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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잡스’ 사라진 애플 ‘전투력 이어갈까’ 주목

신진희 |2011.10.11 03:37
조회 10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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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천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타계했다. 잡스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와 수십 가지의 수식어가 붙지만 그가 여느 정보기술(IT) 구루(대가)와 달랐던 점은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을 모바일 디바이스(기기)라는 새로운 시대적 아이콘에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지성인 대부분에게 필요해서 쓰기는 하지만 경멸의 객체였던 IT 기기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진화시키면서 전세계의 대학 강의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아이튠즈U’ 등 인문학적 콘텐츠를 통해 재발견한 것도 그였다. 기존 컴퓨터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아이패드 등 그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기기들은 무수히 많다. 잡스 이후, 글로벌 IT 산업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살펴본다.

1.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이렇게 답을 했다면, 50점쯤 될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에게 열광했는지를 생각하면 쉽게 나올 수 있다. 잡스가 애플을 통해 수많은 신기술을 실현한 혁신적인 IT 제품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애플 제품의 신기술에만 열광했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애플보다 더 많은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만 애플처럼 사랑받은 기업은 찾기 어렵다.

잡스가 애플을 통해 보여준 것은 새로운 문화코드였다. 철학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그가 만든 제품들은 컴퓨터와는 또 다른 컴퓨팅의 세상을 보여줬다. 똑같은 아이폰을 산 사용자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전혀 다른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버튼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풀어내는 그의 디자인에도 철학이 숨어 있다.

2. 향후 애플의 리더십, 어떻게

잡스가 사망하면서 애플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후계 구도를 마무리지은 만큼 애플의 리더십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구심점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4일 애플의 아이폰4S 신제품 발표회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한 자리였다. 아이폰5가 나오지 않고 아이폰4의 기능을 다소 개량한 아이폰4S가 나온 탓도 있었지만, 잡스의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이 빠졌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운영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읽어냈던 잡스의 통찰력과 직관을 대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현재 CEO인 팀 쿡을 조너선 아이브 수석 디자이너 겸 부사장 등 8명의 수석 부사장단이 보좌하는 협업경영 체제다. 이들은 지난 3년간 건강 문제로 인한 잡스의 경영 공백 속에서도 환상적인 호흡으로 아이폰, 아이패드를 성공시켰다.

3. 아이폰5 등 신제품 출시는

애플의 아이폰4S 출시는 아이폰5를 고대했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애플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이폰4S란 이름을 통해서 스스로가 4에서 5로의 혁신 수준은 아니라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폰5는 나올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애플의 아이폰4S의 발표는 스티브 잡스의 병세를 고려해 조급하게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애플이 잡스의 뜻을 이어 혁신을 계속하고 새로운 아이폰들은 여전히 애플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미국의 한 IT 전문가는 잡스가 관계사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디자인의 사소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자 전체를 다 바꾸도록 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현재 애플에는 잡스처럼 독한 이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4. 잡스 없는 애플, 어떻게 극복할까

잡스 없는 애플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편에서는 잡스가 있을 때와 다름없이 행동할 것을 요구받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잡스처럼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도록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애플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까.

의외로 해답은 간단할 수 있다. 애플이 새로운 경영자와 또 다른 혁신의 궤적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 IT 전문가들은 잡스가 애플에 남긴 유산 중 문화적 유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그는 애플을 위해 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관계사들에 ‘황제’로 군림했다. 신제품에 대한 철저한 비밀 유지도 이 같은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권위적 경영은 잡스의 애플 경영 스타일에도 녹아들어 있다. 잡스가 실패한 모바일 개발팀이 변명을 계속하자 전원 해고한 사례는 듣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잡스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돌아가던 애플의 프로젝트별 혁신팀이 계속 전투적인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쉽지 않아 보인다.

5. 글로벌 협력업체 영향은

애플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애플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업체를 통해 아이디어를 완제품으로 만든다. 주요 협력업체는 대부분 대만 기업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을 조립하는 혼하이정밀(팍스콘)이 대표적이며 콴타컴퓨터, TPK 홀딩스, 윈텍 등이 모두 대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협력업체들의 주가는 잡스 사망 후 일제히 올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 협력업체 주가가 상승한 건 잡스의 사망이 한국과 대만 등의 협력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며 “애플의 독주에서 벗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부품업체의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좋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패드·맥북용 디스플레이의 최대 공급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주가가 7.44%나 뛰었다. 아이폰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는 윈텍도 6.99% 올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조립하는 혼하이정밀은 3.55%, 아이맥·맥북을 제작하는 콴타컴퓨터는 2.5% 상승했고, 일본의 도시바(1.34%)의 주가도 올랐다.

6.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잡스의 사망은 스마트 디바이스 운영체제(OS) 점유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T 전문 콤스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지난 5월 38.1%에서 8월에는 43.7%로 껑충 뛰었다. 애플의 iOS도 지난 5월 26.6%에서 0.6%포인트 상승한 27.3%를 차지했다. 이로써 미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의 iOS에 대한 우위는 확고해졌다.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 OS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5월 24.7%에서 8월에는 5%포인트 떨어진 19.7%로 조사됐다.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iOS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 등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 연합군의 공세가 거세지고 MS까지 OS시장 점유율을 높일 경우 iOS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7. 국내 IT업계 영향은

비즈니스란 상대적인 게임이다. 절대적인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상대와 상황이 바뀌면 달라진다는 의미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한때 ‘휴대전화 왕국’으로 불렸던 핀란드의 노키아나 스마트폰의 선두 주자였던 캐나다의 RIM이 최근 몰락하는 것만 봐도 글로벌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의 경영 전략에 변화가 생긴다면 삼성전자 등 국내 IT 업체들의 전략도 변할 수밖에 없다.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과거보다 삼성전자에 덜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삼성전자도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애플을 적대적으로 대할 이유가 없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등 스마트 디바이스 출시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할 경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의 ‘반사 이익’도 기대된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구도를 고려할 때 애플이 주춤한다면 최대 수혜자는 한국 IT 업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8. 경쟁업체 주가는

애플의 상징이었던 스티브 잡스의 영원한 부재는 애플의 기업 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과거 잡스의 건강상 문제와 사퇴 등 신변의 변화는 애플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만큼 중·장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24일 잡스가 CEO 자리를 팀 쿡에게 물려줬을 때 애플의 주가는 5.3% 급락했다. 수척해진 모습 때문에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2008년 6월에도 애플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잡스가 사망한 뒤 처음 열린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전날보다 1.68%, 1.88% 오른 상황에서도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0.88달러(0.23%)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IT 업체들의 주가는 잡스의 사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IT 업종 주가는 급등했다.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은 무려 3.32% 올랐고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애플의 라이벌 업체들의 상승폭이 컸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잡스의 사망을 통해서 애플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IT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9. 삼성과 특허 소송전은

잡스의 사망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전쟁’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잡스는 애플의 CEO로 군림할 때나 CEO 직을 떠난 뒤에도 애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최고 사령탑’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전세계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입장도 있지만 유난히 디자인과 특허에 대한 집착을 보여온 잡스의 개인적인 성격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당장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소송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특허 소송이라는 게 한번 진행되기 시작하면 쉽게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의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 공세가 한풀 수그러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CEO로 등장한 팀 쿡은 잡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경영진으로서도 잡스 사망 이후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와의 불필요한 확전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잡스의 사망을 특허 소송과 연결시키려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잡스에 대한 애도는 애도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얘기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잡스의 사망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소송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0. 아이폰5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잡스의 사망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불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IT 기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의 혁신적인 신제품을 구경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다.

당장 최근 애플이 아이폰5를 출시하지 못하고 아이폰4의 개량 모델인 아이폰4S를 내놓자 국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아이폰3GS 사용자들은 약정 기간인 2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애플이 아이폰5를 내놓지 않아 갈아탈 마땅한 휴대전화를 찾지 못해 혼돈스러워하고 있다.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한다면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조해동·박선호·민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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