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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여자사람 혼자떠난 우크라이나 여행] <4> - 길을 잃어서 고맙습니다

미스박 |2011.07.29 21:12
조회 1,606 |추천 3


 질러라! 우크라이나, 찾아라! 꽃오빠. <4>


- 길을 잃어서 고맙습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던, 그수도를 여행하는 것은 그 나라의 세줄요약을 보는것과 같을 것이다.

내용 전체를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세줄요약만 읽어도 그 뜻을 파악할 수가 있는.

그리고 작성자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게 세줄요약이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


시원하게 트름하고 식후 연초도 한 대 태운 뒤 언덕 위쪽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키예프 관광의 시작점 독립광장에서 최대의 관광점 성 소피아 성당에 이르는 길.

분명히 키예프 관광의 중심에 있는 길일것이다.

여느 관광지라면 거리를 가득 메운 기념품 가게에 잔뜩 우글거리는 관광객.

그리고 그들을 인솔하는 TC들의 메가폰 소리로 시끄러울 법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많지만 정신없진 않았고, 복잡하지만 번잡스럽진 않았다.
 
아직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과 비성수기라는 점이 제일 큰 이유이겠지만 서도,

나는 너를 신경쓰지 않으마 하며 무뚝뚝한 얼굴로 걸음을 재촉하는 그 거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약간은 지저분한, 여기저기 깨진 돌덩이가 굴다니는 그 길이 오히려 나는 마음이 편했다.





체코에서는 마트에 공병을 팔 수 있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런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조금 언덕위를 올라가니 탁 트인 곳이 나왔고 왼편으로 소피아성당이 나왔다.








학생요금이랑 성인 요금이 20그리브나 이상 차이가 났다. 혹시나 싶어 몇 년전 발급받았던 ISIC를 내밀어봤는데,




[안돼, 기간이 지났잖아. 넌 어른이야]




 넌 어른이야. 난 어른이랜다. 별것 아닌 그 말이 새삼 감격스러운 이유.

집안에서 오빠들은 나를 어째 아직도 말썽이나 피우는 애 취급을 한다.

명절이면 조카들은 나를 이모 이모 하며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도 말이다.

일찍 결혼했으면 애가 둘 있을 나이건만 집안에서는 어른대접은 꿈도 못꾼다.

그러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드디어 어른임을 인정받는구나. 드디어 어른이란걸 인정받았어 흑흑 아 어머니.


[이건 가져가. 그리고 너는 어른요금을 내야해]  


 
 오우, 얄짤없다. 혹시나 싶어서 내밀어 본 것 이니 돈을 내려고 지갑을 뒤적이는데

아뿔사, 그리브나가 모자랐다. 아침에 당장 쓸 돈만 바꿨던 지라 돈이 모자랐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보통은 어딜가나 사설 환전소가 환율이 더 좋기 마련인데

우크라이나는 은행의 환율이 더 좋았다.

후에 방문한 오데사, 세바스토폴에서도 열군데 이상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제일 환율이 좋았던 곳은 은행이었다.


 
[음, 달러를 내도 되나요?]

[음, 내가 너의 죽빵을 갈겨도 될까?]



 표정으로 대답하는 매표소 할머니. 두말 않고 물러나와 환전소도 찾을 겸 걷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은 보수공사중인 듯 여기저기 깨져있었다.

걷다보니 약간 가파른 언덕길에 각종 기념품들을 파는 천막이 죽 늘어서 있었다.

키예프에서 가장 매력적인 거리라는 안드레아 브즈비스.





미국 캐릭터의 마뜨로시까들이 인상적이다





누구 하나 다른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저연인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런지






관광객도 없이 한산한 거리.

상인들은 누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체스 등 보드게임으로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고,

예쁜 고양이만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쫓는다.


[당신은 정말 미묘이십니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이렇게?]

[아뇨 좀더 옆으로]







[그럼 이렇게?]

[살짝 고개를 정면으로..]








[에이 귀찮다 가람마]






한참을 걷다 보니 발목이 시큰거려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멍 하니 있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불고. 환전소 환율은 다 거기서 거기.

관광객은 커녕 돌아다니는 주민들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발레 공연이나 보러갈껄 하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퍼뜩 정신이 든다.




애초 우크라이나행을 선택한 이유가 어디 관광지 때문이냐, 꽃오빠 때문이지. 

 잊을 뻔 했다. 삽 to the 질의 연속이었던 눈물의 나날들.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 떡밥을 던져주며 알듯 말듯 쥐었다 놨다 했던 그 오빠야.

달밤의 미스터리 옴므파탈



아 내배캅(...)




에라이, 그래 걷자! 지도따위 그냥 접어버리자. 
 

 되도록 중앙도로가 아닌 골목길로 걸었다.

어른들은 일터에 있을 시간이어선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들만 있었을 뿐, 주로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 한켠 축구에 정신없는 아이들, 즐거운 얼굴로 미친듯이 달음박질 하는 아이들.

어느나라나 하교길 풍경은 비슷하다.



이역만리에서도 그리운 그 이름, 엄마.





이 아이들이 정신없이 쫓고 있는 것은?




바로 요 축구공!




이대로만 자라다오





그렇다고 눕지는 말구..







슬며서 웃음이 나온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는 나를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 본다.

눈이 마주치자 어쩔 줄 몰라하며 꺄르륵 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 양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워맼ㅋㅋㅋ끝났당ㅋㅋㅋㅋ]




[우리 먼저 가요 잉~]






[야 저거 모임]

[중국인 인듯]

[ㄴㄴ 그냥 거지인듯]




[얘들아 너네 내일은 정말 지각하면 안되고 숙제는 꼭 해와야되고!(*$(@&$@^%!*]

[야 피시방 갈랭?]

[ㅇㅇ]



딴 길 새지말고 집에 곧장 가래이






 그렇게 걸으며 키예프 거리의 시간들을 조금씩 찍었다.

또한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구시가 뒷골목을 혼자서 가만히 걸을 수 있었던,

그 고맙고도 달콤한 시간들을 오래 오래 담아두고 싶었다.

 정류장 가판대에서는 어찌할바를 몰라 버벅대는 나를 사람들은 도와주었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노년의 신부님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하릴 없이 걷다 햇빛이나 쬘 요량으로 구석에 앉아있던 시장에서는 머리에 스카프를 쓴  할머니가

봉지가 득 넘치도록 말린 자두를 담아 주었다. 사진을 찍어주어서 고맙다며. 





아무도 없는 질퍽거리는 길




삼성은 어디에나 있다. 자랑스럽단 마음보다는 징그럽다는 생각이 먼저드는건 왜일까.





저 아주머니도 왕년에는 어마어마 했(었겠)지?





키예프는 버스,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 트램을 찾기 어렵다





어느 골목 벽 독특한 외관과






그리고 사람들






 그렇게 한참을 한참을 걷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우연찮게 골든게이트에 이르러 기념사진까지 찍고나니 미친 허기감이 찾아왔다.

하루종일 걸었으니 허기가 지는것은 당연지사,

더군다나 점심을 맥도날드로 대충 때웠으니 여느 때 보다 빨리 꺼졌다.



그시간 그 길위에 서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저녁식사를 하기위에 다시금 방향을 틀었다.





이왕 왔으니 기념촬영.jpg






기념촬영 하는 사람을 기념촬영함.jpg






사실 관광포인트로써 보다는, 그 주변의 북적거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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