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실적 예상 높이고 낮추는 추세에 신호 숨어 있어
③전망할 때마다 논리 바꾸는 애널 믿지 마라
④아내 쓰는 화장품, 딸이 먹는 과자에 답 있다 전망 보고서가 틀리기 일쑤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여기서 눈을 떼지 않는 게 펀드매니저들이다. 증권사들이 억대 연봉을 주고 애널리스트들을 고용해 주가 예측 보고서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 고수들에게 시장 전망 100% 활용 노하우를 들어봤다.
◆모두가 한곳 볼 때는 일단 경계
올 2분기, 정유·화학주가 시장을 휩쓸 때 얘기다. 업황 좋고 주가는 날아가고, 어떤 애널리스트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최웅필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정유·화학주 매수를 일제히 합창하는 그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정유와 화학은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다.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언젠가 꺾일 것이 분명한데 그 타이밍이 언제일지에 최 매니저는 골몰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쏠림’에서 신호를 봤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전문가라는 애널리스트들이 합창하고 있다면 기업가치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펀드에 이 업종을 담지 않았다. 좀 앞서 가다 보니 욕도 먹었지만 결국 8~9월 급락장에서 큰 화를 면했다.
최 매니저는 애널리스트들의 행동유형에서 신호를 감지하거나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편이다. 최근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됐을 때도 그랬다. 그의 시각에 이 인수합병(M&A)은 기업가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일회성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에 CJ 주가가 떨어졌다. 곧이어 애널리스트도 부정적인 요소들만 강조했다. 주가가 더 빠졌다. 최 매니저는 이를 바닥 신호로 보고 주식을 분할 매수했다.
◆올리고 높이는 ‘추세’에 주목
◆맞든 틀리든 중요한 건 일관성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전망은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맞히는지 그 자체보다 애널리스트가 일관되게 자신의 논리를 유지하느냐를 중시한다”고 했다. 어떤 애널리스트가 A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봤다며 목표 주가를 높였는데, 다음 번에는 또 다른 포인트를 제시한다면 그는 남 본부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남 본부장은 과거 리포트를 다시 보는 버릇이 있다. 리포트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뒀다가 한 달 전 것, 여섯 달 전 것을 다시 들춰 보며 검증한다.
김영일 한투운용 본부장 역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적중률보다는 보고서 자체의 분석 툴에 집중하는 쪽이다. 김 본부장은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데이터와 결론 간의 논리 구조를 열심히 살핀다. 데이터를 과대 해석하지는 않았는지, 논리 비약은 없는지. 이들의 행동 유형도 참고하기는 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말은 그럴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것은 계량화할 수 없는 ‘감’이 아니냐”고 했다.
◆생활 속의 ‘살아 있는 정보’가 돈
가치 투자를 실천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시간 낭비라고 본다. 이들은 기업 가치가 창출되는 현장을 중시한다. 그래서 생활 주변의 정보와 데이터에 항상 민감하다. 전설적 가치투자자인 피터 린치가 스타킹업체와 호텔 체인에 투자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는 재무제표나 사업보고서를 읽기보다 백화점에 나가 주식을 찾아보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자신의 아내가 쓰는 화장품, 딸이 좋아하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기업 주식으로 10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국내에선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강 회장은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아줌마의 행동 유형, 수퍼마켓의 상품 진열, 신문기사의 행간 등이 살아 있는 정보라고 본다. 그는 “서울 거리를 가득 채운 브랜드가 주는 정보는 놓치고 증권사에 좋은 기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느냐”며 “일반인도 얼마든지 스스로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자들은 자신의 발굴 종목을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뒤늦게 분석하느라 요란하면 매도 타이밍이 다가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김수연 기자
예측 전문가들 ‘나만의 요술봉’
시장 예측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무기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너무 많은 변수를 고려하기는 어차피 불가능하고 정확도를 높여주지도 못한다는 것. 가끔 놀랄 만큼 높은 설명력을 보여 주인들에게 ‘족집게’라는 명성을 안겨주기도 한다.
구리값 미국주가 가장 잘 맞히는 족집게 박사
한국 주가는 미국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요즘 미국 주가를 가장 잘 맞히는 족집게 박사가 바로 구리값이다. 전자·건설 등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인 구리는 경기와 밀접한 상관성을 보인다. 또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과 은에 이어 투자와 투기 대상으로도 부상했다. 금융시장에서도 ETF(상장지수펀드)로 주목받는다. 그 때문에 실물과 금융시장 변화를 두루 잘 반영하는 지표다. 2008년 이후 미국 주가와 90% 이상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전병서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기업어음(CP)시장 시장·기업 정보의 프런티어
단기자금 시장은 모든 경제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CP는 기업의 단기자금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의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태 역시 앞서 CP시장에서 예견됐다. 2003년 초 카드사태 역시 한 기업의 CP 폭탄 발행에서 비롯했다. 기업정보의 프런티어가 CP시장이다. 그 때문에 시장 예측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CP시장 데이터를 가장 먼저 유심히 살핀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
호주 달러/스위스 프랑 경제·정치 변수 압축 반영
환율에는 세계 경제·정치 등 여러 변수가 한데 녹아있다. 특히 호주 달러와 스위스 프랑의 움직임을 눈여겨본다. 호주는 선진국 중 금리가 가장 높고, 스위스는 가장 낮다. 이에 따라 호주 국채는 위험자산, 스위스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다. 세계경제 호전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땐 스위스에서 돈을 빌려 호주에 투자해 호주 달러가 강세를 띤다. 호주 달러가 스위스 프랑에 비해 강세일 때 한국 주가도 상승하는데, 최근 수년간 90% 가까운 상관관계를 보였다.
김영익 창의투자자문 공동대표
‘유리보 금리’ 유럽 신용경색 어느 정도인지 보여줘
요즘은 유로존 은행 간 초단기 자금거래 금리인 유리보(Euribor)를 가장 중요하게 챙겨본다. 유럽 신용경색이 풀리는 기색이 보여야 한국 증시의 방향도 잡힐 텐데, 아직은 이 지표가 불안하다. 지난 22일 유리보와 국내외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외화자금 금리인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간 스프레드(금리차)가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건 유로존 은행들이 서로 못 믿어 대출을 깐깐하게 한다는 뜻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