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루마니아 여행기 (12)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

조용석 |2011.08.20 15:13
조회 1,614 |추천 4
전체화 보기 :
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루마니아 여행기 (5) 부카레스트 관광루마니아 여행기 (6) 안드레아를 만나다루마니아 여행기 (7) 고마워요, 안드레아!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인연루마니아 여행기 (9) 시게투에서의 내 마음루마니아 여행기 (10) 시게투에서는 히치하이킹이 개념!루마니아 여행기 (11) 안녕, 시게투. 모두 안녕.루마니아 여행기 (12)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
---------------------------------------------------------------
 클루즈 나포카로 떠나는 기차는 오후 4시 20분. 루마니아에서 두번째로 사는 기차표. 사실 기차표를 사는데에 있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한국에서 준비해간 것이 있었다.  부카레스트는 그래도 수도니까 점원도 영어를 할테고 어떻게든 도움 받아 살 것 같았는데 시게투 마르마찌에나 다른 도시들은 거의 시골이나 다름 없으니 만발의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인터넷으로 미리 인쇄한 기차 시간표! 이런식으로 미리 도시간 기차 시간표를 인쇄해서 갖고 다녔었다.  그래서 이동 시간도 미리 정해서 일과를 짜고 표를 살 때는 프린트를 들이밀며 열차를 가리키면 됐다. 그리고 휴대폰 루마니아어 사전을 이용하여 내일 표를 살 때는 'maine(메인)' 이라고 말하면 됐다. 겉보이겐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이렇게 소소하게 준비한 것들이 좀 있었다. 물론 여행이 막바지로 갈수록 그런 것들이 의존하지도 않고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됐지만..
 어쨌든 미리 준비했던 거니까 써보고자하는 마음에 가방 깊숙한 곳에 있던 저 인쇄물을 꺼냈지만 이미 여행이, 아니 루마니아가 몸에 익숙해져서 그냥 '클루즈 나포카' 라고 말했어도 표를 샀을 거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표를 사니까 점원도 '머리 좀 썼네?' 라는 웃음을 보이며 흔쾌히 표를 끊어주었다.

올 ㅋ 머리 좀 썼는데 ㅋ
 부카레스트에서 바이아 마레로 올 때에는 쿠셋이란 침대칸을 탔지만 이번에는 일반 칸! 실제로 루마니아 사람들과 함께 눈을 마주 보며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내야만 한다!  비행기를 탔을 때에도 그랬지만 역시 이런 순간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흥미 진진! 그들도 나를 신기하게 보듯 나도 그들을 신기하게 보겠지만 '호의'로 똘똘 뭉쳐져 있다면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조촐한 시게투 마르마찌에 기차역
그렇게 구입한 기차표! 클루즈나포카까지는 6시간이 걸린다. 가격은 41.80레이 (약 16,000원)
기차 안에서 저녁으로 먹을 과자와 물 구입. 모두 4.5레이 (약 1,800원)
한 칸에 의자가 마주보며 셋-셋 놓여서 모두 6명이 앉을 수 있다.
 내가 탄 A1924 열차는 시게투 마르마찌에에서 출발하며 최종적으로 티미쇼아라에 도착하는 열차. 부카레스트에서 바이아 마레로 갈 때에는 어차피 목적지가 종점이었기 때문에 내릴 걱정은 안 했는데 이번에는 클루즈 나포카에 도착했을 때 알아서 내려야한다. 처음 기차를 탔을때도 그랬듯 방송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할 일은 없었다. 기차는 거의 제시간에 도착하니까 10시 20분쯤 준비하면 되겠지.
 더구나 옆에 앉은 아저씨가 내게 어디 가느냐고 물어왔다. 루마니아어로 물어왔지만 이런 경우 뻔하다. 어디서 왔느냐, 그리고 어디로 가느냐. 기차표를 가리키는걸 보니 어디 가느냐고 묻는 것이 틀림 없었고 클루즈 나포카에 간다고 하니까 자기는 티미쇼아라에 간다고 했다. 그리고 손목시계과 창밖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이건 무슨 의미일까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내가 너 내려야할 때 알려줄게" 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그 아저씨는 내가 미안할 정도로 신경 써주었다. 계속 창밖을 보면서 도착한 곳을 알려주었다. 자체적으로 열차 방송을 해준 셈이다. 아니,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피곤하실텐데 좀 주무시지 ㅠㅠ 이런 내 마음을 뭐라 전해야할지 몰라 물추메스크 (감사합니다)를 말했더니 더욱 열심히 방송해주셨다. 가방에서 꺼낸 술을 한 모금 마셔가면서 웃음 짓는 그 아저씨.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구나 ㅠㅠㅠ
너무 친절해서 미칠지경이야 ㅠㅠㅠ  그렇게 내 옆에서 앉은 아저씨는 계속해서 자체 방송을 해주며 도착역을 알려주셨고, 맞은 편에는 정말로 북부 루마니아 부근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할머니 한 분이 타셨다. 내가 신기한지 부끄러워하며 나를 훔쳐보셨지만 긴 시간을 함께 가는만큼 이내 친해질 수 있었다. 자신도 가족들을 만나러 티미쇼아라로 가는 길이라고 손짓 눈짓으로 떠듬떠듬 설명해주셨다.
 나머지 자리에 계셨던 분들은 금방 금방 타고 내리셔서 이렇다할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 했지만, 동양예의지국에서 온 한국의 청년 조용석은 어르신들의 짐을 윗 선반에 대신 올려다드리며 그들에게 친절하게 먼저 다가가서 6명이 함께 타는 객실은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내 맞은편에 앉으신 자상하신 할머니.옷차람이나 인상이 마라무레슈 지방에서 흔히 보실 수 있는 모습이다!
할머니께서는 저녁으로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있는 나에게이런 저런 간식들을 많이 주셨다! 저건 피스타치오!할머니가 친절히 까먹는 법까지 알려주셨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과자 프레첼이 과자는 옆에 있는 아저씨와 함께 나눠먹었다!
 옆에 계신 아저씨가 도착하면 알려주겠다고는 하셨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럴 때나 읽으려고 한국에서 빌려온 소설책을 읽으면서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차창 밖 풍경을 구경했었지만 역시나 다섯시가 되니 금세 어두워졌다.
 밤 9시쯤, 너무 늦어지기 전에 먼저 클루즈 나포카의 안드리아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과연 루마니아에서도 늦게 전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너있게 굴어야지!
 용석 : 안드리아? 나 용석인데요 안드리아 : (깜놀) 용석? 벌써 도착했어요?? 10시쯤에나 온다면서요!? 용석 : (침착해~ 침착해~) 아, 맞어요. 아직 가는 중이에요.           내가 10시에 도착하면 안드리아 집까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안드리아 : (웃으며) 괜찮아요! 우리 집은 역에서 가까우니까 그때쯤 내가 역으로 나갈게요. 용석 : (나야말로 괜찮은데) 정말요? 가는 길 알려주면 내가 찾아도 될텐데. 안드리아 : 걱정마요! 이따 봐요!
 나란 놈은, 정말 너무 편하게 여행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열차 안에서 자체 방송을 해주는 분이 계시질 않나... 역까지 마중나오겠다고 하질 않나.. 들뜬 마음으로 안드리아를 만날 생각에 두근 두근 거리고 있는 찰나에 어느새 클루즈 나포카!
역시나 열차는 제시간에 맞추어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에 도착했다!
 나는 방송을 해주신 아저씨와 맞은 편에서 먹을걸 주신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확실히 이곳은 지금껏 있었던 마라무레슈와는 달리 도시의 느낌이 확 묻어나는 그런 곳이었다. 이제까지는 자연 경관을 한껏 누렸다면 클루즈 나포카에서는 내 또래의 청년들과 함께 지내볼까?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만난 승완이도 클루즈 나포카는 꼭 가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가 대학시절 이곳 클루즈 나포카에서 교환 학생으로 있었는데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었다. 어쩌면 부카레스트 같은 큰 도시보다도 더 볼 거리가 많고 놀 거리도 많을 거라고 말했었다.   특히나 안드리아는 21살의 학생으로 - 비록 나와는 나이 차이가 다섯살 정도 나기는 하지만 이제껏 루마니아에서 만난 현지인 가운데에서는 가장 나랑 많이 통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친구 다섯명과 함께 산다고 하니 - 정말로 시트콤에서 나올법한 그런 그림 아닌가?
나도_본격_이렇게_살아보는건가.jpg
 이런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면서 역에서 나오니 확실히 느낌이 마라무레슈와 많이 다르다. 부카레스트만큼 번잡하지는 않지만 많은 자동차들과 번쩍이는 광고판들 그리고 높은 건물들. 그래도 이곳이 루마니아인 것만큼은 틀림 없다는 듯 이 곳 특유의 정적도 낮게 흐르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수도인 부카레스트와 시골인 마라무레슈 작은 도시의 딱 중간이라고나 할까? 
 이곳 날씨 역시 전혀 춥지 않았다. 엄청 추울까봐 내복에 옷들을 두툼히 챙겨온 내가 한심해보일 정도. 루마니아도 추울 때 춥다고는 하지만 내가 여행을 한 시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던거라고 한다. 안드리아에게 약간 늦을 거 같다고 전화가 와서 역 밖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시 반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이것만으로도 확실히 시게투 마르마찌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행을 떠난지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 내가 과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어느새 기차를 타고 먼 곳으로 가기도 하고 버스도 타고 히치하이킹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어간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다. 바가지를 쓴 적도 없고 소매치기를 당한 적도 없고 성가실 정도로 구걸을 해오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기분 나뻤던 일이라면 딱 하나 있었다. 이것은 아까 전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객실 안에 좀 갑갑하기도 했고 오랜 시간동안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나는 신발을 벗고 있었다. 새로 구입한 신발에 만족하며 '이거라도 없었으면 발 아파서 여행하기 정말 힘들었을듯요' 하고 있는데 문뜩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이곳 열차에도 당연히 객실 맨 끝에 화장실이 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치만 풀어놓은 신발끈을 묶기 귀찮아서 그대로 발만 집어넣은채 신발끈을 질질 끌고 화장실로 갔다. 볼일을 보고 자리 자리에 돌아와 신발을 벗는데 질질 끌고 다닌 신발끈이 축축하게 젖어있는게 아닌가? 방금전까지만해도 괜찮았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젖어있는 신발끈을 만지고 그 물기의 냄새를 맡아보니..
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
끄아아아아악!!!!!!

 엄청난 찌린내!!! 나의 뇌하수체를 자극하는 강렬한 암모니아향!! 화장실에 가서 아무리 끈을 물로 씻어보고 물티슈로 물기를 제거해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무지 찜찜하게 신발끈을 묶었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껴질정도로 오줌 찌린내는 강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겠는가. 신발끈도 제대로 안 묶고 화장실을 다녀온 내 책임이지..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잖아? 내 잘못이야..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그렇게 찌린내 나는 신발을 신고 서있는데 멀리서 한 여인이 내게 손을 흔들며 나가온다.
클루즈 나포카에서 나와 함께 생활한 안드리아!사진은 그녀의 페이스북에서 퍼왔다!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와서 일단 찐하게 포옹을 주고 받는다. 가슴이 선덕선덕! 다리가 미실미실! 먼 길 오느랴 지루하지 않았냐면서, 가방은 무겁지 않느냐면서 쉴새 없이 말을 걸어오는 안드리아. 카우치서핑에 적힌 프로필을 보고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정말 생기 넘치는 활발한 친구였다!
 안드리아 :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데 걸을 수 있겠어요? 가방 안 무거워요? 용석 : 응! 괜찮아요!!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어서 신발끈의 암모니아를 증발시키고 싶어요..) 안드리아 : 좋아요, 그럼 나랑 이야기하면서 함께 걸어요. 나 잠깐 중간에 돈도 뽑아야 하니까...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거리에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었고 여기저기 환하게 밝혀져있는 가게 간판들 때문인지 거리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 활력있어보였다. 큰 길을 따라서 걸으니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맥도널드나 은행들까지 볼 수 있었다.
 잠시 은행 ATM 기계에 들려서 돈을 뽑는 안드리아. 윽, 나 놀러왔다고 돈을 더 쓰는건가..
 용석 : 안드리아는 지금 학생? 안드리아 : 아뇨~ 졸업했어요. 용석 : 그럼 지금 일하고 있는거에요? 안드리아 : 아뇨 ㅠㅠㅠ 취직 중이에요 ㅠㅠㅠ
 어느 나라나 취직하기는 힘들구나 ㅠㅠㅠ(웹툰 : 몰락인생 -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카우치서핑으로 친구를 맞이하는 것은 내가 세번째라는 안드리아. 지금까지는 다 서구권의 여자 친구들이었는데 동양의 남자가 신청을 해와서 자기를 비롯해서 같이 사는 친구들도 모두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왔다. 기대하는건 나도 마찬 *-_-* 
 어느새 도착한 안드리아의 집. 큰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길에 있는 작은 빌라였다. 그녀는 조용히 나를 3층으로 안내하며 이웃들이 시끄러운걸 싫어하니 조용히 올라가자고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은 역시 예의이기 이전에 상식인 듯! 여기도 늘 하던대로 하면 되겠구나.
 조용히 3층의 한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외로 북적북적거리는 느낌? 안드리아는 일단 짐부터 풀자며 나를 침실로 데려갔다. 이 곳에 짐을 두라고 하고 날 부엌으로 데려갔다. 부엌은 일종의 거실같은 공간이었는데 그녀의 친구들이 모두 함께 모여서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바로 이들이 안드리아의 친구들이자, 곧 나의 친구들!클루즈 나포카를 떠나기 전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안드리아.맨 아래 정 가운데에서 웃고 있는 친구가 안드리아의 남자친구 미하이
 늦은 시간임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다들 담배를 피우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에게는 천국!! 그래!! 가끔씩은 이렇게 놀아줄 때도 있어야지!! 친구들은 환호성으로 나를 반겨주는 유쾌한 친구들!! (사실 남자도 섞여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들은 내게 이름이 뭐냐고 묻기도 전에 술부터 들이밀면서 한잔 하겠냐고 권한다. 거절할리 없었다. 
 안드리아는 영어로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앞에서는 모두 영어를 썼다. 아주 별거 아닌 사소로운 말일지라도 나를 소외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인지 모두 영어로만 대화를 했다. 다들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 벌써부터 이들이 너무나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내가 술이나 담배에 거부감을 전혀 보이지 않자 "우린 벌써 좋은 친구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따라준 포도주
"헤이, 친구. 이 술 알어? 이거 루마니아에서 제일 유명한 술이야! ㅋㅋㅋ""아 그래? ㅋㅋㅋ 나 알어 ㅋㅋ 나도 본적 있어 ㅋㅋ 이거 한국에서도 유명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드리아는 남자친구인 미하이와 함께 방을 쓰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 자면 된다고 했다. 다들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이라고 하는데 총 3개의 방으로 된 집에서 둘둘씩 짝지어 함께 산다고 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인터넷으로 하는 포커게임이었다. 청년의 놀이방식이란! 그 가운데에서 유독 심하게 포커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요한이라는 친구가 내게 물어왔다.
 요한 : 너, 한국에서 왔다고? 용석 : 응. 알어? 요한 : 알고말고! 그럼 너도 스타크래프트 잘하겠네?
아.. 정말로 외국에서 보는 한국이란 이런거구나..
 아무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고 알고 있는 이 친구가 신기했다. 한창 포커에 정신이 팔려 있는 요한과 모그단이라는 친구과 함께 한국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용석 : 그럼 너네 얼마전 한국에서 G20 개최된 건 알고 있어? 요한 : G20? 뭔데 그게?  모그단 : 뭔 회의 같은거 아냐? 국제 회의? 그게 한국에서 열렀어? 용석 : 아, 음.. 어.. 그래..
 요한 : 그나저나 한국은 무슨 언어 써? 한국어가 따로 있나? 용석 : 응, 한글이라고 따로 언어가 있어. 요한 : 그건 어려워? 일본이나 중국어랑 비슷한가? 용석 : 전혀 달라. 영어랑도 완전 다르고.. 요한 : 어떻게 써? 나도 좀 보여줘...
 이렇게 시작한 조용석의 한국어 강좌 ^_^ 내가 내 이름을 한글로 휙휙 갈겨 쓰니까 친구들은 그걸 보고는 오오! 하고 놀란다. 이번에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쓰냐고 묻길래 보여주니까 또 오오!! 그러더니 갑자기 요한이 나에게 영어 문자를 쓰더니 이걸 한글로 적어달라고 한다.
 'Johan will be  big poker player and will make a lot of money' '(요한은 굉장한 포커 게이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돈을 딸 것이다)'
 좀 예쁘게 써줄걸 그랬나?
그걸 진지하게 따라 적어보는 긔요믜 요한
이것이 그가 쓴,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본 한글 ㅋㅋㅋ
 내가 굉장히 잘 썼다고 말하니까 요한은 두 팔을 벌려 '이예!!' 소리 치더니 자기가 적은걸 갖고 나간다. 왜 그러나 싶어서 따라 나가보니까 여자친구와 함께 지내는 방에 들어가 여자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느닷없는 요한의 행태에 깜짝 놀란 그녀는 요한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요한 : 너 이거 무슨 말인지 알아? 여친 : 뭔데, 이게? 한국 말이야? 요한 : 무슨 뜻인지 아냐고~? 난 안다~ 여친 : (유치하게 왜 이래 ㅋㅋ) 무슨 뜻인데? 요한 :  Johan will be  big poker player and will make a lot of money
 그리고는 크핫핫↗ 웃고는 다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 또 다른 친구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정말 귀여운 친구였다.   한참 그렇게 친구들과 부엌에서 술 먹고 놀고 있는데 안드리아는 내게 피곤하냐고 물었다. 지금까지의 여정이 그렇게 고되지도 않았고 모처럼 친구들과 유쾌하게 놀던 터라 괜찮다고 말하니 그럼 금요일 밤이니 함께 클럽에 가지 않겠느냐며 제안해왔다. 내가 왜 거절하겠는가? 다만 지금 내 복장이 클럽에 갈 복장은 아니니 나도 좀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날 우리는 새벽 4시까지 클럽에서 미친 듯이 놀았다. 안드리아와 남자친구 미하이. 요한과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모그단과 나 - 이렇게 여섯은 당시 루마니아에서도 유행이었던 we no speak americano 에 맞춰 춤을 추며 놀았다. 나는 이 노래가 루마니아에서 유행하는 가요인줄 알았건만 알고보니 한국에서도 유행이었다. 빠빠메리카노~ 정말로 나는 영어를 못 하니까 나에게 제격인 노래 아니었던가?

루마니아에 처음 도착한 날에도 승완이와 클럽에 가서 신나게 놀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니까 내가 한국인인지 누군지 모르겠더라. 시비거는 사람은 원래 없었거니와 내가 신기해서 다가오는 사람들은 내 친구들이 통역을 해줬다. "저기 웬 동양인이 있네?" 하며 다가온 사람 중 한명은 또 요한의 친구여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데낄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 미하이가 '가미가제' 라는 칵테을 한잔씩 돌리기도 했다. 나에게 이 칵테일이 한국에서도 유명하냐고 묻자 나는 긴 말 없이 "아니" 라고만 대답했다. 10레이 (약 4,000원)의 입장료만 낸 것 치고는 너무나 신나게 잘 놀았던 금요일 밤이었다.

 음악에 취해 술에 취해 정신 없이 춤을 추고 있는데 문뜩 모그단이 날 지그시 쳐다본다. 그런 모그단의 눈빛이 너무 뜨겁고 아찔해서 나는 춤사위를 멈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용석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모그단 : 용석, 이것 봐봐. 지금 우리 여섯 중에 우리 빼고는 모두 커플이야. 용석 : (그러고보니 다들 짝지들끼리 춤추고 있네) 모그단 : 흑.. 우리 둘만 이렇게 홀로 남아있어. 우리 같이 춤을 추자.
 그렇게 모그단과 나는 루마니아 클루즈 나포카 클럽 한 가운데에서 웃프게 게이춤을...

 새벽 4쯤 친구들은 클럽에서 나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하나씩 사먹자고 하였다. 나는 루마니아에까지 와서 맥도널드를 먹고 싶지는 않다고 거절하자 모두가 웃었다. 들어가서 술이나 한 잔 더 하자는 친구들을 따라서 흥건히 취한 클루즈의 밤거리를 걸었다.
 미하이 : 어이, 거기 개똥 있다. 조심해! 용석 : (이곳도 유기견들이 좀 있어서 개똥이 있는 모양이구나) 요한 : 용석, 똥이 루마니아어로 뭔지 알아? 용석 : 뭔데? 요한 : 가카 용석 : 뭨ㅋㅋㅋㅋㅋㅋㅋ뭐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하이 : '가카' 라고. 왜 웃어? 용석 : (겨우 웃음을 참으며) 한국에서 대통령의 또 다른 말이 '가카' 거든 일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석 : 근데 ㅋㅋㅋㅋㅋㅋㅋ 하는 짓도 정말 가카야 ㅋㅋㅋㅋㅋㅋㅋ 일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석 : 인 코리아 가카 이즈 가카 ㅋㅋㅋㅋㅋ
당시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트위터에 올렸었다.이 트윗은 여러 사람에 의해서 계속 전달이 되기도 했다 ㅋㅋ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술을 더 마셨다. 의외로 이들은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포도주를 먹다가 갑자기 미하이가 유리병으로된 술 하나를 꺼내왔다. 다들 그게 뭐냐고 묻자 미하이는 씨익 웃으면서 "그리스 술" 이라고 소개했다.
 생긴것은 정말 중국 술처럼 생겼었다. 술병부터 시작해서 맑은 그 자태까지... 소주잔처럼 작은 잔에 따라마셔보니...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좀 취해서.. 정확한 것은 정말 중국 술처럼 도수가 강한 술은 아니었다. 그냥 달달했던거 같다.
또 다시 부엌에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함께 밤을 지세우며 놀았던 나의 친구들
햄버거도 안 먹은 내가 배고플까봐 안드리아가 내온 빵과 살로미라는 햄
 그러고보니 정신 없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요한 : 용석! 건배 하자, 건배 용석 : 아, 좋아!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루마니아어 하나를 배워온게 있지. 요한 : 뭔데? ㅋㅋ 용석 : 노록! (건배) 일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법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모그단 : 한국에서는 '노록'을 뭐라고 해? 용석 : (아무렇지도 않게) '건배' 일동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다들 미친듯이 웃는다
 용석 : 왜.. 왜 그래 ㅋㅋㅋ 나도 같이 웃자 ㅋㅋㅋ 미하이 : ㅋㅋㅋ 왜나면 헝가리어로 '건배'라는 말은 'Sucking (구강성교)'란 뜻이거든 ㅋㅋㅋ 용석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더니 이들은 틈만 나면 잔을 부딪치며 '건배' '건배' 거렸다. 그보다 더 수위가 높은 장난들을 치기도 했지만.. 흠흠.. 아무튼 여기까지..
 사실 안드리아는 헝가리계 출신의 여자다. 그렇기 때문에 헝가리어도 구사할 줄 안다고 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다. 생김새를 봐도 알겠지만 다들 다르다. 클로주 나포카가 교육의 중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루마니아는 다양한 계층이 섞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헝가리어도 루마니어도 영어도 가리지 않게 웬만큼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친구들과 정신 없이 놀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놀아본지 꽤 된 것 같은데 루마니아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이렇게 놀다니!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과 좋은 장소와 좋은 음악이 있으니 서로 마음의 장벽이 무너진거겠지. 만난지 첫날부터 이렇게 질펀하게 논 우리 여섯. 앞으로의 이곳에서 보낼 날들이 더욱 기대된다!
추천수4
반대수5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