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nn.nate.com/talk/312006156 - ★실화★ 지하철로 퇴근하면서 있었던 일
개념 상실한 사람들 판에 처음 올렸던 제 게시글입니다.
지하철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어보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8월 7일 일요일. 여느 때처럼 지하철역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8월 15일까지는 경마가 야간까지 이어져 있어서 퇴근시간이 대단히 미뤄졌는데요.
이날은 10시 30분에 퇴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창 승강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안, 9시 50분 후반부 쯤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승강장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어서, 그걸 일일이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방송도 하느라 바빠서
상행승강장에 신경쓸 겨를 없이 대공원 방향으로 출입금지 구역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무렵이었습니다.
하행승강장 7-1의 맞은편 쪽 상행승강장에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많이 모여 있더군요.
뭔가 했는데, 어떤 어르신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아, 약주가 과하신 걸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저와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급히 무전을 친 모양인지
역무원 분이 급히 내려오셔서 심폐소생술을 하시고 있는 걸 보면서 '이거 보통 큰일이 아니구나' 했습니다.
제 옆에 있던 어느 어르신께서는 '저거 누가 119에 신고 안 하나. 저러다가 사람 갈 텐데...'라고 하셔서
아차! 싶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119에 신고했더니 그쪽에서는 이미 신고를 받았다는 듯 '경마공원역이면 거기 과천이죠? 여기 서울인데 과천 쪽에 한번 확인해 보세요' 라면서 02-33XX-12X라는 번호를 알려주시더군요.
그 번호가 과천 쪽 소방서였던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쪽 번호로 전화해 보니 '이미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고 하였습니다.
근데 심폐소생술을 아무리 해도 어르신께선 깨어나실 기색이 없는 겁니다. 슬슬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화를 끊고 잠시 후, 119 구조팀이 와서 어르신을 싣고 가는데
제 옆에 있던 어르신께서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저런... 팔이 늘어졌어. 저러면 돌아간 건데... 너무 늦었어.'
덜컥 겁이 나서 상행승강장 쪽을 보니 왠지 그 어르신의 몸이 유난히 창백해 보이고,
그 어르신의 말씀 때문인지 팔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유난히 부각되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설마설마 하면서 애써 스스로를 달랬습니다만, 정작 분노는 역무실로 돌아와서 터졌습니다.
나중에 급히 무전을 쳤던 제 동료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의하면
'진짜 빡치는 게 뭐냐면, 이거 내가 무전 치고 급히 수속 밟으니까 그제서야 사람들이 지껄인다는 헛소리가, '이게 다 지하철공사 책임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상황을 모르는 일반 민간놈들이 함부로 헛소리 내뱉는 건 어디서나 봐 왔으니까요.
진정으로 화가 난 건 그 다음입니다.
10시 25분경. 오이도행 열차를 막 보냈는데 역시 같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1년 후배 과 동기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상행승강장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친구 데리고 당장 역무실로 올라오라고. 급하다고요.
마침 슬슬 시간이 되어 퇴근해야 했기에 올라간 역무실에서, 녀석은 본의 아니게 취조 비스무리하게 당했는데
(일종의 전후과정 진술 및 보고 였다고 합니다. 한국철도공사 관할 구간이기 때문에 공사에다 보고해야 할 전후상황도 있어야 하고, 잠시 후에는 어떤 놈이 112에 신고한 탓에 진술도 해야 했고요.)
알고보니 승객 중 어떤 미친X이 119에 신고해야 할 걸 112에 신고해서
본의 아니게 경찰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그 녀석이 자기가 겪은 상황 그대로 전부 진술해야 했습니다.
이건 그나마 낫습니다.
나중에 CCTV 확인해보니까 어땠는 줄 아십니까?
실제로 그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지신 건 9시 40분대라고 합니다.
(열차시각표를 찾아보니, K4390 발차 한참 후 ~ K4626 정차 이전으로 생각되는군요.)
근데 제 친구가 119에 신고할 9시 50분 무렵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누구 하나 119에 신고한다거나 심폐소생술을 한다거나 이러는 사람 없이
그저 발길에 걸리는 짐짝처럼 여기고 지하철에 타고 내렸다 이겁니다.
하필 그 때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데다 지하철까지 와서 한참 혼잡했던 터라 당시 상행승강장의 다른 곳에 있던 제 친구는 그 어르신이 쓰러진 걸 못 보았습니다. 나중에 역무원 및 경찰에게 진술하기를
'그 어르신이 쓰러지신 것까지는 미처 못 보았고, 와 보니까 쓰러져 계셔서 처음엔 '여기에 누워 있으시면 안 되요' 하려다가 뭔가 섬찟한 느낌이 들어서 급히 역무실에 무전 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했습니다.
그 시간이 허비된 것이 까닭이었까요?
나중에 역무원 분들께서 나누는 말씀을 듣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어르신, 구조팀이 엘리베이터로 모시고 올라갈 동안 돌아가신 모양이라고 하시더라구.'
'응. 이미 항문이 열려 있었대. 냄새도 나기 시작했고... 늦은 것 같더라.'
그러니까, 그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이겁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제 친구가 어르신을 발견하고 급히 조치를 취할 때까지 누구 하나 신고조차 하지 않고
그저 걸림돌처럼 여기면서 그냥 지나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미친 X은 엉뚱하게 112에 신고해서 졸지에 제 친구를 범죄자 만들 뻔했습니다.
물론 지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지만
일을 당하고 나니 정말 분노스럽군요.
서울지하철 2호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하철 선로로 사람이 떨어지고 그 위로 지하철 차량이 지나가다 급정거하자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 차량을 흔들어서라도 사람을 빼내려고 힘을 모았었던 사례가 방송을 탔었죠.
근데 여긴 왜 그랬던 겁니까.
그 때 당시 상행승강장에 있었던 여고생, 여대생, 직장인, 중년 분들, 어르신들.
왜 그랬습니까?
그 때 당시 하행승강장에서 어머어머 그러기만 하고
마치 더러운 것 흘겨보는 마냥 했던 여대생 분들, 어르신들.
왜 그랬냔 말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역에서
어느 누구 하나 관심 없이 짐짝처럼 여기고, 수건처럼 여기고 피해다녔으면서
정작 일이 터지니까 한다는 소리가
'이건 다 서울지하철공사 그쪽 애들 책임이야.'
장난하나.
이것들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