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커플댄스의 세계를 만나다
사단법인 한국웃음센터
법인 및 특허등록 자격증, 3종 동시취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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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커플댄스는 색안경을 낀 시선에 갇혀 있었다. 카바레에서나 추는 춤이라는 편견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댄서들의 행보를 통해 깨지는 중이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서 한 번쯤은 춤을 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평범한 댄서들의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단지 땀 흘려 하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멋진 몸매와 함께 춤출 수 있는 친구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한국에서 커플댄스의 인기는 가히 열풍이라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명절 연휴마다 스타들의 커플댄스 대회로 시선을 끌더니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속에 공중파 고정 프로그램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은 스타들이 라틴댄스, 탱고, 왈츠 등을 추니 눈을 떼기 힘들 지경. 연예계에서도 춤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규리, 문희준, 포미닛의 현아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오상진도 ‘몸치 탈출’을 외치며 멋지게 춤을 춘다. 제시카 고메즈의 농염한 춤사위는 또 어떤가. 전문 댄서들과 짝을 이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땐 숨도 멈춘 채 지켜보게 된다.
‘커플댄스’라고 한다면 응당 멋지게 갖춰 입은 남녀가 열심히 연습해 합을 맞춰 춤을 추어야만 할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카바레에서 ‘춤바람’ 난 주부가 ‘제비’와 추는 춤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런 편견은 버리자.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출 수 있는 스윙댄스를 비롯해 밝은 조명 아래서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춤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보통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추는 커플댄스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스킨십은 기본이고 혼자서는 하기 힘든 화려한 동작도 가능하다. 춤 자체의 즐거움뿐 아니라 춤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사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춤 마니아들은 물론, 춤을 좋아하지 않거나 몸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생의 활력과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대다수의 커플댄스 동호인들은 멋진 몸매를 갖고 있지도 않고 뛰어난 춤사위를 보여주지 못해도 얼마든지 흥겹게 커플댄스를 즐긴다. 인터넷과 동호회 문화의 급속한 발달로 커플댄스는 건전하고 부담 없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살사 등의 라틴댄스, 탱고, 스윙 등 수많은 커플댄스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춤을 접한 라틴댄스 세대가 차츰 나이가 들고 또 장년들도 늦게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긋한 연배의 부부 댄서들 또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출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스윙댄스를 시연 중인 박정은씨.Part 1 스윙댄스
1920년대 빅밴드의 흥겨운 스윙재즈와 함께 탄생한 스윙댄스는 1940년대까지 전 세계를 휩쓴 춤이다. 2차 대전과 함께 사라졌다가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다시 한국에도 보급됐다. 스윙댄스는 살사나 탱고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친숙한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춤이다. 커플댄스 중에서도 배우기 가장 쉬운 춤에 속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매우 좋다. 스윙댄스는 스포츠댄스의 한 종목인 자이브와도 사촌 간이다. 아래위로 무릎을 구부리며 통통 뛰는 듯한 자이브 특유의 느낌이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스윙댄스는 동호회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배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하고 연령층도 다소 어린 편이다. 서울의 스윙댄스 열기는 뜨겁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스윙댄스 카페만 1백 개가 넘고 서울에만 10만 명이 넘는 댄서가 있으며 20개에 달하는 스윙바(스윙댄스 전용 바)가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수천 명의 스윙댄서들이 퇴근 후 스윙바에서 스윙댄스를 즐긴다. 세계에서 스윙댄스를 매일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의 댄서들은 열정적이고 학구적이기 때문에 댄서들의 평균 실력 또한 월등하다고.
리더(Leader, 춤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주로 남성이다)의 리드를 팔로워(Follower, 대체로 여성이다)가 감지하고 춤을 맞춰 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춤이건 커플댄스는 이런 도식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하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스윙댄스 동호회도 있다. ‘스윙시스터즈’에서 활약하는 댄서 박정은씨를 만났다.
스윙댄서 박정은씨(29)
“커플댄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요”
LADY 스윙댄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춤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정은씨 스윙댄스를 추기 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라 포크댄스를 가르쳐주셨는데 그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가 다예요. 스윙을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예요. 춤도, 커플댄스도 스윙이 처음이에요. 당시 언니네트워크란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여름 캠프에 갔다가 스윙댄스 강습을 듣게 됐어요. 여성만 참여하는 곳이라 강습 때 포지션을 나누면서 저는 리딩을 배웠지요. 리더가 멋있어 보이는데다 성격상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 리딩이 좋았어요. 여자 리더로 만족하고 있지만 가끔은 팔로워 역할로 춤추는 것도 재미있어요.
LADY 춤추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리더들은 근력이 필요해서 춤을 더 잘 추기 위해 헬스도 시작했어요. 혼자 추는 춤이면 저만 잘하면 되지만, 둘이 출 때는 잘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도 더러 운동은 했지만 날씬한 몸을 갖기 위해서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운동하니까 재미가 없었는데, 춤을 추면서 목표를 갖고 운동하니까 더 좋았어요. 멋진 춤을 위해 근육을 키우며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을 대할 때 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 기준에 맞게 몸을 바꿔가는 것도 만족스러웠어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이 정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웃음).
LADY 춤을 시작할 때에 비해 여자 리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동호회 밖에서 강습을 듣거나 춤을 출 때는 부담이 되죠. 실력 있는 리더들이 많아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강습을 열심히 들으면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으면서 극복한 경우예요. 남자 리더들하고는 별로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대신 강습 끝나고 뒤풀이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여자분에게 춤을 신청할 때 거북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줄었어요. 저도 팔로워로 춤출 때가 있는데 그렇게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추면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더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LADY 어떤 춤을 즐겨 추세요?
박정은씨 요즘엔 발보아라는 춤을 즐겨 추는데 리더용하고 팔로워용 신발이 달라서 두 개씩 갖고 다녀요. 예전에는 과묵하게 추는 편이었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맘 내키면 예쁜 원피스도 입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추기도 해요(리더이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어떨 땐 파트너보다 더 예쁘게 춘다고 잔소리를 듣기도 해요(웃음). 큰 결심이나 용기 없이도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해요. 두 포지션 다 재밌거든요.
LADY 스윙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결혼하신 거예요?
박정은씨 네, 연애를 오래하고 2008년에 결혼했어요.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 그 전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시댁 일도 많고 주말에 춤추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동호회 회원들이나 친구들이 거의 비혼이고, 저도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지지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변에서 이해를 잘 못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은 제 취미나 삶의 방식에 대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각자 취미생활도 하고요. 제가 춤추러 가면 집에 혼자 있었는데 이제는 야구를 해서 둘 다 건강해질 것 같아요(웃음). 동호회 강습도 하고 스윙댄스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기 때문에 계속 할 거예요.
LADY 남편과 함께 춤추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박정은씨 물론 있죠.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배워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둘 다 리더니까 같이 못 추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은 춤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냥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 거지요. 같이 춤은 못 춰도 절 이해해주는 게 고마워서 남편에게 야구 글러브도 선물했어요. 저희가 독립적인 편이라 돈 관리도 각자 하고 생활비만 나눠서 내요. 결혼 전부터 적금 넣던 게 있거든요. 아마 제가 댄스 강습비나 옷, 신발 사는 데 그 돈을 알면 남편은 깜짝 놀랄걸요. 하지만 서로 터치 안 하는 편이 나아요. 집안일 요리, 청소는 거의 제가 하고 남편은 빨래만 하는 정도로 분담해요.
LADY 아이를 가지면 춤을 못 출 수도 있을 텐데요.
박정은씨 남편과 여섯 살 차이인데 원래는 아이 갖는 걸 좀 두려워했어요. 모든 걸 책임지지 못할까 봐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생기면 낳으려고요. 춤은 나중에 출산하고 나서도 출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 결혼한 댄서 커플을 봐도 그렇고요. 한 번 몸에 익혀놓으면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거든요.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 안에 낳고 싶어요.
LADY 아직도 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춤춘다고 하면 다들 라틴댄스나 야한 춤을 떠올리죠. 골반을 흔들거나 파트너와 딱 붙어서 추는 춤이요. 스윙은 건전하고 익살맞으며 코믹한 춤이에요. 춤을 배우게 되면 정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세요(웃음). 한국 사람들이 마주 보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춤추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게 위안이 되거든요. 손을 잡거나 안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엉큼한 생각을 품은 사람은 춤 오래 못 춰요. 얘기해보면 춤추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말도 잘 통하고요.
LADY 춤을 추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사교성을 기르는 데도 좋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하고 춤추기 힘들어했는데 스윙바나 강습실 밖에서도 친분을 쌓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운영으로 일을 하면서 사람들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돈은 많이 들었지만 배운 게 참 많아요.

Part 2 살사댄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 이름이기도 한 살사는 라틴 계열의 커플댄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된 춤이다.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드는 섹시한 춤으로 인기가 높다. 유럽과 남미문화가 만나 쿠바에서 기원한 춤으로 국내에는 1980년대 말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외과의사 변성환씨는 2001년 살사를 시작해 2005년에 가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살사 공연을 펼쳐 유명세를 탔다. 「신나게 배우는 살사 댄스」라는 책까지 냈다. 살사를 출 때면 언제나 웃는 얼굴이 될 뿐 아니라 일과 가정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살사댄서 & 외과 전문의 변성환씨(46)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준 춤에 감사합니다”
LADY 요즘 들어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변성환씨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춤 중에서도 커플댄스는 여전히 장벽을 가지고 있지요. 커플댄스의 장점만을 뽑아 일상생활에서 춤의 건강과 다이어트 등에 관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는 현재 춤추는 의사들과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댄스의 치료 효과와 ‘몸치’인 사람들이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저 스스로도 30대 중반까지 완벽한 몸치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환자에게 ‘춤치료’를 처방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거예요.
LADY 춤을 추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변성환씨 2001년,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갑자기 일이 많아지면서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로 빠른 속도로 체중이 불었어요. 체중이 95kg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체중계를 피해 다녔을 정도예요. 둘째가 태어날 때였는데, 제 배가 아내보다 더 나왔었어요. 춤을 배운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지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으로 수술용 가운을 입고 수술할 때는 땀이 더 많이 나기에 땀 닦아주는 간호사 한 명이 늘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수술 부위에 땀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새로 오신 마취 과장님이 “젊은 사람이 왜 그리 부실하냐”라며 자신은 춤 덕분에 건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과장님이 병원으로 선생님을 모셔 와서 1주일에 한 번씩 춤을 배우게 됐습니다.
LADY 춤을 추면서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요?
변성환씨 일과 중에 짬을 내 병원 강당에서 기본 스텝과 허리 돌리기부터 배웠어요. 첫 시간에 스텝과 함께 해괴해 보이던 골반의 움직임을 따라 한 뒤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그런데 그 이상한(?) 동작을 계속 반복했더니 허리가 조금 편해졌어요. 틈틈이 연습을 하다 몇 주일이 지나서 거울 앞에서 그 동작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가 ‘아름답게’ 움직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인데,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그걸 느낀 거지요. 춤에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상대의 아름다움까지 포용하는 매력이 있어요. 양치질 할 때도, 진료 시간에도 틈틈이 연습했더니 5개월도 안 돼 체중이 75kg까지 내려가고 그렇게 많이 흘리던 땀도 줄더군요.
LADY 춤을 가르치거나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변성환씨 예전에 장수대학의 어르신들께 댄스를 가르쳐드린 일이 기억에 남아요. 평균 연령이 75세였는데, 강의를 진행하는 수개월 동안 신기할 정도로 외모가 나날이 고와지시더라고요. 그중 한 분은 허리가 심하게 굽으셨는데, 나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댄스를 즐기는 것을 보고 댄스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저도 춤을 추고 나서 긍정적인 생각을 훨씬 많이 하게 됐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춤을 추면서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살사라는 춤이 양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던 노예들에게서 시작된 만큼 한국인의 한과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LADY 주변 사람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변성환씨 처음에는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본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아요. 춤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내와 함께했는데, 별 흥미를 못 느꼈는지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 부부 사이에 깨기 힘든 벽이 생겼어요. 이미 서로 말문을 완전히 닫았을 때였는데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되는 상황에서 “춤추자”란 말을 꺼냈어요. 말없이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춤을 췄는데 그날의 춤이 ‘진짜 춤’이었어요. 세세한 느낌까지 기억이 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춤이었죠. 춤도 한 단계 성장했어요. 이후로는 함께 춤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서 아내가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춤 선생이 있다고 자랑도 한답니다(웃음).
LADY 댄스 중에서도 살사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처음 춤을 시작할 때 ‘댄스스포츠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어요. 프로들의 춤사위도 놀라웠지만 저를 감동시킨 것은 검은 정장을 한 노인과 손녀로 보이는 소녀 커플의 춤이었어요. 저도 저런 춤을 춰야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지요. 살사는 매우 자유로워서 화려하고 섹시한 춤이기도 하지만 제가 꿈꾸는 그런 춤을 표현할 수 있어요. 살사의 고향인 쿠바에서는 100세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가족들과 신나게 춤을 추거든요.
LADY 춤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인터뷰를 보고 제가 춤추는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먼저 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에서 먼저 환자들을 위해 춤을 이용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커플댄스는 음악과 운동, 파트너의 플러스 효과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음악만 들어도 좋은데 이미 많은 논문을 통해 춤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굉장하다고 검증이 됐잖아요. 살사는 워킹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경사진 길을 뒤로 걷는 것과 움직임이 비슷해서 일반 워킹보다 2, 3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음악도 매우 빨라서 3~4분짜리 살사를 두어 곡만 제대로 추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파트너’입니다. 눈빛과 손짓, 몸짓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무언의 대화를 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돼요. 이 ‘춤의 대화’는 어떤 만남보다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봐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무엇이 춤에 있는 것이죠.
LADY 요즘도 춤을 자주 추시나요?
변성환씨 여러 연구 때문에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라틴바에 가기도 힘듭니다. 다행히 연구 주제가 춤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퇴근 후 집에서 매일 춤을 추지요. 가족이 도와주기도 하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파트너 삼아 연습하기도 해요. 아이들도 아빠가 춤춘다는 사실을 재밌어 해서 딸아이와는 가끔 함께 춤을 춥니다. 어머니는 의사는 점잖아야 한다며 춤을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예쁜 옷들을 보면 춤출 때 입으라고 사오기도 하세요(웃음).
Part 3 그 밖의 춤들, 배울 수 있는 곳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탱고도 커플댄스의 대표 격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춤 ‘땅고’를 미국식으로 탱고라고 부른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춤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유럽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의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는 춤이다. 살사나 스윙의 경우 파트너끼리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역동성이 있다면 탱고는 구슬픈 음색에 맞춰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텝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말 없는 대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춤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한 장르로 보이는 춤도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스윙은 입문용인 지터벅, 중급인 린디홉과 찰스턴 정도를 공통적으로 배우고 난 뒤 탱고블루스, 발보아 등의 춤과 함께 추는 경우가 많다. 정통 재즈가 아닌, 팝이나 가요에 맞춰 출 수 있는 웨스트코스트 스윙을 즐기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살사는 기본 스텝에 따라 온원, 온투 등이 있고 메렝게나 바차타 같은 춤을 함께 춘다.
스포츠댄스는 정형화된 의상이나 특유의 몸짓 등에서 프로페셔널 댄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추어라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구청 문화교실 등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동호회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살사나 탱고, 스윙댄스는 거의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에서 춤출 수 있는 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을 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가서 배우면 된다. 초보자는 의상에 큰 제한은 없지만 살사처럼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적합한 춤이 있다.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출 수 있는 춤은 스윙댄스 정도고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댄스화까지 갖춰 신어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즐겁자고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춤사위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손잡고 추는 것이 커플댄스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매력적인 커플댄스의 세계를 만나다
사단법인 한국웃음센터
법인 및 특허등록 자격증, 3종 동시취득 . .
ha.or.kr


오랫동안 커플댄스는 색안경을 낀 시선에 갇혀 있었다. 카바레에서나 추는 춤이라는 편견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댄서들의 행보를 통해 깨지는 중이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서 한 번쯤은 춤을 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평범한 댄서들의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단지 땀 흘려 하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멋진 몸매와 함께 춤출 수 있는 친구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한국에서 커플댄스의 인기는 가히 열풍이라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명절 연휴마다 스타들의 커플댄스 대회로 시선을 끌더니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속에 공중파 고정 프로그램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은 스타들이 라틴댄스, 탱고, 왈츠 등을 추니 눈을 떼기 힘들 지경. 연예계에서도 춤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규리, 문희준, 포미닛의 현아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오상진도 ‘몸치 탈출’을 외치며 멋지게 춤을 춘다. 제시카 고메즈의 농염한 춤사위는 또 어떤가. 전문 댄서들과 짝을 이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땐 숨도 멈춘 채 지켜보게 된다.
‘커플댄스’라고 한다면 응당 멋지게 갖춰 입은 남녀가 열심히 연습해 합을 맞춰 춤을 추어야만 할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카바레에서 ‘춤바람’ 난 주부가 ‘제비’와 추는 춤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런 편견은 버리자.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출 수 있는 스윙댄스를 비롯해 밝은 조명 아래서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춤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보통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추는 커플댄스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스킨십은 기본이고 혼자서는 하기 힘든 화려한 동작도 가능하다. 춤 자체의 즐거움뿐 아니라 춤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사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춤 마니아들은 물론, 춤을 좋아하지 않거나 몸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생의 활력과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대다수의 커플댄스 동호인들은 멋진 몸매를 갖고 있지도 않고 뛰어난 춤사위를 보여주지 못해도 얼마든지 흥겹게 커플댄스를 즐긴다. 인터넷과 동호회 문화의 급속한 발달로 커플댄스는 건전하고 부담 없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살사 등의 라틴댄스, 탱고, 스윙 등 수많은 커플댄스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춤을 접한 라틴댄스 세대가 차츰 나이가 들고 또 장년들도 늦게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긋한 연배의 부부 댄서들 또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출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스윙댄스를 시연 중인 박정은씨.Part 1 스윙댄스
1920년대 빅밴드의 흥겨운 스윙재즈와 함께 탄생한 스윙댄스는 1940년대까지 전 세계를 휩쓴 춤이다. 2차 대전과 함께 사라졌다가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다시 한국에도 보급됐다. 스윙댄스는 살사나 탱고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친숙한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춤이다. 커플댄스 중에서도 배우기 가장 쉬운 춤에 속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매우 좋다. 스윙댄스는 스포츠댄스의 한 종목인 자이브와도 사촌 간이다. 아래위로 무릎을 구부리며 통통 뛰는 듯한 자이브 특유의 느낌이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스윙댄스는 동호회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배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하고 연령층도 다소 어린 편이다. 서울의 스윙댄스 열기는 뜨겁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스윙댄스 카페만 1백 개가 넘고 서울에만 10만 명이 넘는 댄서가 있으며 20개에 달하는 스윙바(스윙댄스 전용 바)가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수천 명의 스윙댄서들이 퇴근 후 스윙바에서 스윙댄스를 즐긴다. 세계에서 스윙댄스를 매일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의 댄서들은 열정적이고 학구적이기 때문에 댄서들의 평균 실력 또한 월등하다고.
리더(Leader, 춤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주로 남성이다)의 리드를 팔로워(Follower, 대체로 여성이다)가 감지하고 춤을 맞춰 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춤이건 커플댄스는 이런 도식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하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스윙댄스 동호회도 있다. ‘스윙시스터즈’에서 활약하는 댄서 박정은씨를 만났다.
스윙댄서 박정은씨(29)
“커플댄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요”
LADY 스윙댄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춤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정은씨 스윙댄스를 추기 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라 포크댄스를 가르쳐주셨는데 그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가 다예요. 스윙을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예요. 춤도, 커플댄스도 스윙이 처음이에요. 당시 언니네트워크란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여름 캠프에 갔다가 스윙댄스 강습을 듣게 됐어요. 여성만 참여하는 곳이라 강습 때 포지션을 나누면서 저는 리딩을 배웠지요. 리더가 멋있어 보이는데다 성격상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 리딩이 좋았어요. 여자 리더로 만족하고 있지만 가끔은 팔로워 역할로 춤추는 것도 재미있어요.
LADY 춤추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리더들은 근력이 필요해서 춤을 더 잘 추기 위해 헬스도 시작했어요. 혼자 추는 춤이면 저만 잘하면 되지만, 둘이 출 때는 잘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도 더러 운동은 했지만 날씬한 몸을 갖기 위해서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운동하니까 재미가 없었는데, 춤을 추면서 목표를 갖고 운동하니까 더 좋았어요. 멋진 춤을 위해 근육을 키우며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을 대할 때 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 기준에 맞게 몸을 바꿔가는 것도 만족스러웠어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이 정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웃음).
LADY 춤을 시작할 때에 비해 여자 리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동호회 밖에서 강습을 듣거나 춤을 출 때는 부담이 되죠. 실력 있는 리더들이 많아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강습을 열심히 들으면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으면서 극복한 경우예요. 남자 리더들하고는 별로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대신 강습 끝나고 뒤풀이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여자분에게 춤을 신청할 때 거북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줄었어요. 저도 팔로워로 춤출 때가 있는데 그렇게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추면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더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LADY 어떤 춤을 즐겨 추세요?
박정은씨 요즘엔 발보아라는 춤을 즐겨 추는데 리더용하고 팔로워용 신발이 달라서 두 개씩 갖고 다녀요. 예전에는 과묵하게 추는 편이었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맘 내키면 예쁜 원피스도 입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추기도 해요(리더이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어떨 땐 파트너보다 더 예쁘게 춘다고 잔소리를 듣기도 해요(웃음). 큰 결심이나 용기 없이도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해요. 두 포지션 다 재밌거든요.
LADY 스윙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결혼하신 거예요?
박정은씨 네, 연애를 오래하고 2008년에 결혼했어요.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 그 전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시댁 일도 많고 주말에 춤추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동호회 회원들이나 친구들이 거의 비혼이고, 저도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지지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변에서 이해를 잘 못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은 제 취미나 삶의 방식에 대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각자 취미생활도 하고요. 제가 춤추러 가면 집에 혼자 있었는데 이제는 야구를 해서 둘 다 건강해질 것 같아요(웃음). 동호회 강습도 하고 스윙댄스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기 때문에 계속 할 거예요.
LADY 남편과 함께 춤추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박정은씨 물론 있죠.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배워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둘 다 리더니까 같이 못 추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은 춤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냥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 거지요. 같이 춤은 못 춰도 절 이해해주는 게 고마워서 남편에게 야구 글러브도 선물했어요. 저희가 독립적인 편이라 돈 관리도 각자 하고 생활비만 나눠서 내요. 결혼 전부터 적금 넣던 게 있거든요. 아마 제가 댄스 강습비나 옷, 신발 사는 데 그 돈을 알면 남편은 깜짝 놀랄걸요. 하지만 서로 터치 안 하는 편이 나아요. 집안일 요리, 청소는 거의 제가 하고 남편은 빨래만 하는 정도로 분담해요.
LADY 아이를 가지면 춤을 못 출 수도 있을 텐데요.
박정은씨 남편과 여섯 살 차이인데 원래는 아이 갖는 걸 좀 두려워했어요. 모든 걸 책임지지 못할까 봐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생기면 낳으려고요. 춤은 나중에 출산하고 나서도 출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 결혼한 댄서 커플을 봐도 그렇고요. 한 번 몸에 익혀놓으면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거든요.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 안에 낳고 싶어요.
LADY 아직도 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춤춘다고 하면 다들 라틴댄스나 야한 춤을 떠올리죠. 골반을 흔들거나 파트너와 딱 붙어서 추는 춤이요. 스윙은 건전하고 익살맞으며 코믹한 춤이에요. 춤을 배우게 되면 정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세요(웃음). 한국 사람들이 마주 보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춤추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게 위안이 되거든요. 손을 잡거나 안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엉큼한 생각을 품은 사람은 춤 오래 못 춰요. 얘기해보면 춤추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말도 잘 통하고요.
LADY 춤을 추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사교성을 기르는 데도 좋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하고 춤추기 힘들어했는데 스윙바나 강습실 밖에서도 친분을 쌓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운영으로 일을 하면서 사람들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돈은 많이 들었지만 배운 게 참 많아요.

Part 2 살사댄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 이름이기도 한 살사는 라틴 계열의 커플댄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된 춤이다.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드는 섹시한 춤으로 인기가 높다. 유럽과 남미문화가 만나 쿠바에서 기원한 춤으로 국내에는 1980년대 말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외과의사 변성환씨는 2001년 살사를 시작해 2005년에 가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살사 공연을 펼쳐 유명세를 탔다. 「신나게 배우는 살사 댄스」라는 책까지 냈다. 살사를 출 때면 언제나 웃는 얼굴이 될 뿐 아니라 일과 가정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살사댄서 & 외과 전문의 변성환씨(46)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준 춤에 감사합니다”
LADY 요즘 들어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변성환씨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춤 중에서도 커플댄스는 여전히 장벽을 가지고 있지요. 커플댄스의 장점만을 뽑아 일상생활에서 춤의 건강과 다이어트 등에 관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는 현재 춤추는 의사들과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댄스의 치료 효과와 ‘몸치’인 사람들이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저 스스로도 30대 중반까지 완벽한 몸치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환자에게 ‘춤치료’를 처방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거예요.
LADY 춤을 추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변성환씨 2001년,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갑자기 일이 많아지면서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로 빠른 속도로 체중이 불었어요. 체중이 95kg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체중계를 피해 다녔을 정도예요. 둘째가 태어날 때였는데, 제 배가 아내보다 더 나왔었어요. 춤을 배운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지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으로 수술용 가운을 입고 수술할 때는 땀이 더 많이 나기에 땀 닦아주는 간호사 한 명이 늘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수술 부위에 땀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새로 오신 마취 과장님이 “젊은 사람이 왜 그리 부실하냐”라며 자신은 춤 덕분에 건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과장님이 병원으로 선생님을 모셔 와서 1주일에 한 번씩 춤을 배우게 됐습니다.
LADY 춤을 추면서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요?
변성환씨 일과 중에 짬을 내 병원 강당에서 기본 스텝과 허리 돌리기부터 배웠어요. 첫 시간에 스텝과 함께 해괴해 보이던 골반의 움직임을 따라 한 뒤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그런데 그 이상한(?) 동작을 계속 반복했더니 허리가 조금 편해졌어요. 틈틈이 연습을 하다 몇 주일이 지나서 거울 앞에서 그 동작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가 ‘아름답게’ 움직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인데,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그걸 느낀 거지요. 춤에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상대의 아름다움까지 포용하는 매력이 있어요. 양치질 할 때도, 진료 시간에도 틈틈이 연습했더니 5개월도 안 돼 체중이 75kg까지 내려가고 그렇게 많이 흘리던 땀도 줄더군요.
LADY 춤을 가르치거나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변성환씨 예전에 장수대학의 어르신들께 댄스를 가르쳐드린 일이 기억에 남아요. 평균 연령이 75세였는데, 강의를 진행하는 수개월 동안 신기할 정도로 외모가 나날이 고와지시더라고요. 그중 한 분은 허리가 심하게 굽으셨는데, 나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댄스를 즐기는 것을 보고 댄스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저도 춤을 추고 나서 긍정적인 생각을 훨씬 많이 하게 됐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춤을 추면서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살사라는 춤이 양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던 노예들에게서 시작된 만큼 한국인의 한과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LADY 주변 사람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변성환씨 처음에는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본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아요. 춤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내와 함께했는데, 별 흥미를 못 느꼈는지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 부부 사이에 깨기 힘든 벽이 생겼어요. 이미 서로 말문을 완전히 닫았을 때였는데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되는 상황에서 “춤추자”란 말을 꺼냈어요. 말없이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춤을 췄는데 그날의 춤이 ‘진짜 춤’이었어요. 세세한 느낌까지 기억이 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춤이었죠. 춤도 한 단계 성장했어요. 이후로는 함께 춤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서 아내가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춤 선생이 있다고 자랑도 한답니다(웃음).
LADY 댄스 중에서도 살사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처음 춤을 시작할 때 ‘댄스스포츠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어요. 프로들의 춤사위도 놀라웠지만 저를 감동시킨 것은 검은 정장을 한 노인과 손녀로 보이는 소녀 커플의 춤이었어요. 저도 저런 춤을 춰야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지요. 살사는 매우 자유로워서 화려하고 섹시한 춤이기도 하지만 제가 꿈꾸는 그런 춤을 표현할 수 있어요. 살사의 고향인 쿠바에서는 100세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가족들과 신나게 춤을 추거든요.
LADY 춤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인터뷰를 보고 제가 춤추는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먼저 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에서 먼저 환자들을 위해 춤을 이용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커플댄스는 음악과 운동, 파트너의 플러스 효과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음악만 들어도 좋은데 이미 많은 논문을 통해 춤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굉장하다고 검증이 됐잖아요. 살사는 워킹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경사진 길을 뒤로 걷는 것과 움직임이 비슷해서 일반 워킹보다 2, 3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음악도 매우 빨라서 3~4분짜리 살사를 두어 곡만 제대로 추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파트너’입니다. 눈빛과 손짓, 몸짓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무언의 대화를 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돼요. 이 ‘춤의 대화’는 어떤 만남보다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봐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무엇이 춤에 있는 것이죠.
LADY 요즘도 춤을 자주 추시나요?
변성환씨 여러 연구 때문에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라틴바에 가기도 힘듭니다. 다행히 연구 주제가 춤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퇴근 후 집에서 매일 춤을 추지요. 가족이 도와주기도 하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파트너 삼아 연습하기도 해요. 아이들도 아빠가 춤춘다는 사실을 재밌어 해서 딸아이와는 가끔 함께 춤을 춥니다. 어머니는 의사는 점잖아야 한다며 춤을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예쁜 옷들을 보면 춤출 때 입으라고 사오기도 하세요(웃음).
Part 3 그 밖의 춤들, 배울 수 있는 곳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탱고도 커플댄스의 대표 격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춤 ‘땅고’를 미국식으로 탱고라고 부른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춤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유럽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의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는 춤이다. 살사나 스윙의 경우 파트너끼리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역동성이 있다면 탱고는 구슬픈 음색에 맞춰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텝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말 없는 대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춤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한 장르로 보이는 춤도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스윙은 입문용인 지터벅, 중급인 린디홉과 찰스턴 정도를 공통적으로 배우고 난 뒤 탱고블루스, 발보아 등의 춤과 함께 추는 경우가 많다. 정통 재즈가 아닌, 팝이나 가요에 맞춰 출 수 있는 웨스트코스트 스윙을 즐기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살사는 기본 스텝에 따라 온원, 온투 등이 있고 메렝게나 바차타 같은 춤을 함께 춘다.
스포츠댄스는 정형화된 의상이나 특유의 몸짓 등에서 프로페셔널 댄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추어라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구청 문화교실 등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동호회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살사나 탱고, 스윙댄스는 거의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에서 춤출 수 있는 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을 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가서 배우면 된다. 초보자는 의상에 큰 제한은 없지만 살사처럼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적합한 춤이 있다.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출 수 있는 춤은 스윙댄스 정도고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댄스화까지 갖춰 신어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즐겁자고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춤사위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손잡고 추는 것이 커플댄스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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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커플댄스는 색안경을 낀 시선에 갇혀 있었다. 카바레에서나 추는 춤이라는 편견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댄서들의 행보를 통해 깨지는 중이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서 한 번쯤은 춤을 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평범한 댄서들의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단지 땀 흘려 하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멋진 몸매와 함께 춤출 수 있는 친구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한국에서 커플댄스의 인기는 가히 열풍이라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명절 연휴마다 스타들의 커플댄스 대회로 시선을 끌더니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속에 공중파 고정 프로그램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은 스타들이 라틴댄스, 탱고, 왈츠 등을 추니 눈을 떼기 힘들 지경. 연예계에서도 춤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규리, 문희준, 포미닛의 현아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오상진도 ‘몸치 탈출’을 외치며 멋지게 춤을 춘다. 제시카 고메즈의 농염한 춤사위는 또 어떤가. 전문 댄서들과 짝을 이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땐 숨도 멈춘 채 지켜보게 된다.
‘커플댄스’라고 한다면 응당 멋지게 갖춰 입은 남녀가 열심히 연습해 합을 맞춰 춤을 추어야만 할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카바레에서 ‘춤바람’ 난 주부가 ‘제비’와 추는 춤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런 편견은 버리자.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출 수 있는 스윙댄스를 비롯해 밝은 조명 아래서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춤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보통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추는 커플댄스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스킨십은 기본이고 혼자서는 하기 힘든 화려한 동작도 가능하다. 춤 자체의 즐거움뿐 아니라 춤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사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춤 마니아들은 물론, 춤을 좋아하지 않거나 몸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생의 활력과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대다수의 커플댄스 동호인들은 멋진 몸매를 갖고 있지도 않고 뛰어난 춤사위를 보여주지 못해도 얼마든지 흥겹게 커플댄스를 즐긴다. 인터넷과 동호회 문화의 급속한 발달로 커플댄스는 건전하고 부담 없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살사 등의 라틴댄스, 탱고, 스윙 등 수많은 커플댄스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춤을 접한 라틴댄스 세대가 차츰 나이가 들고 또 장년들도 늦게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긋한 연배의 부부 댄서들 또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출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스윙댄스를 시연 중인 박정은씨.Part 1 스윙댄스
1920년대 빅밴드의 흥겨운 스윙재즈와 함께 탄생한 스윙댄스는 1940년대까지 전 세계를 휩쓴 춤이다. 2차 대전과 함께 사라졌다가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다시 한국에도 보급됐다. 스윙댄스는 살사나 탱고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친숙한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춤이다. 커플댄스 중에서도 배우기 가장 쉬운 춤에 속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매우 좋다. 스윙댄스는 스포츠댄스의 한 종목인 자이브와도 사촌 간이다. 아래위로 무릎을 구부리며 통통 뛰는 듯한 자이브 특유의 느낌이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스윙댄스는 동호회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배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하고 연령층도 다소 어린 편이다. 서울의 스윙댄스 열기는 뜨겁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스윙댄스 카페만 1백 개가 넘고 서울에만 10만 명이 넘는 댄서가 있으며 20개에 달하는 스윙바(스윙댄스 전용 바)가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수천 명의 스윙댄서들이 퇴근 후 스윙바에서 스윙댄스를 즐긴다. 세계에서 스윙댄스를 매일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의 댄서들은 열정적이고 학구적이기 때문에 댄서들의 평균 실력 또한 월등하다고.
리더(Leader, 춤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주로 남성이다)의 리드를 팔로워(Follower, 대체로 여성이다)가 감지하고 춤을 맞춰 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춤이건 커플댄스는 이런 도식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하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스윙댄스 동호회도 있다. ‘스윙시스터즈’에서 활약하는 댄서 박정은씨를 만났다.
스윙댄서 박정은씨(29)
“커플댄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요”
LADY 스윙댄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춤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정은씨 스윙댄스를 추기 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라 포크댄스를 가르쳐주셨는데 그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가 다예요. 스윙을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예요. 춤도, 커플댄스도 스윙이 처음이에요. 당시 언니네트워크란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여름 캠프에 갔다가 스윙댄스 강습을 듣게 됐어요. 여성만 참여하는 곳이라 강습 때 포지션을 나누면서 저는 리딩을 배웠지요. 리더가 멋있어 보이는데다 성격상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 리딩이 좋았어요. 여자 리더로 만족하고 있지만 가끔은 팔로워 역할로 춤추는 것도 재미있어요.
LADY 춤추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리더들은 근력이 필요해서 춤을 더 잘 추기 위해 헬스도 시작했어요. 혼자 추는 춤이면 저만 잘하면 되지만, 둘이 출 때는 잘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도 더러 운동은 했지만 날씬한 몸을 갖기 위해서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운동하니까 재미가 없었는데, 춤을 추면서 목표를 갖고 운동하니까 더 좋았어요. 멋진 춤을 위해 근육을 키우며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을 대할 때 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 기준에 맞게 몸을 바꿔가는 것도 만족스러웠어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이 정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웃음).
LADY 춤을 시작할 때에 비해 여자 리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동호회 밖에서 강습을 듣거나 춤을 출 때는 부담이 되죠. 실력 있는 리더들이 많아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강습을 열심히 들으면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으면서 극복한 경우예요. 남자 리더들하고는 별로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대신 강습 끝나고 뒤풀이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여자분에게 춤을 신청할 때 거북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줄었어요. 저도 팔로워로 춤출 때가 있는데 그렇게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추면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더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LADY 어떤 춤을 즐겨 추세요?
박정은씨 요즘엔 발보아라는 춤을 즐겨 추는데 리더용하고 팔로워용 신발이 달라서 두 개씩 갖고 다녀요. 예전에는 과묵하게 추는 편이었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맘 내키면 예쁜 원피스도 입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추기도 해요(리더이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어떨 땐 파트너보다 더 예쁘게 춘다고 잔소리를 듣기도 해요(웃음). 큰 결심이나 용기 없이도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해요. 두 포지션 다 재밌거든요.
LADY 스윙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결혼하신 거예요?
박정은씨 네, 연애를 오래하고 2008년에 결혼했어요.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 그 전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시댁 일도 많고 주말에 춤추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동호회 회원들이나 친구들이 거의 비혼이고, 저도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지지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변에서 이해를 잘 못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은 제 취미나 삶의 방식에 대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각자 취미생활도 하고요. 제가 춤추러 가면 집에 혼자 있었는데 이제는 야구를 해서 둘 다 건강해질 것 같아요(웃음). 동호회 강습도 하고 스윙댄스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기 때문에 계속 할 거예요.
LADY 남편과 함께 춤추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박정은씨 물론 있죠.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배워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둘 다 리더니까 같이 못 추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은 춤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냥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 거지요. 같이 춤은 못 춰도 절 이해해주는 게 고마워서 남편에게 야구 글러브도 선물했어요. 저희가 독립적인 편이라 돈 관리도 각자 하고 생활비만 나눠서 내요. 결혼 전부터 적금 넣던 게 있거든요. 아마 제가 댄스 강습비나 옷, 신발 사는 데 그 돈을 알면 남편은 깜짝 놀랄걸요. 하지만 서로 터치 안 하는 편이 나아요. 집안일 요리, 청소는 거의 제가 하고 남편은 빨래만 하는 정도로 분담해요.
LADY 아이를 가지면 춤을 못 출 수도 있을 텐데요.
박정은씨 남편과 여섯 살 차이인데 원래는 아이 갖는 걸 좀 두려워했어요. 모든 걸 책임지지 못할까 봐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생기면 낳으려고요. 춤은 나중에 출산하고 나서도 출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 결혼한 댄서 커플을 봐도 그렇고요. 한 번 몸에 익혀놓으면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거든요.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 안에 낳고 싶어요.
LADY 아직도 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춤춘다고 하면 다들 라틴댄스나 야한 춤을 떠올리죠. 골반을 흔들거나 파트너와 딱 붙어서 추는 춤이요. 스윙은 건전하고 익살맞으며 코믹한 춤이에요. 춤을 배우게 되면 정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세요(웃음). 한국 사람들이 마주 보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춤추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게 위안이 되거든요. 손을 잡거나 안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엉큼한 생각을 품은 사람은 춤 오래 못 춰요. 얘기해보면 춤추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말도 잘 통하고요.
LADY 춤을 추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사교성을 기르는 데도 좋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하고 춤추기 힘들어했는데 스윙바나 강습실 밖에서도 친분을 쌓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운영으로 일을 하면서 사람들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돈은 많이 들었지만 배운 게 참 많아요.

Part 2 살사댄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 이름이기도 한 살사는 라틴 계열의 커플댄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된 춤이다.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드는 섹시한 춤으로 인기가 높다. 유럽과 남미문화가 만나 쿠바에서 기원한 춤으로 국내에는 1980년대 말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외과의사 변성환씨는 2001년 살사를 시작해 2005년에 가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살사 공연을 펼쳐 유명세를 탔다. 「신나게 배우는 살사 댄스」라는 책까지 냈다. 살사를 출 때면 언제나 웃는 얼굴이 될 뿐 아니라 일과 가정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살사댄서 & 외과 전문의 변성환씨(46)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준 춤에 감사합니다”
LADY 요즘 들어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변성환씨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춤 중에서도 커플댄스는 여전히 장벽을 가지고 있지요. 커플댄스의 장점만을 뽑아 일상생활에서 춤의 건강과 다이어트 등에 관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는 현재 춤추는 의사들과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댄스의 치료 효과와 ‘몸치’인 사람들이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저 스스로도 30대 중반까지 완벽한 몸치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환자에게 ‘춤치료’를 처방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거예요.
LADY 춤을 추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변성환씨 2001년,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갑자기 일이 많아지면서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로 빠른 속도로 체중이 불었어요. 체중이 95kg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체중계를 피해 다녔을 정도예요. 둘째가 태어날 때였는데, 제 배가 아내보다 더 나왔었어요. 춤을 배운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지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으로 수술용 가운을 입고 수술할 때는 땀이 더 많이 나기에 땀 닦아주는 간호사 한 명이 늘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수술 부위에 땀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새로 오신 마취 과장님이 “젊은 사람이 왜 그리 부실하냐”라며 자신은 춤 덕분에 건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과장님이 병원으로 선생님을 모셔 와서 1주일에 한 번씩 춤을 배우게 됐습니다.
LADY 춤을 추면서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요?
변성환씨 일과 중에 짬을 내 병원 강당에서 기본 스텝과 허리 돌리기부터 배웠어요. 첫 시간에 스텝과 함께 해괴해 보이던 골반의 움직임을 따라 한 뒤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그런데 그 이상한(?) 동작을 계속 반복했더니 허리가 조금 편해졌어요. 틈틈이 연습을 하다 몇 주일이 지나서 거울 앞에서 그 동작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가 ‘아름답게’ 움직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인데,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그걸 느낀 거지요. 춤에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상대의 아름다움까지 포용하는 매력이 있어요. 양치질 할 때도, 진료 시간에도 틈틈이 연습했더니 5개월도 안 돼 체중이 75kg까지 내려가고 그렇게 많이 흘리던 땀도 줄더군요.
LADY 춤을 가르치거나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변성환씨 예전에 장수대학의 어르신들께 댄스를 가르쳐드린 일이 기억에 남아요. 평균 연령이 75세였는데, 강의를 진행하는 수개월 동안 신기할 정도로 외모가 나날이 고와지시더라고요. 그중 한 분은 허리가 심하게 굽으셨는데, 나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댄스를 즐기는 것을 보고 댄스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저도 춤을 추고 나서 긍정적인 생각을 훨씬 많이 하게 됐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춤을 추면서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살사라는 춤이 양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던 노예들에게서 시작된 만큼 한국인의 한과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LADY 주변 사람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변성환씨 처음에는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본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아요. 춤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내와 함께했는데, 별 흥미를 못 느꼈는지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 부부 사이에 깨기 힘든 벽이 생겼어요. 이미 서로 말문을 완전히 닫았을 때였는데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되는 상황에서 “춤추자”란 말을 꺼냈어요. 말없이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춤을 췄는데 그날의 춤이 ‘진짜 춤’이었어요. 세세한 느낌까지 기억이 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춤이었죠. 춤도 한 단계 성장했어요. 이후로는 함께 춤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서 아내가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춤 선생이 있다고 자랑도 한답니다(웃음).
LADY 댄스 중에서도 살사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처음 춤을 시작할 때 ‘댄스스포츠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어요. 프로들의 춤사위도 놀라웠지만 저를 감동시킨 것은 검은 정장을 한 노인과 손녀로 보이는 소녀 커플의 춤이었어요. 저도 저런 춤을 춰야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지요. 살사는 매우 자유로워서 화려하고 섹시한 춤이기도 하지만 제가 꿈꾸는 그런 춤을 표현할 수 있어요. 살사의 고향인 쿠바에서는 100세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가족들과 신나게 춤을 추거든요.
LADY 춤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인터뷰를 보고 제가 춤추는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먼저 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에서 먼저 환자들을 위해 춤을 이용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커플댄스는 음악과 운동, 파트너의 플러스 효과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음악만 들어도 좋은데 이미 많은 논문을 통해 춤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굉장하다고 검증이 됐잖아요. 살사는 워킹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경사진 길을 뒤로 걷는 것과 움직임이 비슷해서 일반 워킹보다 2, 3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음악도 매우 빨라서 3~4분짜리 살사를 두어 곡만 제대로 추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파트너’입니다. 눈빛과 손짓, 몸짓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무언의 대화를 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돼요. 이 ‘춤의 대화’는 어떤 만남보다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봐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무엇이 춤에 있는 것이죠.
LADY 요즘도 춤을 자주 추시나요?
변성환씨 여러 연구 때문에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라틴바에 가기도 힘듭니다. 다행히 연구 주제가 춤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퇴근 후 집에서 매일 춤을 추지요. 가족이 도와주기도 하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파트너 삼아 연습하기도 해요. 아이들도 아빠가 춤춘다는 사실을 재밌어 해서 딸아이와는 가끔 함께 춤을 춥니다. 어머니는 의사는 점잖아야 한다며 춤을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예쁜 옷들을 보면 춤출 때 입으라고 사오기도 하세요(웃음).
Part 3 그 밖의 춤들, 배울 수 있는 곳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탱고도 커플댄스의 대표 격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춤 ‘땅고’를 미국식으로 탱고라고 부른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춤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유럽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의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는 춤이다. 살사나 스윙의 경우 파트너끼리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역동성이 있다면 탱고는 구슬픈 음색에 맞춰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텝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말 없는 대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춤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한 장르로 보이는 춤도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스윙은 입문용인 지터벅, 중급인 린디홉과 찰스턴 정도를 공통적으로 배우고 난 뒤 탱고블루스, 발보아 등의 춤과 함께 추는 경우가 많다. 정통 재즈가 아닌, 팝이나 가요에 맞춰 출 수 있는 웨스트코스트 스윙을 즐기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살사는 기본 스텝에 따라 온원, 온투 등이 있고 메렝게나 바차타 같은 춤을 함께 춘다.
스포츠댄스는 정형화된 의상이나 특유의 몸짓 등에서 프로페셔널 댄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추어라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구청 문화교실 등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동호회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살사나 탱고, 스윙댄스는 거의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에서 춤출 수 있는 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을 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가서 배우면 된다. 초보자는 의상에 큰 제한은 없지만 살사처럼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적합한 춤이 있다.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출 수 있는 춤은 스윙댄스 정도고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댄스화까지 갖춰 신어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즐겁자고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춤사위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손잡고 추는 것이 커플댄스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매력적인 커플댄스의 세계를 만나다
오랫동안 커플댄스는 색안경을 낀 시선에 갇혀 있었다. 카바레에서나 추는 춤이라는 편견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댄서들의 행보를 통해 깨지는 중이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서 한 번쯤은 춤을
춰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평범한 댄서들의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단지 땀 흘려 하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멋진 몸매와 함께 춤출 수 있는 친구까지 덤으로 얻는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한국에서 커플댄스의 인기는 가히 열풍이라 불릴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명절 연휴마다
스타들의 커플댄스 대회로 시선을 끌더니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속에 공중파
고정 프로그램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은 스타들이 라틴댄스, 탱고, 왈츠 등을 추니 눈을 떼기 힘들 지경.
연예계에서도 춤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규리, 문희준, 포미닛의 현아는 물론이고 아나운서
오상진도 ‘몸치 탈출’을 외치며 멋지게 춤을 춘다. 제시카 고메즈의 농염한 춤사위는 또 어떤가. 전문
댄서들과 짝을 이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땐 숨도 멈춘 채 지켜보게 된다.
‘커플댄스’라고 한다면 응당 멋지게 갖춰 입은 남녀가 열심히 연습해 합을 맞춰 춤을 추어야만 할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카바레에서 ‘춤바람’ 난 주부가 ‘제비’와 추는 춤일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제 그런 편견은 버리자.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출 수 있는 스윙댄스를 비롯해 밝은 조명 아래서 술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춤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보통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추는 커플댄스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스킨십은 기본이고 혼자서는
하기 힘든 화려한 동작도 가능하다. 춤 자체의 즐거움뿐 아니라 춤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사귈
수 있다는 매력으로 춤 마니아들은 물론, 춤을 좋아하지 않거나 몸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생의 활력과 열정을 불어넣어준다.
대다수의 커플댄스 동호인들은 멋진 몸매를 갖고 있지도 않고 뛰어난 춤사위를 보여주지 못해도
얼마든지 흥겹게 커플댄스를 즐긴다. 인터넷과 동호회 문화의 급속한 발달로 커플댄스는
건전하고 부담 없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살사 등의 라틴댄스, 탱고, 스윙 등 수많은
커플댄스 동호회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춤을 접한 라틴댄스 세대가
차츰 나이가 들고 또 장년들도 늦게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지긋한 연배의 부부 댄서들 또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출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스윙댄스를 시연 중인 박정은씨.
Part 1 스윙댄스
1920년대 빅밴드의 흥겨운 스윙재즈와 함께 탄생한 스윙댄스는 1940년대까지 전 세계를 휩쓴 춤이다.
2차 대전과 함께 사라졌다가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 다시 한국에도 보급됐다.
스윙댄스는 살사나 탱고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광고 배경음악으로 친숙한
스윙재즈에 맞춰 추는 춤이다. 커플댄스 중에서도 배우기 가장 쉬운 춤에 속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매우 좋다.
스윙댄스는 스포츠댄스의 한 종목인 자이브와도 사촌 간이다. 아래위로 무릎을 구부리며 통통 뛰는 듯한 자이브
특유의 느낌이 조금 덜하다고 보면 된다.
스윙댄스는 동호회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배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하고 연령층도 다소 어린 편이다.
서울의 스윙댄스 열기는 뜨겁다.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스윙댄스 카페만 1백 개가 넘고
서울에만 10만 명이 넘는 댄서가 있으며 20개에 달하는 스윙바(스윙댄스 전용 바)가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수천 명의 스윙댄서들이 퇴근 후 스윙바에서 스윙댄스를 즐긴다. 세계에서 스윙댄스를 매일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한국의 댄서들은 열정적이고 학구적이기 때문에 댄서들의 평균 실력 또한 월등하다고.
리더(Leader, 춤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주로 남성이다)의 리드를 팔로워(Follower, 대체로 여성이다)가 감지하고
춤을 맞춰 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춤이건 커플댄스는 이런 도식에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하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스윙댄스 동호회도 있다. ‘스윙시스터즈’에서 활약하는 댄서 박정은씨를 만났다.
스윙댄서 박정은씨(29)
“커플댄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요”
LADY 스윙댄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춤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정은씨 스윙댄스를 추기 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라 포크댄스를 가르쳐주셨는데 그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가 다예요.
스윙을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예요. 춤도, 커플댄스도 스윙이 처음이에요. 당시 언니네트워크란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여름 캠프에 갔다가 스윙댄스 강습을 듣게 됐어요. 여성만 참여하는 곳이라 강습 때 포지션을 나누면서 저는
리딩을 배웠지요. 리더가 멋있어 보이는데다 성격상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 리딩이 좋았어요. 여자 리더로 만족하고 있지만
가끔은 팔로워 역할로 춤추는 것도 재미있어요.
LADY 춤추고 나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리더들은 근력이 필요해서 춤을 더 잘 추기 위해 헬스도 시작했어요. 혼자 추는
춤이면 저만 잘하면 되지만, 둘이 출 때는 잘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예전에도 더러
운동은 했지만 날씬한 몸을 갖기 위해서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운동하니까 재미가 없었는데, 춤을 추면서 목표를 갖고
운동하니까 더 좋았어요. 멋진 춤을 위해 근육을 키우며 변화하는 몸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을 대할 때
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 기준에 맞게 몸을 바꿔가는 것도 만족스러웠어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데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이 정도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웃음).
LADY 춤을 시작할 때에 비해 여자 리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박정은씨 아무래도 동호회 밖에서 강습을 듣거나 춤을 출 때는 부담이 되죠. 실력 있는 리더들이 많아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강습을 열심히 들으면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으면서 극복한 경우예요.
남자 리더들하고는 별로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대신 강습 끝나고 뒤풀이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여자분에게 춤을 신청할 때 거북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줄었어요. 저도 팔로워로 춤출 때가 있는데
그렇게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추면 남들이 어떻게 추는지, 더 잘 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LADY 어떤 춤을 즐겨 추세요?
박정은씨 요즘엔 발보아라는 춤을 즐겨 추는데 리더용하고 팔로워용 신발이 달라서 두 개씩 갖고 다녀요.
예전에는 과묵하게 추는 편이었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맘 내키면 예쁜 원피스도 입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추기도 해요(리더이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어떨 땐 파트너보다
더 예쁘게 춘다고 잔소리를 듣기도 해요(웃음). 큰 결심이나 용기 없이도 자유롭게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해요. 두 포지션 다 재밌거든요.
LADY 스윙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결혼하신 거예요?
박정은씨 네, 연애를 오래하고 2008년에 결혼했어요.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 그 전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시댁 일도 많고 주말에 춤추러 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동호회 회원들이나
친구들이 거의 비혼이고, 저도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해 지지하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변에서 이해를 잘 못해주더라고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은 제 취미나 삶의 방식에 대해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각자 취미생활도 하고요. 제가 춤추러
가면 집에 혼자 있었는데 이제는 야구를 해서 둘 다 건강해질 것 같아요(웃음). 동호회 강습도 하고 스윙댄스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기 때문에 계속 할 거예요.
LADY 남편과 함께 춤추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박정은씨 물론 있죠.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배워보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둘 다 리더니까 같이 못 추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은 춤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냥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한 거지요. 같이 춤은 못 춰도 절 이해해주는 게
고마워서 남편에게 야구 글러브도 선물했어요. 저희가 독립적인 편이라 돈 관리도 각자 하고 생활비만 나눠서 내요. 결혼
전부터 적금 넣던 게 있거든요. 아마 제가 댄스 강습비나 옷, 신발 사는 데 그 돈을 알면 남편은 깜짝 놀랄걸요. 하지만
서로 터치 안 하는 편이 나아요. 집안일 요리, 청소는 거의 제가 하고 남편은 빨래만 하는 정도로 분담해요.
LADY 아이를 가지면 춤을 못 출 수도 있을 텐데요.
박정은씨 남편과 여섯 살 차이인데 원래는 아이 갖는 걸 좀 두려워했어요. 모든 걸 책임지지 못할까 봐요.
그런데 이제는 아이가 생기면 낳으려고요. 춤은 나중에 출산하고 나서도 출 수 있으니까요. 주변에 결혼한 댄서
커플을 봐도 그렇고요. 한 번 몸에 익혀놓으면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거든요.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 안에 낳고 싶어요.
LADY 아직도 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춤춘다고 하면 다들 라틴댄스나 야한 춤을 떠올리죠. 골반을 흔들거나 파트너와 딱 붙어서 추는 춤이요.
스윙은 건전하고 익살맞으며 코믹한 춤이에요. 춤을 배우게 되면 정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세요(웃음).
한국 사람들이 마주 보면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춤추면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게 위안이
되거든요. 손을 잡거나 안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고 기분이 좋아져요. 엉큼한 생각을 품은 사람은 춤 오래 못 춰요.
얘기해보면 춤추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말도 잘 통하고요.
LADY 춤을 추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박정은씨 사교성을 기르는 데도 좋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하고 춤추기 힘들어했는데
스윙바나 강습실 밖에서도 친분을 쌓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운영으로 일을 하면서 사람들 챙기는 것도 배웠고요. 돈은 많이 들었지만 배운 게 참 많아요.

Part 2 살사댄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 이름이기도 한 살사는 라틴 계열의 커플댄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된 춤이다.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드는 섹시한 춤으로 인기가 높다. 유럽과 남미문화가 만나 쿠바에서 기원한 춤으로
국내에는 1980년대 말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외과의사 변성환씨는 2001년 살사를
시작해 2005년에 가재로 분장하고 코믹한 살사 공연을 펼쳐 유명세를 탔다. 「신나게 배우는 살사 댄스」라는 책까지 냈다.
살사를 출 때면 언제나 웃는 얼굴이 될 뿐 아니라 일과 가정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살사댄서 & 외과 전문의 변성환씨(46)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준 춤에 감사합니다”
LADY 요즘 들어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변성환씨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춤 중에서도 커플댄스는 여전히 장벽을 가지고 있지요.
커플댄스의 장점만을 뽑아 일상생활에서 춤의 건강과 다이어트 등에 관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는 현재 춤추는 의사들과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댄스의 치료 효과와 ‘몸치’인 사람들이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저 스스로도 30대 중반까지
완벽한 몸치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환자에게 ‘춤치료’를 처방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거예요.
LADY 춤을 추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변성환씨 2001년,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갑자기 일이 많아지면서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로 빠른 속도로 체중이 불었어요.
체중이 95kg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체중계를 피해 다녔을 정도예요. 둘째가 태어날 때였는데, 제 배가 아내보다 더 나왔었어요.
춤을 배운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지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으로 수술용 가운을 입고 수술할 때는
땀이 더 많이 나기에 땀 닦아주는 간호사 한 명이 늘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수술 부위에 땀이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새로 오신 마취 과장님이 “젊은 사람이 왜 그리 부실하냐”라며 자신은 춤 덕분에 건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그 과장님이 병원으로 선생님을 모셔 와서 1주일에 한 번씩 춤을 배우게 됐습니다.
LADY 춤을 추면서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요?
변성환씨 일과 중에 짬을 내 병원 강당에서 기본 스텝과 허리 돌리기부터 배웠어요. 첫 시간에
스텝과 함께 해괴해 보이던 골반의 움직임을 따라 한 뒤 허리가 무척 아팠어요. 그런데 그 이상한(?)
동작을 계속 반복했더니 허리가 조금 편해졌어요. 틈틈이 연습을 하다 몇 주일이 지나서 거울 앞에서 그 동작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가 ‘아름답게’ 움직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인데,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생애 처음으로 그걸 느낀 거지요. 춤에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상대의 아름다움까지 포용하는 매력이 있어요. 양치질 할 때도, 진료 시간에도 틈틈이 연습했더니 5개월도
안 돼 체중이 75kg까지 내려가고 그렇게 많이 흘리던 땀도 줄더군요.
LADY 춤을 가르치거나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변성환씨 예전에 장수대학의 어르신들께 댄스를 가르쳐드린 일이 기억에 남아요. 평균 연령이 75세였는데,
강의를 진행하는 수개월 동안 신기할 정도로 외모가 나날이 고와지시더라고요. 그중 한 분은 허리가 심하게
굽으셨는데, 나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댄스를 즐기는 것을 보고 댄스치료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예요. 저도
춤을 추고 나서 긍정적인 생각을 훨씬 많이 하게 됐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춤을 추면서 저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살사라는 춤이 양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던 노예들에게서 시작된 만큼 한국인의 한과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LADY 주변 사람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변성환씨 처음에는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본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많아요. 춤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내와 함께했는데, 별 흥미를 못 느꼈는지 금방 포기하더라고요.
그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 부부 사이에 깨기 힘든 벽이 생겼어요. 이미 서로 말문을 완전히 닫았을 때였는데
무슨 말이든 하긴 해야 되는 상황에서 “춤추자”란 말을 꺼냈어요. 말없이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춤을 췄는데
그날의 춤이 ‘진짜 춤’이었어요. 세세한 느낌까지 기억이 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춤이었죠. 춤도 한 단계
성장했어요. 이후
로는 함께 춤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서 아내가 밖에 나가면 우리 집에 춤 선생이 있다고 자랑도 한답니다(웃음).
LADY 댄스 중에서도 살사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처음 춤을 시작할 때 ‘댄스스포츠 대회’를 참관한 적이 있어요. 프로들의 춤사위도 놀라웠지만
저를 감동시킨 것은 검은 정장을 한 노인과 손녀로 보이는 소녀 커플의 춤이었어요. 저도 저런 춤을
춰야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지요. 살사는 매우 자유로워서 화려하고 섹시한 춤이기도 하지만 제가 꿈꾸는
그런 춤을 표현할 수 있어요. 살사의 고향인 쿠바에서는 100세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가족들과 신나게 춤을 추거든요.
LADY 춤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성환씨 인터뷰를 보고 제가 춤추는 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먼저 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에서 먼저 환자들을 위해 춤을 이용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커플댄스는
음악과 운동, 파트너의 플러스 효과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음악만 들어도 좋은데 이미 많은 논문을 통해
춤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굉장하다고 검증이 됐잖아요. 살사는 워킹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경사진 길을
뒤로 걷는 것과 움직임이 비슷해서 일반 워킹보다 2, 3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음악도 매우 빨라서
3~4분짜리 살사를 두어 곡만 제대로 추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파트너’입니다. 눈빛과 손짓, 몸짓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무언의 대화를 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게 돼요. 이 ‘춤의 대화’는 어떤 만남보다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봐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무엇이 춤에 있는 것이죠.
LADY 요즘도 춤을 자주 추시나요?
변성환씨 여러 연구 때문에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라틴바에 가기도 힘듭니다. 다행히 연구 주제가
춤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 퇴근 후 집에서 매일 춤을 추지요. 가족이 도와주기도 하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파트너 삼아 연습하기도 해요. 아이들도 아빠가 춤춘다는 사실을 재밌어 해서 딸아이와는 가끔 함께 춤을 춥니다.
어머니는 의사는 점잖아야 한다며 춤을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요즘은 예쁜 옷들을 보면 춤출 때
입으라고 사오기도 하세요(웃음).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탱고도 커플댄스의 대표 격이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춤 ‘땅고’를 미국식으로 탱고라고 부른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춤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유럽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건너온 이민자들의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는 춤이다. 살사나 스윙의 경우 파트너끼리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역동성이 있다면 탱고는 구슬픈 음색에 맞춰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텝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말 없는 대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MBC-TV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참가자들.
춤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한 장르로 보이는 춤도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스윙은 입문용인 지터벅,
중급인 린디홉과 찰스턴 정도를 공통적으로 배우고 난 뒤 탱고블루스, 발보아 등의 춤과 함께 추는 경우가 많다.
정통 재즈가 아닌, 팝이나 가요에 맞춰 출 수 있는 웨스트코스트 스윙을 즐기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살사는
기본 스텝에 따라 온원, 온투 등이 있고 메렝게나 바차타 같은 춤을 함께 춘다.
스포츠댄스는 정형화된 의상이나 특유의 몸짓 등에서 프로페셔널 댄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아마추어라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구청 문화교실 등에서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반면 동호회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살사나 탱고, 스윙댄스는 거의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에서 춤출 수 있는 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검색을 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가서 배우면 된다. 초보자는 의상에 큰 제한은 없지만 살사처럼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적합한 춤이 있다.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출 수 있는 춤은 스윙댄스 정도고 나머지는 용도에
맞게 댄스화까지 갖춰 신어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즐겁자고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춤사위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좋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손잡고 추는
것이 커플댄스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