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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행복한 교육제도, 그 잡을 수 없는 파랑새

quirkus |2011.11.15 12:14
조회 45,878 |추천 192

(* 일기 쓰듯이 쓴 글입니다.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시험에 잇따른 자살이 발생했다. 그들의 개인적 선택에 대해선 사정 모르는 타인으로서 아무 말도 덧붙이고싶지 않고, 죽음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종교적 통찰을 어찌어찌 받아들인다 해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땅의 교육은 별로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모르긴해도 우리나라의 제도권교육이 실시된 이래로 교육이 바람직한 모습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본고사, 학력고사, 내신, 수능, 수시모집, 후기모집, 기여입학제...... 제도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학생들에게 공부는 항상 적이었고, 입시가 끝나면 꼭 몇몇은 죽었다.

 


어쩌다보니 근 10년, 교육개혁세력들로부터 흔히 벌레 취급을 받는 사교육에 발가락쯤 담그고 있는 셈이 되었다. ('몸담고'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다.) 나름대로는 학생 개개인과 인간적으로 친했다 생각하고, 그들의 행복을 멀리서나마 소망한다. 내가 알고 있던 학생들이 어디서든 울고있기보다는 웃고있길 바란다.

 


그러나 나는 학생이 행복한 교육제도를 만드는 데엔 관심이 없다. 물론, 불행한 교육제도를 공들여 연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다만, 제도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점에 대해 회의적일 뿐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99%, 사회에서 무용지물이라는 데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지만, (99%까지는 아니고 계산해보니 62.77%더라고 반박하고싶은 사람은 그래도 된다.) 사회와 교육제도는 거울을 사이에 둔 물체와 상처럼, 어쩔 수 없이 서로가 서로의 반영이 되는 관계이다. 사회가 지옥인 가운데 학교만 유독 낙원일 수는 없다. 줄세우기 교육만 받던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자 갑자기 의식이 성숙해져 다원성을 인정하고 실천하는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징을 진단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경쟁'과 '타인에 대한 의식'이고,  전체적인 사회가 이런 모습이라면 교육 또한 다른 모습일 수는 없다. 또, 다른 모습이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교육은 구성원을 사회에 적응하도록 준비시키는 기관이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보호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회가 타락했으면, 교육도 같이 타락하는 편이 낫다. 지옥에는 악마가 어울린다. 천사를 보내서 지옥을 정화하겠다는 건 천사에 대한 과신, 혹은 폭력이다. 십대들이 기성세대에 반발을 갖게 되는 건 흔히, 왜 세상은 배운 것과 다른가, 어쩌면 어른들은 그렇게 위선적인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현행제도 하에서 학생들이 행복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학생이 불행한 근본 원인은 '수능'이나 '내신'에 있는 게 아니라 '사회'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제도는 지극히 표면적인 부분이다. 제도의 변화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거나,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일은 결코 없다. 제도는 항상 비인간적이고, 수험생은 늘 억울하다.

 


교육의 당사자가 아닌 정책의 입안자들은 뭔가 일을 하는 척은 해야하니까 이리저리 교육에 개입을 한다. 그러한 집적거림의 결과가 이번 수능의 등급분포다. 외국어영역의 경우, 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그저 보통이라고 볼 수 있지만 'EBS 70% 반영'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공교육과 사교육은 하나로 힘을 모아 EBS 변형문제 연습에 올인했고, 예상 1등급컷 98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이 탄생했다. 2000년대 초반의 쉬운 수능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 작년같으면 97점을 받아서 맘편히 지원전략을 세우고 있을 학생이 올해는 혹시나 하는 변수에 기대를 걸고 발을 구르며 잠을 설쳐야 한다. 물론 당국의 예측처럼 사교육이 감소하지도 않았고, 점수를 비관하여 파멸하는 학생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제도에게 뭔가를 기대할 수 없다. 제도의 변화가 낳을 수 있는 건 혼란 및 불안, 그로 인한 사교육의 증가뿐이다. 만일 게임이 입시전형이 된다면, 게임 역시 저렴한 pc방 대신 비싼 학원에 가서 배우려 들 것이 뻔하다. 그리고 학생들은 여전히 불행할 것이다. 수술이 필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가치관이다.

 


투신. 올해에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게 셋이다. 우울한 사실이지만 이걸로 끝나진 않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혹시 지금도 가채점결과 때문에 창밖을 내다보며 높이를 가늠하고, 아플까 망설이는 학생이 있다면, 그가 고심하는 대상의 크기 또한 헤아려보라고 말하고싶다. 나머지 인생이라는 전체, 그 생에서 길게는 평생, 그러나 짧게는 몇 년 정도 몸담고 살아갈 이곳, 대개는 당신이 선택하지 않았고, 그 룰에 따를 것인지 질문 받아본 적 조차 없이 그저 우연히 주어졌을 뿐인 이 사회가 일 년에 하루 쯤 주목하는 시험이다.

 


그리고 그 시험은 일단 끝났다.

 

 

 

 

 

 

 

추천수192
반대수6
베플삼수생|2011.11.18 10:52
저는 예술고 졸업 후 2년을 정시 준비에 매달린 삼수생입니다... 사정이 있어 예대에 가지 못하고 인문대학 쪽으로 진로를 변경하려 했습니다. 정말 반짝여야 할 나이의 학생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공부하는지는 스파르타식 재수학원에 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루 열일곱 시간을 한 자리에서 보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는 외출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그 고문이 정당화됩니다. 저는 그곳에서 2년을 공부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점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쉬운 수능이었다고 한두 개 틀렸더니 등급이 작년과 그대로입니다. 저도 자살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제도에 속지 않으렵니다. 수능에서 한두 개 더 맞았다면 등급이 121 11 정도는 됐겠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겠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 나보다 더 잘난 인간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못했다고 해서 제가 한 모든 노력들이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 나라 수험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잠을 적게 잡니다. 또 세계에서 유대인 다음으로던가, 머리도 좋은 축에 든다고 하죠? 그런데도 세계 랭킹엔 이름도 못 올리는 서연고 서성한 대학들에 터무니없는 경쟁률로 입학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시로 대학 갈 길이 막막하니까, 학생들보고 논술을 하라네요. 논술고사에서 실업 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두 시간 안에 애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대안이면 어른들은 왜 못하죠?...
베플Vanessa|2011.11.18 12:35
우리나라 교육은, 각각 개인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닌 무자비한 경쟁식 교육이다. 예를들어, 독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전공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것이 자동차 정비이든, 음악치료학이든, 건축이나 철학, 또는 미용이나 언어학, 음악이나 법학이든,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아가는 교육환경이 갖추어져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무조건적인 유명대학의 타이틀과 졸업장을 목표로 무분별한 경쟁이 이루어지고있고, 그것만을 위해 학생들이 공부하고있다. 대부분이 그렇다. 선진국의 교육방식을 무조건 추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비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쪽에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애초에 교육에 대한 목적이 없다. 학생 하나하나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공부가 아니라, 그저 높은 점수와 높은 레벨의 학위를 원할 뿐이다. 그렇기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점수 한점 차에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미친듯이 생겨나고있는 입시학원들과 불법고액과외들을 보면 숨이 막힌다. 교육제도를 번듯한 말로 잘 감싸놓았지만, 이 상황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헛소리로 보일 뿐이다 이런 교육환경속에서 버티거나 혹은 방황하던 학생들이 자라 성인이되어 자연스레 사회에 나오면?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곧 사회의 분위기로 연결되고만다. 무분별한 경쟁속에서 자아의 탐구도 없이 점수싸움을 하던 학생들이 사회인이 되면, 개인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따위'보다도, '먹고살기 바쁜 사회'속에서 살아가기위해 또 다시 미친듯이 뛰어다녀야한다. 사회의 구조가 그러니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고, 끊임없이 이어지고있다. 한국은 하루에 약 40명 이상이 자살한다는 조사가 나왔는데, 이 문제와 연관이 없다고 생각되지않는다. 이 사실과 교육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억측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은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면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잘 생각해보면 연결되어있다는 판단이 나올거다. 한 달만에, 그것도 자살로 약 1200명이 이 세상을 떠난다니,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각자가 타고난 능력과 각자가 원하는 꿈을 참고해서 각자의 적성을 찾아가며 진지하게 학문에 임해볼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타고난 장점을 잘 알고있고 자신의 꿈에 부합하는 것을 탐구해볼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방식은 엘리트에게만 적용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을 위한 교육제도로 정립되어야한다. 교육제도의 모순을 없애기위해 어떤 제도를 통해 개선하자는 취지를 보인다고해도, 전공을 무시한 대학타이틀이나 학벌을 우위시하는 사회분위기가 바뀌지않는다면 결국 실패할것이다.
베플지나가던고3|2011.11.18 12:10
베플된적처음이야..엄마..축하해줘... ------------ 반평생 일한 직장에서 임금조차 제대로 받질 못했습니다. 지체장애를 가진 터라.. 어디에서도 은미씨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평생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돈이 필요하지만 의지할 가족조차 없습니다. 치료비 때문에 빚을 져야 하는 은미씨에게 희망을 주세요. http://happylog.naver.com/sarangbat/rdona/H000000056895 ------------------------------------------------------------- 그나저나 EBS진짜 던져버리고싶다 [고3책의 일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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