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Vol. 2.5 - 2] 제임스의 무서운 이야기

아이작 |2011.07.27 13:06
조회 19,579 |추천 23

좋은 아침입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찌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제 저를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죠?

 

엽호판에 다시 글을 쓰는건 아니고 블로그를 둘러보다보니 2.5 - 1편만 엽호에 올리고 2편은 안 썼더군요.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고 뒷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올려봅니다.

 

1편만 있으면 찝찝하잖아요. 1편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1편 이야기도 같이 올립니다.

 

1편을 보신 분들은 아래 구분선을 따라 가시면 됩니다.

 

 

----------------------------------------------------------------------------

 

1편

 

오늘로 벌써 5일째인 것 같다.

 

문밖의 하이힐 소리는 내 모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땐 여자 교수가 늦게 퇴근하는 줄로만 알았다.

 

가끔 교수들은 논문 심사 등 잡일 때문에 늦게 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졸업 논문 때문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논문을 써야 했다.

 

 

 

그 소리가 처음 들린 건 5일 전 정확히 지금 이 시각

 

새벽 1시 19분.

 

물론 이 소리를 처음 들은 날부터 하이힐 소리가 들리는 시각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논문 준비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데

 

같은 시각 같은 소리가 들려오니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 소리의 기괴함을 눈치챈 건 이틀째 이 소리가 나던 때부터이다.

 

정확히 같은 시각.

 

플립시계라서 초 단위까지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째로 그 소리가 나던 날

 

워낙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어제와 얼추 비슷한 시각이었다.

 

 

 

워낙 변태 같은 성격의 교수들이 많아서

 

같은 시각에 퇴근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소리가 이상한 이유는

 

여긴 하이힐 소리가 날 수 없는 구조의 복도였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과에 유독 별난 교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복도 전체에는 카펫이 깔려있다.

 

카펫이 깔려있지 않은 부분은 벽에서 불과 10cm 정도.

 

그런 복도에서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걸으려면

 

벽에 바짝 붙어서 게걸음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렇게 걷는다기엔

 

그 소리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긴 복도를 걷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항상 내 지도교수의 연구실에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교수는 학생들과 열린 마음으로 통하고 싶다며

 

문턱을 없애 버렸다.

 

그 덕에 문과 바닥 사이에는 3에서 4cm의 틈이 있어

 

복도의 하이힐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딱. 딱. 딱. 딱. 딱.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3층인 줄 알았으나

 

한참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4층인 것 같다.

 

 

 

 

 

 

 

그 하이힐 소리는 2층에 잠시 멈춰 서더니

 

곧장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난 불안한 마음에

 

문틈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하이힐 소리 중간마다 섞여서 들리는 센서 등 켜지는 소리마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센서 등이 켜지는 소리가 나고

 

내가 있는 연구실 밖 복도가 환해졌다.

 

하이힐 소리는 이 문 앞에서 멈추는 듯했다.

 

 

 

 

 

 

'뭐야? 어떤 변태 같은 게 장난질이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한층 더 빨라진 소리로 이 앞을 서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문 아래 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반대쪽에서 장난을 치나 보군.'

 

복도의 카펫은 양쪽 벽으로부터 10cm가량 떨어져 있었고

 

반대쪽 벽은 각도상 서서는 문틈으로 보이지 않으니

 

반대쪽 벽과 카펫 틈으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누가 장난치는 거야!!"

 

 

 

라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복도엔 아무도 없었고

 

하이힐 소리는 거짓말 같이 사라져버렸다.

 

 

 

 

 

 

삼일째 되는 날.

 

어김없이

 

1시 19분에 시작된 그 소리는

 

긴 복도를 따라

 

두 층의 계단을 내려와서

 

지금 내가 있는 연구실 앞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제 일은 환청을 들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오늘 똑같은 소리가 같은 시각에 또 들리다니.

 

환청 같은 것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문쪽으로 다가가

 

엎드려서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분명히

 

하이힐 소리는

 

문 바로 밖에서 들리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공포이야기에라도 나오듯이

 

그 좁은 틈 사이로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쳤다면 좀 나았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복도.

 

나무로 된 문을 사이에 두고

 

하이힐 소리는 날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더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네 번째 되는 날.

 

무서워서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연구실에서 잠든 나는

 

조교실에서 논문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비록 집중은 되지 않을 것을 알지만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그렇게 큰 노랫소리 사이로

 

다시 하이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교실은 3층.

 

그 하이힐 소리는

 

3층을 지나 2층을 한참 서성이다가 어느샌가 들리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계속 논문을 쓸 수 있었고

 

3시쯤이 되어서야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조교실을 나왔다.

 

 

 

 

 

 

 

 

조교실을 나서는 순간

 

 

 

 

 

 

왼쪽 귀에 작은 바람이 불었다.

 

 

 

 

 

 

 

복도 창문이 열렸나..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봤는데..

 

 

 

 

 

 

 

 

 

 

 

 

 

 

 

 

 

 

내 뒤에는

 

 

 

 

 

 

 

 

 

 

 

 

 

천장에 발을 붙이고

 

거꾸로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그 여자의 목이 이어진 부분에는

 

 

 

목과 턱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목과 정수리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몸은 거꾸로지만

 

얼굴은 똑바로 세워진

 

그 이상한 사람이 아닌 무언가는

 

내 눈이 자기와 마주치자

 

약간은 화난 투로

 

"찾았다."

 

라고 말했다.

 

 

 ---------------------------------------------------------------------------------------

2편

 

한동안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왜 하필 나야?'

 

맨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래. 왜 하필 나야.

 

찾았다니. 날 찾았단 말인가? 그런데 왜 하필 나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한 번 보면 정확하게 기억하는 편은 아닐지라도

 

면식조차 없는 얼굴이다.

 

그런 여자가 왜 날 찾았다는 건가? 왜 날 이렇게도 괴롭히는 걸까?

 

 

 

길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난 그 여자를 제치고 계단 쪽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사력을 다해 뛰는 날 비웃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조교실에 있는 날 찾아오듯이

 

아주 천천히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날 미치게 하는 건

 

그 하이힐 소리가 내 귀 바로 뒤에서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빨리 뛰는데도

 

내 바로 뒤까지 쫓아올 수 있는 건 왜일까?

 

 

그 여자의 보폭은 내 보폭보다 10배는 넓은 건가?

 

 

 

긴 다리를 휘청거리면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쫓아오는 그 여자를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복도가 다 끝나갈 무렵 계단 앞에서 호기심이 공포를 이겼다.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는 내 바로 뒤를 쫓아 오면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발 쪽을 보니

 

다리나 발은 보이지 않고

 

천장에는 하이힐만이

 

몸을 열심히 쫓아 오고 있었다.

 

 

마치 필요없는 신발을 신고 있지만 너에게 이 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는 듯이

 

 

 

 

 

 

 

 

3층을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층을 내려오는 내내 귀 뒤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렸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날 미치게 하는 하이힐 소리를 피해

 

건물 로비를 나서자마자 잔디밭으로 뛰었다.

 

 

 

잔디밭에 올라오는 순간 내 귀 뒤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하늘에선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차 열쇠나 우산을 가지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건물을 쳐다봤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다.

 

 

 

 

 

 

 

 

 

 

그날 이후 난 밤늦게 절대 다니지 않았다.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책이 아무리 무거워도 다 싸들고

 

집에 와서 논문을 쓰고 자료를 검색했다.

 

심지어는

 

대낮에 길을 걸을 때도

 

보도블록이 아닌 잔디밭이나 화단으로 걸어 다녔다.

 

잔디 관리를 하시는 분께 자주 잔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편이 솔직히 안심됐다.

 

 

 

 

 

 

그 여자를 보고 한 달 후

 

여전히 집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데

 

밤늦게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근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낼 시간이 다 됐는데

 

우산이 없어 집에 못 가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일하는 곳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기 때문에

 

나가지 않을 핑계가 딱히 없는 처지였다.

 

 

 

옷을 대충 차려입고 여자친구가 쓸 우산을 챙긴 뒤 집을 나섰다.

 

차라도 타고 가면 덜 무서울까?

 

차 안에서 그 여자를 보게 된다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따라 멀게 느껴지는 가게로 가는 길에

 

익숙한 소리가 내 앞에서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분명히 그 소리다.

 

분명히 그 여자였다.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와의 거리는 규칙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여자가 내 앞 10보 정도 앞으로 왔을 때

 

우산에 가려진 그 여자의 얼굴 아랫부분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입술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이 똑바로 붙어 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뭐야, 이젠 별소리에 다 놀라네.'

 

 

 

 

 

 

그렇게 그 여자가 내 옆을 지나쳐 갈 무렵

 

내 왼쪽 귀에 익숙한 바람이 불었다.

 

"역시, 못 알아보는구나?"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등 뒤엔 아무도 없었다.

 

그 여자였을까?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면서 걸음을 재촉할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딱. 딱. 딱. 딱.

 

 

 

 

 

 

 

 

규칙적으로 딱딱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가벼운 종이 같은 것이 내 우산 위로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갑자기 뒷골이 서늘해져서

 

뒤를 돌아보자

 

 

내 우산 위에 누가 올라타서

 

날 보고 싶어 하듯이

 

손가락 4개가 내 우산 뒤쪽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우산 아래로

 

조금씩

 

그 여자의 턱

 

그리고 차례로

 

 

 

 

거꾸로 된 머리가 날 쳐다보기 위해 천천히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입으로는 무언가를 쉬지 않고 말하고 있었는데

 

간간이 미소를 띠며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았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대로 우산을 버리고 여자친구가 있는 가게까지 뛰어갔다.

 

 

 

 

멀리서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야!!"

 

 

 

 

 

반갑게 여자친구의 이름을 부른 난

 

여자친구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 여자친구로 보이는 그것이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시계방향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천수23
반대수3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