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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다음주 월요일이면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되는 현재 '백조'입니다.
12월 말에 다니던 무역회사, 일 너무 힘들고! 야근 너무 많고! 거기다 직속 사수가 정말 재수없고!
첫직장이었지만, 첫 단추부터 너무너무 잘못 끼운 것 같아 8개월 만에 그만 두고 백조가 되었습니다.
퇴사하고, 처음 두 세달이요? ㅎㅎ,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놀았습니다.
그 전에 너무 야근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취업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검색하고 이력서, 자소서 쓸라니 토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3월 중순 쯤 돼서 불안해졌죠. 이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면 어쩌지?
학교 다닐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이나, 월세나..... 여러가지로 불안하고 나태해 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때부터 맘잡고 이력서 쓰고 자소서 쓰고 구직활동을 했습니다.
저 스펙도 없고...학교도 지방 사립대 나왔어요. 이름있는 모대학 분교....
영어 울렁증이라 영어 스펙 없고, 일본어 아주 조금 할 줄알아서 JLPT 1급이랑, JPT 700점 넘는 시험점수랑....
교원자격증이랑.... 제가 가진 스펙의 전붑니다.
당연히 일본어 활용해서 취업을 해야 했는데, 무역회사는 가기 싫었죠.
어느 회사나 일 많고 힘들지만, 무역회사는 정말 납기 전까지 처음 샘플 작업부터 사고가 너무나무 많고!
외국의 바이어나 외국 공장 담당자랑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너무 힘들고..
영어로 메신저 하고 메일만 주고 받아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못알아들어요.... 그 쪽에서...
어쨌든 그렇게 저랑은 안 맞는데, 그놈의 8개월 경력도 경력이라고 이력서 넣는 족족 무역회사에서만
면접 보러 오라고 전화가 오드라구요. 물론 영어보다는 일본어를 더 많이 쓴다지만.
5월 초에 무역회사 한 번 취직 됐는데....
거기가 가족회사였어요. 사장님 와이프가 팀장으로 있는....
그 여자 팀장님은 제가 너무나 맘에 안 드셨는지... 퇴근 할 때만 되면, 다른 데 가라는 식으로 해고 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열심히 하려는데 자꾸 짜르고 싶다고 상사가 이야기하면 더럽고 치사하고, 불안해서 다니기 싫잖아요. 서럽고.... 사장은 짜를 마음 없다는데, 그 팀장이 하도 난리를 쳐서
그래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7월에 또 무역회사에 입사했어요.
정말 너무나 너무나 영세한 회사였는데... 사장과 부장 그리고 나까지 직원 달랑 셋....
사장은 회사 일에 신경도 안 쓰고 출근해서 인터넷 화투만 치고 있고,
부장이 모든 일을 책임지는데, 그 부장이 정말...... 웃기는 사람이었어요.
10시 출근인데, 9시 반까지 가서 청소기 돌리고 탕비실 정리하고 있으면
왜 오자마자 일 안 하고 그따위로 니 맘대로 하냐면서... 뭐라고 하고.
청소 다 끝내고 자리에 앉은게 9시 50분이었습니다.... 10시에 딱 일 시켜도 되잖아요. 출근 시간 전인데...
거기다 저 커피 마시는 김에 '부장님도 드실래요?' 하면 무슨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러냐고
눈꼴 시니까 그런 거 안 해도 된다고.... 이러고.
제 행동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는 사람이었습니다.
출근하면 한숨 푹푹 내쉬면서 기분 나쁘다는 티를 팍팍 내길래 저도 얼굴 보면 똑같이 한숨 팍팍 내쉬고
사직서 제출했습니다.
7월 말에 퇴사해서 기약없는 백조생활 다시 접어들었는데
너무나 서럽고, .... 자신감이 떨어지는 거예요. 난 뭘해도 안 될것 같고.
친구들은 다 졸업해서 이제 자리 잡아가고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집에 있으면서 이력서 고치고 자소서 고치고... 깔작거리다가 게임하고, 늦잠자고... 정말 사람 사는 게 아닌 것 같고.
너무나 내 자신이 초라해져서.... 머리카락도 심하게 빠지고.... 하혈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오죽하면 동생이 '언니는 집에서 먹고 노는데 왜 살이 빠지냐며..' 할 정도였고....
따로 살고 계시는 아빠는 한심하다는 듯이 갈 때마다 절 앉혀놓고 설교하시고....
엄마는 저 스트레스 받는다고 내색 한 번 않으시고 여기저기 시장이며 공원이며 데리고 다니시면서
격려해주시고...
항상 죄지은 것 같은 기분으로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얼마전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회사에서 일본어 능력 필요한 여사원을 뽑는대서
기대 않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준비해 오라는 서류 챙겨서 회사 들어가서 면접대기자 서류 작성하고, 대기실에서
다른 구직자들과 눈치보면서 기다렸는데 다들 너무 예쁘고... 대단해 보이고. 그러더라구요.
실제로 같이 면접본 언니는 일본에서 8년간 살고 거기서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었어요.
솔직히 가망 없겠구나 하고 마음을 비우고 면접을 보기로 했죠.
그냥 담담하게 면접관이 자기소개 해 보라고 해서 제 전공이나 사회 경험을 짤막하게 말씀 드렸어요.
옆에 그 유학파 언니는 (ㅎㅎ) 처음부터 밝게 인사하고, 자기소개도 길게 하고 자신감에 차서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하더라구요.
근데 면접관이 별로 성의있게 그 언니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도 않고;;; 제 이야기도 듣는 것 같지 않고;
구직자들한테 질문도 거의 안하고; 이력서 보거나 자소서 보시면서 질문 많이 하실텐데...
특히 저 같은 경우엔 유학이나 연수경험도 없고.... 교원자격증 있는데 임용고시 안 보고 취업하는거...
이런 거 저런 거 트집 잡을 거 많을 텐데 별 말을 안 하더라구요;
그냥 회사에 대해 궁금한 거 마지막으로 물어보래서...
어차피 안 될 회사, 물어보고나 가자. 해서
입사하게 되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냐, 회사는 가전제품 만드는 회산데 정확히 내수냐 아니면 수출용이냐
아니면 둘 다냐... 무례하지 않게 딱 2가지 정도만 질문했어요.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취업특강 들을 때,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질문할 거 없냐고 물어보는데
없다고 하면 그거 마이너스라고 해서... 그냥 오기로 물어본 거죠.
중간에 취업이 몇 번 됐어도 백수생활이 8개월이나 돼서 면접도 진짜 많이 봤고...
웬만한 일에는 떨지도 않게 돼서 뻔뻔하게 물어봤어요.
나중에 그 면접 같이 본 언니가 젊은 친구가 그렇게 대범하게 물어볼 줄도 안다고 막 칭찬해 줬는데....
전 이판사판이었거든요...
그리고 아무런 기대없이 집에 돌아와서 며칠이 지났는데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음주 월요일날 출근하라고...
학교 성적 증명서랑 어학 자격증 사본이랑 이것저것 준비해 오라고 전화로 막 이야기 하는데
손이 덜덜 떨리는 거예요. 이게 정말 진짠가.... 그렇게 예쁘고 똑똑한 언니들 말고 내가 된거 맞나.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전화 끊고 나서도 어안이 벙벙하고...
지금도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돼요.
중간에 부당하게 회사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듣고...
난 안된다, 난 초라하다, 난 아무 쓸모 없나보다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 받고 웅크리고 있다가
출근하려고 하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또 나더러 나가라고 하는 거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드네요.
긍정적으로 난 잘 할 수 있다. 난 정당하게 뽑힌 거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중간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자신감이 안 생깁니다.
저.... 잘 할 수 있겠죠?
누구라도 제게 힘 내라는 말,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 해주시면
8개월 간의 백조생활 청산하고 사회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