례를 들어놨습니다.) 자신이 매우 잘생겼다는
자신감을 갖고 삽니다. (이게 깨지거나 하는 날이면 병이나거나 무단결근;;)
이런 친구를 왜 가까이 하게 되었냐 하면...
일단 제가 사수고 이 친구가 부사수 역할을 9개월이나 했다는 것과...
남들이 신경 안쓰는 일을 꼼꼼하게 하기도 하고... 대충 넘겨도 될 일을 꾸준히 해놓는 것...
말 수는 없지만 꾸미고 가장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가 좋아보이더군요.
그리고 폭발 할 만한 스트레스에도 아무말 없이 넘어가는 그런 됨됨이가 훌륭해 보였습니다.
돈이나 출세 보다는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부분도 슬쩍 비치는데... 어느날 길거리에 버려진 과자상자를 집어서
거기 그려진 캐릭터를 정성껏 오려서 자기 사물함에 꽂아 놓더군요. 귀엽다면서...
자신은 명예도 돈도 원치않고... 다만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그냥 마음만 편하면 인생 보람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여자친구를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얼굴은 무섭고 성격을 감추지는 못하지만 나쁜 사람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 이렇게 좋은면이 있으면 당연히 안좋은면도 있겠지요?
지금부터는 그 친구의 심각한 문제의 면면을... 즉 제가 갈등하게 만든 행동들을 열거 해 보겠습니다.
이 친구가 눈치가 참 둔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동기 직원이... 몸이 많이 안좋아서 조퇴를 하려고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뜬금없이 과장님 앞에서 히죽히죽 웃으면서... 몸 아픈 사람이 밥도 잘 먹고 아까
음악도 잘 듣데? (정말 악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기 나오는데로 말하는 것이 이렇습니다.)
이러질 않나...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면 주변에서 누가 있을지 모르는데... 멀리 보이는 사람을 보고...
저 여자는 사자를 닮았네... 코끼리를 닮았네... 저 여자는 화를 잘내게 생겼네... 남편 구박하게 생겼네...
이렇게 떠들지를 않나.... (이런식으로 눈치 없는 짓을 하다가 누가 제대로 지적해서 자기가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하루종일 자책하며 화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고... 병이 나서 조퇴하고 그럽니다--;;)
주임님 집들이에 가서 주임님이 좀 친하게 받아주니까... 이상한 성인개그에서 주변 분위기 싸...하게 하더니
술이 조금씩 취해서 불안불안 했는데... 주임님이 갑자기 살기 너무 힘들다고... 죽고 싶을 때가 많다고...
엉엉 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아무 말도 못하고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하나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뜬금없이... 세상 다 살기 마련인데.... 주임님 혼자만 힘든거 아녜요. 키득키득... 주임님 죽으면
주임님 마누라는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이러는 겁니다.-=-=;;
주임님이 웃고 말았으니 다행이지 휴...
그리고 어느날 회식이었는데... 회식에서 안주를 시켰는데... 종업원이 모르고 안주값을 빼고 계산을 했는데...
다들 그걸 알고도 그냥 조용히 하고 있는데...(계산을 부장님이 하시는거라)
그 친구가.... 어!! 이거 가격 빠졌네? 안주값이 안들어갔어요!
이래가지고--;; 부장님이 얼굴이 벌레 씹은 듯하게 변하니까 하는 소리가
'아휴... 부장님 죄송해요. 말하지 말 것을... 키득키득<---이 웃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괜히 실실 웃습니다. 자주... 무서운 얼굴을 해가지고요...)
회사 휴게실에서 다들 평범한 내용으로 담소하고 있을 때... 혼자 조용히 있다가는... 집안 사정이라든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담배 한대 물고서는... 자기는 정말 힘든 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기가 너무나 벅찼느니... 너무나 힘들지만 이렇게 사느니... 이런 소리를 하고...
분위기를 순식간에 냉각시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압권인 것이...
얼마 전에 굉장히 인기가 좋던 한 직원이 퇴사를 했는데요.
그 친구가 막판에 좀... 꾀병을 부리다가 나갔는데... 사원 대부분이 그냥 그럴 수 있다...
하면서 여유롭게 보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퇴사한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가지고 회사에 들렀더군요.
다들 반가워하고 좋아하는데... 그 비비원숭이가 안보이는 것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적개심을 갖고 있더군요. 자신은 정직하지 못하고... 그 따위 꼼수를 쓰는
인간을 경멸한다고...
자신이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지만... 그런 인간들보다 무척 훌륭하다구요...
이거 위험한 사람일까요--;;
며칠 전에는 제가 자기에게 말거는 수가 많이 줄어들고... 술도 같이 안먹으니까...
묘한 얼굴로... 아무말도 안하고 쉬는 시간마다 제 자리 바로 옆에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아서는
괜히 저를 싸늘하게 한번씩 보고 비웃는 것처럼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무언가... 조그만 말로
'지가 결국 그렇지... 별 수 있어...'
뭐 이런식으로 말을 하길래... - 응?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한거야?
물으면 슬쩍 웃으면서 '아뇨...., 저 혼잣말 한겁니다.' 이러구요.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 은근 무섭기도 합니다.
저도 점점 가까이 있기가 어려운데... 소심하고 착한 사람이
외로워서 사람이 저러는 걸까요?
아니면 좀 이상한 사람이니 멀리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