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경부터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특정종교를 비방하는 댓글을 수차례 올려 지난 1월부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받아온 김모(30)씨에게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0단독은 28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정모 판사는 김모 씨가 게재한 ‘냉면을 먹다 급사했다’ ‘남편과 자식을 버렸다’ ‘사탄의 충견된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간통자다’ 등의 악성댓글에 대해 “입장·의견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어느 모로 보나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 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 파행적 재판과 공판 과정에서의 위법행위에 이어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정 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 황순미 이에 사건 피해자들은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 10단독 법정에서 실종된 대한민국 헌법 제 103조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파행적 재판과 형법·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면서까지 무죄 판결 낸 정 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피해자 한모(47)씨는 “판사가 ‘사이비, 사탄 집단, 적그리스도 집단’ 등의 악의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진위를 판단하거나 이를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는 종교적 입장에 근거한 의견 내지 평가에 불과하고,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피해자가 사이비 단체가 아니라는 증거자료로 국가, 정부기관장으로부터 받은 훈.포장, 그리고 많은 표창장과 감사장 등의 사본을 제출했으나 오직 피고인 편만 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진위 판단을 기피하려고 만들어낸 모순된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 재판은 종교의 교리문제나 종교단체와의 알력 문제를 가지고 판단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이 허위사실 적시와 명예훼손이 분명한 악성 비방 글을 사이버상의 불특정다수에게 유포시킨 것에 대한 위법성 판단문제”라며 “판사가 무죄를 주기 위해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을 종교문제로 몰고 갔다”고 억울해했다.
피해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판사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재판을 파행으로 이끌어, 법률 소비자인 국민들이 황당한 재판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법원에 “조속한 사후 처리와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정모(34) 씨는 “재판 진행 전에 김씨에게 쪽지를 보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으나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 ‘더 열심히 댓글을 쓰겠다’고 답변했다”면서 “피고인 김 씨는 재판 진행 중에도 비방댓글을 달았다. 이런 사람을 재판부에서 명예훼손이 아닌 의견이라며 무죄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이번 판결은 시대감각에 뒤떨어진 무책임한 판결로 악성댓글이 급증할 우려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사법부는 정직하고 성숙된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도록 사이버 범죄를 엄정하게 제재하는 역할을 해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사이버 범죄 발생 현황이 2003년 54,204건, 2004년 61,709건, 2005년 67,342건, 2006년 62,000건, 2007년 71,176건으로 해마다 사이버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댓글 때문에 작년에 평범한 여학생과 유명 연예인이 죽음에까지 이른 사건만 보더라도 사이버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근절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후 정 판사가 법을 위반하고 공판조서를 허위 작성·누락한 것에 대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법관윤리강령과 법관징계법에 기초해 정 판사의 문제점을 면밀히 감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 정 판사의 허위 공문서 작성 배경과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 / 서울남부지법에 진정서 제출하는 모습 ⓒ 황순미 서울남부지법 이인석 공보판사는 “진정서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들어가면 조사가 이루어진다”면서 “징계사유는 판사의 독립성보다는 더 많은 피해가 있어 징계를 해야 한다는 사안일 때 발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인 법률사무소 이행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것, 사실을 판단하는 것, 의견이나 평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하지만 이번 판결문에 적시된 댓글 내용 일부는 분명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차후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도 청원서를 제출해 그동안 문제가 제기돼 왔던 정 판사의 법관 자질에 대해 대법원 차원의 대책을 촉구, 사법질서를 심각하게 해쳐온 법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 사건의 공판검사는 항소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항소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