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은 직장생활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업무에 집중한 후 빠져들 수 있는 나만의 취미가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다.
LG이노텍 한승헌 대리(32)는 입사 5년차 직장인이다. 2004년 10월 입사해 현재 해외마케팅팀에서 미주지역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한 대리는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다. 바로 살사댄스. 그에게서 살사 댄스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일과 중의 스트레스는 춤으로 날려버린다는 한 대리의 살사 예찬이 계속됐다.
한승헌 대리는 살사댄스를 시작한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05년 5월 12일 시작했어요. 신입사원으로 막 들어왔을 때 사무실이 강남에 있었는데 주말에도 출근하고 평소 야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하다보니 월화수목금금금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 게시판을 찾다가 ‘무풍’이라는 LG그룹의 ‘살사’라는 라틴댄스 동아리를 알게 됐습니다. 동호회 초급 강좌가 열린다는 회원 모집 글을 보고 무턱대고 찾아갔죠.”
동아리 활동은 강습 1주일에 한번, 모임 1회, 주말 번개를 통해 이루어진다. LG그룹은 회원들을 위해 강습실 대여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동아리 MT를 가면 120명 정도가 모여요. LG CNS를 중심으로 동아리가 시작됐는데 전자, 화학 등 여러 계열사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초중급 지나면 졸업공연도 하고 MT도 가고, 사진도 찍으러 가고 공연도 보러 가기 때문에 일주일이 심심하지 않고 할 게 너무 많아요.”
한 대리는 부인을 동아리에서 만났다.
“연습실을 빌려서 자체강습을 여는데 초급, 중급, 중중급 클래스 중 초급 클래스에 들어갔죠. 첫 강습 때 손잡아 본 사람과 결혼했어요. 와이프가 그때 강사였거든요.(그의 부인은 LG CNS에 재직중이다). 저도 지금 강사인데 그때는 제자로 들어간 거죠. 결혼한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78년생 동갑에 와이프가 1기이고요. 동아리에서 결혼한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동아리는) ‘LG 듀오’라고 불리기도 해요. 지금까지 10쌍이 넘게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성을 사귀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춤 열심히 안 추고 작업만 하면 예쁘지 않지요.”
한 대리는 하지만 결혼 후 집에서 춤을 춘 적은 없다고 한다. 춤은 바에 가서 춘단다. 살사 댄스를 추기 위해 옷은 아무것이나 입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대회 때만 옷을 구입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와 춤의 인연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평소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는데, 리듬에 맞춰 춤추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도 많이 췄었고 에어로빅도 아줌마들 틈에서 췄었습니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다보면 못 놀죠. 나이트클럽은 안 좋아하고요 중학교 때부터 댄스팀을 결성해서 축제 때 참여하곤 했어요.”
살사댄스를 배우면서 그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춤추는 동안은 상대 밖에 안 보여요. 처음에 즐거워서 췄는데 같이 추는 사람을 즐겁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루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서 혼자 잘 추고 있는데 부인이 박자를 못 맞춘다고 짜증을 내더란다. 한 대리는 이후 세달 동안 부인 손을 잡지 않고 프로 강사에게 열심히 배우면서 실력을 닦았다. 그러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나만 즐거워서 되는 게 아니고 상대를 돋보이게 리드해주는 것이 진정한 도라는 것을….
“살사는 커플댄스여서 춤 출 때 파트너와의 호흡과 커뮤티케이션이 중요해요. 리드와 팔로우라고 하는데 남자가 리드하는 대로 여자가 따라오는 것인데, 남자는 자세가 어떻게 나올까 등을 계속 생각해야 해요. 항상 다음 동작을 생각해야 되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 보면 남자는 빛이 안 나요. 그래서인지 초급반에 남녀 각각 20명 정도가 들어오는데 남자들이 힘들어서 중간에 많이 나가요. 남자들이 박자를 못 찾을 때도 많지요.”
한 대리는 만 5년 가까이 춤을 추면서 상도 받았다.
“2006년 코리안 살사 컴피티션 우수상을 탔고 지난해에는 코리아 살사 컨그래스
아시안 라틴 컬쳐 페스티발에서 단체전 4등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상한 동아리가 5개 안팎으로 명문 팀들만 상을 타기로 유명한 대회에서 직장 동아리가 상을 탄
것은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직장생활과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통할까? 단순히 이중생활이 계속되는 것일까? 동아리 활동이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 대리는 말했다.
“미주영업을 담당하는데 제일 좋은 것은 담당하는 샌디애고에 라틴계 사람들이 많아서 라틴클럽에
가기도 합니다. 별명이 바이어들 사이에서 ‘살사킹’이예요. 그 분들이 한국에 출장 오면 함께 바에 가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급한 일이 닥쳤을 때도 동아리 활동이 도움을 줬단다.
“그룹 동아리다보니 국내 영업에서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한번은 긴급 주문이 들어왔는데 자재가
없을 경우가 있었어요. 원재료가 LG화학 제품이었는데 중국 현지 담당자 위에 누가 있는지 몰라 제자에
물었더니 바로 알려주더라고요. 연락해서 순식간에 문제가 해결이 된 적이 있어요.”
회원 중 한 명은 살사동호회 하면서 일주일에 600명을 만난다고 했다. 인맥 늘리는데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한 대리의 살사 예찬은 계속됐다.
“살사를 추면 사람이 바뀌어요. 패션, 스타일이 달라져요. 자극이 굉장히 많이 되죠. 깨끗하고 예쁜
사람이 돼가요. 사람이 활동적이 되고 깔끔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하고, 섹시해지고, 표현하려 하고, 솔직해지고,
자기를 잘 드러낼 수 있게 돼죠.
살사 댄스계의 금기도 그는 들려줬다.
“손 잡고 시작하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매너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선 냄새가 나면 큰일 나요.
술 먹고 춤추러 나오면 안되죠. 살사를 오해하시는데 심하게 붙어서 추는 춤이 아니고 손만 잡고 추는
춤이에요. 팔만 상대에 돌릴 뿐이에요. 붙어 추는 춤은 ‘바차타’라고 따로 있어요. 손이 가서는 안되는 부분에
손이 가면 변태로 낙인 찍혀요. 손 바닥으로 홀딩을 해야 되는데 손가락으로 더듬어도 마찬가지에요. 손이
허리로 내려오면 안되고 지정된 포지션에만 놓여야 되요. 매너에서 벗어나면 왕따가 되거든요. 건전한 춤인데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죠.”
한 대리는 최근 몇년새 국내 살사 문화가 크게 발전했다고 한다.
“살사가 들어온 초기에는 강습을 배울 만한 곳이 없어서 주로 홍익대학교 근처 대학,
직장인 동호회 위주로 활동이 이루어졌는데, 프로들이 스튜디오를 많이 세웠어요.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아졌죠.”
그러면서 국내 살사 문화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로 올라섰다는 것이 한 대리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살사 수준은 최고예요. 아시아서 넘버원으로 일본 사람들이 원정을 올 정도가 됐어요.
어마어마하게 살사 인구가 많아졌죠. 지역마다 바가 생겼고요. 몇 년 사이에 확 늘었어요. 그만큼
살사 문화가 활성화 됐어요. 주로 직장인 위주로 진행되는데 40대에는 탱고 등 느린 춤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대리는 끝으로 사람들에게 살사 댄스를 적극 권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재밌어요. 추천해주고 싶어요.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요. 일상에서
탈출하는 한 방법입니다. 이중생활을 하게 될 만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