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밤중에 괜히 생각나서 몇자 끄적입니다..
매일 눈팅만 하다 혹시라도 그 분이 읽으실지 몰라 올려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오전반 오후반 나뉘어 있었고,
오후반이었던 등교길이었으니 아마 2학년 때 였나봅니다.(1학년때일수도..)
약 97년, 혹은 96년 이었던 것 같네요.
아주 더웠던 여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여름엔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더워서 헥헥거리며 학교까지 걸어갈때,
마침 등산하고 점심께 내려오는 아주머니들과 마주치면
물도 주시고 아이스크림도 주시고하셨어요.
(제가 어렸을때 무슨생각인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보는 어른마다 인사를 하고다녔어요; 그래서 귀여워라 주신듯;)
그때 당시 인천계산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할머니집에서 등교하느라 근처에 있는 성불사 옆 빌라에서 출발해
지금의 계양문화회관 앞 길을 거쳐 언덕 아래에 있는 학교로 가는 길을 매일 걸었습니다.
그 길 가운데 즈음에는 군부대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어떤 부대인지는 모르는데, 헌병대라는 글씨밖에 기억이 안나네요.
어른들께서 예비군 훈련소라고 하시는데, 경인여자대학 옆쪽에 위치하는 부대입니다.
지나가다보니 헌병아저씨들도 어른이고, 또 군인아저씨니까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때만해도 위문편지 두어본 써 본 후였거든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린마음에 군인아저씨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외롭고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휴일 빼고 매일 지나가는 그 길에 인사를 했습니다.
가끔은 이름이 뭐냐, 몇학년이냐 물어보기도 하고
그분들은 몰래몰래(?) 저와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인가,
매일 인사하던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저씨, 그 아저씨는 어디갔어요?"
라고 하니까 새로운 얼굴의 아저씨는
"잠깐만 기다려봐,"
하고 급히 바로 옆 초소(?) 같은 곳으로 달려가 전화를 하는겁니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학교에 늦지 않을까 초조해 하고 있는동안,
부대 안쪽에서 어떤 사람이 헉헉거리면서 경사로를 뛰어내려왔습니다.
바로 그 아저씨!
저는 반가운마음에 또 인사를 했습니다.
아저씨는 뭔가 내밀면서 많이 덥다고 했는데,
다름아닌 "메x바"였습니다.
연두색의 그 아이스크림은 약간 녹아있었지만 전 그 맛을 잊을 수 없을겁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ㅠ 아이스크림 종류가 확실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잘가, 꼬마야"
라고 하시는데, 제 이름을 부르신건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아마 그때 말년이라 곧 제대한다고 못볼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어린 저는 "더운날 아이스크림" 밖에는 분명히 떠오르질 않네요.. ^^;
그리고 3학년이 되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을 가버렸어요.
지금은... 아마 삼십대가 되셨겠죠?
그 후로 전 고등학교때까지 군인아저씨들에게 가끔 편지도 써보곤 했습니다.
어떤분은 상병부터 제대이후 복학하고 얼마동안 계속- 펜팔하시던 분도 계시구요.
(포x공대 수학과 그분...기숙사 몇호인지 모르면 편지가 안들어간데요
그래서 반송된 편지가 마지막.... 지금은 졸업하셨겠지만..)
어렸을 때 그 아이스크림헌병 아저씨 이후로,
전 길 가는 군인아저씨들만 봐도 정말 자랑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위에 수학과 그분.. 제가 대학교 새내기였을때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던 분이시구요.
군인이 좋아서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을 정도로 아마 군인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은 떨어졌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다른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무언갈 더 배워가면서 우리나라의 군인제도가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순간 누군가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도 들고 약한소리 말고 좀 더 힘내보자 라는 생각도 합니다.
'무사 제대'하신 분들께 감사하고,
지금 군인인 분들... 부디 몸 건강히 '무사 제대' 하시길 빕니다.
_ 강원도 어느 전방부대에 있을 후배에게 편지를 쓰며 갑자기 생각난 그 분들.
P.S. 지금도 제겐 아저씨(?)일 그 분..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연이되면 언젠가 또 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