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좋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글을 올립니다. 긴 하소연이 될 것 같습니다.
제 나이 스물 세살이지만, 지금까지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서 두근거렸던 적도 없습니다. 연예인 보고 설레는 그런 거 말고요. 소개팅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는 언니가 소개팅 한번 시켜주려 했었는데, 거짓말 않고 온 몸에 오한이 들고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각설하고.
저는 10대 전체를 다 왕따로 살았습니다. 술버릇이 심한 아빠 탓에 엄마는 제가 열살때 크리스마스 다음날 집을 나가셨고, 뇌성마비를 앓아 거동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우리 언니(제가 중 2때 하늘로 갔습니다)와 제가 남겨졌습니다. 엄마는 약 1년 반만인 초5 4월 즘에 돌아왔지만, 그 동안 저는 '엄마 없는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선생도 반 아이들도 죄다 무시했습니다. 반 아이들보다 제가 더 성장이 빨랐는지 목소리가 빨리 높아졌는데(초 4때 148, 지금은 173입니다. 목소리는 현재 평균 음역이 Dm고 Fm까지 무리없이 올라갑니다), 제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같잖은 성대모사를 내고 당시 유행하던 '애자'라는 말이 제게 붙었습니다. 엄마가 계시던 시절엔 친한 친구였던 아이가, '니가 친구가 어딨어?' 하는 말에 걔 이름을 댔더니 저를 모른다고 말해서 괜히 인기 있는 애하고 친한 척 하는 애가 되었습니다. 걸스카웃이었는데 어디 여행가면 보이스카웃에 있는 애들이, 월악산 민속학교였나... 거기 갔을때 제가 그네를 타면 그네 썩는다 그러고, 그네에서 내리면 제게 돌을 던져서 다리를 맞혔습니다. 무릎 바로 뒤를 맞았는데, 일부러 너무 아픈 척 그 자리에서 맞은 부위를 잡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저를 맞힌 애가 누구인지 고발할 수도 없었고, 선생님들도 범인을 찾아주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서너명 중에 딱 한명만 아는 아이였고, 나머지들은 제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좀 좋아질 줄 알았더니, 더 심해졌습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저를 알고 있는지 반에 찾아와서 일부러 비닐을 씌우고 필통을 망쳐놓고 교과서와 가방을 그어놓고, 중2 시절에는 저를 아예 창녀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전 정비석 작가님의 82년작 삼국지(세로로 쓰여 있는데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방식입니다)를 구해서 보고 있었는데, 제가 이미 죽어서 진토가 된 지 오래인 제갈량과 어떻게 모텔을 간다는지 정말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소리를 하고 다니더라고요. 허황된 소리라 자기들도 그냥 툭툭 뱉는 말이지만, 중요한 건 그런 이야기의 진실성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중 3이 되었을때는 얼굴, 눈 밑에 1cm 정도 되는 작은 흉이 생겼습니다. 언제나 새 학년이 되어 배정된 반으로 갈때, 제게 따라붙는 그 시선과 목소리들이 싫어 제 때 맞춰 학교에 가고도 선생님 오시는 시간이 될 때까지 복도에서 배회하다 들어가던 저는 첫날부터 저는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뭐, 일진도 아니었습니다. 중 3 선생님은 이번에 부임 받은 선생님이셨는데, '친해지고 싶은 사람'/'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을 쓸 때 전 저기 절 둘러쌌던 아이들 중 가장 절 괴롭힌 아이의 이름을 몰라서 못 적었습니다. 나중에 그 아이가 제 짝이 되었는데, 전 그때 삼국지 동호회 친구에게 엽서를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아 코팅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1교시부터 5교시까지 계속 저한테 특수반 애 아니냐면서 장애인 흉내를 내고 계속 툭툭 치며 못살게 굴어서, 뺨을 쳤습니다. 그랬더니 주먹으로 제 눈을 쳤고, 안경이 깨지면서 깨진 유리가 제 눈 밑을 긁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3바늘을 꿰맸고 안경을 새로 받아냈는데. 하루 쉬고 그 다음날 학교 가니까 제일 먼저 들린 말이
"야, 쟤 건들지 마라. 20만원 날아간다 ㅋㅋ" 였습니다.
일부러 화를 돋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나 때문에 핸드폰 기스 났으니 3만원 내놓으라고 집 앞까지 지 친구들 데리고 찾아온데다 그 중 하나는 '니네 집은 개만 정상이냐?' 했습니다.
고등학교는 남녀 각반이었고, 1학년 동안에는 학교 생활이 너무 좋았습니다. 밤늦게까지 못 돌아오고 자로 잰듯 딱 맞춘 일상이었어도, 어딘가 섞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어도 있는 것 만으로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1학년 동안, 전 이상 증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든 것은, 고 1되는 4월이었습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뇌수가 바짝 마른 느낌과 함께 손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쿵쾅 뛰고, 그 자리에서 못 박힌 것 처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의 공포. 이런 일이 지속되고 나자, 짚이는 게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흉터를 남긴 그... KCH는. 여름이 되어 운동장에 송충이가 후둑후둑 떨어질때, 제가 벌레 싫어하는 걸 알고 제 지우개를 빌려가선 일부러 칼집을 내 그 안에 파리시체를 숨기거나, 죽은 벌레를 일부러 책상 위에 뒀습니다. 한달 정도를요. 그 동안 전 싫은 걸 꾹 참고 아무 내색 않고 그걸 치웠고, 그 뒤로 파리나 모기만 봐도 무서워하게 됐습니다. 혐오가 아닌 공포.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제 옷이나 머리핀에는 나비나 잠자리 모양이 없습니다.
고 2가 되자, 한 여자아이가 저한테 곰살맞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 극기훈련때 제 방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호의가 어색했지만, 아무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전 극기훈련때 반 아이들이 다 같이 손을 잡고 원을 그렸을때 원 안에 남겨졌습니다. 일부러 어색하지 않으려 아무 손도 안 잡혀 있었지만 함께 속도를 맞춰 돌았는데, 그렇게 비참할수가 없었습니다. 호의가 진심이었다 믿고 손 잡으려 내밀어 보았지만, 일부러 제 손을 치며 야멸차게 거절하고 방에 돌아와 싱글싱글 웃으며 미안해 하는게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2학년 이후로 만나게 되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제가 홀로 원 안에서 돌고 있던걸 다들 보았는데 그걸 잊은 건지 다들 절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했습니다.
넋두리가 길어져 죄송합니다. 이제 최근... 아니지. 오늘 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17세가 되었을때, 전 한참 소년탐정 김전일(원제: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이라는 추리만화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악역으로 나오는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했다시피, 술버릇이 안 좋은 아빠는 술에 취하면 욕을 해대고 저를 떠밀며 내쫓고(주로 중딩때) 엄마 욕을 하면서 제가 듣기 싫다 그러면 - 그럼 너도 나가, 썅년아. 하는게 다반사입니다. 그러다 한번은 저한테- 저 년도 나중에 요이치인가 뭔가 나타나면 화대 대주겠지.
라고 하던게 지금도 안 잊혀집니다. 그게 시작이었고요.
작년에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고 모 사이트를 켜놓고 찾고 있었는데, 이 때는 멀쩡한 정신으로
- 돈 벌고 싶으면 니 애미년처럼 몸 팔아 창녀짓해서 돈 벌어.
하는 겁니다.휴일에, 대학생들 휴일 바쁘잖아요. 어쩔 수 없이 과제니 뭐니 해서 컴터 키고 집에 붙어있는데, 아빠는 언제나 쉬는 날에는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욕을 해대고요. 엄마가 집에 없으면 저 이런18년이 남의 집 가서 살림 해주네, 다리 벌리네, 허리 돌리네, 헉헉대네 하고 별 소릴 다 하고. 제가 뭐라 그러면 저 욕은 저한테 돌아옵니다. 주말에 바쁘니까 조용히 좀 해달라 해도, 저를 위해서 자제하는 척이라도 해본 적 한번이라도 없습니다. 전 중 1 1학기 기말고사를 뺀 시험기간 언제나 아빠가 술주정하는 걸 들었습니다. 수능 전날에도요. 대학교 가상강좌 시험을 집 컴퓨터로 쳐야 할 때는(시간 지정이었습니다) 아빠가 술주정하는 통에, 설상가상 이어폰도 앵무새가 끊어놔서 헤드폰을 쓰고 시끄러운 노래로 귀를 틀어막고 시험을 쳤습니다.
술만 안 마시면 좋은 아빠이긴 합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자기가 제일 불쌍하네 어쩌네 그러면서. 제가 오늘, 술 한잔 먹자고 내 주말을 그렇게 망치고, 열일곱살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작년엔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냐. 설령 내가 정말 몸을 판다 하더라도 부모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않느냐, 라고 했더니. 되려 저한테 성질을 내면서 자긴 그런 적 없다 하고, 엄마한테 니가 애새끼를 저렇게 만들었네 어쩌네 하면서 - 나가, 이 썅년아. 지랄하지 마, 개같은 년아. 하고 평소에 언제나 듣던 욕을 해대더니 출근 직전에 저한테 미안하다, 하면서 -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하면서 나갔습니다.
우리 엄마, 약한 여자 아닙니다. 하염없이 울고 있기만 하는 여자 아니라, 욕하면 똑같이 맞받아치고 때리려 들면 똑같이 싸웁니다. 하지만, 남이 저런 말을 했으면 명예훼손감이잖아요. 전 아빠 저런 주사 때문에 성인이 되었어도 술 절대 안 마시고, 아직 천연기념물이라 불리는 숫처녀입니다. 왕따 당했을 때가 아니면 누구에게 욕 한번 듣지 않고 어딜 가나 착하단 소리 듣습니다. 남자랑 손 한번 잡아도 벌벌 떠는데, 제가 왜 제 아빠라는 이유로 몸이나 팔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저는 결혼은 포기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성격 버려서, 눈 돌아가면 남의 집 귀한 아들 반병신 만들지도 모른단 생각에, 조카사위들에게도 술만 마시면 전화해대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하는데 사위 생기면 오죽할까 싶어, 이런 집을 처갓집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데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하면 공황장애로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으며 숨 못 쉬고 캑캑대는데, 괜히 고생시키고 싶지 않고. 남자와 함께 행복해질 거라는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애틋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슬프고 억울합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제 잘못으로 된 것이 아닌데 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 저도 저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서 제가 정성들여 싼 도시락 한번 먹여주고 싶고, 커플티 입고 놀러 가보고도 싶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감정, 저도 여자라서 한번 쯤은 가져보고 싶은데.
지금 저는 아빠의 강제적인 분위기로 간 법학과에서 3학년을 다니고 있고(재수했어요), 작년에서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무살때부터 구상하고 준비한 플롯이 있는데, 처음에는 읽히고 소소하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 글을 구상하기 위해 들인 시간 + 노력 + 자료 조사(천년 전 개경이 무대라서)와 함께 현재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께 플롯 구성력을 인정받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아빠가 사시 쳐라, 로스쿨 가라, 로스쿨 못 가면 유학가라, 할 때 아빠가 술을 마시고 깽판을 치면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손이 덜덜덜 떨리고 시간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심장을 누가 비틀어 쥔 느낌이 들었는데, 작가를 지망하게 된 지금은 아빠가 술을 마셔도 비교적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변호사 안 하겠다.' 라고 말했을때... 3일동안 갖은 욕을 다 들었네요^^ 지금도 틈만 나면 기왕 법대 간 거 고시는 치라 그럽니다.
저번에도 한번 비슷한 글을 썼었는데,님 글이 너무 길어 언어폭력 당한 거 같다 비꼬는 댓글이 있어서 다시 올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긴 넋두리 들어주신 분, 로또 대박나실 거에요.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