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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들의 죽음

둥둥 |2011.11.22 19:19
조회 5,067 |추천 16

전에 톡 된적 있는 글이에요.

과제 하다 우연히 자살 군인에 관한 기사를 보고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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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들 고생한다 그니까 고무신도 그거 생각하고 정숙해라" 이런 의미로 쓰는거 아니니까 오해마세요.

군부대에서 사망자들이 나오면 대게 아래와 같은 형태입니다.

- 자살

- 총기 사건, 사고 (쏴죽이는 경우도, 실수로 발사되서 죽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훈련중 사망

- 부족한 의료 기술로 인한 사망(떠도는 말에 가장 쉽다는 맹장수술 받다가 죽은 병사가 있답니다.)

- 작업, 사역 중 사망

25개월 군생활하면서 많은 사건사고를 보았지만 저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은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기본군사 훈련단 6주동안 친하게 지내던 동기가 있었습니다.

자대가고 바쁘고 짬도 안되고 한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간만에 연락이라도 하려고

인트라넷 사람찾기를 들어갔죠. 근데 아무리 이름을 쳐도 안나오길래.

'의병제대(질병등의 이유로 복무기간을 마치기 전에 제대함) 했나...축구하다 발목이라도 나갔나'

이러고 말았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전역하고 어머니가 자주 들어가시던 공군가족 커뮤니티에 들어갔는데....

어떤 어머니께서 자식이 군에서 자살을 해서 슬픈 마음에 쓴 글이 있더군요..

안쓰러운 마음으로 들어가보니...

그 친구더라구요.

하...제 동기는 자살했는데 저는 죽은줄도 모르고 장례식장에도 못갔더군요.

한없이 밝고, 분위기 메이커 하던 사교성 좋은 녀석이...

얼마나 갈구고 힘들게 했길래 상병때에 자살을 한단 말입니까...

그 부대 사람들 만난다면 멱살잡고 한마디 꼭 할겁니다. "내 동기 살려내라 개자식아"

저도 못난 선임 만나서 화장실서 새벽에 여자친구한테 편지 쓰다가 걸려서 멱살잡히고 맞기도 하고...

탈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있으면 불안해서 잠도 못자고..

배고파서 선임들이 먹다버린 건빵 주워먹다가 장염걸리고 선임들한테 혼나고...

한 많은 일.이병 생활을 보냈어요.

그때마다 그 못난 선임들이 하던 말이 "너도 후임 생기면 갚아줘라"였는데,

후임이 들어올때마다 내 새끼같고, 불안해 하는게 안쓰러워서 여자친구가 보내준 과자를 몰래 나눠주게 되더군요. 물론 이것도 선임들한테 걸려서 보일러실 구경, 화장실 구경 잘하고 왔지만....

그래도 아무리 제가 짬이 차고 고참이 되어도

제 자식같고 동생같은 후임들한테 위험한 일 시키기 싫고, 고생시키기 싫어서 말년휴가 나가기 전날까지 같이하고 도와줬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BX가고 싶으면 얘기해,

선임들 깨울땐 내 팔 잡고 흔들어서 나부터 깨워 나머진 내가 깨울게,(새벽 출근이 잦은 부서라..)

힘든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이러니까 후임들 끼리도 잘 챙기고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가 되서 민주군대, 밝은병영이 따로 없더군요.

이병들도 같이 즐겁고, 업무는 공평하고, 악폐습 없는...

저도 군대가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의 사회인걸 알지만,

악폐습을 하란다고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다른 부서는 매년 한두명씩 나오는 탈영, 자살, 하극상, 관심병사 없이

신병들이 선망 하는 부서가 됐습니다.

제 친구가 옆 부서에 신병으로 와서 만났는데 부럽다고 하더군요.

전역한지 몇달이 지난 지금도 후임들한테 전화오고 휴가나오면 만나서 술한잔 하고, 좋은 형 좋은 동생으로 지냅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고는 어쩌지 못해도 사건은 막을 수 있잖아요.

고무신분들에게 전화로 사랑한다 이러는 한없이 착해보이는 군화가

부대에서는 저승사자 보다 무섭게 후임들 괴롭히는 선임일 수가 있습니다.

오늘 혹은 내일 군화에게 전화가 오면 좋은 선임이 되고, 후임들 잘 챙겨주는 선임이 되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고무신분들의 한마디가 다른 고무신이 사랑하는 군화를 살리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불쌍한 친구가 더는 안나오게 도와주세요.

추천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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