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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정열의 땅, 이베리아 반도 여행 02. [바이런이 칭송한 포르투칼의 에덴동산, 신트라]

행복나그네 |2011.09.01 23:01
조회 40 |추천 0

 

 

시인 바이런이 칭송한 포르투칼의 에덴동산, 신트라

 

리스본에 도착한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짐을 꾸렸다. 리스본 근교에는 기차로 1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는 멋진 곳들이 많은데, 오늘은 신트라와 까보다로카, 그리고 까스까이스를 둘러보고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여러 군데를 들러야 하므로 부지런히 서두르지 않으면 일정이 꼬일 수 있다. 어젯밤 감기 증상으로 조금 고생했는데, 다행히도 약을 먹고 잤더니 감기를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설 수 있었다. 역시 나의 예민한 코가 낯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 운동을 했나보다.

 

나는 8시 반에 출발하는 신트라행 열차를 타기 위해서 호텔에서 Entrecompos 역까지 걸었다. 주말이고 이른 아침이다 보니, 거리는 아직 잠들어 있는 듯 인적이 드물었고, 기차역 주변은 음산하기까지 하다. 날씨도 흐리고, 분위기도 음울하니, 기분이 조금 다운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개척 정신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Entrecompos 역에서 열차를 타니, 40분여 만에 신트라에 도착한다. 잠깐 눈을 뿥일 사이도 없이 도착해 버린 셈이다. 신트라 역에 내리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지는 않다. 혹시나 별로 볼 것이 없는 동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도 잠시일 뿐, 신트라 역을 나서 마을로 들어서니 동화스런 마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며,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알록달록 원색의 문양과 일관된 양식으로 지어 진 예쁜 집들이 군데 군데 모여 있다. 정말 이 곳이 동화속의 나라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하긴, 과거 영화로웠던 시대의 포르투칼 왕실과 귀족들의 별장들이 있던 마을이었다고 하니, 그 고급스럽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어설픈 표현으로 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보다는 시인 바이런 경이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이라는 책에서 신트라의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에덴의 동산'에 비유하며, 극찬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편이 낫겠다.

 

 

 

동화처럼 예쁜 색채의 아름다움, 페냐궁전

 

신트라에서 유명한 곳은 페냐궁전과 무어인의 성터, 그리고 옛 귀족들의 별장과 저택들이다. 나는 우선적으로 신트라에 찾아온 목적 중 하나인 페냐궁전을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신트라 역에서 높은 산 정상의 궁전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역 앞에서 텅 비어 있는 셔틀버스를 타니, 꾸불 꾸불한 언덕길을 한참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페냐 궁전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저 멀리 보이는 대서양과 그 수평선, 그리고 신트라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점점 더 넓은 시야로 들어온다.

 

페냐 궁전은 독일의 노이반슈타인 성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성이다. 내가 이 멀고 먼 리스본까지 오게 된 이유 중 하나,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인 신트라까지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이 페냐궁전을 보기 위해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도 이 페냐궁전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어쩌면 나는 그 때부터 마음속으로 리스본을 가기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페냐궁전은 다른 성들과 달리 위엄있거나 웅장한 모습은 아니다. 다만, 알록달록 원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매우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보다 사실적인 색감에 치우친 니콘보다는 동화처럼 화사한 색감을 자랑하는 캐논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너무도 알록달록한 색감에 이 곳이 현실이 아닌 동화속의 성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성의 설계자가 노이반슈타인 성을 설계한 사람의 동생이라고 하니, 그 명성이 어찌 다를 수 있겠는가?

 

해발 500미터의 산 위에 세워진 이 페냐궁전은 14세기부터 포르투칼의 마지막 왕인 미누엘 2세가 1910년 혁명으로 쫒겨나기 전까지 왕실의 여름 별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높은 산 위에 있다보니 성루에 오르면 그 전망이 정말 최고다. 눈 앞에 대서양의 수평선이 펼쳐지고, 그 앞으로는 무어인의 성터와 신트라 시내의 모습도 내려다 볼 수 있다.

 

 

 

아, 대서양... 저 멀리 대서양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말로만 듣던 대서양에 내가 와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콜럼버스의 대항해가 시작되었던 그 대서양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포르투칼의 왕들도 이 곳에 서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저 수평선 너머의 신세계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지 않았을까?  페냐궁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웬지 나의 꿈과 포부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페냐궁전의 관람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이번에는 산 중턱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버스 창 밖으로만 바라보던 마을 풍경속으로 내가 들어가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트라는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그 문화적 가치가 소중한 곳이다. 어떤 이는 신트라를 일컬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축복받은 곳'이라고까지 하였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신트라의 마을 구석 구석을 걷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사뿐 사뿐 가벼워지고,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된다.

 

 

 

 

이 마을을 걷고 있으면, 주변 풍경에 어울리게 나 역시 동화속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신트라에 굳이 왔다면, 발품을 팔아 이 곳, 저 곳 걸어보는 것도 참 좋은 여행이 되리라. 걷다보면 신트라 왕궁 근처의 전망 좋은 곳에서 멋진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단지 셔틀버스를 타고 창 밖으로만 보았다면 반드시 후회했을 일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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