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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참아 |2011.10.31 00:33
조회 222 |추천 2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는 학교에서 공부한 기억이 별로 없다. 허구한 날 데모하느라 수업도 걸핏하면 빠졌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그 시절엔 대부분 그랬다. 학점? 군대를 다녀온 뒤 만회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크게 내세울 게 못 된다. 그래도 4학년이 되자 여기저기서 “우리 회사에 와 달라”는 통지가 왔다. 학교에선 졸업예정자들에게 삼성·현대·대우·두산·롯데·해태 등 당시 잘나가던 굴지의 기업들 추천서를 나눠줬다. 그걸 들고 덜렁덜렁 앞서 언급한 기업들 중 한 군데에 갔었다. 대충 면접을 보니 차비까지 주면서 합격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흘렀다. 우연의 일치로 내 아이도 내가 졸업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한데 사정은 천양지차다. 취업 공포에 시달리는 아이들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끔찍하다. 방학 때마다 인턴직을 찾아 헤매고 취업이 될 때까지 무작정 학교에 남아 있으려고 안간힘이다. 그것도 서울에 있는 대학들 경우고 지방대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자식 세대에게 미안하다. 어찌됐든 우리 아버지 세대는 일자리 걱정은 없게 했었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돌이켜보니 죄송하고, 감사하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대패했다. 그걸 둘러싸고 설명이 많다. 젊은 층과 소통이 부족했고, 트위터 같은 SNS에 무지했다는 것 등이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건 표피다. 핵심은 결국 일자리다. 한번 따져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주장했던 것처럼 해마다 7% 성장을 하고,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되고, 7대 경제강국에 진입했다면, 아니 그중에 단 한 가지만이라도 됐거나 혹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대체 트위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MB는 반민주 정부? 아마 일자리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주장이 잘 먹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현재의 집권당이 민주당이라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거하면 형편없이 진다는 얘기다. 안철수나 박원순씨가 졸지에 스타가 된 것은 그들이 잘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나라당도 싫고 민주당도 믿을 수 없으니 제3의 인물, 제3의 세력에 기대고 싶은 유권자들의 간절함 때문일 것이라는 말이다.

일자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죽을 지경이다. 오바마는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시민운동을 했고, 민주당 소속이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만 그런가. 이탈리아·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폭동은 또 뭔가.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혹은 시민운동 세력이든 상관없다. 앞으로는 권력을 잡은 뒤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누구든 지금 한나라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드나. 아버지가 취직 못하는 아들을 나무라자 “아버지가 나와야 내가 들어가죠”라고 항변했다던데, 50대 이상을 직장에서 다 쫓아낼 수도 없지 않은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진영의 비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행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밉지만 그래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또 말끝마다 서민을 강조하던 유시민 당시 복지부 장관이 영리병원에 긍정적이었던 것도 그래서라고 본다. 중국의 절대부자 5000만 명이 한국에 의료관광을 오게 만들려면, 그들이 쓰는 돈으로 한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면 그렇게 해야 하니까 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한나라당은 만신창이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연합군이 내년 총선에서 이길 것 같다. 그 여세를 몰아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만일 야당연합이 집권하면 가장 큰 문제가 뭘까. 역시 일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이해가 안 된다. 집권당 공격하는 거야 당연히 그렇다 치고 그럼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낼지 고민하는 흔적이 안 보인다. 자신들이 시작했던 한·미 FTA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더 짙어진다. 외람되지만 클린턴의 선거구호를 패러디해 여야 모두에게 한 말씀 드린다. ‘문제는 일자리야, 이 멍청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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