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부터 The Economist에 세계 부동산 시장 거품붕괴에 관한 기사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기 시작한다. 호주, 아일랜드,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미국까지 거의 범 세계적인(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가격 폭락은 없었지만 최근까지 이들 지역에서 최고 20% 이상의 부동산(주로 주택)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추이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부동산 문제의 주범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저금리'이다.
2000년 IT거품붕괴 이후 미국의 멍청한 부시와 근시안(myopic) 그린스펀은 저금리를 무기로 경기부양에 나선다. FRB의 연속된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는 2%이하로(아마도-_-;;) 떨어진다(현재는 5.25%). 문제는 금리를 내려도 호되게 당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풍선효과는 엉뚱하게 주택구입을 위한 가계대출의 폭발로 나타났다. 나머지 이야기는 너무나 뻔하고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왜 상관없는 남의나라 이야기로 곁가지치냐고 타박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등의 사례는 2000년 이후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직접 대입되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메커니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부동산 시장의 지각변동
2000년 이전과 2000년 이후의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어떻게 다를까?
답은 2000년 이전에는 만성적 초과수요(특히 아파트에 대한)가 가격상승의 주 모멘텀이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유동성이 가격상승의 추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통적으로 가격상승에 대한 '투기적 기대'가 증폭제의 역할을 했다.
99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은행권 대출금리는 12~15% 수준(아마도 -_-;)이었고 그나마 대출도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한마디로 "대출=특혜"의 공식이 통했다.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알꺼다. 그러던 것이 어떻게 변했나? 한때 연이율 5%이하에 담보비율 95%로 대출해줬다. 너도 나도 대출받아 집샀다. 초기엔 분양권 전매로 재미본 사람도 많았다. 순진한 서민들 눈 뒤집어졌고 줄줄이 밴드웨건(bandwagon)...
정부가 8.31, 10.29, 3.30(뭐 국경일도 아니고...) 부동산 대책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안정(?)이 나타나고 있다.
서론이 조금 길었다. 아직 이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려는 글이 맞을까 의심하는 분들 많을꺼다. 결론적으로 세부적 수단의 투박함과 과격성을 애교로 봐준다면 큰 틀에서는 올바른 방향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주택 공급능력은 장기적 주택수요를 넘어섰다. 이미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수요는 시장에 반영되었다. 신규 주택수요는 기존 '가구의 분리 추세(1인 가구의 증가 등)나 '고령화'를 염두에 두더라도 장기적인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현재 출산률 1.08%의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주택을 수요할 때 쯤이면 멀쩡한 아파트단지가 텅텅비고 슬럼지역으로 전락하는 장면이 연출될지도...
그러나 문제는 그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변하는 순간 시장은 반응한다.
가격조정 vs. 거품붕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어떤 과정을 거쳐갈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거품은 빨리 터질수록 고통도 작다.
때문에 수단의 적절성은 담보할 수 없어도 부동산 안정정책 추진의 정당성은 인정해야 한다. 일본도 부동산 과열을 뒤늦게 깨닫고 시장에 개입했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재무구조는 89년의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이고 최근 은행들의 엄청난 실적은 가계대출에 기인한다.
다행인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기업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위험수준 이하로 낮아졌다. 특히 89년의 일본처럼 기업들의 리조트, 콘도 등 부동산 개발 광풍도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버블붕괴의 피해는 작지 않다.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조기에 거품을 잡아 진정시켜도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켰다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어차피 거품은 사후적인 개념이니까...
특히나 뭘 해도 좋은 소리 못듣는 현 정부로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품인가? 병든 짐승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처럼... 서슬퍼런 군사독재시절에도 그럴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옆길로 샜군... -_-;
부동산 정책 '가지지 못한 자들의 마녀사냥'인가?
부동산 관련 논쟁에 감정적 요인이 개입된 것이 현실이다. 관련 게시판 조금만 훓어보면 알거다.
다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거품붕괴가 현실이 되면 승자는 없다.
모두가 패자가 된다. 나라, 기업 개인 모두 가난하고 약해진다.
상대적인 부의 이전(실물자산 소유자 -> 현금자산 소유자)이 일어날 뿐...
* 참고 - 지금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현금자산 보유비중 확대를 권하고 싶다.
거품이 없다고 끝까지 우기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미국에서 거품을 판단하는 기준은(Economist 기사 인용) 주택 임대료(rent)와 주택구입 시 금융비용(이자 등)을 비교해 후자가 크면 주택을 사서 임대를 할 경우 임대료 수입으로 금융비용을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격상승의 기대 때문에 손해를 보며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연리 6% 대출을 받아 2억짜리 집을 사서 1억원에 전세를 준 경우 이론적으로는 매년 600만원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후 50년간 존재해 왔다. 집값은 오른다는 굳은 믿음에 기인한다.
과격하게 말하면 한국전쟁 이후 줄곧 거품이었다는 것...
조금 온건한 개념으로 보자면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라는 지표를 이용할 수 있다. 전세가는 실제 집의 주거가치를 반영하므로 집값 대비 전세가가 하강하면 거품현상이 심화된다고 볼 수 있다.(솔직히 이 개념은 2005년 초에 처음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들어 언론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사용하더군. 미리 찜해놀 수도 없고... -_-;)
재건축 붐 때 강남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30%대까지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개발가능성 땜에 가격이 오르는 거라는 분들이 있는데 전용률 30% 남짓되는 땅 지분에 아파트 철거비용, 재건축비용 다 부담하고도 이익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거품이 아니란 말인가?
추가적으로 분양권이란 제도도 우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한 번 돌려 생각해 보면 참 웃기다. 선분양제도도 그렇고...
한 10년 쯤 지나면 전세제도, 분양권, 선분양 등의 개념이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주택도 내구재(durables)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후진국에서는 자동차나 집전화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자동차나 전화를 정부가 규제하고 분양한다. 한정된 공급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성격 때문에 시장가치가 유지 또는 상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도 예전에는 그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 속에 뿌리박힌 주택에 대한 관념도 변할 것이다.(혹은 변화를 강요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