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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9시. 드라큘라의 탄생지로 유명한 시기쇼아라로 가기 위해선 조금 서둘러야했다. 집안은 여전히 클럽을 다녀와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친구들로 인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나는 어젯밤 미리 꾸려놓은 가방을 들고 안드리아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방에서 나왔다.
안드리아 : (부시시한 목소리로) 용석, 벌써 가는 거야?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그만 깨버린 안드리아. 차라리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서둘러 나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친구에게 인사도 못 하고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잠깐 시간 있으면 커피라도 마시고 가라는 안드리아의 부탁은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안드리아를 위해서 준비한 선물 - 누비 색동 필통과 버선을 건네주었다.
지금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주 연락을 하고 있는 안드리아와 미하이그들은 얼마전 태국으로 여행을 와서 '우리 꽤 가까이 있어!' 라고 말하기도 했다 ㅎㅎ열차 시간은 정해져있기에, 그리고 기차역까지 잘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안드리아와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녀의 친구들은 아직도 잠들어서 인사하지 못 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쿨하게 등을 돌렸다. 원래 친구끼리는 그런 법이잖아?
쓸데 없는 자존심일지는 몰라도 멀리 떨어지게 된다고 부둥켜 안고 엉엉 우는 것은 괜히 낯뜨거워. 처음 만나자마자 술 몇 잔에 하하호호 웃으면서 친구가 되었듯 오랜만에 만나도 우리는 여전하겠지. 내가 다시 루마니아를 가든 너희가 한국에 오든 우리는 그때 그날처럼 다시 웃으며 친해질 수 있을거야. 그런게 친구잖아? 거추장하게 이별이 어떻고 재회가 어떻고 하기보다는 얼굴 보면 즐거워지는 그런 존재.
그..그냥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ㅠㅠ그러고보니 클루즈 나포카의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틀 전 밤에 도착해서 새벽까지 놀다가 어제 점심부터 정신이 들었으니 오늘이 첫번째 아침!! 겨울이라는 날씨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상쾌하고 맑은 공기가 나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안드리아의 집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길은 큰 길을 따라 쭉 가다가 어디서 왼쪽으로 꺾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별로 귀 기울여 듣지는 않았다. 클루즈 나포카 같은 도심지에서 고작 기차역 하나 못 찾겠는가? 이제 그런 것들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설령 모르겠다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지. 기차가 루마니어로 '트레눌 (Trenul)' 이니까 그거만 말해도 어떻게든 역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구울어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기차... 어디... 역..."그러고보니 모그단과 이야기를 할 때 그가 나에게 루마니어 할 줄 아는거 뭐가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간단한 인사법부터 1부터 10까지 숫자세는 법, 맥주 상표 이름 등등을 말하면서 "운데 에스타 토일렛! (화장실이 어딥니까?)" 라고 말하자 그들은 또 갑자기 낄낄 웃기 시작했다.
모그단 : ㅋㅋㅋ 그렇게 말해도 알아듣긴 할텐데 사투리라서 네가 말하니까 좀 웃기다 ㅋㅋ
아.. 로버트 할리가 경상도 사투리 쓰는거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인거구나.. 한 뚝배기 하실래예? 좋게 생각했을 때에는 훨씬 정감 넘치고 보는 그들도 즐거워 하니까 굳이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또 구울어하는 것처럼 '화장실.. 똥...싼다.. '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아침 10시 49분 표 구입! 가격은 41레이 (약 16,000원)이제는 굳이 기차 시간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시기쇼아라, 우누 (하나)" 라고 말하면 된다.
아점으로 구입한 치킨 햄버거와 맥주 울서스 >_<가격은 두개 합쳐 12레이 (약 4,800원)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 4시간 동안 달려나간다~
이곳 역시 열차 안에서 구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예전에 시게투 마르마찌에에서는 기도 카드를 1레우에 팔듯이 곳에서는 수화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1레우를 받으셨다.이번에는 열차 안에서 시기쇼아라에 도착하면 어디를 갈까 한번 가이드북을 살펴보았다. 일단 제일 먼저 가볼 곳은 드라큘라 백작의 탄생지. 현재 이 곳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외에도 박물관, 시계탑, 교회, 독일군 무덤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관광지! 생각해보니 나는 루마니에 온지 열흘이 지나도록 '관광지'에 와본 적이 없었다. 그저 루마니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보고 함께 어우러지는 데에 주로 시간을 보내왔다. 마라무레슈의 사푼차도 관광지라면 관광지겠지만, 사실 거기는 그 마을에 볼거리가 있는 정도. 우리나라식으로 비유하자면 경주 같은 곳에 처음 와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여행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마음을 먹었다. 아무래도 관광지이기 때문에 물가도 조금 비쌀 것이다. 더구나 일요일이니까 사람도 많겠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였다. 여행에 와서 두번째로 숙소에서 잠을 자게 됐다.
마라무레슈 시게투 마르마찌의 호스텔에서도 이틀 밤을 보내긴 했지만 거긴 관광지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40레이 (약 16,000)이라는 돈으로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닐 것이다. 사치스럽게 여행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시기쇼아라에서는 무조건 도미토리룸에서 묵기로 결심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묶는 형식인 도미토리룸여행지에서 가장 싸게 묶을 수 있는 숙박형식이다사실 난 여행을 떠나면서 도미토리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 방에서 지내야한다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대게 여행을 즐기로 온 사람들끼리는 한데 모이면 쉽게 친해질 수도 있는 법이다. 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각국에서 온 사람들끼리 어떤 여행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맥주라도 한 잔 건네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도미토리룸의 매력 아닌가!
내가 가는 시기쇼아라에도 도미토리룸을 운영하는 숙소가 3곳 있었다. 가장 가깝게는 기차역 바로 옆에 있었고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면 2곳 있었다. 일단 무거운 가방을 들고 시내 중심지까지 들어가긴 힘들테니 기차역 근처로 잡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걸렸던 것은 동절기라서 박물관 같은 곳은 일찍 문을 닫는다는 점. 주로 4시에 문을 닫는다걸 감안했을 때 3시에 도착해서 빨리 숙소만 잡는다면 괜찮을지도? 아무튼 관건은 도착하자마자 빨리 숙소를 잡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조금 늦게 시기쇼아라에 도착하게 되겠지만 내 여행의 목적은 관광은 아니니까! 너무 촉박하게 서두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물관 따위 못 가면 어떠리. 그저 여러 사람 만나서 재밌게 놀고, 또 여행도 이제 후반부를 달려가니 조금 쉬면서... 그렇게 즐겁게 여행하기로 생각했다. 시기쇼아라는 가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테니!
그리하여 도착하였습니다!드라큘라의 탄생지, 시기쇼아라!
저 멀리 보이는 시기쇼아라 중심지가 벌써 저를 설레게 하네요~일단 시기쇼아라에 도착했으니 드라큘라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도록 할까? 많은 사람들이 드라큘라가 실존 인물인가부터 궁금해 할 것 같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라큘라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이 맞다!
드라큘라는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로써 실제 이름은 블라드 체페슈이다. 체페슈란 루마니어로 '꼬챙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가 오스만트루크의 포로들을 꼬챙이로 찔러서 처형한 데에서 유래된 이름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잔인한 사람이긴 했다. 그렇지만 루마니아 역사에서 보았을 때에는 오스만트루크 제국을 무찌른 영웅인 동시에 그의 잔인함을 모티브를 소재로 삼은 소설 '드라큘라'가 아직까지 루마니아를 연상시키는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도 딱히 그 이미지를 싫어하지는 않는듯?
또한 그는 '드라큘' 이라는 이름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이 '드라큘라'라는 이름의 원형이다. '드라큘'이라는 말은 '용 (Dragon)'을 뜻하는 말로써 실제로는 그의 아버지가 수여받은 작위. 하지만 아버지를 워낙 존경한 그는 아버지의 작위를 그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따서 지은 것이다.
용(Dragon)을 뜻하는 잔인함을 지닌 드라큘라.... 나는 갑자기 그의 이름이 떠올라 외치고 싶었다.
외쳐!! EE!!여행을 떠나기 전 드라큘라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정도는 알고 출발했었지만 실제로 그가 태어난 고장인 시기쇼아라에 도착하니까 좀 더 그가 가깝게 느껴졌다. 지금은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한때는 자랑스러운 영웅이었던 드라큘라. 현재 그가 태어난 곳은 레스토랑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하니 꼭 들려봐야겠다. 사실 드라큘라의 생가가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아닌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는 말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은 상업적이라는 느낌도 들고... 관광지라 그런가?
시기쇼아라의 중심지인 시타델 (Citadel) 도착~
이제껏 봐왔던 건물들과는 사뭇 다른 양식의 건축들이 즐비해있다이전의 도시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양식의 건물들에 정신을 팔린채 어느새 중심지인 시타델 (Citadel)로 들어서버린 나... 그럼 역 근처 호스텔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까 역 근처 호스텔에 들리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뭐... 시내 중심지까지는 어차피 들어왔어야 하는 거니깐 이왕 여기까지 온거 역 근처의 호스텔 말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 도미토리룸은 두 곳이나 더 있으니. 그치만... 무거운 가방을 오랫동안 들고 다녀서 그런지 조금 힘들군.. 땀도 나고...
왜 도미토리룸이 있는 숙소는 이렇게나 구석에 있는지!! 서둘러야 박물관도 가고 그럴텐데.. 안 그래도 가방이 무거워서 걸음도 무거워지고 한 겨울에 힘들어서 땀도 삐질삐질 나는데... 마치 혹한기 행군을 하는 기분으로 시타델 구석에 있는 한 호스텔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일단 땀부터 좀 닦고 ㅠㅠㅠ으잉? 근데 뭔가 이상하다.... 호스텔 안이 쥐 죽은듯 조용한 건 그렇다치더라도 카운터에 아무도 없다. 그래도 명색이 관광지인데 그리고 오늘 같은 주말인데 이렇게 호스텔이 조용할 수가 있는 것인가? 게다가 난 얼른 숙소를 정하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곧 어두워질 것 같은데 언제까지 기다려야해?
호스텔 안 쪽에 주점이 붙어있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에 들어가보니깐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도미토리룸에서 묵고 싶다고 하니까 단번에 방이 없다고 하는게 아닌가! 으아니! 점원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곳까지 왔는데 빈 방이 없다니!
이때는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이를 어찌 해야하나. 진작 역 근처에 있는 호스텔로 갔어야 했는데.. 일단은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어머, 사정이 딱하군요. 내가 방을 빼도록 할게요." 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서둘러 나머지 다른 한 곳의 호스텔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만... 왜 이리 멀어!
힘겹게 찾아갔건만 빈방이 없다는 이유로 바로 강ㅋ퇴ㅋ
다른 숙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서 내 발을 붙잡기도 하였다.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숙소는 아직 정하지 못 했고... 가방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져 가고... 도미토리룸이 있는 다른 숙소는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정반대에 있는 곳에 있었다. 또 한참 걸어야해! 관광지에서 여행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구나... 하고 아무 계획 없이 여행온 내 탓을 슬쩍 감추려 할때..
일껏 거기까지 힘들게 갔다가 거기도 방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겁탈하듯 엄습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냥 아무 숙소나 잡고 싱글룸에서 묵을까 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전화!!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되지 않은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줄 아는 나는 진정한 현대인!!
평소에 전화 오는 곳이 없으니 그 생각을 못 했엉...그리하여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숙소 정보를 찾아서 전화를 했더니 도미토리 룸이 있다는 정보 확인! 룰루랄라~ 아까보다 훨씬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시타델 맞은 편쪽으로 부다다다다 달려 나갔다. 전화를 한 나를 친절히 호스텔 앞에서 맞이하고자 기다리고 있던 주인 아저씨와 반갑게 조우~!
용석 : 안녕하세요~ 저 여기 도미토리룸에서 묵으려고요 주인 : 아.. 근데 지금 도미토리룸에 빈 침대가 없는데.. 용석 : (깜놀) 네?? 아까는 도미토리룸이 있다고 했잖아요!! 주인 : 도미토리룸이 있기는 한데 현재 빈방은 없어요... 지금 단체 손님이 들어와있어서... 내일이면 그 사람들이 떠날테니 일단 오늘은 싱글룸에서 자고 내일부터 도미토리룸에서..
으아아니니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ㅠㅠ 나는 내일이면 당장 시기쇼아라를 떠나야하는데!! 무엇보다도 나같은 거지사람이 싱글룸에서 어떻게 자!! 싱글룸은 무려 100레이 (약 40,000원)인데! 1박에 40레이 (약 16,000원)인 도미토리룸에 비하면 거의 3배에 다다르는 돈이 아닌가!!
용석 : 헐.. 안 돼요.. 나 돈 없어요.. 딴 데 알아볼래요. 주인 : 오늘 주말이라서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일거에요. 그냥 싱글룸에서 묵어요. 용석 : 아니면, 저 침낭도 있는데 도미토리룸 바닥에서 자면 안 돼요???? 주인 : (와.. 그 생각 진짜 별로인데..) 지금 도미토리룸에 있는 사람들이 단체 손님이고.. 그 사람들 생각도 들어봐야하는데 지금 방에 없기도 하고... 블라블라... 용석 : ㅠㅠㅠㅠ 근데 진짜 100레이는 너무 비싸단 말이에요!! 나 그냥 바로 브라쇼브 갈래!! 주인 : 브라쇼브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오늘같은 주말은 예약 없이 숙소 잡기는 힘들죠. 용석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인 : (에휴..) 그럼 60레이 (약 24,000원) 어때요? 혼자 오기도 했고 사정도 딱해 보이고..
6...60레이?? 그럴싸 한데???그래.. 생각해보니 나는 관광지에 오는 '예약' 이라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 더구나 시기쇼아라 같은 관광지를 주말에 찾아온 주제에 아무 생각 없이 덜렁 '빈 방 있어요?' 라고 묻는건 대학로 한복판에 서서 '나랑 사귈 여자 있어요?' 라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함이라는 걸 깨달았다.
화장실이 딸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침대가 2개나 있는 방이라서 충분히 비쌀만 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또 너무 징징 거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맘에 아침 식사는 이 곳에서 하기로 했다. 가격은 10레이 (약 4,000원) 파벨이라는 아저씨와 크리스타니라는 아줌마가 함께 운영하는 '펜션 크리스타니 & 파벨'에 입성 완료!!
실제로는 100레이지만 60레이에 입성한 싱글룸시게투 마르마찌에에서 묵었던 방에 비하면 확실히 '숙소' 같은 느낌이다.
꼼꼼하게 내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크리스티나휴. 이렇게 해서 험난한 여정 끝에 드디어 시기쇼아라에서 묵을 숙소까지 다 정했다. 이제야 좀 안심! 이제 무거운 가방도 내려놓을 수 있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오면 따뜻한 샤워를 할 수도 있으니 본격적으로 드라큘라의 고향으로 유명한 시기쇼아라를 구경해보도록 할까? 더 늦기 전에 서두르자~
어디부터 가면 좋을까? 박물관이나 전시관 같은 데는 이곳 말고도 다른 데에서 많이 봤으니 안 가도 돼! 숙소 정하느랴고 시내 중심지를 여기 저기 쏘다니다보니까 예쁜 건물들도 많고 선물 가게들도 많던데.. 아!! 무엇보다도 시타델 입구에 있던 큰 시계탑!! 그 시계탑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싶어!!
근데 지금.. 몇 시지..??
아니, 벌써~? 오후 네시???????생각해보니 시기쇼아라에 도착한 게 오후 3시였고... 역에서 시내 중심지까지 들어왔던 시간이랑... 처음 숙소에서 빈 방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움직인 시간이랑... 숙소에서 실랑이한 시간을 생각해보니.. 벌써 오후 네시가 되기에 충분하구나 ㅠㅠㅠ 또한 박물관은 문 닫을 시간이 되었으니 선택권이 없구나..
다섯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할테니까 조금 서둘러야겠다. 일단 내 마음을 뒤흔든 시계탑부터 가자. 아주 오래전부터 시기쇼아라 마을 입구 앞에 서 있어서 이 곳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았을 시계탑. 그 곳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내가 보다 그들의 삶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 같다.
시기쇼아라 시타델로 들어오는 입구에 서 있는 시계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 것이다.......서둘러서 시계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내 앞에서 갑자기 철문이 내려온다. 으잉?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고 생각하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 문 닫을 시간이라고 한다. 시계탑에도 개장/폐장 시간이 있다는 건가!! 이게 무슨 박물관이라도 된다는 거야?? 하며 가이드북을 보니
그렇다. 여기는 박물관이었다. 시계탑 내부 건물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다시 말하면 박물관에 들어가지 못 하면 시계탑에 올라갈 수 없는 그런 상황 ㅠㅠㅠ 난 올라가고 싶어!!
나... 나도! 나도 올라갈거야!!!(인기 호구 웹툰 '고마워 다행이야'의 명대사처럼 읽어주세요)여행을 다녀온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저기에 올라가보지 못 한 것이 정말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더 이상 박물관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기에 무관심하게 있었던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울 따름! 그렇게 나는 가곡 '그 집 앞'을 흥얼거리며 시계탑을 맴돌았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하필 내일을 월요일이고, 월요일은 박물관의 휴일이기 때문에 이도저도 올라갈 수 없는 상황. 아무래도 시기쇼아라에서는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그리고 즐겨왔던 만큼이나 수탄치는 않구나. 아쉬운 마음에 시계탑 근처 벤치에 앉아서 계속 하늘만 올려다봤다. 내 맘은 내려다보고 싶었거늘.
다행히 마을 구석 구석에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나마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내 마음을 위로하였다.문득 이렇게 높은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까 건물을 생김새가 이전 도시와는 다르다는걸 느꼈다. 건축이라고는 심시티 해본게 전부이기 때문에 (그것도 도스판 심시티)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저런 건축 양식을 고딕 양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독일을 비롯해 전형적인 유럽의 건축 양식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유럽의 한 국가인 루마니아에 와서 이런 양식의 건축물들을 처음 본 것이다. 비교적 도심이었던 부카레스트와 클루즈 나포카는 오랜 전통 위에 덧칠해진 최신 건물들이 있었고 이제껏 있었던 마라무레슈 지방은 자연과 함께 어울어진 그들의 삶을 대변하듯 목조 건물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곳 시기쇼아라는 뾰족한 지붕과 절도 있어 보이는 외형을 지닌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만으로도 루마니아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은 느껴지지 않는가? 결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 동유럽 국가라고 해서 뭔가 우울하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보다시피 모두 그렇지만은 않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루마니아~한 사람을 하나의 매력으로 설명할 수 없듯, 한 나라 한 문화도 하나의 말로써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쉽게 이해하고자 하나의 이미지를 내세워서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결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카라에는 구하라만이 있는게 아니듯.
루마니아는 동유럽 국가, 한때 공산주의 국가 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게 자리잡아 있어서 억울할 것 같다. 여행기를 쭉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모습들만 남아 있는 나라는 결코 아니다, 여러 모습이 있다. 더 나아가 집시, 유기견, 공산주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실제 그들의 삶과 밀접하지 않을 수 있다.
보름이 넘는 기간동안 집시와 유기견으로 불쾌했던 적은 없었다. 물론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것들로 기분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 그 사람이 운이 나빴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루마니아는 '내가 알았던 것 이상의' 그리고 '내가 알았던 것과 다른' 모습을 지닌 나라였다.
시기쇼아라에서 만난 한 유기견짖지도 않고 물지도 않고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냥 슬프게 바라볼 뿐이다.
시기쇼아라 안에서 한 집시가 구걸을 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었다.그리고 얼마 후 경찰차 한 대가 나타나서는 그 사람을 연행해갔다.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집시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마을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루마니에 와서 처음 마주하는 건물들을 감탐하며 바라보며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나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교회에 들어가서 신전을 기웃거리도 했다. 듬성 듬성 서 있는 드라큘라 동상과 선물 가게의 진열품들이 정말 여기가 그의 고향이구나 싶었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시계탑에 올라가보지 못 한게 아쉽지만 그래도 빨리 숙소를 정해야한다, 얼른 가방을 내려놔야한다,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나니 내가 짧은 시간 내에 많이 돌아다녀야하는 경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급할게 뭐가 있나 싶었다.
급할 거 없으니 계단으로 천천히 갑시다~우선 내일이면 바로 브라쇼브로 떠나기 때문에 오늘로 시기쇼아라 관광을 마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기쇼아라는 시계탑이나 몇몇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기에 그냥 평소처럼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 구경, 건물 구경하는 편이 더욱 즐겁게만 느껴졌다.
아참, 내일 브라쇼브에서는 '토니'라는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는데 전화나 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 일단 문자라도 넣어두긴 했지만 뭐 괜찮겠지?? 이 친구는 브라쇼브 근처 오르메니스라는 마을에 산다고 하는데 아무 정보가 없으니 조금은 불안했다.
어느새 다섯시가 넘어가고 슬슬 시기쇼아라의 거리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종일 먹은 것이라고는 아침에 산 햄버거와 과자 몇 조각이 전부이니 배고플때도 됐지. 어차피 이곳에 온 이상 식사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디고 있는 드라큘라의 생가에서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곳에 대한 정보라면 여행을 떠나기 전 국내 여행 다큐멘터를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생가라는 곳이 식당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놀랍지만 그래도 그 내부에는 벽화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어서 운이 좋으면 그 근처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레스토랑 앞 입간판실제로 드라큘라 백작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15세기 당시 루마니아풍으로 인테리어되어 있었다.
저 흉상의 주인공이 바로 실제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레스토랑은 역대 내가 가봤던 루마니아 식당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도 좋아보였다. 이런 곳이라면 분명히 가격도 만만치 않겠군.. 숙박비에 식사비까지.. 정말 돈 좀 깨지는 하루겠는걸 그래도 시기쇼아라에 와서 이곳마저도 안 올수는 없지.. 시계탑도... 못 가본.. 조용석이잖아 ㅠㅠㅠㅠ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이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식사를 좋은 자리에서 먹고 말겠다! 실제로 드라큘라 백작이 태어났을 때 그 집을 이루고 있던 벽화의 일부분 밑에서라도 먹고 말겠다!!! 그런 마음으로 당찬 발걸음과 함께 식당 안에 들어갔더니...
참 한적한 식당이네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너무나 쉽게 벽화가 남겨진 자리 밑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벽화 일부가 묘한 방식으로 남겨져 있어서 놀랐다...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도 않았고 - 거기에는 비싼 가격도 한 몫하는 듯. 깔끔한 인터레어와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로 여행 중 가장 호화스러운 식사를 하게 됐다. 메뉴판도 영어로 상세하게 적혀 있기는 했으나... 나에게는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뭘 시켜야할지 몰라서 난감해하다가 그냥 코스 요리를 시켰다. 가격은 44레이 (약 17,600원)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시켰는데 - 평소 즐겨 먹던 츅 (Ciuc)이 여기서는 6레이 (약 2,400원) 그리하여 모두 합처 50레이에 (약 20,000원) 식사를 했다. 아웃백에선 뭐하나 먹을 수 없는 가격이지만...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 버금가는 서비스 ㅋㅋ
처음으로 나온건 토마토 스프 - 붉은 색의 특징을 따서 이름은 "드라큘라"
메인 요리는 옥수수를 찐 것 주위에 소세지와 돼지고기를 매콤한 양념이 볶은 것
마지막 디저트로는 호떡....이 아니라 그것과 매우 흡사한 팬케이크.가운데에는 달디 단 초콜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사진에는 없지만 샐러드 (라고 적고 양배추를 채썬 것이라고 읽는다) 도 나왔는데 가장 맛있었던 것은 그냥 맥주였다.... 원래 루마니아 음식이 맛있는 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Ciorba de burta (소내장스프)은 루마니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라도 있는데 그야말로 '관광지 레스토랑'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맛에 평범하지 않은 가격으로 나를 울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어두워진 시기쇼아라의 거리 - 이렇게 밤이 찾아왔구나. 오늘은 정말로 갓 관광지로 나온 여행자처럼 하루를 보냈던 여행인 것 같았다. 그래서 피곤했나. 하지만 나는 분명 루마니아로 '여행'을 왔는데, 왜 충실한 '여행자'로 보낸 하루가 피곤한거지?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정해야한다는 부담감, 빨리 빨리 움직여서 어디든 가야한다는 조급함 밥 한 끼 먹을 때에도 머리 굴려가면서 싸네 비싸네 계산하며 하루를 보내왔더니 피곤한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그 모습은, 여행을 떠나기전 내가 해왔던 모습과 전혀 다를게 없어 보였다.
다시 말하면, 내가 오늘 한 여행은 '여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일상의 연장선이었을 뿐이다. 이전까지는 그냥 걷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고 생각을 하는 그런 '여행'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에 좇기고 돈에 좇기고 생각에 좇기는 '일상'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사라져버리는 인생, 충분히 즐기면서 살자!!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숙소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오후에 연락했던 토니에게 문자가 왔다. 여행을 오기 전 정확히 며칠에 브라쇼브로 간다고 말을 해두었기에 못 만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보낸 문자는 너무나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서 헛웃음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
토니 : "갑자기 출장을 오게 되어서 지금 중국이에요. 제가 같은 동네 사는 제라드 연락처를 알려줄게요. 그 친구한테 말해뒀으니까 연락해서 우리집 찾아가는 법 물어보면 될거에요. 좋은 여행되어요."
뭐??아니, 물론 토니 말대로라면 안 될 것이나 이상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제라드에게 연락하면 되니까. 하지만 나는 딱히 잘 곳 하나 때문에 토니라는 친구를 사귄 것도 아니고 함께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쌩하니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니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난 당신을 만나고 싶었다규!!!
아무튼 그렇다고 한들 내가 이제와서 '괜찮아요, 당신을 만날 수 없다면 그냥 숙소에서 잘게요' 라고 할 이유는 또한 없었기 때문에.. 헤헤... 아쉽지만 기회가 닿을 때 보자는 인사로 일단 훈훈하게 마무리. 브라쇼브는 시기쇼아라 못지 않은 루마니아의 대표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곳보다 더 새로운게 많겠지!
그렇게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하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과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을 이어나가며 시기쇼아라에서 겪은 갖은 고초를 60레이 숙소에서 뜨거운 샤워로 풀어내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드라큘라의 고향, 시기쇼아라에서...A-Yo 드라큘라, 뭐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