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여행 39일차, 맑음]
일어나서 텐트 밖을 보니 해가 벌써 떠 있다. 강에서 물 안개가 올라오는 것이 오늘도 날씨가 좋을 듯 하다. 강에서 올라오는 물 안개가 꼭 고향 춘천의 의암호에서 같다. 텐트를 개고 짐을 정리하여 자전거에 싣는다. 그런데 뭔가 또 느낌이 이상하다. 뒷 바퀴에 바람이 없다. 어제 뭔가 바람이 계속 빠지는 느낌이긴 했는데 실펑크라도 나있나 보다.
타이어를 벗겨서 튜브를 확인해 본다. 계속 봐도 구멍난 부분을 잡아낼 수 없다. 느낌으로 잡을 수 없는 정도에 작은 구멍인가 보다. 일단 포기하고 새 튜브로 교체 한다. 나중에 물에 담궈 확인해봐야 겠다. 새 튜브로 바꾸고 나니 느낌이 좋다. 4 유로 밖에 안 하는 튜브 아끼다가 속 터지겠다. 다음 부터는 조금 이상하면 일단 바꾸고 새 튜브 보충해 놔야겠다. 주행에 관련된 필수 소모품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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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튜브 아끼지 말자 6천원 아끼려다가 피해보는 것이 더 많다. 정신적 고통+시간낭비.
아침식사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다보니 어느 덧 9시이다. 낭뜨까지는 40km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을 봤으니 오전 중에 낭뜨에 들어갈 수 있을 듯 하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달려본다. 그리고 낭뜨에 도착한다.
낭뜨도 앙제처럼 멋진 도시였다. 오래된 2개의 성당과 커다란 성. 그리고 그 성 주변으로 과거 참호였던 부분을 공원화 시켜 두었다. 당연하게도 강변으로는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시내에는 트램(Tram)들이 다닌다. 상당히 활기찬 도시이다. 관광안내소의 지도설명으로는 프랑스에서 6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하지만 인구수는 주변 광역권을 다 합쳐도 60만명 정도. 아무리 생각해도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의 인구 밀도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 수를 가진 프랑스의 땅 크기는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다고 하니, 그 좁은 땅에서 내가 왜 그렇게 아둥 바둥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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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뜨 성과 그 둘래 공원에서 쉬는 풍경. 너무나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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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거 성의 참호이던 부분을 메워서 공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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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에 서부해안 하일라이트로 나와있던 전기코끼리. 아쉽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낭뜨를 간단하게 둘러보고 이제 머리를 보르도 방향으로 향한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에 마켓을 들리려 했는데 찾지 못했다. 식량 보충을 해야 하는데 마켓이 안 보인다. 조금 달리다가 겨우 마트를 찾아서 들어가 이것 저것 구입해 본다. 오늘따라 샐러드가 먹고 싶다. 햄으로 보이는 고기가 들은 샐러드와 빵 등을 구입한다.
슈퍼마켓을 나와 조금 달리다가 적당한 자리가 보여 텐트를 말리며 식사를 해결한다. 아까 산 샐러드를 먹는데 이건 너무 시고, 햄으로 보이던 고기 조각은 머릿고기 같은 요상한 부위이다. 물렁물렁한 껍데기 같은 식감. 불어로 써있어서 확인을 못한 것이 아쉽다. 오늘 식사는 망쳤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달린다. 오늘의 목적지는 라 호쉐(La Roche).
달리고 달려 라 호쉐에 거의 다 와가는데 슈퍼마켓 표시가 있다. 점심식사를 망쳤던 터라 저녁은 좀 잘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켓에 들려서 저녁거리와 샌드위치를 하나 사온다. 샌드위치는 바로 먹고 저녁은 조금 더 달리다가 텐트를 치고 먹으면 되겠다.
마켓에서 나와 자전거 옆에서 샌드위치를 뜯어먹고 있는데 누군가 불어로 말을 걸어온다.
“%@%$&@#$@$”
”저 불어 못해요. 죄송합니다.”
(엉성한 영어로)”너 자전거 여행 중이야?”
”네 자전거와 함께 여행 중이에요.”
어찌어찌 몇 마디 나누어 봤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모든 만남과 도움의 시작은 대화이건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쉽지 않다. 영어만 할 줄 알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영어 역시 지구상 많은 언어 중 한 가지 인가보다. 그렇게 그는 대화를 포기하고 자신의 오토바이로 돌아갔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 와. 알아 듣고 싶은 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샌드위치를 마무리 하는데 다 먹으니 그가 다시 돌아온다. 내가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어디, 잠, 오늘?”
”텐트가 있어요. 아마 근처에서 잘 듯 해요. 혹시 괜찮다면 마당 좀 빌려주실래요?”
”우리집 가자. 따라와. 나 부인, 딸 있어. 영어 가능”
”저야 좋지요! 감사합니다! 갑시다!”
우연하게 초대를 받았다. 단어 나열 수준의 영어지만 바디랭기지와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으니 말이 통한다. 그렇게 그의 오토바이를 따라서 그의 집으로 간다.
그의 이름은 Bernard, 프랑스인의 주식, 아니 유럽인의 주식인 빵을 만드는 제빵사이다. 그의 집 한편에 제빵 공장이 있고, 주 4회 커다란 빵(Pain)들을 만든다고 한다. 부인의 심부름으로 피자를 사러 슈퍼마켓에 나왔다가 신기한 복장과 이상한 자전거를 보고 신기해서 말을 걸었다고, 그의 부인과 딸들의 통역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큰 딸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공부 중 이고, 둘째와 셋째는 집에 같이 살고 있다. 아름다운 가족과 아름다운 집이었다. 집이 돌로 아주 잘 지어져 있기에 물어보니 100년 이상 된 집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아버지 부터 살던 오래된 집이라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작업장과 빵을 굽는 화로를 보여준다. 상당히 신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로 밥을 지어 먹는다고 하니 신기해 한다. 한국에서는 매끼니 밥을 먹느냐고 물어보기에, 나도 프랑스에서는 매끼니 빵을 먹느냐고 묻는다. 그와 나의 대답은 같다. Yes! Oui! 신기하다. 그들은 우리가 쌀을 사오듯 빵을 매일 사간다고 한다.
Bernard의 가족들은 정말 아름답고 선한 미소를 가지고 있다.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10시경 내 방으로 지정해준 큰 딸의 방에 올라가 잠이 든다.
1. 이동Ancenis에서Dompierre sur yon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107.66 km / 5:59 h누적거리 : 3,344.61 km3. 사용경비샐러드, 빵, 초콜릿 : 4.77 유로
쥬스, 샌드위치, 튜브 : 6.59 유로총 : 11.36 유로4. 잠자리Dompierre sur yon 근처, Bernard 집5. 상태이상탄 피부 벗겨지고 있음. 조금 쓰라림.
[4월 9일, 여행 40일차, 맑음]
침대에서 기분 좋게 일어나 보니 벌써 8시 경이다. 평소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다. 지붕 아래 매트리스 위에서 잠을 자면 늘 이 시간까지 자게 된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하여 자전거에 싣는다. 부시럭 부시럭 하고 있으니 베르나르가 일어나 나온다. 인사를 나누고 준비한 기념품을 건낸다. 별 것 아니지만 천원짜리 지폐에 적은 간단한 내용의 편지이다. 그가 만든 빵으로 아침 식사를 같이 한다. 맛있다고 하니, 그러냐며 한 덩어리를 포장해준다. 발라 먹던 신기한 맛의 잼도 한 통 준다. 너무 고맙다. 그리고 이제는 작별의 시간. 인사를 나누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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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저씨의 나이는? 무려 50세. 엄청난 동안이시다. 오늘도 잘 먹은 눈 화장.
아침에 이야기 들은 대로 방향을 잡고 달려본다. 오늘은 라호쉐(La Roche)를 지나서 프랑스 서부해안의 관광지라는 일드레(Ile de re)까지 갈 예정이다. 일드레는 계획에 없던 곳인데 베르나르 가족이 추천해줘서 가보기로 결정했다. 일단 첫 번째 목적지인 라호쉐까지는 20km정도로 금방이다.
라호쉐에 들어왔지만 별로 볼 것이 없다. 광장에 나폴레옹의 동상이 서 있고, 안경점의 이름이 보나파르트인 것으로 보아 뭔가 관련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하게 알 수가 없다. 조금 둘러보고 그대로 일드레 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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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동상과 Ville de 나폴레옹 이라고 써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다시 달리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은 차에 저 멀리 화장실이 보인다. 공중화장실이라 기분 좋게 달려가는데 그 순간 뭔가 떨어지고 바퀴에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푸다다닥. 이어폰이 주머니에서 빠져서 앞 바퀴에 걸리며 그대로 분해 되었다. 나의 유일한 통신수단인 스카이프(Skype)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던 이어폰. 잠깐의 실수로 20불이 그대로 날라갔다. 어짜피 사야 할 것이고 급한 것이라 바로 마켓에 들어가 사서 나온다. 속이 쓰리다. 어떻게 절약한 돈인데 3일치 식비가 한 순간에 실수로…. 새로 산 이어폰의 음질은 그럭저럭 하다. 어짜피 스카이프만 되면 되기에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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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쪽이 멀정하면 그래도 쓸 수는 있었을 텐데 재수없게도….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일드레로 달린다. 일드레에 가까워 지니 자전거 도로가 시원하게 뚧혀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미도 그렇지만 캠핑카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곳 역시 관광지라 그런지 캠핑카들과 RV자동차 들이 많이 보인다.
맥도날드가 보여 커피 한잔 하고, 인터넷을 접속하여 메일을 확인해본다. 보르도 쪽으로 보냈던 2통의 메일 중 한 통이 답장이 왔다. 환영한다고, 오기 전날 연락을 달라고 한다. 고맙다고, 내일쯤 들어갈 수 있을 듯 하다고 답신을 보낸다. 내일 전화 한번 해봐야겠다. 맥도날드를 나와 다시 일드레로 달린다.
일드레는 2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서부해안, 대서양에 위치한 관광지이다. 섬으로의 진입은 다리를 통하는데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와 사람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간다. 윈드서핑과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물도 깨끗한 편이고, 모래사장도 좋다. 나도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한다. 들어가는 것에 끌리지만 혼자 바다에서 물놀이 하는 것은 왠지 좀 궁상맞는 일 같다. 다들 커플과 가족, 친구들끼리 와서 노는 분위기라 끼어 놀기도 좀 그렇다. 포기. 그냥 잘 곳이나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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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연결되있는 하나 뿐인 다리. 왜 곡선으로 만들어 두었는지는 모르겠다. 바람 때문일까?
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유료 캠핑장도 몇 개나 있지만, 섬 자체가 넓어서 텐트 칠 곳은 많아 보인다. 오늘은 불도 좀 때며 아름다운 일몰을 봐야겠다. 일몰에 유의하며 멋진 자리를 선정해 본다. 해안가 모래 사구 뒷 편으로 좋은 공터를 찾았다. 숲 풀로 은폐되어 있는 명당이다. 누군가 불을 피웠던 흔적도 보인다. 마른 나무를 모아 불을 피우고 아까 산 통조림을 데운다. 그리고 텐트를 친 후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한 후 적당한 시간인 듯 하여 해안으로 가보지만 해가 이미 안보인다. 엥? 아직 밝은데 이게 무슨 일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해 진지 몇 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석양은 다음 기회에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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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니 집이 강원도라 동해에서 일출은 자주 봤는데, 서해에서 일몰은 몇 번 본 적이 없다.
다시 텐트 옆으로 돌아와 불을 쬐며 하늘을 본다. 주변에는 온통 커플뿐이라 외로움이 증폭되는 느낌이다. 부모님도 그립고, 친구들도 그립고. 갑자기 그리움이 밀려온다. 하늘을 보니 별도 많다. 오늘 같은 날은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나와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을 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만날 수 있겠지? 감상에 빠져있는데 모기들이 너무 기승이다. 모기를 피해 텐트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잔다.
1. 이동Dompierre sur yon에서Ile de re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130.47 km / 6:52 h누적거리 : 3,475.08 km3. 사용경비이어폰 : 15유로
우유, 통조림 : 2.60유로
맥도날드 커피 : 1.20유로총 : 18.80 유로4. 잠자리Ile de re 서쪽 해변 사구 뒷 편 공터, 텐트5. 상태이상어제 벗겨낸 피부 아랫 피부가 다시 벗겨지고 있다. 빨리 다 벗겨져버려라.[~D+40] 프랑스 4편 - 우연한 행운, 낭뜨와 일드레[~D+38] 프랑스 3편 - 샤또와 양조장의 관계는?[~D+36] 프랑스 2편 - 다시 만난 성효 형과 길거리 마술 공연 묻어가기[~D+33] 프랑스 1편 - 몬트레윌에서 생긴 일[~D+30] 영국 2편 - 런던에서 도버로, 도버에서 유럽본토로![~D+28] 영국 1편 - 유럽입성! 난데없이 런던에서 시작된 렌트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