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가 또 늦는다.
75번 버스 뒷문이 열려도 내리질 않는다.
이상범은 또 한 번의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이 친구 정말.."
그 때 고원섭이 흠칫 놀라서 손가락으로 버스정류장을 가리킨다.
"저기...대순이야...그녀가 당하고 있어..."
"안돼! 그럴 수 없어! 그녀를 구해내겠어"
위기의 부천 1화
고원섭, 이민규, 그리고 이상범은 10년된 X랄 친구이다.
그들은 오늘도 부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부천이란 동네가 얼마나 위험한 동네인지도 알지 못한 채...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이상범이 참지 못하고 대순들에게 설교 당하고 있는 그녀를 구하러 간 것이다.
순식간이었다.
고원섭 역시 쫓아갔다.
역시나 머리스타일은 요구르트병 윗부분 모양에, 바지에 넣지 않은 긴 반팔 셔츠, 아기자기한 크로
스백. 그 놈이 확실하다.
"요즘 자꾸 안 좋은 일들이 겹치고 있으시죠? 그건 당신의 뒤에 장군이 있기 때문이예요"
이상범이 발끈한다.
"어서 피해요. 여긴 내가 맡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동화되어 버렸다.
"당신은 나에게서 장군을 내몰아 줄 능력이 없어요."
고원섭이 이상범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끝났어...그녀도 대순의 일원이 되어버렸어..."
이상범과 고원섭은 허탈하게 발길을 돌린다.
그 때 이민규가 도착한다. 대순에게 지갑을 빼앗길 뻔했단다.
"대순이 내 지갑을 가져갔다면 지구가 위험했어..."
부천을 중심으로 대순은 그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세 친구는 허무함을 노래로 달랜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속에도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곳에 대순 있어.
어떡하죠...이젠...어떡하죠...이젠..."
그렇게 정처없이 걷던 그들이 신호등 앞에 멈춘다.
초록불이 켜진다. 셋은 아무 생각 없이 건넌다.
그러다 갑자기 앞을 본 이민규가 털썩 주저앉고 만다.
"저....저 사람은!"
고원섭과 이상범이 쳐다본다.
전준범이다.
무섭다. 소름이 돋는다. 그는 뒷짐을 지고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순간 판단력이 좋은 이상범이 이
민규를 일으켜 세우며 다급하게 속삭인다.
"이대로는 위험해. 모르는 척을 해... 밤이니까 어두워서 못알아볼거야..."
셋은 고개를 푹 숙이고, 평범하게 걷는다. 고원섭은 최대한 평범하게 네 발로 걷는다. 보통은 인간
2 명과 개 한 마리가 가장 평범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전준범이 지나친다. 그들은 숨조차 쉴 수 없다.
전준범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신호등을 무사히 건넜다.
"봤어? 분명 웃었어.."
이민규가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말한다.
"왜지? 왜 우리를 순순히 보내준거지?"
그 때, 건너편에 있던 전준범이 크게 웃기 시작한다.
부천이 위기에 휩싸일 것을 예고라도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